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02)
아크 더 레전드-502화(502/875)
[502] SPACE 1. 결전 (2)“총격전은 우리가 불리하지만 중화기를 사용한다면 얘기는 달라져. 우리는 우주 공간에 흩어져 있지만 놈들은 갑판에 자리를 잡고 있다. RPG나 수류탄이라면 정조준을 못해도 갑판에 모여 있는 놈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어!”
나름 머리를 굴린 모양이지만…….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냐? 멍청한 자식, 저놈들이 모여 있는 곳이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냐? 우리 전함의 갑판이잖아! 우리 전함에 RPG와 수류탄을 쏟아붓자는 거냐?”
“빌어먹을! 그럼 어쩌자고!”
투투투투! 투투투투!
그때 갑판에서 수십 발의 탄환이 치솟아 올라왔다.
같은 탄환이라도 우주 공간에서 허우적거리는 해적의 탄환과는 다르다. 칼리함의 갑판에 몸을 고정시키고 정조준한 친위대원들의 사격! 정확도의 수준이 다른 것이다.
게다가 친위대원은 연발 사격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덕분에 쉬지 않고 날아오는 탄환을 한 몸에 받으며 허우적대던 해적은 그 자세 그대로 시체가 되었다.
“윽! 저, 저놈들이……!”
“이대로는 놈들의 총알받이가 될 뿐이다!”
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해적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러나 전체 전황이 해적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었다.
해적은 칼리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EMP의 발동에 당황해 대응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아리온과 장보고, 유진의 전함에서도 해적들이 나와 칼리함으로 진군해 오고 있었다.
그 숫자가 300여 명!
물론 아크 함대에서도 아수라와 그레온, 파크 그리고 무적함-Ⅱ에서 나온 병사들이 칼리함으로 진군해 오는 중이다.
그러나 숫자는 100여 명도 되지 않았다.
이들이 칼리함에 도달해 격돌하면 고작 11명이 갑판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칼리함의 해적들에게 최선의 방법은 일단 사정거리 밖으로 후퇴했다가 다른 해적과 합류, 압도적인 병력으로 몰아붙이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 속수무책으로 일점사를 당한 동료의 시체를 본 해적들은 이미 방향을 돌려 물러나고 있었다.
그때 한 해적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멈춰라, 멍청한 자식들!”
칼리의 부관, 술탄이라는 해적이었다.
“저 전함은 우리의 전함이다. 명색이 해적이라는 놈들이 자기 전함의 갑판을 적에게 빼앗긴 것도 모자라 꼬리를 말고 도망치겠다는 거냐? 게다가 아직 칼리 님은 전함이 남아 있다! 우리가 물러난다는 것은 갑판의 적군에게 칼리 님을 넘겨주겠다는 말과 다름없지 않은가! 그건 칼리 님에 대한 배신! 네놈들이 그러고도 살아남기를 바라는가?”
“핫! 그, 그렇지!”
해적들이 사색이 되었다.
“적의 칼보다 무서운 것이 해적의 율법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물러서는 기미를 보이는 놈은 칼리 님이 나서기 전에 나, 술탄이 해적의 율법으로 다스릴 것이다!”
“하, 하지만 이런 상태로는…….”
“돌격이다!”
술탄이 해적의 말을 자르며 소리쳤다.
“전술적으로 유리한 갑판을 점거하고 있다 해도 놈들은 고작 11명. 우리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숫자다. 우리가 일제히 돌격하면 놈들의 화력으로는 막을 수 없다. 그리고 일단 다시 갑판에 진입하기만 하면 놈들을 박살 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돌격하면…….”
“우리 측의 피해도 적지 않겠지.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모두 죽는다. 그건 내가 장담하지.”
술탄이 살기등등한 눈으로 해적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해적도 대부분의 부하는 NPC다. 그러나 해적과 일반 유저가 NPC를 거느리는 방법은 다르다.
일반 유저가 NPC를 영입하는 방식이 설득과 회유라면 해적은 공포. 이건 일반 유저와 달리 이미 카오틱인 해적에게는 NPC 살해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이게 해적이 부하를 완벽하게 통솔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선장에 대한 압도적인 공포!
“우와아아아!”
결국 보다 큰 공포에 떠밀린 해적들이 갑판으로 돌진했다.
이렇게 되자 상황이 다급해진 것은 친위대였다. 한꺼번에 돌격해 오는 60여 해적, 11명으로는 모두 격추시킬 수 없다.
그리고 놈들이 갑판에 진입하면 전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되리라. 그러나 물러날 수 없기는 친위대도 마찬가지였다.
“무식한 놈들! 칼리벤, 베럴, 선두의 해적을 저격하라! 쿠파, 헤드로, 라벤, 콘세드, 쿠라칸은 각자 위치에서 연사로 놈들을 막는다. 놈들이 갑판에 진입하면 대응사격조차 하기 힘들어진다. 적의 숫자를 줄이기보다는 탄막彈幕을 치며 놈들의 접근을 막는 데 주력하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군이 도착할 때까지 이곳을 사수해야 한다!”
투투투투! 투투투투! 퉁-! 퉁-!
밀란의 외침에 갑판 위에서 탄환이 빗발쳐 올라갔다.
그러나 해적들도 죽음을 각오하고 돌파 작전을 감행하는 중이다.
친위대의 집중사격에 몇몇은 치명상을 입고 전선을 이탈했고, 몇몇은 유일한 이동수단인 우주복의 분사 장치를 저격당해 추락하는 전투기처럼 회전하며 장갑에 처박히기도 했다.
그러나 해적들의 기세는 위축되지 않았다.
핑-! 핑-! 핑-!
60여 명의 돌격! 60여 명의 사격!
해적들이 일제히 몰려들며 사격을 퍼붓자 엄폐물 주위에서 쉬지 않고 불길이 튀어 올랐다. 명중률이 낮은 공격이라도 이 정도 숫자가 되면 반격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이에 친위대의 총격이 주춤하는 사이.
“이 자식들!”
방패병을 선두로 서너 명의 해적이 갑판에 착륙했다.
“여기까지다, 건방진 자식들! 고작 영지의 경비병 따위가 멋대로 설쳐 대다니! 몽땅 갈가리 찢어 우주의 쓰레기로 만들어 주마!”
해적들이 고분자 코팅으로 강철조차 무처럼 베어 낼 수 있는 곡도曲刀와 도끼를 꺼내 들며 소리쳤다. 그리고 구조물 뒤에서 대공 사격을 전개하는 친위대에게 달려들 때였다.
양옆의 난간 뒤쪽에서 3명이 뛰어나와 해적들을 급습했다.
“스크류 블레이드!”
선두에서 돌진해 오는 전사는 친위대의 검사 랄프!
칼날을 드릴처럼 회전시켜 돌파력을 극대화시킨 검격에 방패병은 도끼를 휘두르던 자세 그대로 다시 갑판 밖으로 밀려나갔다. 이에 다른 해적들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중화重化! 회륜참回輪斬!”
“멸절의 해머 부스터 가동! 받아라! 파괴의 미학!”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G-1000의 팔’을 철퇴로 바꿔 휘두르는 엘라인! 타격과 동시에 폭발을 일으켜 적을 날려 버리는 ‘멸절의 해머’ 소유자 베라드!
“크악! 비, 빌어먹을-!”
해적들은 총탄을 뚫고 돌진한 보람도 없이 다시 우주 공간으로 튕겨 날아갔다.
“젠장! 놈들 중에서도 근접 전투병이 있었던 건가? 하지만 그래 봤자 놈들은 11명밖에 되지 않아! 전방위에서 진격하는 우리를 모두 막을 수는 없어! 가라! 개척지에서 이름을 날리는 해적이 어떤 존재인지 놈들에게 똑똑히 보여 줘라!”
“우와아아아!”
술탄의 외침에 떠밀린 해적들의 돌진! 돌진! 돌진!
확실히 친위대의 병력만으로 해적들을 막아 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압도적인 병력으로 밀어붙인 해적들은 동시에 4~5지점으로 갑판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엘라인, 베라드, 랄프만으로 막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크하하하! 이제 네놈들은 끝장이다!”
“피의 축제를 벌여 주마!”
“일단 총기병부터 찢어 버려라!”
술탄의 명령에 갑판에 내려선 해적들이 친위대를 향해 돌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친위대도 더 이상 대공 사격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에 일제히 총구를 돌려세웠지만 술탄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그딴 딱총이 언제까지나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멍청한 자식들, 해적이 총보다 칼을 선호하는 이유는 우주에는 도망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함의 갑판에서 치르는 전투는 우리가 전문이야! 방패병 선두로! 탄환 따위는 무시하고 돌진해 박살 낸다!”
술탄은 곧바로 진영을 갖추고 진격해 들어왔다.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퉁-! 투퉁-!
뒤이어 쏟아지는 친위대의 탄환 따위는 무시하고!
아니, 무시할 생각이었지만…….
파직! 콰쾅! 콰콰콰콰!
해적들은 굉음과 함께 뿜어져 올라오는 폭발에 뒤덮였다.
폭발에 튕겨 갑판 밖으로 내쳐진 해적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발아래에서 뿜어져 올라온 폭발에 직격당한 해적은 그대로 화염에 휩싸여 발버둥 치다 쓰러졌고, 근접해 있던 해적은 우주복이 갈가리 찢진 채 팽이처럼 회전하며 우주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저놈들은 바보인가?”
밀란이 해적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누구라도 알 수 있다. 11명만으로 60여 명의 적을 막아 내기는 힘들다는 것쯤은. 그리고 해적들이 갑판에 진입하면 친위대로서는 상대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을 리가 없잖아. 갑판에서의 전투는 네놈들이 전문이라고? 그럼 우리는 떼거지를 상대하는 전투 전문이다. 이런 상황은 이큘러스에서 지겹도록 경험해 봤다고.”
이큘러스에서 자원 확보를 위해 몬스터를 소탕할 때.
친위대원들은 항상 몇 배나 많은 몬스터를 상대해야 했다.
그때 가장 많이 사용한 전술이 바로 이것, 미리 C-6을 매설해 놓고 몬스터를 유인한 뒤에 폭발시키는 작전이었다.
친위대는 그 전술을 응용해 칼리함의 갑판에 자리를 잡을 때 요소요소에 C-6을 설치해 두었던 것이다. 덕분에 갑판에 진입한 해적들을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적함에도 대미지를 입히니 일거양득!
“해적 따위!”
“우리는 형님과 함께 수많은 전장을 넘어온 전사들이다!”
“우리는 아크 형님의 친위대! 형님께서 적장을 처단할 때까지 이 자리를 지켜 낼 것이다!”
친위대원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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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킬로미터 떨어진 우주 공간.
-×24 OPTICAL ZOOM…….
-기대 이상이군요.
고배율의 렌즈를 통해 칼리함을 살피던 케이커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적함을 저런 식으로 장악하는 방법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대장님이 아크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를 알 것 같군요. EMP의 존재를 몰랐던 해적들이 당황한 탓도 있지만, 우주 공간의 특성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그런 작전을 세우고 실행시킨 아크는 전사로서도 그렇지만 지휘관으로서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아크 휘하의 병사들입니다.
케이커가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포화에 뒤덮여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이는 칼리함을 꼼꼼히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어떤 작전이든 실행하는 것은 휘하의 병사. 하지만 지휘관의 뜻대로 움직여 주는 병사는 의외로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런 난전에서 뒷일을 생각해 갑판에 폭발물까지 매설해 두다니, 단순해 보이지만 경험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지금까지의 움직임만 보면 저희 레드프론트와 거의 동급. 적어도 아마타스에서 봤을 때와 같은 병사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렇겠지.
붉은학살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붉은학살자는 유격병인 케이커처럼 ×24로 시야를 확대시키는 능력은 없어 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케이커가 그리 파악했다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아크의 친위대는 붉은학살자의 레드프론트와 같은 수준까지 성장한 것이다.
이건 단순히 레벨이나 무장도만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부대 단위의 전투는 레벨이나 무장도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롤 플레이.
전사는 전사로서, 총기병은 총기병으로서 맡은 역할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가. 부대 단위의 전투는 그것이 승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케이커가 감탄한 것도 바로 이 부분. 친위대는 이전과 달리 부대로서 어느 정도 완성된 전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붉은학살자는 미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현재 그와 아크는 전략적 제휴 관계.
그러나 그건 루시퍼를 해치울 때까지 뿐이다.
아직 루시퍼를 해치운 뒤의 일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언제까지나 함께 갈 수 있는 사이는 아니다.
최고의 자리를 목표로 삼고 있다면 더더욱. 그러니 아크 휘하의 병사가 보여주는 성장이 달가울 수만은 없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던 붉은학살자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불쾌한 기억이 떠오르는군.’
아크도 그랬다.
아마타스에서 아크를 처음 만났을 때는 붉은학살자는 모든 면에서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뒤로 다시 만날 때마다 실력 차이가 줄어드는 느낌이 들더니 결국 쉬라바스티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그때도 붉은학살자는 아크보다 레벨이 높았다.
유저의, 아니 적어도 아크의 실력은 단순히 레벨만으로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그게 아크다! 내가 목표로 삼았던, 그리고 뛰어넘어야만 하는 상대!’
그리고 아크는 이번 전투에서 지휘관으로서의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이번 전투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모두 아크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과했어.
붉은학살자의 말에 케이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전에 비해 몰라보게 강해졌다고는 하나 11명에 불과합니다. 기대 이상의 분전奮戰을 보여 주고 있지만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 한순간의 실수로도 전황은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해적들도 알고 있습니다. 놈들이 이미 강공强攻을 취하고 있으니 자칫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전멸당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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