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03)
아크 더 레전드-503화(503/875)
[503] SPACE 1. 결전 (3)-그게 아니다.
붉은학살자가 고개를 저었다.
-문제는 아크가 혼자 칼리를 상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사가 자신의 힘을 믿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자신과 자만은 다르다. 상대는 세븐 소드의 1인인 칼리다. 아직 아크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하지만 아크는 대장님과 대등한 수준의 전사입니다.
-그래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이다!
붉은학살자가 씹어뱉듯이 거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붉은학살자는 과거 세븐 소드라고 불리는 유저 중 1명과 싸워 본 적이 있었다.
결과는 붉은학살자의 패배! 아니, 참패였다.
당시 이미 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붉은학살자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참패를 당한 것이다.
물론 그때 패배를 안겨 준 상대가 칼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같은 세븐 소드로 불리는 유저다. 아마도 붉은학살자를 참패시킨 상대와 큰 차이가 없을 터. 이를 기준으로 쉬라바스티에서 싸워 본 아크와 비교해 본다면…….
-아크에게는 승산이 없어. 적어도 아직은 무리야.
-세븐 소드라는 자들이 그렇게까지…….
-강하다. 아크는 궁여지책으로 1대1 대결 구도로 끌고 갔겠지만 그건 오히려 칼리가 바라던 상황일지도 몰라. 이대로 두면 아크는 물론 이 전투도 희망이 없다. EMP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연방군이 도착한다 해도 우리는 전멸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번 전투에서 적장이 칼리라면 아군의 대장은 아크다.
이미 열세인 상황에서 아크마저 당하면 아군의 사기는 바닥을 치고 저항할 새도 없이 괴멸될 수밖에 없다.
‘승산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다. 적 함대의 규모를 들었을 때 이미 피해도 각오했어. 하지만 나와 상관없는 곳에서 승패가 결정되는 것만은 참을 수 없다!’
-이 정도 거리라면…….
잠시 칼리함까지의 거리를 가늠하던 붉은학살자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케이커, 지휘권을 넘기겠다. 이대로 최고 속도를 유지하며 칼리함으로 진격하라. 전장에 도착하면 임의대로 전황을 파악해 아크의 친위대와 공동전선을 유지하며 적을 막아라!
-네? 그럼 대장님은…….
-드라군!
푸화아아악! 푸화아아악!
붉은학살자의 등에서 한 쌍의 날개가 솟아올라왔다.
쉬라바스티에서 아크와 일전을 겨룰 때도 사용했던 붉은 피막의 박쥐 날개. 붉은학살자가 날개를 펄럭이며 케이커와 10여 명의 부하들 앞으로 솟아나오며 소리쳤다.
-나는 먼저 가서 아크와 합류하겠다!
비행 스킬 ‘드라군’을 발동시킨 붉은학살자는 우주복의 분사 장치로 이동하는 대원들보다 2~3배는 빠른 속도로 우주 공간을 가로질렀다.
날개를 펄럭일 때마다 검은 기류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쭉쭉 뻗어 나가자 귓가에 총성과 폭음이 들려왔다.
칼리함에 접근하니 붉은학살자도 전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친위대의 방어선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붉은학살자는 친위대를 돕기 위해 날아온 것이 아니었다.
‘아크의 친위대를 도와 해적 몇 놈을 더 처리해 봐야 어차피 적의 본대가 도착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관건은 적장! 그 전에 칼리를 해치울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붉은학살자의 눈이 칼리함의 해치로 향했다.
‘아크와 힘을 합쳐 최대한 빨리 칼리를 해치운다!’
이건 전쟁이다.
2 대 1이 아니라 10 대 1이라도 비겁한 것이 아니다.
붉은학살자는 광선검을 뽑아 들고 칼리함의 상공을 길게 선회했다. 그리고 급격히 방향을 꺾으며 갑판 끝 부분에 자리 잡은 해치를 향해 수직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그리고 함 내로 돌입하려는 순간!
위이이잉-!
맞은편에서 푸른 검광이 날아들었다.
붉은학살자는 급격히 방향을 선회하며 상승했다.
반월형의 푸른 검광이 그 앞을 스쳐 해치와 충돌하자 잘게 쪼개진 스파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어떤 놈이……!
고개를 돌리던 붉은학살자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포화가 빗발치는 공간의 위쪽에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인영. 그 정체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얀빛을 뿜어내는 갑옷을 입고 2미터는 되어 보이는 장검을 들고 있는 검사였다.
그러나 붉은학살자가 놀란 이유는 그 전사의 등에 붙어 있는 물체 때문이었다.
날개! 백장白裝 전사의 등에는 붉은학살자처럼 날개가 펄럭이고 있는 것이다. 박쥐형의 붉은학살자의 날개와 상반되는, 백색 깃털로 뒤덮인 날개였다.
“날개라…….”
근거리 통신망에 사내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는 녀석이 아크 측에도 있을 줄은 몰랐군. 게다가 하필이면 내가 싫어하는 라마, 라마가 왜 아크의 졸개 노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열하기 짝이 없는 아크의 졸개가 나와 같은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만으로도 불쾌해지는군.”
-아크의 졸개? 비열?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사내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아크의 졸개들이 갑판에서 설쳐 대는데도 칼리가 보이지 않는다. 아크라는 놈도. 그렇다면 아마도 함 내에서 싸우고 있다는 뜻이겠지. 네가 주위의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곳에 들어가려 한다면 답은 뻔하지. 2 대 1이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지? 뭐 너 같은 놈 하나 추가된다고 칼리가 위험해질 것 같지는 않지만 못 본 척할 수는 없군.”
사내가 장검을 들어 올리며 씨익 웃었다.
“죽어 줘야겠다.”
-죽어 줘야겠다? 놀고 있군. 넌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첫째, 나를 아크의 졸개 따위로 본 것. 그리고 둘째, 내 앞을 막은 것이다.
“저쪽이다!”
투투투투! 투투투투!
그때 사내를 발견한 쿠파와 헤드로가 총격을 퍼부었다.
“날파리 같은 것들이…… 붕익선鵬翼旋!”
순간 사내가 빙글 몸을 돌리며 날개를 펄럭였다.
그러자 수백 개의 하얀 깃털이 퍼져 나가며 주위에 돌풍이 휘몰아쳤다. 사내를 향해 날아오던 수십 발의 탄환이 돌풍에 휘말리자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저, 저게 무슨……!”
쿠파와 헤드로만이 아니었다.
날갯짓으로 날아오는 탄환을 막아 내는 장면에 해적과 친위대원들까지 격전 중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다. 누구라도 그런 장면을 목격하면 놀랄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단 1명,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검파劍波!”
번뜩이는 붉은 검기!
……바로 붉은학살자였다.
“곧바로 기습인가? 과연 비열한 라마답군. 붕익선!”
사내가 비웃음을 띄우며 날개를 펄럭이자 다시 수백 개의 깃털이 공간을 뒤덮었다. 그러자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나며 붉은 검기의 기세가 줄어들다가 사라졌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퍼펑! 위이이잉!
흩어지는 폭광 사이로 붉은 검광이 솟아 올라왔다.
붉은 빛을 발하는 광선검으로 무수한 궤적을 그리며 돌진하는 붉은 인영은 붉은학살자! 붉은학살자가 육박해 오자 사내도 장검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마주쳤다.
그리고 2개의 검이 격돌하는 순간!
쩌쩡! 파지지지! 파직!
갑판의 상공에서 쉴 새 없이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붉은학살자도, 사내도 모두 날개를 사용한다. 그런 두 전사가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며 뒤엉키자 눈으로 좇기도 힘들었다. 당연히 누가 우세한지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주위의 병사들이 결과를 확인한 것은 격렬하게 뒤엉키던 두 전사가 폭음과 함께 좌우로 벌어진 다음이었다.
“꽤 서두르는군.”
하얀 날개의 검사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장검을 내려뜨렸다. 그 검신을 타고 흘러내리는 검은 피.
맞은편에서 붉은학살자가 같은 색의 피가 배어 나오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빌어먹을……!
“그렇게 못 미더운 존재인가? 너희들의 대장은?”
-누가 누구의 대장이라는 거냐!
“너와 아크의 관계가 뭐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전투의 결과니까. 그리고 너희들이 이 전투의 결과가 아크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으로 끝난 셈이군.”
사내가 웃음기를 머금은 표정으로 살짝 시선을 돌렸다.
반사적으로 사내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붉은학살자의 눈에 당혹감이 번졌다.
콰아아아아-!
칼리함으로 다가오는 해적 무리 사이에서 엄청난 빛의 뿜어내며 돌진해 오는 전차!
아니, 전차와 같은 중갑을 입은 중화기병이었다.
전차로 착각할 정도의 무지막지한 장갑도 그렇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속도였다. 그만한 중갑을 입고 있으면 당연히 다른 해적보다 속도가 늦어야한다.
그러나 중갑 전사의 속도는 붉은학살자 이상!
이 비행속도의 비밀은 중갑 전사의 뒤에서 뿜어지는 빛에 있었다. 현재 이 지역은 EMP에 의해 모든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우주 공간에서 비행 능력을 얻을 수 있는 스카이워커 따위도 사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단 하나, 예외가 있었다.
바로 무기나 아머 같은 장비품이다.
‘저건 광선포!’
그게 중갑 전사의 뒤로 뿜어지는 빛의 정체였다.
중갑 전사는 뒤로 광선포를 뿜어내며 그 반동을 이용해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가 향하는 곳은 칼리함의 해치! 아크와 칼리가 대치하고 있는 전함 내부였다.
“궁금해 할 것 같아서 말해 주지. 저 친구는 장보고라는 유저다. 유난히 병기에 집착하는 버릇이 있지만 그런 만큼 우리 가운데 화력은 최강이지. 그런 녀석이 함 내로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가?”
-1대1 싸움에 끼어드는 것은 비열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비열하지. 하지만 대의를 위한 일에 사사로운 감정을 내세울 수는 없지.”
-대의라고? 해적질이?
“대붕의 뜻을 박쥐 따위가 이해하기는 무리겠지.”
-제 편할 대로 지껄여 대는군.
“그렇게 생각해도 할 수 없다.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크를 해치워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 설사 그 대가로 연방군에게 전멸 당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 자식들 제정신인가?’
붉은학살자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유저에게 우주선은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다.
설사 보험이 있어도 일단 우주선이 격침되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적이라면 그 피해는 더 크다. 그런데 소형 우주선도 아니고, 4등급 바스타드급 이상의 전함을 잃더라도 아크를 해치우겠다니?
평범한 유저가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다.
‘생각해 보면 이번 전투는 시작부터 의문투성이였어. 아크는 놈들이 호크의 사주를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해적이 은하연방의 혹성을 습격한다는 것도 그렇고, 단순히 호크의 사주를 받은 것치고는 놈들이 감수해야 할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분명 놈들의 습격에는 다른 이유가 있어. 아크조차 모르는 이유가!’
그러나 지금은 그런 추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사내의 말대로 이대로 장보고라는 유저가 함 내로 진입하면 아크는 끝장이다. 아니, 이대로 둬도 끝장날 확률이 높지만 어쨌든 99%의 패배가 100%로 확정되는 것이다.
아크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도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두고 볼 수만도 없는 일!
-빌어먹을! 비켜라! 혈우검血雨劍!
붉은학살자가 핏빛 검기를 난사하며 방향을 꺾어 장보고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조급함은 실수를 부르는 법이다.
‘혈우검’은 수십 개의 검기로 적을 뒤덮어 버리는 광역 스킬. 만약 이곳이 지상이었다면 적어도 움직임은 봉쇄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이곳은 우주 공간, 거기에 사내는 날개까지 붙어 있다. 공간을 뒤덮은 무수한 검기라도 그저 날개를 펄럭이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멋대로 상대를 바꾸면 곤란하지.”
곧바로 따라붙어 앞을 가로막은 사내가 장검을 치켜세우며 씨익 웃었다. 그사이에 광선포를 뿜으며 날아온 장보고는 이미 해치 입구에 도달해 있었다.
‘여기까지인가…….’
콰콰콰콰콰! 콰콰콰콰콰!
붉은학살자가 입술을 깨물었을 때였다.
갑자기 반대쪽에서 굉음이 울리며 뭔가가 장보고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날아오는 물체는 우주복에 공기를 충전할 때 사용하는 산소통! 파괴된 주입구로 엄청난 양의 산소를 방출하는 산소통이 미사일처럼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막 해치 속으로 사라지는 장보고와 충돌!
산소통에 매달려 있는 사내가 갑판 위를 구르며 권총을 빼 든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불길을 일으키며 뻗어 나온 탄환은 정확하게 산소통에 박혀 들어가는 순간!
탕-! 탕-! 퍼펑! 콰콰콰쾅!
이어지는 폭발!
산소통이 폭발하며 장보고가 수백 미터나 튕겨 날아갔다.
“이, 이런…… 저런 놈이…….”
-……레피드!
붉은학살자의 입술이 살짝 치켜져 올라갔다.
그의 말대로 산소통을 타고 날아와 장보고를 직격, 폭발시킨 사람은 다름 아닌 레피드!
-그저 무게만 잡는 놈은 아니었군. 쳇, 이렇게 되면 나도 그냥 얌전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 할 수 없지. 좋아. 나도 더 이상 아크는 신경 쓰지 않겠다. 아크에게 신경 쓰느라 허접한 놈에게 당해 버리면 쪽팔리니까.
“허접? 내가 누구인지 알고 하는 말이냐?”
붉은학살자의 말에 사내가 같잖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이지, 아리온.
그러자 붉은학살자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이번 전투를 계획한 해적은 총 4명. 칼리와 장보고, 유진, 아리온이다. 그중 장검을 사용한다고 알려진 해적은 하나, 게임 특종의 TOP 50에서 22위로 랭크되어 있는 아리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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