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12)
아크 더 레전드-512화(512/875)
[512] SPACE 4. 데브리 (3)-역시 유진!
유진 함 내부, 스크린에 떠오른 아리온과 장보고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저렇게까지 많은 데브리를 만들어 내다니, 수학 선생은 뭐가 달라도 다르군.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대단한 일도 아니야.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학교 수학 수준의 간단한 공식 몇 개만 응용하면 돼.”
-쉽게도 말하는군.
“수학은 원래 쉬워. 원리만 알면.”
-뭐 그렇다고 치지. 어쨌든 네 덕분에…….
아리온이 눈매를 좁히며 데브리로 뒤덮인 공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시선을 끌듯이 움직여 맞은편에 모여 있는 아크 함대를 바라보았다.
-놈들을 해치울 기회가 생겼으니까.
“그래, 하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일단 저 지역은 봉쇄했지만 연방함대가 다른 워프 포인트로 이동하는 것까지 막을 방법은 없어. 이면세계에서 워프 포인트를 다시 설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다름 아닌 연방함대니 늦어도 1시간, 그러니 적어도 30~40분 안에는 아크를 해치우고 퇴각해야 한다.”
-그 정도면 충분해.
장보고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리가 이곳에서 몇 시간이나 허비한 이유는 아크의 계략에 빠져 무의미한 추격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
장보고의 말에 유진과 아리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렸다. 그들의 눈동자가 향한 메인 스크린에는 6척의 우주선, 아크 함대가 모여 있었다.
사실 이들은 전투를 시작하고 4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아크 함대를 본 적이 없었다.
아크가 전면전을 회피하며 항상 사정권 밖에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그들과 아크 함대 사이의 거리는 불과 1킬로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연방함대를 믿고 이렇게까지 거리를 좁혀 왔겠지만…….
-그게 네 패인敗因이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위이이잉!
그때 이미 묵직하게 진동하는 해적 함대의 선수에서는 빛의 입자가 모이고 있었다.
그렇게 모인 빛의 입자는 기체의 내연기관을 타고 흐르며 끝없이 증폭, 파괴적인 에너지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다시 선수를 하얗게 백열시키며 집약되는 순간!
-죽어라, 아크! 천만 학생의 미래를 위해서!
콰콰콰콰! 콰콰콰콰! 콰콰콰콰!
SPACE 5. DOGFIGHT! (1)
콰지지지! 퍼펑! 콰콰콰쾅!
굉음을 울리며 두 줄기의 빛이 충돌했다.
순간 거대한 빛줄기가 수만 가닥으로 나뉘어 퍼져 나가며 충격파가 뒤따랐다. 수십 킬로미터의 우주 공간을 뒤흔들어 대는 충격파에 휘말리자 수천 톤에 달하는 전함도 태풍을 만난 조각배처럼 흔들렸다.
내부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모니터는 노이즈에 뒤덮인 채 점멸하고, 과열된 패널 사이에서는 그을음 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큭! 상황 보고!”
“기체 제어 장치의 회로가 과부하에 의해 손상을 입었지만 자체 회복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그 외에 몇몇 장비에 에러가 발생했지만 크게 문제 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저 자식들, 이제 물불 가리지 않겠다는 건가?”
아크가 이를 갈아붙이며 해적 함대를 노려보았다.
원래 주포는 충분한 거리를 확보한 뒤에 사용하는 무기다.
주포를 충전시키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사용하면 설사 적함에 적중시켜도 주포를 발사한 전함 역시 충격파에 휩쓸려 대미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놈들은 불과 1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서 주포를 발사했다.
막가자는 얘기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스왈로우가 데브리에 당해 폭발하기 전에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아크 역시 곧바로 주포를 충전시키고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그때 대응이 몇 초만 늦었어도 그 막가는 공격에 박살이 나 버렸으리라.
-쳇, 꼴이 말이 아니군.
-뭐 이 정도는 버틸 만하지만…….
지직거리는 화면 속에서 잠시 사라졌던 붉은학살자와 파크가 떠오르며 대답했다. 그러나 뒤이어 얼굴에 그을음이 잔뜩 묻은 그레온이 떠오르며 소리쳤다.
-난 버틸 만하지 않아! 좋지 않아! 아니, 심각하다고!
그레온의 얼굴처럼 그의 우주선은 확실히 상태가 좋지 않았다. 우측 날개 윗부분의 장갑이 왕창 뜯겨 나가 있었고, 외부로 드러난 기계에서는 연신 시퍼런 스파크가 튀며 연기를 뿜어 올리고 있었다.
이미 이전 함대전에서 적지 않은 대미지가 쌓여 있던 상태에서 충격파에 휩쓸리는 바람에 피해가 커진 것이다.
-역시 이런 싸움에 끼어드는 게 아니었어!
덕분에 그레온이 징징거리며 불평을 해 댔지만 아크는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함대 상황을 살피던 아크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뭐야? 그런 거? 남의 우주선이라고 막말하기냐!
-그만 좀 해요! 분위기 파악 좀 하라고요! 아직 전투 중이잖아요!
참다못한 멜리나가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레피드가 그레온을 째리며 끄덕였다.
-그래, 적당히 해라. 멜리나 님의 말대로 지금은 전투 중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상황이 매우 안 좋아. 아니, 처음부터 좋지 않았지. 그럼에도 지금까지 우리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정면충돌을 피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방함대를 믿고 너무 가까이 접근해 버렸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네 우주선의 상태가 아니라 놈들과의 거리다.
……정확한 지적이다.
사실 이번 충돌로 피해를 입은 함선은 그레온함만이 아니었다. 레피드와 클렘이 타고 있는 무적함-Ⅰ, Ⅲ도 어딘가 대미지를 입었는지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굳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대지 않는 이유는 지금은 이미 그런 문제를 논할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놈들은 이미 2척의 전함을 잃었다.’
그러나 그게 아크 함대가 우세해졌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6척에서 4척으로 줄었지만 해적 함대는 타이탄급 3척에 바스타드급 1척이다.
반면 아크 함대는 아직 6척이나 남아 있지만 바스타드급은 실버스타 하나, 아수라와 그레온, 파크함은 그보다 한 등급 떨어지는 3등급 우주선이다. 그리고 나머지 2척은 무려 ‘무적함’이라는 어마 무시한 이름이 붙어 있었지만 실체는 수송선, 막상 전투가 시작되면 전력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함대전의 승패가 등급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전투란 그리 단순한 게 아닌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나름의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의 얘기다.
지금 양군의 함대가 모여 있는 곳은 기뢰 밭 속, 기동성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 아니다. 게다가 이미 이 정도까지 근접해 있는 상황이라면…….
-마, 맞아! 그러고 보니…….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그레온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젠장! 그런데 뭐 하고 있는 거야? 어이, 슬레이! 당장 함선을 돌려!
“그건 안 돼!”
아크가 버럭 소리쳤다.
“이미 우리는 놈들의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다. 이제 와서 방향을 돌린다고 놈들의 포격을 피할 수는 없어. 아니, 설사 어찌어찌 방향을 돌린다고 해도 놈들의 전함은 우리보다 항해 속도가 빨라. 배후를 내주면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격침될 뿐이야.”
-그럼 어쩌라고!
“다른 방법이 있겠냐?”
아크가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돌렸다.
함대의 앞은 아직까지 주포와 주포가 충돌할 때 발생한 중력장의 왜곡에 의해 공간이 물결치듯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 모여 있는 해적 함대는 장보고함을 선두로 삼각(△)진을 형성하며 아크 함대를 향해 함포와 기관포의 각도를 조종하고 있었다.
그런 움직임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와라! 끝장을 보자!
“……붙어 보는 수밖에 없지.”
가능하면 이런 식의 전투는 피하고 싶었다.
무적함-Ⅰ, Ⅱ, Ⅲ를 이용한 허장성세나, 기뢰 밭을 만들어 놓은 이유도 모두 이런 식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제 달리 방법이 없다.
연방함대의 워프 포인트가 데브리에 의해 봉쇄당한 이상!
이미 해적 함대의 사정권에 들어와 버린 이상!
‘이제…….’
“형님, 적함의 포격입니다!”
그때 헤겔이 아크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중력장의 왜곡이 가라앉기가 무섭게 해적 함대 위로 무수한 빛 무리가 떠오르고 있었다. 붉고 푸른, 형형색색의 빛은 EMP탄이나 셰이커 같은 특수탄이 섞여 있다는 증거였다.
단기결전短期決戰! 모든 화력을 집중해 단숨에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각 함, 대응사격하며 U 자 대형으로 전환! 붉은학살자! 나와 함께 선두에 선다!”
-차라리 잘됐다! 나도 아리온이라는 놈과 아직 결판을 내지 못했어! 이렇게 된 이상 함대전으로라도 끝장을 봐야겠다! 케이커, 포탑을 가동하라! 진격!
붉은학살자가 거친 목소리로 소리치자 아수라가 기관포를 난사하며 전진했다.
이를 시작으로 두 함대 사이의 공간에서는 무수한 섬광이 터지며 스파크와 화염에 뒤덮였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포탄이 실드를 들이받자 실버스타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그러나 아크는 흔들림 없이 지시를 이어 갔다.
“그 뒤는 그레온과 파크!”
-으악! 시작됐다! 시작됐어! 망했어!
-뭐 하는 거예요? 에잇! 저리 비켜요! 내가 조종하겠어요!
그레온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징징거리자 보다 못한 멜리나가 조종석을 차지하고 앉았다. 덕분에 그레온함이 살짝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무리 없이 파크함과 함께 실버스타와 아수라의 뒤에 자리 잡았다.
“어차피 사정거리가 짧은 수송선의 기관포로는 적 함대를 공격할 수 없다. 그러니 포탑을 GEM 시스템과 링크시켜 후열에서 적의 포격을 요격하는 데 집중한다. 알고 있겠지만 최우선적으로 요격해야 하는 적탄은 특수탄이다.”
-또 뒤인가? 젠장, 우주선 하나 사두든지 해야지, 못해 먹겠군.
-동감이네. 뒤에서 깨작거리는 건 성미에 맞지 않는데 말이지. 하지만 적탄을 요격하는 것도 나름 재미는 있을 것 같군. 한번 해 보지.
뭐 자가 우주선이 없어 무적함-Ⅰ, Ⅲ를 맡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우주선의 모든 병기는 기본적으로 자동화가 가능하지만 관련 능력을 가진 유저나 NPC를 배치하는 편이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GEM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
아니, GEM 시스템은 날아오는 포탄을 요격하는 것이라 반자동―GEM은 100% 수동 조작이 불가능하다―으로 조작하려면 보다 정밀한 사격술이 필요하다. 백발백중을 자랑하는 총사 레피드와 저격수 클렘이 적임자인 것이다.
위잉! 투투투! 퍼펑! 위잉! 투투투! 퍼펑!
그 효과는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무적함-Ⅰ, Ⅲ가 U 자 진형의 후미로 이동하며 GEM 시스템을 발동시키자 탄막을 뚫고 들어오는 적탄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어쨌든 무적함-Ⅰ, Ⅲ가 자리를 잡자 U 자 진형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불과 1킬로미터 거리를 두고 4척의 해적 함대가 삼각(△) 진형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들이 대치한 전장은 사방이 기뢰 밭이라 기동성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따라서 전투는 힘과 힘의 격돌!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퍼펑! 퍼펑!
두 함대가 불과 1킬로미터 거리에서 포격을 퍼붓자 공간이 진동하며 일대가 폭광에 삼켜졌다. 그리고 다시 그 속에서 무수한 폭광이 점멸하며 폭풍이 휘몰아쳤다.
일대를 뒤덮은 폭광 탓에 적 함대는 보이지도 않는다.
자기장과 중력장의 폭풍이 뒤엉켜 레이더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니 제대로 조준해서 포격할 수도 없었다.
마치 중세시대의 함대전처럼 그저 포격수의 감으로 적을 향해 포탄을 쏟아붓는 것이다. 그럼에도 거리가 가까우니 적중률은 무시할 수 없었다.
퍼퍼펑! 퍼퍼펑!
-적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실버스타의 실드 내구도가 21% 감소했습니다.》
-적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실버스타의 실드 내구도가 19% 감소했습니다.》
우수수 폭탄이 쏟아질 때마다 실드가 20%씩 깎여 나갔다.
실드만 깎여 나가는 것이 아니다. 실드는 대미지를 경감시켜 주는 보호막에 불과하다. 때문에 폭음이 울릴 때마다 장갑도 움푹움푹 파이며 내구도가 떨어지고 있었다.
“역시 이런 전면전은…….”
아크가 신음을 삼키며 선장석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모니터에 떠 있는 실버스타의 모형도는 여기저기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미 실드와 장갑이 적지 않은 손상을 입었다는 뜻이다.
-실버스타
선체 : 중형-4등급 분류 : 전함
화력 : 38,000 속도 : B(+40%)
선회 : A(+40%) 실드 : C(+35%)
에너지효율 : B(+45%)
※방어 : 실드 게이지 : 27%(+15%)
선체 장갑 내구도 : 68%(+15%)
※공격 : 주포(선더볼트) 충전율 : 50%(2회 사용 가능)
기관포 4기 : 수동 사격용 탄환-37%, 응축 에너지 입자포 충전율-80%
※특수 : <광학스캐너×15>, <채프×8>, <보조 엔진>
※스킬 : <광자이동>, <워프 항해>, <형상 분해 융합>, <이미지 웨폰>
불과 5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입은 피해였다.
형편은 아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실버스타보다 한 등급 낮은 만큼 손상도는 더 심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