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13)
아크 더 레전드-513화(513/875)
[513] SPACE 5. DOGFIGHT! (2)이미 상부 갑판이 떨어져 나간 아수라는 라마 우주선 특유의 붉은 살점 같은 내연기관이 외부로 드러나 피처럼 붉은 액체를 기포처럼 떠올리고 있었다.
전방에서 방벽 역할을 해 주는 실버스타와 아수라의 상황이 이러니 후열의 그레온과 파크, 무적함-Ⅰ, Ⅲ도 몇 번이나 포격에 노출되어 장갑이 함몰되어 있었다.
-아크!
지직거리는 화면에서 붉은학살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뻔한 소리지만 이런 식의 포격전은 우리에게 불리해! 일단 화력부터가 다르다고!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야! 너도 알고 있지? 함대전은 파티 전투와 다를 바 없어! 그리고 파티 전투는 무엇보다 직업 조합이 중요하다! 우리가 이 정도로 밀리는 이유가 그거야! 놈들의 함대는 이런 포격전에 최적화되어 있는 편성이야!
“……나도 보고 있어.”
아크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새삼스럽지만 화력 면에서 해적 함대가 앞선다는 것은 이미 예상했다. 그러나 전함의 숫자는 아크 함대가 더 많은 것도 사실. 무적함-Ⅰ, Ⅲ에게 GEM 시스템을 전담시켜 피해를 줄이며 대응하면 그럭저럭 싸울 만하다고 예상했다.
완전한 오산이었다.
함대 사이의 공간이 폭광에 뒤덮여 있지만 언뜻언뜻 보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이미 6척의 전함이 모두 적지 않은 대미지를 받은 아크 함대와 달리 해적 함대는 울컥할 정도로 멀쩡한 것이다.
선두에 돌출되어 있는 장보고함만 몇 줄기 연기를 뿜어 올리고 있을 뿐, 그 뒤의 3척은 아직 실드도 거의 소모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건 단순히 전함의 성능 차이 때문이 아니다!’
전함의 등급은 눈으로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직접 싸워 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정보도 있었다.
우주선은 원래 오너―선장―의 직업에 따라 독자적인 특성을 보유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인디비듀얼리티Individuality, 전함의 특성이다.
오너의 직업이 전사형이라면 우주선도 근접전에 특화된 스트라이커Striker로, 방어형이라면 장갑과 실드가 강화되는 저거노트Juggernaut로, 유격형이라면 레이더와 사정거리가 강화되는 스팅거Stinger로, 우주선도 오너와 같은 특성이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해적 함대의 선두를 맡고 있는 전함은…….’
장갑과 실드가 강화된 저거노트 타입!
아크 함대가 예상보다 더 고전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유저의 파티처럼 함대도 어떤 타입의 우주선을 조합해 편성하느냐에 따라 전투 방식이 달라진다. 그리고 이런 식의 화력전이라면 당연히 탱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크 함대에서 탱커 역할을 하는 실버스타는 기동성을 중시하는 스카우트Scout 타입, 아수라는 근접전에 특화된 스트라이커로 분류되는 전함이었다.
파티에 비유하면 딜러가 탱커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적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정품(?) 탱커인 장보고함이 방어를 맡고 있는 해적 함대에 비해 전반적인 방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게 미처 아크가 고려하지 못했던 변수.
아직 함대전의 경험이 많지 않은 아크는 미처 우주선의 특성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우주선의 특성에 이렇게까지 영향을 받을 줄은…….’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전함은 어디까지나 도구. 그리고 도구는 사용하는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는 법이다. 같은 의미로 전함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조함술!
-조함술操艦術(특수 스텟) : 우주선이 제 성능을 발휘하는 데는 무엇보다 선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승무원이 우주선의 손과 발이라면 선장은 뇌. 항해와 수송, 혹은 전투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맞춰 항상 최선의 판단으로 승무원을 지휘하는, 선장의 모든 작업이 ‘조함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주선의 성능은 선장의 ‘조함술’에 상당한 영향을 받습니다. 말하자면 최종적인 우주선의 성능은 <우주선의 성능+승무원의 숙련도+선장의 조함술=우주선의 최종 성능>으로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중 ‘조함술’이 다른 두 가지와 다른 점은, ‘조함술’ 수치가 다른 두 가지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우주선의 등급에 비해 ‘조함술’이 높으면 승무원들의 숙련도와 우주선 성능에 각종 보너스가 적용되지만, 반대로 우주선의 등급에 비해 너무 낮으면 오히려 페널티가 주어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무턱대고 큰 우주선을 타고 다닌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진정한 개척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주선의 크기나 무장도에 연연하기보다 먼저 뛰어난 ‘조함술’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조함술은 오직 우주선의 지휘로만 습득할 수 있습니다.
함장이라고 선장석에 앉아 소리만 질러 대는 사람이 아니다. 냉철한 상황판단과 적절한 명령은 기본, 거기에 ‘조함술’이라는 스텟으로 전함의 성능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아크와 붉은학살자를 제외하면 아크 함대의 함장은 모두 초보자. 그레온과 파크는 우주선을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레피드와 클렘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상대는 해적, 문자 그대로 함대전의 프로들이다.
당연히 그만큼 ‘조함술’ 수치도 높을 터! 결국 전함의 성능, 함대의 편성, 거기에 함장의 ‘조함술’까지, 모든 부분에서 아크 함대가 밀리고 있는 것이다.
‘무리다! 이런 식으로는 결과가 뻔해!’
그러나 아크도 결과가 뻔한 포격전을 마냥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 그리고 나도 나름대로 생각해 둔 방법이 있어.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아직 좀 더 준비가 필요해.”
-아직이라니? 지금 우리가 그런 말을 할 여유가 있어?
“없지. 없으니까. 아마도 기회는 단 한 번, 그 기회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그러니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 줘!”
-대체 그게 뭔데?
퍼퍼펑! 퍼퍼펑! 퍼퍼펑!
붉은학살자가 미간을 찡그리며 되물었을 때였다.
또다시 포격이 쏟아지자 갑자기 후열에서 그레온함이 진형을 이탈하며 상승했다. 뜻밖의 상황에 모니터를 돌아보자 어느새 다시 자리를 차지한 그레온이 발악하듯이 소리쳤다.
-빌어먹을! 멀뚱멀뚱 서서 포격을 맞는다니, 이건 미친 짓이야! 보라고! 너희가 제대로 막아 주지 못해서 입은 상처를! 그런데도 그냥 진형을 유지하고 있으라고? 난 죽기 싫어! 아니, 난 죽어도 상관없지만 우주선은 포기 못 해! 차라리…….
“멍청아! 그만둬!”
퍼펑! 콰콰콰쾅!
아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상승하던 그레온함의 갑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새삼스럽지만 아크도 좋아서 멈춰 서서 무식하게 포탄을 때려 붓는 포격전을 하고 있는 아니다.
이곳이 기뢰 밭 속이니까! 기뢰는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눈이 없으니까! 그러니 포탄을 피하겠다고 저렇게 무턱대고 움직이면 기뢰에 펑!
-으악! 가, 갑판이!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레온의 불행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레온함이 진형에서 떨어져 나와 기뢰에 얻어맞고 해롱거리자 해적 함대가 곧바로 포격을 쏟아부었다.
……성질 같아서는 그냥 콩가루가 되게 놔두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1척의 우주선이 아쉬운 상황이다. 그리고 저래 보여도 그레온함은 스팅거 타입의 기체, 방어력이 허접한 대신 공격력은 꽤 높은 우주선이었다.
“젠장! 헤겔, 실버스타를 그레온함으로 회전시켜라!”
아크의 명령이 떨어지자 실버스타가 제자리에서 팽이처럼 회전했다. 그리고 선수가 그레온함을 향하는 순간!
“앵커 발사!”
실버스타에서 뻗어 나간 앵커가 그레온함에 박혔다.
이때도 아직 실버스타는 회전하고 있었다. 때문에 앵커가 박히자마자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그레온함이 실버스타의 회전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끌려 왔다. 덕분에 그레온함이 해적 함대의 포격에 박살 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지만.
‘……진형이 무너졌다!’
실버스타와 그레온함의 이탈로 진형이 와해된 것이다.
이제 아크 함대의 선두를 맡고 있는 함선은 아수라 1척, 실버스타와 공조해 방어하면서도 숨이 깔딱깔딱 넘어가던 아수라다. 그런데 탱커 역할을 혼자 떠맡으면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아마도 곧 아수라가 공중 분해되는 장면을 구경할 수 있으리라.
‘할 수 없지. 예정보다는 빠르지만.’
“레피드, 지금이다!”
아크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좋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가자! 전속 전진!
레피드가 씨익 웃으며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무적함-Ⅰ가 굉음을 일으키며 앞으로 치고 나왔다.
U 자 진형의 가장 후미에 포진하고 있어 무적함-Ⅰ는 거의 대미지를 받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무적함-Ⅰ가 진형의 선두로. 아니, 아수라를 지나쳐 해적 함대를 향해 돌진했다.
이게 아크가 숨겨두었던 비장의 한 수!
“여기서 승부를 건다!”
아크의 눈동자에 비장함이 깃들었다.
@
“저, 저게 무슨?”
장보고가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갑자기 아크 함대의 진형이 무너지는가 싶더니 후열에 있던 무적함-Ⅰ가 무서운 기세로 돌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포화를 뿜어내는 해적 함대를 향해!
“좀 전에 기뢰를 들이받은 우주선도 그렇고, 저 자식들이 죽을 때가 되니 미쳐 가나?”
-장보고, 저 함선의 뒤를 봐라!
“뭐? 뒤?”
아리온의 말에 장보고가 눈매를 좁히며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그제야 장보고는 무적함-Ⅰ의 뒤로 작은 물체가 떨어져 나가는 장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 물체는 사람! 무적함-Ⅰ가 후미로 승무원들을 떨구며 돌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대체 왜? 아니, 그런 것은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설마 이 자식들…….”
-그래, 육탄공격이다. 놈들도 네가 우리 함대의 핵심이라는 것을 깨달은 거야. 하지만 포격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으니 저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겠지.
“웃기는군. 저따위 허접한 수송선으로 들이받는다고 어찌 될 전함도 아니지만 얌전히 당해 줄 수는 없지. 주포로 수송선과 승무원을 한꺼번에 녹여 주마!”
-아니, 놈이 이미 500미터 전방까지 접근했다. 주포를 충전할 시간이 없어. 저 수송선을 막기 위해서는 취약한 부분에 함대의 화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유진, 저 수송선은 아슐라트 사양이다! 어디가 좋겠냐?
-선수 아래 부분!
투콰콰콰! 투콰콰콰! 퍼펑! 퍼펑!
유진이 대답과 동시에 무적함-Ⅰ를 향해 함포와 기관포를 발사했다. 포탄이 박히는 곳은 정확하게 선수 아래 부분!
그러자 나머지 3척의 전함도 같은 곳을 향해 포탄을 쏟아부었다. 승무원이 모두 탈출했음에도 무적함-Ⅰ는 GEM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해적 함대의 포격을 막아 내기는 역부족, 순식간에 선수가 뭉개지며 불길이 솟았다.
그러나 수송선 역시 전함과 비슷한 크기의 대형 우주선, 거의 무방비 상태로 다가온다 해도 막상 폭파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한 지점에 집중시킨 포탄이 장갑을 뚫고 선체 내부에서 폭발하기 시작하자 100여 미터를 남겨두고 불길에 휩싸이며 폭발했다.
“훗! 쓸데없이 힘주게 만드는군.”
장보고가 굳어 있던 표정을 풀며 중얼거릴 때였다.
갑자기 무적함-Ⅰ가 뿜어 올리는 시커먼 연기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갈라지더니 다른 함선이 불쑥 솟아 나왔다.
선체에 적혀 있는 이름은 무적함- Ⅲ!
“뭐, 뭐야? 이, 이 자식들……!”
쿠콰콰콰! 콰콰콰콰!
굉음이 울리며 전함이 확 기울어졌다.
무적함- Ⅲ가 연기를 뚫고 돌진해 장보고함을 들이받은 것이다. 이에 선장석에서 튕겨 나간 장보고는 바닥을 구르다가 패널을 들이받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크윽! 빌어먹을! 머글, 전함의 피해를 보고…… 헉!”
이를 갈아붙이며 몸을 일으키던 장보고가 헛바람을 들이켜며 입을 다물었다. 전함을 들이받은 무적함- Ⅲ의 후미 갑판이 하얗게 백열 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장보고는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자폭!”
퍼펑! 콰콰콰! 콰콰콰콰쾅!
무적함- Ⅲ의 후미에서 거대한 섬광이 뻗어 나온 것은 그때였다. 은하계의 금기로 취급되는, 융합 엔진을 강제로 역회전시켜 일으킨 폭발로 만들어진 섬광이었다.
그 에너지의 양은 주포의 수 배!
전함의 장갑조차 증발시켜 버리는 엄청난 고열의 빛은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며 순식간에 장보고함까지 삼켜 버렸다. 그리고 그 빛이 다시 축소되기 시작할 때, 1척의 전함이 은빛 궤적을 그리며 날아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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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다!’
폭발하는 장보고함을 지나치는 은빛 전함!
실버스타의 함교에서 아크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수송선 1척으로 해적 함대의 포화를 뚫고 들어가 장보고함과 충돌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이에 아크는 이전에 해적들이 무적함-Ⅱ를 격침시킬 때 사용했던 방법처럼 무적함-Ⅰ, Ⅲ를 ‘◁◁’ 형태로 돌진시켰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다. 그 뒤로 실버스타와 아수라, 그레온, 파크함이 줄지어 돌진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승부를 내기 위해서!’
이때, 해적 함대는 무적함-Ⅰ의 돌진을 제지하기 위해 쉬지 않고 포격을 퍼부은 뒤였다.
그러나 아크 함대는 ◁◁◁◁◁◁…… 그냥 일렬로 늘어서서 무적함-Ⅰ의 뒤를 졸졸졸 쫓아오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지금이다! 주포 발사!”
퍼펑! 콰콰콰콰! 콰콰콰콰! 콰콰콰콰!
4척의 우주선에서 뻗어 나가는 거대한 빛줄기!
……해적 함대와 달리 아크 함대는 주포를 충전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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