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17)
아크 더 레전드-517화(517/875)
[517] SPACE 6. 전투가 끝나고…… (3)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배배꼬인 말뿐이었다.
-됐다니까. 은혜도 모르는 놈에게 내가 왜 그런 것까지 말해 줘야 하는데?
“아! 젠장! 누가 고마운지 모른데요? 알아요! 안다고요! 나도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그러는 거잖아요! 어른이 돼 가지고 그 정도도 이해 못 합니까?”
-못한다, 인마. 어쩔래?
“정말…….”
-그만하시죠, 후작님.
아크가 울컥하자 페이가 끼어들었다.
-아크, 들리나? 나 페이다. 그리 짜증 낼 필요 없어. 후작님도 여기까지 함대를 이끌고 왔는데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해서 욕구불만이 돼서 이러는 거니까. 그래도 누구보다 네 안위를 걱정한 분이 후작님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무리 후작님이라도 그렇게까지 무모한 짓을 하지 않았겠지. 그리고 전투가 끝난 뒤에도 가장 먼저 네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알아보셨다.
그렇게 걱정되면 빚 좀 대신 갚아 주지! 돈도 많으면서!
이런 대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닌 현상금이다.
“……!”
이어지는 페이의 말에 아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다시피 이번에 이큘러스를 공격해 온 해적들은 하나 같이 개척지에서 악명이 자자한 해적들이다. 때문에 이미 오래전부터 현상금이 걸려 있었지. 뭐 아직 사망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지. 현상금이 걸린 해적은 설사 은하계 너머의 페어리에 등록되어 있다 해도 은하 3국과 평의회의 공동 정보망에 의해 은하 재판소로 이동한다. 뭐 너도 전력이 있으니 알고 있겠지만.
페이가 쓸데없이 사족을 붙이며 말을 이었다.
-놈들도 개척자이니 모두 사망한 것이 맞다면 곧 은하연방의 재판소에서 부활하겠지. 그게 확인되면 네게 놈들의 목에 걸려 있던 현상금을 받을 자격이 생기는 거다.
“그, 그게 얼마인데요?”
-알아보니 총액이 25,000골드 정도 되더군.
“2…… 25,000골드?”
아크는 머릿속이 멍해졌다.
25,000골드라니? 상상조차 못 했던 금액이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기뻐할 수는 없었다. 상상 이상의 금액인 것은 분명하지만 수송선 3척 값은 되지 않는 것이다. 아니, 그래도 엄청난 거금이기는 했지만…….
-그리고 네가 징발한 수송선 말인데, 그 문제는 차후에 마틴 후작님이 라마와 아슐라트, 평의회에 직접 서신을 보내 협상할 생각이다. 물론 후작님이 나서도 완전히 탕감할 수는 없겠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는 절충할 수 있겠지. 어차피 해적에게 걸린 현상금은 은하 3국과 평의회가 공동으로 지급하는 구조로 되어 있으니 후작님이 직접 나서면 수송선 건은 현상금을 포기하는 정도로 해결할 수 있을 지도 몰라.
“저, 정말입니까?”
아크의 얼굴이 1,000W 전구처럼 밝아졌다.
25,000골드를 포기해야 하지만 어차피 수송선이 아니었다면 칼리 함대를 막을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버스타와 아수라, 그레온, 파크함은 물론 이큘러스까지 박살 났겠지.
때문에 생돈을 뜯겨도 불평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런데 아직 보지도 못한. 아니, 방금 전까지는 생각도 못 했던 현상금으로 타협할 수 있다면 아크로서는 완전 땡큐!
물론 수송선 외에도 아수라나 그레온, 파크함의 수리비와 전사자의 보상금 문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 널려 있는 ‘최소’ 400여 개의 전리품과 전함 6척, 소형 전투기 8기 분량의 고철을 처분하면 그 정도는 감당하고도 남으리라.
이제 돈 문제는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아니, 남는다! 틀림없이 남는다!
수만 골드에 달하는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니 남는 돈이라도 수천 골드는 되리라!
“감사합니다!”
빚쟁이에서 단숨에 돈벼락을 맞은 행운아(?)로 변신한 아크가 넙죽 고개를 숙이며 소리쳤다.
진심 100%의 넙죽! 진심 100%의 감사!
-쳇, 그놈의 고맙다는 소리 한번 듣기 힘들군.
돌변한 아크의 태도에 마틴 후작이 못마땅하다는 투로 웅얼거렸다.
그때 전자석으로 뭉친 데브리를 이큘러스로 옮기는 작업에 동원되었던 은하연방의 전함이 아크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가 싶더니 님프에서 쿠라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좀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뭐야? 왜 네가 거기 타고 있어? T-20으로 안 가고?”
아크는 전투가 끝난 직후에 쿠라칸에게 특수 임무를 하달했었다.
임무 내용은 제피의 체포!
이 또라이 같은 과학자가 아크에게는 말도 없이 멋대로 실버스타에 토트를 탑재(?)시켜 놓고 T-20으로 튀어 버린 것이다. 나름 쓸 만한 구석이 있어 직원으로 입사시켰지만 이번만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덕분에 아크는 이제 실버스타를 타고 밖에 나와서도 지긋지긋한 토트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뭐 그게 아니라도 엄청난 양의 데브리 처리에 엔지니어가 필요하지만.
그런데 임무를 맡긴 쿠라칸이 엉뚱한 보고를 전해 왔다.
-그게…… 이큘러스의 스타게이트가 이스타나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뭐? 왜? 이큘러스는 공격받은 적도 없잖아? 그런데 왜 스타게이트가 망가져?”
-아니, 토리에게 봐 달라고 했었는데 스타게이트는 고장 나지 않았답니다. 실제로 테스트해 보니 다른 혹성과는 연결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스타나하고만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뭔 소리야? 그럼 제피가 스타게이트를 막아 놓기라도 했다는 거야?”
-제게 물어봤자…….
쿠라칸이 어벙한 목소리로 웅얼거릴 때였다.
-아크!
갑자기 마틴 후작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건이 생겼다! 지금 바로 펜타곤으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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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쿵!
길게 이어진 방송국의 복도.
투실투실한 몸매의 사내가 둔탁한 소리를 울리며 뛰어가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소린, 입사 2년 차의 게임특종 기자였다.
덕분에 하루 종일 게임 속에 처박혀, 심지어 작은 우주선 속에서 망원경이나 들여다보느라 운동 부족으로 나날이 체중이 불어 가고 있었지만! 그래서 조금만 뛰어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대박이다!’
소린은 힘든 줄도 몰랐다.
그의 손에 들린 USB에 담겨 있는 영상 때문이다.
‘역시 이큘러스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 정답이었어! 설마 내가 직접 그런 일을 목격하게 될 줄이야! 칼리와 장보고! 아리온! 유진! 개척지에서 악명이 자자한 대해적들이 모두 모인 것도 대사건인데, 은하연방의 영지 혹성을 침공하다니! 게다가…….’
그 상대가 다름 아닌 아크!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한 요주의 유저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그 싸움의 결과였다.
사실 그 전투는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승패가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칼리 함대의 전력은 4등급 전함 6척에 소형 전투기 8기. 이에 맞서는 아크 함대는 3등급 우주선 3척에 4등급 4척―실버스타와 무적함 Ⅰ, Ⅱ, Ⅲ. 심지어 나중에 무적함 시리즈는 수송선으로 밝혀졌다!―. 이미 함대 편성에서부터 싸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아크의 승리!
마지막에는 연방함대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그때 이미 칼리 함대는 괴멸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아크는 그 과정에서 세븐 소드의 하나인 칼리와 1대1로 붙어 격파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갤럭시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대사건!
소린은 그 모든 상황을 영상에 담은 것이다.
‘이거야말로 특종! 이게 방송되면 분명 일대 파란이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이것으로 갤럭시안이 상용화된 이래 부동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세븐 소드의 자리까지 바뀔지도 몰라! 내가! 이 소린이 촬영한 영상으로!’
자신이 촬영한 영상이 갤럭시안의 역사를 바꾼다.
그런 상상으로 소린은 생후 최고 혈압을 갱신하며 들소처럼 게임특종 제작국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특종기자답게 문을 박차고 들어가자 이미 수십 명의 스텝이 모여 있었다.
‘훗! 벌써 특종 냄새를 맡고 몰려들었군.’
이미 혼자만의 세계에 푹 빠진 소린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당당한 걸음으로 메인 MC 이지웅에게 다가갔다. 그때 이지웅은 뭔가 심각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지만 상관없다. 특종이니까!
“형님, 특종입니다!”
“시끄러!”
이지웅이 버럭 소리쳤다.
“지금 다른 일을 신경 쓸 때가 아니야!”
“다른 일이라니요? 특종이라고요! 특종! 기자에게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제가 들고 있는 이 USB에 무슨 영상이 녹화되어 있는지 아십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 충격! 장담하죠. 첫 장면을 보는 순간 형님은 제게 절을 하게 될 겁니다!”
“이런 젠장…….”
이지웅이 짜증나는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한껏 흥분한 소린을 바라보다가 슬쩍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네가 가져온 특종이라는 게 저것보다 충격적이냐?”
“네? 저거라니요?”
소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이지웅의 시선은 모니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주에서 촬영한 듯한 영상. 아마도 갤럭시안의 영상이리라. 그러나 그뿐이었다. 모니터 속에는 그냥 우주 공간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혹시나 싶어 꼼꼼히 들여다봤지만 UFO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래, 아무것도 없지.”
이지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담배를 빼 들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몇 시간 전까지 저 자리에는 혹성이 있었다. 그것도 은하연방의 수도 혹성이. 무슨 말인지 알겠냐? 사라졌단 말이다, 이스타나가.”
SPACE 7. 이스타나 실종 (1)
-이스타나 실종? 어이! 제작사, 장난하냐?
-저는 이스타나에 섹터를 가지고 있는 유저입니다. 그런데 다른 혹성에 갔다 돌아와 보니 이스타나가 사라졌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해명해 주십시오. 설마 이대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건 아니겠죠? 답변 부탁드립니다.
-케케케! 난 라마 유저다. 꼴좋다, 은하연방 놈들!
-전 무역상입니다. 부탁받은 상품을 납기일에 맞춰 배달하느라 다른 퀘스트까지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이스타나가 없어지다니요! 이거 썩는 상품이라고요! 어떻게 보상할 겁니까!
-케케케! 난 아슐라트 유저다. 꼴좋다, 은하연방 놈들!
-이벤트라도 이건 너무한 것 아닙니까?
-버그인지 이벤트인지라도 공지를 해야 할 거 아니야!
-운영 이 따위로 할 거면 집어치워라!
-나는 현재 이스타나에 있는 유저입니다. 일단 이스타나 내에서는 게임을 하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주선을 이용해도 밖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아는 분 계시면 답변 좀…….
갤럭시안의 제작사 석세스풀 퓨처의 홈페이지 게시판은 이런 항의가 폭주하고 있었다.
제작사가 그에 대한 공지를 한 것은 몇 시간 뒤였다.
……자체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은 시스템의 오류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물론 이와 관련된 이벤트나 퀘스트는 존재하지만 저희가 의도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며, 특정 유저의 행동에 의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저희 석세스풀 퓨처는 갤럭시안을 제작하고 서비스할 뿐, 게임 속에서 유저들의 행동에 의해 발생하는 어떤 상황에도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갤럭시안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유저 여러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어떠한 질문이나 요청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충분한 답변이 됐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석세스풀 퓨처
……이런 내용이었다.
당연히 이런 공지는 더 큰 분란을 낳았다.
변경의 작은 혹성도 아니고 가장 많은 유저가 선택한 은하연방의 수도 혹성이 사라졌다. 이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니 불만이 쉽게 가라앉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제작사는 그 이후로 더 이상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때 아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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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촌닭처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드는 엄청난 높이의 천장 아래, 원탁이 놓인 넓은 회의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원탁 둘레의 벽은 전체가 스크린으로 되어 있었는데, 화면 속에는 5개의 소혹성이 굵은 파이프로 연결되어 정확히 오각형을 형성하고 있었다.
현재 아크가 있는 곳은 그 오각형의 중심에 자리 잡은, 마치 벌집처럼 생긴 구조물의 내부였다. 바로 은하연방의 서부소혹성 대에 위치한 서부 사령부, 펜타곤이다.
아크가 왜 갑자기 이런 곳에 와 있는가.
“볼티미어, 시작하게.”
마틴 후작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회색 머리에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마틴 후작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고―이 대목에서 군부에서 마틴 후작의 영향력을 알 수 있었다―입을 열었다.
“이스타나 궤도 수비대 본부에서 보내 온 영상입니다.”
회색 머리의 사내, 볼티미어의 말에 전면 스크린의 영상이 바뀌었다. 녹색과 갈색, 푸른색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는 익숙한 풍경의 혹성, 이스타나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스타나의 한 지점이 검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검은 빛 속에서 마치 식물의 줄기 같은 것이 뒤엉키며 솟아오르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검은 기운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이스타나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이스타나가 점점 흐려지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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