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18)
아크 더 레전드-518화(518/875)
[518] SPACE 7. 이스타나 실종 (2)“음…….”
원탁에 둘러앉은 장성 급 귀족들이 침음성을 터뜨렸다.
“상황은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시간 26분 전, 이해할 수 없는 현상과 함께 이스타나가 사라졌습니다. 이에 궤도 수비대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조사했지만 타투인의 연방군 사령부와 교신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어떤 탐사 장비를 사용해도 이스타나가 사라진 원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스타나의 실종!
이큘러스에서 마틴 후작이 받은 연락이 이것이었다.
이에 마틴 후작은 곧바로 이큘러스의 스타게이트로 펜타곤과 가장 가까운 혹성 제미니로 이동, 그곳에서 다시 비상 연결된 스타게이트―평상시 펜타곤의 스타게이트는 잠겨 있다―를 이용해 불과 1시간 만에 펜타곤으로 날아온 것이다.
그리고 아크는…….
“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글쎄요. 화면만으로는 딱히 뭐라고 하기가…….”
아크가 답답한 표정으로 한숨을 불어 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크가 마틴 후작과 동행한 이유는 이와 비슷한 사건을 경험해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혹성이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과거 이큘러스도 그처럼 사라진 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답한 것처럼 비슷하다는 것만으로 같은 사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뭣보다 이번에 사라진 혹성은 은하연방의 수도 혹성, 함부로 속단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렇겠지.”
마틴 후작도 이해한다는 듯이 끄덕였다.
그리고 원탁에 둘러앉은 귀족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스타나 내부의 상황이오. 이스타나는 황제 폐하께서 기거하시는 은하연방의 심장부. 만약 이 사건으로 인해 이스타나 내부에 예기치 못한 재앙이 발생했다면 은하연방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게 되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사건은 아직 이스타나 내부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고 있는 것 같소.”
제보자는 아크였다.
마틴 후작과 함께 펜타곤으로 이동할 때, 이스타나의 소식을 접한 아크는 바로 A, 그러니까 바이엔의 비서로 앉혀 놓은 퍼거슨의 동생 A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스타나의 내부 상황을 알아보기에 그보다 빠른 방법은 없으니까.
이에 A는…….
-아! 아크 님, 그렇지 않아도 연락하려던 참입니다! 여기서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변해 버렸다고요! 그뿐이 아닙니다.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자마자 내무부 장관의 명령으로 계엄령이 선포되어 이스타나의 모든 도시를 정부에서 관리한다며 T-20에 경비대가 들이닥쳤습니다. 지금 T-20은 경비대에 의해 봉쇄됐고, 저나 바이엔, 하마드란 님 같은 관리자들은 사무실에 연금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알 수가 없단다.
그러나 일단 이스타나가 화면에서처럼 그냥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이스타나가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다.
그때 볼티미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네, 궤도 수비대의 보고에 의하면 몇몇 유저―NPC들은 제2개척시대를 주도하는 신세대를 유저라고 부른다―도 같은 증언을 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유저들은 어떤 통신장비도 이용하지 않고 수만 광년 떨어진 사람과도 연락이 가능한 능력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그런 유저들이 여러 명 같은 증언을 하고 있으니 꽤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덕분에 이스타나의 국민들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정확한 내부 사정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이유는?”
“정보가 통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 통제? 누가?”
“쥬벨 후작님입니다. 현재 이스타나는 쥬벨 후작님의 명령으로 계엄령이 선포되어 있습니다. 이에 경비대가 총동원되어 각 도시를 봉쇄하고 관리자들을 연금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스타나 내부의 유저들도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내무부 장관의 계엄령이라고…….”
“정보가 통제되어 있어 실제로 그게 황제 폐하의 명령에 의한 것인지, 쥬벨 후작님의 독단에 의한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일사천리로 설명을 이어 가던 볼티미어가 잠시 주저하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슬쩍 시선을 돌려 마틴 후작의 눈치를 살폈다.
이에 마틴 후작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볼티미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대응이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빠르다니? 그건 무슨 의도로 하는 말인가? 정보를 통제하고 각 도시의 수뇌부를 연금하고 있는 부분은 좀 과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태가 사태이니만큼 국민들이 혼란에 빠져 공황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속한 대응이 필수 아닌가?”
“맞는 말씀이십니다.”
귀족들의 질문에 볼티미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러 유저의 증언을 종합해 봤을 때, 경비대가 움직인 것은 정식으로 계엄령이 선포되기 전부터입니다. 이스타나 곳곳에 흩어져 있는 경비대가 하늘이 검게 변하는 것과 동시에 각 도시를 봉쇄했다면, 그 전부터 움직였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겠죠. 실제로 주요 도시의 우주항은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봉쇄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징후를 포착했다는 말인가?”
“그리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볼티미어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은색에 가까운 회색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궤도 수비대는 어떤 연락도 받은 바가 없습니다.”
“……!”
이어지는 말에 귀족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제야 볼티미어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다.
잠시 웅성거리던 귀족들 사이에서 굵은 눈썹이 인상적인 50대 사내가 심문하는 눈빛으로 볼티미어를 바라보았다. 그는 백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웨스턴, 과거 마틴 후작이 이큘러스에서 실종되었을 때 수색 작전을 지휘했던 사람이다.
“그러니까 자네는…… 이번 사건에 쥬벨 후작이 관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저는 사실만 말씀드렸습니다.”
“그 사실을 듣고 어떻게 판단하든 그건 우리 몫이다? 하, 재미있군. 과연 정보부장다운 방식이야. 말은 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건가?”
“백작님, 저는 단지…….”
“책임은 내가 지지.”
그때 침묵을 지키던 마틴 후작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볼티미어를 돌아보며 계속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네, 이스타나가 사라진 직후, 정보부는 가능한 모든 연락망을 동원해 이 사실을 각 사령부에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사령부는 연방 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병력에 은하 1호를 발동했습니다.”
은하 1호는 준전시 상황에 돌입했다는 경보다.
이번 사건은 이큘러스가 실종되었던 것과 비슷하지만 의미하는 바는 전혀 다르다.
은하연방의 수도 혹성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은하연방은 현재 라마와 정전 중. 이 정보가 라마에 들어가면 최악의 경우, 전쟁이 재개될 위험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은하 1호는 그런 적국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국경 지대의 병력에 전시상태를 선포하는 경보였다.
물론 거기까지는 회의실의 귀족들도 알고 있었다. 당연한 수순이라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응하지 않는 혹성이 있습니다.”
“응하지 않는다고?”
“네, 아시다시피 은하 1호가 발동하면 예외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군부와 정부 관할의 혹성은 은하 1호가 발동하는 즉시 가까운 사령부에 함대의 지휘권을 위임하고 전시 대비 체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러나 몇몇 혹성은 통신을 받고도 답을 하지 않고 독자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핑계에 불과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라미온, 하슬러 같은 동부 지역의 영지 혹성들입니다.”
“그 혹성들은 분명…….”
“골수 내정파 귀족들이 총독으로 앉아 있는 혹성입니다.”
“흠…….”
웨스턴 백작이 입을 꾹 다물고 침음성을 흘렸다.
다른 귀족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나같이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 간간이 한숨만 불어 내고 있었다.
사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볼티미어는 확답을 피하고 있지만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면 도달하는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은 쥬벨 후작이 일으켰을 확률이 높다는 것.
그리고 만의 하나라도 그게 사실이라면…….
-쿠테타!
쥬벨 후작은 쿠테타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론에 도달하려면 먼저 두 가지 의문이 해소되어야 한다.
첫째는 왜? 쥬벨 후작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하지.”
그때 마틴 후작이 품에서 디스크를 꺼내며 입을 열었다.
“그건?”
“모두 얘기는 전해 들었을 것이오. 얼마 전 쿠림 근처의 산업단지를 무장집단이 점거했던 사건. 그 사건을 해결한 사람이 바로 내 옆에 있는 아크 자작이오.”
“아크! 저 청년이…….”
군부에 속한 귀족들은, 특히 펜타곤에 모인 귀족들처럼 현장 지휘관은 예외적으로 평의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펜타곤에 모인 귀족들은 대부분 아크를 처음 보지만 이름은 알고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아크는 이미 군부 귀족들 사이에서 나름 유명 인사로 통하는 것이다.
“이건 그때 아크가 가져온 디스크요.”
“그런데 그 디스크가 이번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단 말입니까?”
“이 디스크의 내용은 꽤 수준 높은 암호로 되어 있어 아직 일부밖에 해독하지 못했소. 그런데도 쥬벨 후작을 비롯한 내정파 귀족들의 이름이 몇 번이나 언급되더군.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산업단지는 서류상으로는 별개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과거 내정파의 수장이었던 벨테란 공작이 세운 헬리온의 계열사 중 하나지.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귀족들이 웅성거리며 질문을 던져 왔다.
“소문이 사실이라는 말입니까?”
“내정파 귀족들이 오래전부터 헬리온과 은밀한 거래를 하고 있었다는 그……?”
“아직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암호가 모두 해독되면 알 수 있겠지.”
“……대강 그림이 그려지기는 하는군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던 웨스턴 백작이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디스크에 내정파 귀족들이 헬리온과 합작해 벌인 불법적인 내용이 들어 있다면, 내정파 귀족들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설사 지위를 잃지 않아도 마틴 후작에게 약점을 잡힌 채 숨을 죽이며 살아야 하리라.
권력자가 권력을 잃게 된다는 것은 죽음과 같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확 뒤집어 버리자!
그런 생각을 한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가 빠져 있습니다. 후작님의 말대로라면 분명 동기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쥬벨 후작이 무슨 재주로 이스타나를 사라지게 했다는 겁니까?”
……이게 두 번째 의문.
마틴 후작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나도 거기까지는 알 수 없소. 이스타나의 실종은 과거 이큘러스가 사라졌던 사건과 유사한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당시 이큘러스에 직접 들어가 봤던 나나 아크 자작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지.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결코 자연현상은 아니라는 점이오. 만약 이번 사건을 쥬벨 후작이 일으킨 것이 사실이라면 어딘가에서 그 방법을 입수했다는 뜻이겠지.”
“상황이 심각하군요.”
그 말에 웨스턴 백작이 손으로 미간을 누르며 중얼거렸다.
마틴 후작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심각하다기보다는 복잡하지. 차라리 쥬벨 후작이 벌인 일이라는 증거가 있다면 좀 더 단순해지겠지만.”
아크도 뉴월드에서 군대를 지휘해 본 적이 있다.
물론 뉴월드는 중세, 갤럭시안은 SF다. 그러나 어떤 시대든 정치나 군대와 관련된 문제는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때문에 마틴 후작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쥬벨 후작이 정말 쿠테타를 벌이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군대를 동원해 외부의 내정파 귀족들을 몽땅 잡아들이면 된다. 그리되면 쥬벨 후작은 이스타나에 고립, 설사 황제와 수도 혹성을 장악하고 있다 해도 은하연방 전체를 장악한 군부의 상대는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증거가 없다.
‘설사 쥬벨 후작이 벌인 일이 맞다 해도 증거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해. 만약 군부가 내정파 귀족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할 때 이스타나가 원래대로 돌아오고 쥬벨 후작이 부인한다면 되레 군부가 이스타나가 사라지는 사건을 이용해 쿠테타를 시도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까.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 사건 자체를 군부에서 일으킨 것처럼 얘기가 진행될 수도 있어.’
심증만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사태를 관망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군부파가 연방군을 장악하고 있다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국경 지대의 경계를 강화할 수밖에 없어.’
사라진 것은 다름 아닌 은하연방의 수도 혹성.
은하연방은 270여 개나 되는 혹성을 영향권 안에 두고 있지만 중심은 이스타나다.
아크도 그렇지만 은하연방의 유저와 NPC 중 최소 70% 이상이 이스타나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스타나의 실종은 은하연방의 시스템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미 여기저기에서 자잘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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