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21)
아크 더 레전드-521화(521/875)
[521] SPACE 8. 볼 수 있는 자 (2)페이가 슬쩍 아크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말했듯이 나하고는 영 맞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래.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넘치는 의욕도 그렇지만, 뭣보다 한번 꽂히면 정도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니까. 게다가…… 아니, 그만두지. 자네도 겪어 보면 저절로 알게 될 테니까.”
사실 따로 겪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건 아크도 마몽 준장의 우주선을 봤을 때 이미 어느 정도 감 잡았으니까.
은하연방의 장군 급 지휘관은 마틴 후작처럼 모두 전용 순양함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마몽 준장도 전용 순양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Blood rice cake.
순양함의 측면에 새겨져 있는 이름.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블러드와 라이스 케이크를 따로 해석하니 답이 나왔다.
블러드→피, 라이스 케이크→떡. 그러니까 피 떡!
‘틀림없어! 마몽 준장은…… 무식해!’
순양함 이름을 피 떡이라고 지어 놓는 것도, 그걸 저런 식으로 표기하는 것도, 그야말로 무식함을 뽐내고 있다고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 인간이 범죄자에서 장군까지 되었다는 것은 전설이라기보다는 미스터리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뭘…….’
찜찜하다.
기껏 푹 자고 기분 전환했는데 깨자마자 찜찜해진다.
-곧 순양함이 목적지에 도착한다. 기관병들은 각자 맡은 부서로 복귀해 워프 게이트 통과에 대비하라. 그리고 아크, 페이 님, 준장님께서 함교로 오라고 하십니다.
함 내에 방송이 나온 것은 그때였다.
“부르는데요?”
아크가 돌아보자 페이가 한숨을 푹 불어 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복도를 지나 함교로 들어서자 전면 창으로 이미 스파크를 일으키며 벌어지는 워프 게이트가 보였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마몽 준장이 둘을 돌아보며 히죽 웃었다.
“어이, 도착했다. 화끈하게 해 보자고.”
파지지지지!
그리고 스파크의 세례를 받으며 은하로 나가는 순간!
“에? 저, 저게 다 뭐야?”
아크의 입이 쩍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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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 헉헉헉!”
울창한 밀림 속에서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무에 기대거나 바닥에 대大자로 누워 헐떡거리는 사람들은 국방부 소속의 루시퍼 헌팅 대원들이었다.
자, 그럼 이들이 왜 이런 곳에 누워서 헐떡거리고 있느냐…… 말할 것도 없이 그들의 대장, 이슈람 때문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이들은 산업 단지 점거 사건 직후, 책임을 지겠다며 자수(?)한 정의남을 대신해 사건의 발단이 된 마우리족을 T-20까지 데려가는 일을 떠맡았다.
……그래서 뛰었다.
수송선을 타면 수십 분이면 도착할 거리지만 몇 날 며칠을 뛰었다.
“강인한 정신력을 기르기 위해 이제부터 일체의 편리한 이동 수단 사용을 금지한다! 절벽이 나오면 기어오르고, 바다가 나오면 헤엄친다!”
……라는, 이명룡의 주장 때문이었다.
게임 속에서 웬 강인한 정신력 타령이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동감이다. 대원들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
왜냐고? 무서우니까!
괜히 한마디 잘못 꺼내면 맞아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뛰었다.
군말 없이! 쉬지 않고! 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런 대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이슈람을 감동시켰다.
얼마나 감동시켰냐하면…….
“음, 훌륭하다! 1,000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뛰면 보통 한 번쯤은 불평을 할 법도 한데, 불평 한마디 없이 이렇게까지 단결된 모습을 보여 주다니,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불평했었다.
이슈람이 듣지 않았을 뿐이다. 뭐 어쨌든.
“실은 좀 더 기본기를 쌓은 뒤에 시작할 생각이었지만, 너희들이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주니 나도 보답을 해야겠군. 몸이 근질거렸을 텐데 그동안 잘 참아 주었다. 지금까지는 가능한 한 몬스터가 없는 루트를 골라 왔지만 이제부터는 A급 위험지역으로 우회하며 전진하겠다.”
대원들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A급 위험지역은 말 그대로 고레벨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데인저러스한 지역. 구보만으로도 매순간 지옥을 경험하는 판에 고레벨 몬스터와 싸움까지 하라니?
이건 그냥 죽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러나 대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금은 게임 속에서 지옥을 경험할 뿐이다. 그러나 이슈람에게 개기는 순간 현실까지 지옥이 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높은 산! 헉헉! 깊은 골! 헉헉! 너무 높아! 너무 깊어!”
……뛰고!
“헉헉! 함포에 벼락불을 쏘아 부치며! 헉헉헉! 쏴라! 쏴!”
……싸우고!
“헉헉헉! 몬스터의 사체를 넘고 넘어. 헉헉헉! 앞으로! 앞으로!”
……몬스터의 사체를 넘고 넘으며 전진해야 했다.
산업 단지를 출발한 지 한 달이 다 되는 지금까지 이들이 이름도 모르는 밀림을 헤매고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농땡이를 피우고 있었던 게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들보다 더 억울한 사람들도 있었다.
-헥헥헥, 우, 우리는 대체 왜…….
국정원 대원들의 옆에서 헐떡거리는 마우리족이었다.
그나마 국정원 대원들은 태생이 군인이기라도 하지만, 이들은 초식(?) NPC, 전투와는 거리가 먼 종족이었다. 그러나 그런 이유는 이슈람에게 통하지 않았다.
“전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덕분에 마우리족도 국정원 대원들과 똑같이 절벽을 오르고, 강을 헤엄치고, 끝없는 평야를 질주하고, 몬스터와 싸우며 진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달, 마우리족은 온몸이 근육투성이로 변하고 집채만 한 몬스터를 봐도 하품을 하는 담력의 소유자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단 하나, 여전히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존재가 있었다.
크와아아아! 쿵! 쿵! 쿵! 쿵!
“어이! 뭐 해? 쉴 시간이 어디 있어? 기상!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틈만 나면 고레벨 몬스터를 몰고 오는 이슈람이다.
“지옥이야! 이건 지옥이야!”
-으흐흐흑! 차라리 옛날이 좋았어!
그러나 국정원 대원도 마우리족도 달리 방법이 없다.
죽기 싫으면 싸우고, 죽기 싫으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후후후, 이런 것도 꽤 보람 있는데?”
이슈람이 대원과 마우리족 머리 위로 뽕뽕 떠오르는 십자 문양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기를 잠시, 문득 생각난 듯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몇 시간 전부터 갑자기 이스타나의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며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사의 감이 말한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그러나…….
“황사인가? 젠장, 하여간 요즘은 어딜 가나 그놈의 황사 때문에 기분까지 더러워진다니까.”
……이슈람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이! 빨리 끝내고 가자!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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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게 대체 몇 척이야?”
블러드 라이스 케이크, 그러니까 ‘피 떡’이 워프 게이트를 나와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은 수백 척의 크고 작은 우주선!
이스타나 궤도 수비대 본부를 완전히 뒤덮어 버린 수백 척의 우주선이었다. 그러나 연방군의 우주선은 아니었다.
유저의 우주선!
“대체 왜 여기에 저 많은 우주선이…….”
아크가 황망한 표정으로 떼로 모여 있는 우주선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전면 스크린에 연이어 작은 창이 생성되며 각양각색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러자 통신병이 난감한 표정으로 마몽 준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공역 채널을 열어 놔서…….”
“뭐 상관없지. 어이, 너희들, 나는 연방군의 마몽 준장이다. 뭔가 할 말이라도 있나?”
-우리는 연방 정부에게 명확한 해명을 촉구한다!
“뭐? 해명? 뭔 소리야?”
-연방 정부는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변방에서 16시간을 날아왔는데 이스타나가 사라지다니! 내가 입은 피해는 어쩔 거냐?
-대체 언제 정상으로 돌아가는 거야? 연방군이잖아! 뭐라고 대답 좀 해 보라고!
정신없이 떠들어 대기 시작하는 유저들.
궤도 수비대 본부에 주위에 모여 있는 우주선은 바로 갑자기 이스타나가 사라져 발이 묶여버린 유저들, 그로 인해 피해를 입어 이곳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유저들이 쉬지 않고 침을 튀기며 떠들어 대자 마몽 준장이 패널을 내리치며 버럭 소리쳤다.
“시끄러! 이런 빌어먹을! 그걸 왜 나한테 따지는 거야? 귀찮으니 저리들 꺼져! 방해된다!”
-뭐, 뭐라고? 꺼져?
-그게 연방 군인이 유저에게 할 소리냐?
-지금이 무슨 쌍팔년도인 줄 알아? 군인이 윽박지르면 겁먹고 물러날 거라면 착각이다! 생긴 건 방구석에서 굴러다니는 털뭉치처럼 생겨 가지고!
-NPC 주제에 어디서 유저에게 까불어? 죽을래?
“뭐, 뭐야? 털뭉치? 주, 죽을래?”
마몽 준장의 이마에 핏줄이 불끈 솟아올랐다.
그리고 팔을 걷어붙이고 이를 갈아 대며 길길이 날뛰었다.
“야! 이 새끼, 너! 밖으로 나와! 뭐? 어쭈? 너 우주선 이름이 뭐야? 어이, 통신병, 방금 전에 그 자식 우주선 등록 넘버 확인해! 화기관제사, 함포 안전장치 다 해제해! 감히 연방군의 장군을 모욕해? 어디, 한 번 더 지껄여 봐라, 애송이들! 그 주둥이에 포탄을 박아 주마!”
“차, 참으십시오, 준장님! 저들은 민간인입니다!”
“민간인이 대수냐? 그리고 저놈들 우주선도 기관포는 달려 있을 거 아니야! 그럼 맞장이지! 암, 정당한 싸움이라고! 그래! 그거야! 어이, 너희들! 먼저 기관포 좀 쏴 봐!”
“준장님, 근신 풀린 지 몇 시간이나 됐다고 이러십니까? 좀 참으십시오! 어이, 뭐 해, 인마! 얼른 공역 채널 닫아!”
항해장이 펄펄 뛰는 마몽 준장을 몸으로 막으며 소리쳤다.
이에 통신병이 황급히 채널을 닫자 쫑알거리던 유저들의 얼굴이 동시에 사라졌다.
이때까지 아크는…….
‘뭐야? 이 인간은? 정말 NPC 맞아?’
황망한 눈으로 멧돼지처럼 씩씩거리는 마몽 준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저의 말에 발끈해 바로 함포를 날리라고 명령하는 NPC라니? 게다가 이런 NPC가 연방군 준장?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보자 페이는 한숨만 푹푹 불어 내고 있었다.
‘이제야 페이가 왜 부담스러워했는지 알 것 같군.’
사실 돌이켜 생각하면 페이도 처음에는 아크를 꽤 싫어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 뒤에 알게 됐지만 원래 페이는 원리원칙을 따지는 냉철한 성격이었다. 반면 아직도 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씩씩거리는 마몽 준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혈질.
NPC라기보다는 TNT 같은 사람이다.
그래도 부하라면 쥐어 패기라도 하겠지만 마몽은 준장, 페이는 대령이다. 짬밥도 밀리는 것이다. 그러니 페이로서는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불편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때 다시 통신이 연결되며 창이 열렸다. 마몽 준장이 겨우 진정되던 참이라 항해장과 페이, 승무원들이 지레 놀라며 돌아보자 통신병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여, 연방군 전용 채널입니다.”
-궤도 수비대 소속 보난 중위입니다.
스크린에 떠오른 제복 차림의 장교가 경례를 하며 말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는 얼굴이었다. 아마라에서 실버스타를 처음 얻고 돌아왔을 때 만난 궤도 수비대원 보난.
아크가 반가운 표정으로 말을 붙였다.
“어? 보난 중위님!”
-이 목소리는? 아크 님! 아크 님도 함께 오신 겁니까?
“어이! 나는 안 보이는 건가?”
그때 여전히 표정이 안 좋은 마몽 준장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그러자 보난이 황급히 시선을 돌리며 부동자세로 대답했다.
-아! 죄송합니다, 하몽 준장님, 펜타곤으로부터 연락은 받았습니다.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준장님을 보조하기 위해 페더급 전투정 5기를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조사를 진행하시는 동안 저희 궤도 수비대 편대가 호위하겠습니다.
“호위? 나를? 재미있는 농담이군.”
마몽 준장이 같잖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애 쓸 것 없다. 보아하니 너희들도 이래저래 꽤 바빠 보이는데 말이야. 으윽, 저 망할 자식들…… 호위는 집어치우고 저 날파리들이나 쫓아. 이래서야 지나갈 수가 없잖아.”
-네? 하지만 펜타곤에서는…….
“난 말했다? 뒷일은 책임지지 않아. 어이, 돌진!”
위이이이잉! 콰콰콰콰-!
마몽 준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순양함이 굉음을 일으키며 돌진했다.
-앗! 자,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이, 이런! 어이, 3편대! 서둘러 순양함의 항로 앞에 있는 우주선을 이동시켜라! 이건 명령이다! 불응하면 체포하겠다고 해!
보난이 비명 같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상대는 순양함이다. 소형 우주선 따위는 들이받히는 순간 순양함의 이름처럼 피 떡이 되리라.
궤도 수비대 입장에서는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궤도 수비대는 엉덩이에 불붙은 멧돼지처럼 미친 듯이 날아다니며 설득, 명령, 심지어 협박까지 하며 유저들의 우주선을 좌우로 이동시켰다. 덕분에 순양함은 바로 이스타나의 궤도로 진입할 수 있었지만 그 와중에 서너 척의 우주선이 접촉 사고를 일으키며 연기를 뿜었다.
“우하하하! 꼴좋다!”
그러자 마몽 준장 대폭소!
‘살다 살다 이런 NPC는 또 처음 보네.’
아크가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자 옆에서 페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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