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22)
아크 더 레전드-522화(522/875)
[522] SPACE 8. 볼 수 있는 자 (3)“일일이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어. 장담하지.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일일이 반응하면 임무를 마치기도 전에 신경쇠약에 걸릴 거야. 그래도 넌 운이 좋은 줄 알아. 마몽 준장은 6개월이나 근신하고 있다가 얼마 전에야 복귀했어. 그래서 이 정도로 끝난 거라고. 이전 같았으면 진짜 쐈을 거야. 아니, 어쩌면 작정하고 함대전을 벌였을지도 몰라.”
“마틴 후작님은 이런 사람하고 조사 임무를 보낸 겁니까?”
“뭐 인정하기는 싫지만…….”
페이가 한숨을 불어 내며 마몽 준장을 돌아보았다.
“실력 하나는 확실하니까.”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서너 척의 우주선이 접촉 사고를 내 준(?) 덕분에 마몽 준장의 기분이 많이 풀렸다는 것이다. 덕분에 궤도 수비대 본부를 지나자 원래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뭐 어떤 의미에서는 그게 더 무섭지만.
“자, 일단 오기는 왔는데…….”
그때 마몽 준장이 각 방위의 모니터를 확인하며 말했다.
“여기가 이스타나가 있던 좌표인 건 분명한데 말이야. 흠, 정말 보이지 않는군. 대강 들은 바로는 혹성이 있었던 지역으로 들어가도 그냥 통과해 버린다던데…… 페이, 사실인가?”
“네, 이스타나가 이큘러스와 같은 이유로 사라진 거라면.”
“일단 그것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겠지?”
마몽 준장이 아크를 돌아보았다.
새삼스럽지만 아크가 동행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뭐 이래저래 정신없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할 일은 해야 한다.
“룬 문자 각인술, 하자스카!”
아크는 바로 푸른빛을 발하는 손으로 허공에 문자를 새겨 넣었다. 그리고 문자가 모래처럼 부서져 빛의 입자로 변해 눈으로 스며드는 순간, 창밖으로 거대한 혹성이 보였다.
검붉은 기운에 뒤덮인 흐릿한 형상의 혹성은 말할 것도 없이 이스타나! 아크가 푸른빛을 뿜어내는 눈으로 이스타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있습니다, 이스타나.”
이제 확실해졌다.
이스타나는 이큘러스와 같은 현상에 의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대체 누가? 아직 모든 것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큘러스에 그런 현상이 일어났던 이유는 누군가 에이션트 나쿠마의 봉인을 풀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스타나에도 에이션트 나쿠마가 봉인되어 있었고, 누군가 봉인을 풀었다는 말이다.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배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더 커진 셈이다.
그때 신기한 눈으로 지켜보던 마몽 준장이 입을 열었다.
“호오, 그런 식으로 사라진 혹성을 볼 수 있는 건가? 탐사 장비로도 확인되지 않는 혹성을 눈으로 볼 수 있다니, 편리한 눈알이군. 2개나 있으니 하나쯤 달라고 하고 싶지만…….”
이제 그런 말도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런 말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겠지? 어이, 아크, 이제 뭘 하면 되나?”
“이스타나를 뒤덮은 것이 이큘러스 때와 같은 것이라면 어딘가에 흑점이 있을 겁니다.”
“흑점?”
“네, 그것까지 있다면 확실합니다.”
“그렇군. 그런데 혹시 위험하지는 않은 건가?”
“이큘러스 때는 먼저 흑점을 공격하기 전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스타나를 사라지게 만든 원인이 이큘러스 때와 같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니…….”
“무슨 말인지 알겠다. 전원 전투태세!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방심하지 마라!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대응할 수 있도록 정신 바짝 차리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라! 아크, 항로를 지시하라.”
이러쿵저러쿵해도 연방군의 장군.
임무에 돌입하자 진지한 표정으로 일사불란하게 승무원을 지휘했다. 승무원들도 마찬가지. 마몽 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분위기부터 달라졌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아크가 지정하는 항로를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순양함을 움직였다. 그러나 잠시 후.
‘……이상한데?’
아크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검붉은 기체가 혹성을 뒤덮고 있는 장면은 분명 이큘러스 때와 똑같았다. 그러나 이스타나의 궤도를 타고 한 바퀴 돌 때까지도 흑점은 보이지 않는다.
“이큘러스 때와는 다른 현상이라는 뜻인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큘러스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도 저 역시 그 힘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좀 더 접근해 보는 수밖에 없겠군.”
“잠깐!”
아크가 마몽 준장의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
갑자기 궤도를 따라 항해 중인 순양함의 아래쪽에서 검붉은 기운이 소용돌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좌우로 벌어지며 마치 입을 벌리듯 시커먼 공간이 만들어졌다.
흑점!
아크가 흑점을 출현을 마몽 준장에게 전하려는 순간, 검은 공간에서 거대한 줄기가 솟아올라 왔다. 과거 이큘러스를 조사하던 노블리스를 격침시켰던 그때 그 촉수!
“피, 피해야…….”
콰쾅! 콰콰콰콰! 콰지지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굉음이 울리며 선체가 진동했다.
“우측 갑판에 정체불명의 충격! 실드 30% 파괴! 상상을 초월하는 힘입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마몽 준장과 페이, 승무원들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그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아크 하나!
“공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알아! 그딴 말을 할 시간이 있으면 해결책을 말해라! 보이지도 않는 적을 상대로 싸울 수는 없다! 뭔가 방법이 없는 거냐?”
“에너지 탄입니다! 놈은 에너지 탄으로만…….”
“그런 것부터 얘기하란 말이야! 화기관제사, 모든 함포와 기관포를 에너지 탄으로 전환하라! 전방위로 발사!”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퍼펑! 퍼펑!
명령과 동시에 사방으로 빛줄기가 뻗어 나갔다.
승무원들은 알 리가 없었지만 이미 순양함은 흑점에서 뻗어 나온 촉수에 포위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사방으로 광자포를 난사하자 여기저기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며 폭음이 잇달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포격이 터진 공간이 노이즈가 일어나는 흔들리더니 흐릿한 형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두께가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촉수!
“저, 저런 것이……!”
이전에 노블리스의 승무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충격적인 장면은 블러드 라이스케이크, 일명 피 떡의 승무원들을 패닉상태에 빠뜨렸다. 당연하다.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아크나 페이도 사방에서 흔들리는 촉수에 잠시 충격을 받았으니까.
그러나 단 1명.
“……아하!”
마몽 준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멋지군! 저런 놈이 숨어 있었던 건가?”
“마몽 준장님, 촉수가 일제히 달려들고 있습니다!”
“안 되지.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항해장, 기수를 우측 30도로 선회하라! 화기관제사, 정면에 보이는 촉수를 타깃팅하라!”
-Chase…… Lock on! Lock on! Lock on!
“전속 돌진! 발사!”
촉수에 여러 개의 타깃이 중첩되는 순간.
마몽 준장의 거친 목소리가 함교를 뒤흔들었다.
그와 함께 순양함이 포탑과 함포에서 무수한 빛줄기를 뿜어내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탄이 지근거리의 촉수와 충돌하며 스파크를 일으키자 일대가 섬광에 뒤덮였다.
마몽 준장은 그런 식으로 촉수를 끊고 일단 포위를 벗어날 생각이었으리라. 그러나 다음 순간, 흩어지는 스파크 속에서 순양함을 향해 두 줄기의 촉수가 확 솟아 나왔다.
위이이잉! 콰콰콰쾅!
“크윽! 이 자식! 그 정도로는 끄떡없다는 건가?”
“준장님, 좌측입니다!”
위이이잉! 콰콰콰콰! 파지지지!
채 진동이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른 충격이 전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측면을 공격한 촉수가 그대로 순양함을 휘감아 버린 것이다. 그렇게 순양함의 움직임이 멈추자 또 하나, 그리고 또 하나, 잠깐 사이에 네 줄기의 촉수가 순양함에 겹겹이 휘감겼다. 그러자 함 내부로 철판이 우그러지는 불길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엔진, 최대 출력으로 가동!”
“이미 한계까지 가동시키고 있지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준장님, 실드가 엄청난 속도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선체에 압력에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자식이 감히 내 순양함을…….”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그때 뒤쪽에서 수십 발의 에너지 탄이 날아왔다.
그와 함께 후면 모니터에 떠오르는 것은 은하연방의 마크가 새겨져 잇는 5척의 우주선. 멀리서 전투 장면을 목격하고 돕기 위해 날아오는 궤도 수비대의 고속정이었다.
그러나 순양함의 함포에도 끄덕 않던 촉수다.
표피에서 불길이 터지자 움찔했지만 그뿐이었다. 그사이 다른 촉수가 수 킬로미터를 더 뻗어 나가 고속정을 꿰뚫었다.
일격에 고속정이 박살 나며 폭발했다.
“방해다! 니들은 참견하지 마!”
마몽 준장이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치며 고개를 돌렸다.
“항해장, 엔진을 멈추고 자동 기체 제어 장치를 해제하라! 그리고 우측 날개의 분사구를 최대 상향각으로! 좌측 날개의 분사구를 최대 하향각으로 전환하라! 선수의 각도는 우측 45도! 선미의 각도는 좌측 45도! 조정이 끝나는 대로 엔진 최대 출력으로 가동!”
“엔진 최대 출력으로 분사!”
푸화아아아아-!
뒤이어 순양함의 후미에서 시퍼런 불길이 뿜어졌다.
그와 함께 기체가 성난 들소처럼 상하좌우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엄청난 중량의 순양함이 요동치자 꽉 조이고 있던 촉수가 벌어지며 공간이 생겼다.
“지금이다! 하강해 포박을 벗어나라!”
마몽 준장의 외침에 순양함이 벌어진 틈 사이를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조여 오는 촉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뚫고 포박을 벗어났다.
감탄할 만한 수준의 판단력과 함선 조종술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 함선 조종술은…….
“이, 이건 마틴 후작님의 파동요란?”
그렇다. 예전에 노블리스가 촉수에 휘감겼을 때도 마틴 후작은 같은 방법을 사용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크의 말에 마몽 준장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마틴 후작님도 같은 방법을 사용한 적이 있었나? 하지만 이건 원래 내가 원조다. 그란 소혹성대에서 라마와 함대전을 할 때 이 몸이 처음으로 선보인 기술이지.”
“지금 그런 말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그때 페이가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주위를 보십시오! 놈들에게 퇴로를 봉쇄당하고 있습니다! 서둘러 탈출해야 합니다!”
그 말대로다. 포박을 빠져나오자 사방으로 흩어졌던 촉수들이 마치 새장 같은 모양으로 순양함을 감싸기 시작했다.
마치 먹잇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탈출? 농담이겠지?”
“무, 무슨? 준장님, 마틴 후작님의 명령은…….”
“쫑알쫑알, 시끄럽군. 어이, 페이. 이제 막 계급장을 단 풋내기처럼 무슨 멍청한 소리를 하는 거냐? 전장에서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은 현장 지휘관의 판단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전장에서 당하기만 하고 물러나 본 적은 없어!”
“우리 임무는 전투가 아닙니다!”
“하지만 전투가 시작돼 버렸지. 그리고 보다시피 저 녀석은 우리를 얌전히 돌려보낼 생각이 없어. 모르겠나? 싸움은 기세다. 약한 생각을 하는 순간, 기세에서 밀리고 아차 하는 사이에 당하고 마는 거야. 퇴각도 목숨을 걸고 적을 쓰러뜨릴 각오를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거다. 그게 무슨 뜻인지 보여 주지. 어이, 졸개들! 전투다!”
“우오오오!”
마몽 준장의 말에 승무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터뜨리며 어디서 꺼냈는지 이마에 머리띠를 질끈 묶었다.
‘질풍疾風’과 ‘노도怒濤’!
머리띠에 붉은색으로 새겨져 있는 글자였다. 그러자 뒤이어 마몽 준장도 이마에 같은 머리띠를 두르며 소리쳤다.
“자! 어디 끝까지 가 보자고!”
“끝까지라니? 야, 인마! 말과 행동이 다르잖아!”
페이가 울컥한 표정으로 마몽 준장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오죽하면 대령이 준장에게 욕설까지 섞어 소리치겠는가!
그리고 아크도 페이와 같은 생각이었다.
아크도 아직 이 촉수의 정체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모른다.
바로 그게 문제다. 정체도 불분명한 상대와 무턱대고 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미 의욕 만땅인 마몽 준장은 아크와 페이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준장님, 다시 촉수가 몰려듭니다!”
“같은 방법이 매번 통할 거라고 생각하나?”
마몽 준장이 히죽 웃으며 아크를 돌아보았다.
“어이, 아크! 마틴 후작님이 파동요란을 쓴 적이 있다고 했지? 하지만 원래 파동요란은 포위에서 탈출하는 것 같은 시시한 기술이 아니다. 보여 주지. 그게 원래 어떤 기술인지, 그리고 이 머리띠에 적힌 질풍노도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화기관제사, 에너지 블레이드 전개!”
펑-! 펑-!
갑자기 순양함의 양측 장갑이 터져 나갔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광선! 그 광선은 놀랍게도 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순양함의 좌우 측면에서 20여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광선검이 솟아 나온 것이다.
“가라, 파동요란!”
푸화아아아아-! 퍼퍼펑! 퍼펑! 퍼퍼펑!
뒤이어 마몽 준장이 파동요란을 발동시키자 순양함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촉수를 들이받았다. 그러나 순양함의 좌우에는 거대한 광선검이 붙어 있는 상황. 거기에 엄청난 속도의 회전까지 더해지자 순양함을 덮치던 촉수가 갈가리 찢겨 나갔다.
“우하하하! 어떠냐? 이게 파동요란! 이게 질풍노도다!”
마몽 준장이 뜯겨져 나가는 촉수를 바라보며 광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크는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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