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23)
아크 더 레전드-523화(523/875)
[523] SPACE 8. 볼 수 있는 자 (4)마몽 준장과 승무원들은 모두 제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다. 그러나 아크와 페이는 자리가 있을 리가 없으니 그냥 서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순양함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폭주하자 패널을 들이받으며 굴러다니다가 구석에 처박혀 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저 망할 영감은 도대체가…….”
구석에 처박혔던 아크가 이를 갈아붙이며 몸을 일으키다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순양함 주위에 떠 있는 촉수의 파편들이었다. 피 떡―이름을 부르기도 민망하다― 을 덮쳐 오던 4개의 촉수 중 3개가 가닥가닥 끊겨 흩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남은 촉수도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마틴 후작조차 감당하지 못했던 촉수를 순양함의 이름처럼 순식간에 피 떡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마몽 준장이 궤도 수비대를 물러나게 한 이유가 바로 이것! 그러나 아크가 놀란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마몽 준장의 조함술操艦術도 확실히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저, 저건……!”
촉수가 끊긴 자리에서 새로운 촉수가 돋아나고 있었다.
재생! 도마뱀의 꼬리처럼 끊어졌던 부분이 엄청난 속도로 재생되며 퇴로를 막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크를 더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그 뒤에 흘러나온 마몽 준장의 대사였다.
“하! 갈수록 재미있어지는군. 혹성을 뒤덮은 것도 모자라 재생까지 하는 적이라…… 그래, 몬스터 중에서도 가끔 이런 놈들이 있지.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불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촉수를 끊어도 소용없다면 본체를 부수면 그만! 그리고 놈의 본체는 저 흑점이겠지. 항해사, 흑점으로 돌진하라!”
“무, 무슨!”
아크가 퍼뜩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저 흑점은 놈의 약점 같은 것이 아닙니다! 흑점은…….”
“갈가리 찢어 주마! 파동요란!”
위이이이잉! 퍼펑! 푸화아아아아-!
아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몽 준장의 고함이 함교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굉음을 일으키며 요동치는 순양함!
아크는 그대로 튕겨 날아가 천장과 벽, 바닥을 들이받았고, 그사이에 순양함은 거대한 광선검의 회전시키며 흑점을 향해 폭사되었다. 그리고 광선검이 흑점을 가르는 순간!
“……사, 사라졌다!”
거리를 두고 지켜보던 궤도 수비대와 수백의 유저들이 당혹성을 터뜨렸다. 흑점과 접촉하는 순간 그들의 시선 속에서 거대한 순양함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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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연방의 황성.
본래 이곳은 은하계 곳곳에서 운반해온 각종 희귀 광석으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은하연방의 적대국인 라마 황제조차 부러워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
그러나 지금은 그런 황성의 화려함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장막처럼 회색의 탁한 기운에 뒤덮인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황성은 성분을 알 수 없는 물질에 뒤덮여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황성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본관 내부.
“얘기가 다르지 않나?”
쥬벨 후작이 허공에 떠 있는 검은 기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 전, 그 검은 기운 속에서 1척의 순양함이 이스타나의 흑점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비치고 있었다.
“일단 그 힘이 발동하면 누구도 들어오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진정하십시오.”
“지금 진정하게 됐나? 만약 마틴 후작이 함대라도 이끌고 들어온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사람은 호크였다. 그러나 쥬벨 후작은 여전히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며 말을 이었다.
“그걸 어떻게 장담하는가? 봐라! 작은 전투정도 아니고 순양함이 들어왔어! 내 기억이 맞다면 저 순양함의 함장은 마몽 준장! 연방군의 장군 중에서 가장 상대하기 불편한 놈이란 말이네! 어떤 의미로는 마틴 후작보다 귀찮은 상대야! 계엄령을 선포했지만 아직 이스타나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지금, 저런 놈이 들어오면 상황이 어찌 변할지 알 수 없어!”
“모르고 계신 것 같으니 말씀드리죠.”
호크가 쥬벨 후작을 향해 돌아서며 대답했다.
“저 순양함은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들어오도록 유인한 겁니다.”
“뭐, 뭐야? 대체 무슨 생각으로…….”
“우리들의 계획에 지장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자를 사전에 처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지장을 초래해? 마몽 준장 말인가?”
쥬벨 후작의 물음에 호크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후작님은 마틴 후작이 연방군을 이끌고 올까 걱정하시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저보다 후작님이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으니 먼저 이스타나가 사라진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저 순양함을 보냈겠지요. 하지만 이스타나는 어떤 장비를 사용해도 탐지할 수 없습니다. 이미 이큘러스가 사라지는 사건을 경험한 마틴 후작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마틴 후작이 정찰병으로 보낼 사람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마틴 후작과 이큘러스 사건을 해결한 사람.”
“……아크?”
“네, 그밖에 없습니다.”
호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마틴 후작이 혼란한 정세를 수습하고 이스타나로 올 때 꼭 필요한 사람이 아크입니다. 이미 아크는 사라진 이큘러스에 들어가 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놈에게는 보이는 겁니다. 차원의 틈에 끼어 있는 혹성이. 때문에 처리해야 하는 겁니다. 놈을 방치하면 연방함대가 언제든 이스타나로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이니까.”
“그건 추측에 불과하지 않나?”
“네, 하지만 저 순양함에 아크가 타고 있다면 추측은 확신이 되겠지요. 그리고…….”
호크가 몸을 돌려 검은 기운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금 전까지 순양함이 비치던 검은 기운 속의 화면은 이제 검붉은 빛으로 물든 이스타나가 떠올라 있었다.
“은하연방은 저희 손에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SPACE 9. 어둠의 이스타나 (1)
쿠쿵-!
둔중한 울림이 터졌다.
그와 함께 좁고 어두운 직사각형 공간이 강한 충격으로 흔들렸다. 그 충격에 세차게 바닥을 들이받은 사내가 이를 갈아붙이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크! 빌어먹을, 대놓고 화물 취급이냐?”
어둠 속에서도 특유의 윤기를 발하는 대머리 사내는 칼리.
함대를 이끌고 이큘러스를 습격하려다가 아크에게 박살 난 해적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우주 개척지에서 왕처럼 군림해 온 칼리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은하연방의 범죄자 구치소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의 거점이었던 블랙시티에서는 각종 혜택을 부여해 주던 짱짱한 악명은 그대로 형량이 되어…….
-은하연방 법원은 강제 징용형을 선고했습니다.
※강제 징용형 : 분쟁 지역이나 연방에서 개척 중인 혹성에서 범죄도에 따라 부과되는 공적치를 채울 때까지 전쟁이나 강제 노역에 동원되는 형벌입니다.
할당 공적치 : 56,400
-신체 코팅이 전환되었습니다.
현재 칼리 님의 신체 코팅은 ‘프리즈너Prisoner(죄수)’입니다.
-유배 혹성으로 호송됩니다.
대해적 칼리는 죄수로 추락.
무지막지한 형량을 때려 맞고 컨테이너에 실려 유배 혹성으로 호송되었다.
은하연방은 범죄자에 대해서는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
당연히 컨테이너에 죄수를 위한 안락한 공간 따위는 없었다. 덕분에 칼리는 10여 시간 동안 영하 275도의 추위를 생생하게 체험하며 이동했다. 그리고 방금 전에 호송선이 유배지로 결정된 혹성 궤도에서 컨테이너를 투하!
칼리를 유배 혹성에 처박은 것이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칼리는 우주 개척지에서 떵떵거리며 살아왔지만 그게 영원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범죄자로 살아가는 이상,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가 오면 깔끔하게 게임을 접고 떠나리라. 칼리는 그 정도의 각오를 하고 해적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아크의 존재를 몰랐을 때의 얘기다.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칼리가 이를 갈아붙이며 소리쳤다.
“나는 범죄자다. 그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아크! 놈은 나보다 몇 배는 더 악한 존재다. 놈은 모르겠지. 자신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어둠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는지. 그래서 더욱 용서할 수 없는 거다. 그만한 죄를 짓고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 그것은 자신이 악임을 자각하는 것보다 더 무거운 죄야. 놈이 그 사실을 알게 해 줘야 한다. 내가! 그러니 놈을 쓰러뜨리기 전에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칼리가 컨테이너의 문을 향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좋아, 이겨 내 주마. 저 밖에 어떤 혹독함이 도사리고 있다 해도 이겨 내 주마. 그리고 이곳에서 겪는 비참함! 이곳에서 겪는 고통을 분노의 검으로 바꿔 네 심장에 박아 주마!”
칼리는 당당하게 고난에 맞서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
칼리는 기다렸다. 뭐 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
컨테이너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10분, 30분, 1시간이 지나도 열리지 않았다.
“이런 젠장! 뭐 하자는 거야? 야, 이 자식들아! 밖에 아무도 없어? 나 칼리야! 대해적 칼리라고! 그런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무시하냐? 앙? 말했지? 나 대해적 칼리라니까!”
참다못한 칼리가 주먹으로 문을 치며 악을 썼다.
그러나 여전히 감감무소식. 문을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고, 몸으로 들이받기까지 했지만 반응조차 없었다.
그렇게 다시 10여 분, 결국 제풀에 지쳐 문을 등지고 주저앉았을 때였다.
등을 통해 전해지는 진동.
‘……뭐지?’
탕! 탕! 투투투투! 퍼펑!
문에 귀를 붙이자 반대쪽에서 소음이 들려왔다.
‘총성? 전투가 벌어진 건가? 하지만 컨테이너가 떨어진 곳은 유배 혹성의 연방군 본부일 텐데? 이 총성은 꽤 거리가 있지만 그리 먼 곳에서 들리는 것은 아니야. 그렇다면 뭐지? 연방군 본부가 공격받고 있다는 말인가? 누구에게?’
칼리의 머릿속에 의문이 빗발쳤다.
지금은 죄수로 전락했지만 한때 이름을 날리던 대해적 칼리다. 전투에 대한 감은 따라올 자가 없는 것이다. 그런 칼리의 감이 말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고.
‘젠장! 대체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푸슈-!
“어라? 무, 문이……?”
유압 장치가 기동하며 컨테이너 문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안달하고 있었지만 막상 갑자기 문이 열리니 살짝 당혹스럽다. 그러나 계속 컨테이너에 있을 수도 없는 일. 칼리는 경계의 눈으로 주위를 살피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새삼스럽지만 칼리는 이제 막 유배 혹성에 온 죄수다.
당연히 컨테이너 밖에는 칼리를 인계받을 간수, 혹은 병사들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아니,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칼리?”
“아리온! 장보고! 유진!”
칼리가 나온 광장에는 그가 타고 있던 컨테이너 외에도 3개의 컨테이너가 더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컨테이너 앞에는 칼리와 뜻을 같이하는 비밀 결사 저스티스 버스터의 멤버이자 함께 죄수로 전락한 아리온과 장보고, 유진이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 총성은 뭐지? 왜 여기에 아무도 없는 거야?”
“나도 몰라. 모르지만…….”
주위를 훑어보던 칼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칼리(R-05011) 소지품 : 담당자 외 취급 금지
※은하연방 사법부.
컨테이너 옆에 부착된 박스에 적혀 있는 내용.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범죄자 구치소에서 부활하면 즉시 모든 장비품과 아이템을 압수당한다. 그러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수형 기간이 끝난 뒤에 다시 돌려받는 것이다.
때문에 칼리와 함께 보내진 것이었지만…….
“아이템 박스가 열려 있어!”
칼리는 망설임 없이 상자로 뛰어갔다.
그러자 유진이 경계심 어린 표정으로 소리쳤다.
“잠깐, 상자가 열려 있다고 섣불리 손을 대면 안 돼. 우리는 지금 형을 받은 죄수다. 함부로 소지품에 손을 대면 형량만 늘어날 뿐이야.”
“아직도 모르겠어?”
칼리가 소지품 상자를 열며 대답했다.
“가까운 곳에서 총성이 들리고 있어. 게다가 죄수가 호송되어 왔는데도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아. 그건 이 본부에서 뭔가 사건이 터졌다는 뜻이야. 우리에게 신경 쓸 여유도 없을 정도로 심각한 사건이.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이건 기회다. 잘만 하면 그 기회를 틈 타 우주선을 탈취해 이곳을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이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어. 다른 건 몰라도 아크만큼은 기필코 내 손으로 처단해야겠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적어도 서너 달은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해. 서너 달을 이곳에서 보내고 나간 우리가 놈을 상대할 수 있을까? 인정하기 싫지만 아크는 강하다. 그리고 서너 달 뒤에는 더 강해지겠지. 어쩌면 이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하늘이 우리에게 준. 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그사이에 칼리는 장비품을 모두 장착했다.
그런데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방어구 중에서 가장 큰 갑옷이 없는 것이다.
전설적인 해적 바론의 정보를 입수하고 한 달이나 수색한 끝에 손에 넣은 유니크 갑옷 ‘바론의 무적 보갑’이! 뿐만 아니라 칼리가 몇 달 동안 모아 오던 ‘골동품 컬렉션’도 박스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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