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24)
아크 더 레전드-524화(524/875)
[524] SPACE 9. 어둠의 이스타나 (2)그걸 누가 가지고 있을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아크 자식!”
새삼 분노가 치솟았다.
뭐 어쨌든, 리더가 이런 식으로 나오자 아리온과 장보고, 유진도 할 수 없이 장비품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장비품 1~2개가 빠진 휑한 차림이 되었다.
“아크 자식!”
그들의 분노 게이지도 상승했다.
“일단 장비품은 찾았는데 이제 어쩌지?”
“이곳의 상황을 파악하고 우주선을 확보할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어쨌든 결정했으면 빨리 움직이자. 연방 본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동이 가라앉으면 기회는 없어.”
이제 목표는 정해졌다.
혹성 탈출!
칼리와 아리온, 장보고, 유진은 주위를 경계하며 연방 본부로 들어섰다. 그리고 여전히 총성이 울리는 통로를 걸을 때였다. 맞은편에서 서너 명의 병사가 뛰어나오며 소리쳤다.
“여기 다른 죄수들이 있다!”
“빌어먹을! 몽땅 죽여!”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그리고 다짜고짜 탄환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칼리다! 아리온이다! 장보고다! 유진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주 개척지에서 짱짱한 악명을 휘날리던 해적 두목들. 소지품을 압수당한 상태라면 모를까, 장비품까지 모두―모두는 아니지만!― 되찾은 지금 병사 서너 명쯤은 가소로울 뿐이다.
칼리가 금강륜을 꺼내 들며 씨익 웃었다.
“훗, 몽땅 썰어 주마!”
“이 멍청이!”
그때 갑자기 뒤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칼리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 오는 커다란 그림자!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칼리가 반사적으로 금강륜을 가슴 앞에 모으며 몸을 돌려세웠다.
그사이에 바로 앞까지 돌진해온 누군가가 칼리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핑그르르. 텅-!
시야가 회전하는가 싶더니 숨이 턱 막히는 통증이 느껴졌다. 상대에게 잡힌 손목을 축으로 한 바퀴 회전하며 바닥에 처박혔다는 사실을 의식한 것은 통증이 느껴진 다음이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강한 놈이다!
본능적으로 상대의 힘을 깨달은 칼리는 얼른 손목을 움켜쥔 손을 뿌리쳤다.
“……?”
다시! 상대의 손을 뿌리쳤다!
“……!”
칼리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마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것처럼 아무리 힘을 써도 풀리지가 않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상대는 넘어진 칼리의 손목을 움켜쥔 채로 탄환이 빗발치는 통로를 내달렸다.
쿵 떡! 쿵 떡! 쿵 떡! 쿵 떡!
사내의 팔이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펄떡거리며 안면을 바닥에 찍어 대는 칼리!
“카, 칼리! 이 자식, 너 뭐야? 거기 서!”
리더가 갑자기 정체불명의 사내에게 잡혀 끌려가니 아리온과 장보고, 유진도 따라 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각자의 무기로 사내를 공격하려 할 때였다.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그들의 몸이 움찔하며 굳어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쪽이에요!”
모퉁이 뒤에는 이렇게 소리치는 여자 뒤로…….
“이 녀석들이 방금 전 컨테이너의 짐이었습니까? 좀 쓸 만한 보급품이 있을까 기대했는데 죄수 호송용 컨테이너였군요. 뭐 아쉽지만 전력에 보탬이 될 만한 죄수도 나쁘지 않죠. 어쨌든 일단 보급품은 넉넉히 챙겼습니다. 늦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죠.”
……각종 무기로 완전무장 한 200여 명의 사내들이 모여 있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들 대부분이 죄수복을 입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칼리가 팅팅 부어오른 코에서 피가 질질 흘러내리는 얼굴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니, 니들 뭐야?”
“나는 정의남이라고 한다. 죄수지.”
자신을 소개한 거구의 사내가 옆의 여자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이 아가씨는 이리나라고 한다. 연방군 대위지.”
죄수? 연방군 대위?
그러고 보니 방금 전 다짜고짜 칼리 일행을 공격했던 것도 연방군이었다. 그런데 그 상대 쪽에도 연방군이 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칼리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자 정의남이 컴뱃나이프를 꺼내 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세한 사정은 이곳을 벗어난 뒤에 설명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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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장, 님!”
페이가 와락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많은, 참으로 많은 의미를 꾹꾹 눌러 담은 눈으로 마몽 준장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마몽 준장은 멀뚱멀뚱 천장에서 깜빡이는 불빛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웠다.
“우리 임무는 조사입니다!”
“그건 알지.”
“안다고요? 알면서 그랬다고요? 그걸 말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젠장!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딱 감이 왔단 말이야! 흑점을 공격하는 게 최선이라고! 그런데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알고 있었으면 미리 말이라도 하던가!”
“밖에 있을 때도 살짝 그런 느낌이 들기는 했는데…….”
페이가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마몽 준장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을 이었다.
“마틴 후작님이 보낸 자료, 안 읽으셨군요.”
“……뭐.”
마몽 준장이 팩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자료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현장이라고! 현장! 자네는 자료와 똑같은 현장을 본 적이 있나? 없지! 없을 거야! 없으니까! 현장 상황은 항상 변하는 법이다. 1분! 1초 단위로! 그런 곳에서 자료 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종잇조각에 불과하다고! 두꺼워서 밑 닦는 데도 못 써! 현장에서 믿을 것은 감! 숙련된 전사의 감이다!”
“……그 결과가 이겁니까?”
페이가 창밖을 가리키며 물었다.
블러드 라이스케이크, 그러니까 피 떡의 밖은 시커먼 대기 속에서 모래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검붉은 기운에 뒤덮인 이스타나 내부의 풍경이었다.
이미 이큘러스에서 증명됐듯이 흑점은 사라진 혹성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입구. 피 떡이 흑점으로 돌진하는 순간, 그대로 이스타나 내부로 들어와 버린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들어왔다는 것이 아니다.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건 이미 이스타나에 남아 있는 유저들의 증언으로도 확인된 사실이다. 그리고 방금 전에는 직접 확인까지 해 보았다.
이스타나로 들어왔을 때 곧바로 피 떡을 다시 대기권 밖으로 상승시켰지만, 아무리 엔진 출력을 높여도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막고 있는 것처럼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말하자면, 갇힌 것이다!
페이가 분노의 포스를 줄기줄기 뿜어내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러나…….
“페이 님, 진정하십시오. 결과가 이렇게 된 건 유감이지만, 그때는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마몽 준장님이 사용하신 파동요란은 촉수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는 것과 동시에 이 순양함에도 상당한 부담이 가해지는 기술입니다. 재생하는 촉수와 계속 싸웠다면 어찌 됐을지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오오! 맞아! 그거야!”
마몽 준장이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역시 아크, 남다른 안목을 가지고 있군! 바로 봤네. 어이, 페이, 봤지? 현장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이런 거야. 후후후, 내가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있어. 난 딱 보고 알았지. 자네와 내가 통하는 게 있다는 사실을! 그런데 역시나! 새삼 애정이 샘솟는군!”
-마몽의 호감도가 200 상승했습니다.
편들어 주기가 무섭게 올라가는 호감도!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그리고 딱히 마몽 준장을 편들어 주기 위해 하는 말도 아니었다.
“전후 사정이 어찌 됐든 우리는 이미 이스타나에 들어와 버렸습니다. 이 상황에서 책임 소재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의논해야 할 것은 이후의 일입니다.”
“하아…….”
페이가 패널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불었다.
그리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 건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아니, 됐다. 그래, 너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야 당연히 타투인으로 가야지!”
마몽 준장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자료도 읽어 보지 않은 사람은 빠지십시오!”
“뭐야? 빠져? 내가 왜 빠져? 이건 내 우주선이야! 계급도 내가 제일 높잖아!”
“준장님, 제발 좀…….”
페이가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결국 다시 아크가 끼어드는 수밖에 없었다.
“타투인은 곤란합니다. 만약 이번 사건이 정말 쥬벨 후작의 짓이라면 이미 타투인은 완전히 장악당했을 겁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경비대 전체와 싸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싸우면 되지! 뭐가 무서워서!”
마몽 준장의 말에 페이가 또다시 한숨을 푹푹 불어 냈다.
솔직히 아크도 이런 사람이 어떻게 별을 달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뭐 전투 실력은 확실히 장군급이기는 했다.
사실 페이가 펄펄 뛰니 대충 설명하고 넘어갔지만 흑점으로 돌진하기 전, 촉수의 재생 속도는 피 떡의 선회 속도보다 빨랐다. 때문에 무리하게 탈출을 시도했다면 재생하는 촉수의 집중 공격으로 피 떡은 정말 피 떡이 됐을 확률이 높았다.
뭐 흑점으로 돌진한 것은 그런 전황을 파악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저 마몽 준장의 저돌 맹진적인 성격 탓이겠지만,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최선의 선택이었으리라.
그건 마몽 준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가 전투 감각만큼은 뛰어나다는 뜻. 아마도 START와 동시에 LAST BOSS를 향해 돌격하자는 것도 그런 자신감 때문이겠지만…….
“제가 들은 바로는 쥬벨 후작이 이스타나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합니다. 그건 쥬벨 휘하의 경비대뿐만 아니라, 여러 도시의 병력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뿐만 아니라 타투인을 장악하고 있다면 황제 폐하도 그의 손에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쥬벨 후작이 정말 쿠테타를 일으킬 계획이라면 무리한 공격은 황제 폐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젠장, 복잡하군.”
마몽 준장이 붉은 수염을 벅벅 긁었다.
“내 전문은 그냥 적과 아군, 딱 나눠서 닥치는 대로 때려죽이는 쪽인데.”
……물론 그러시겠지.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딱 부러지게 말을 해야 뭐든 할 거 아니야.”
……방금 전에는 자기가 계급이 가장 높다고 하지 않았나?
아니 뭐, 아크도 이런 지휘관에게 목숨을 맡기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때문에 아크는 페이와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대책을 궁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페이 님, 혹시 이스타나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물론이지. 함께 군에 있다가 퇴역하고 지금은 용병 생활을 하는 친구도 꽤 있고, 대도시의 시장이나 관리로 재직 중인 군부파 귀족들도 적지 않아.”
“전체 상황을 알아보려면 지위가 높을수록 유리하니 시장이 좋겠군요. 현재 우리 위치에서 군부파 귀족이 시장으로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가 어디입니까?”
“엘븐이다.”
“그럼 일단 엘븐으로 가죠. 지금 연방군은 쥬벨 후작의 쿠테타를 의심하고 있지만 그 역시 확인된 정보는 아닙니다. 그러니 그 뒤의 일은 엘븐에서 이스타나가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 다시 의논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너…….”
아크의 말에 페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은 거냐? 가장 먼저 T-20의 상황부터 확인해 보고 싶을 텐데.”
물론이다. 그러나 아크는 A의 연락으로 이미 T-20의 상황은 대강 알고 있었다. 계엄령이 선포되자마자 경비대가 시설을 장악하고 A를 포함해 당시 T-20에 남아 있던 관리자들을 모두 가둬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T-20을 찾아가면 경비대와 싸움이 벌어진다. 또한 T-20을 탈환해도 이스타나의 정보를 얻기 힘들뿐더러, 병력을 보충하기도 힘들다.
그러니 지금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곳을 찾아가는 편이 낫다. 어차피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T-20은 영영 되찾지 못하는 것이다.
“괜찮습니다.”
아크는 짧게 대답하며 마몽 준장을 돌아보았다.
“들으셨죠? 목적지는 엘븐입니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확단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엘븐의 시장과 접촉하는 것도 신중을 기해야겠지만, 거기까지도 레이더망이 펼쳐져 있는 도시 지역을 최대한 벗어나서 이동해야 합니다.”
사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 부분이었다.
마몽 준장의 피 떡은 노블레스-Ⅱ와 같은 1만 톤 규모의 순양함이다. 이만한 크기의 순양함을 도처에 깔린 레이더망에 들키지 않고 목적지까지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만큼은 마몽 준장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해 보지. 항해사!”
마몽 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할 때였다.
조종석에 앉아 있던 병사 하나가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준장님, 금속 반응입니다! 금속 물체가 접근해 오고 있습니다!”
“뭐? 전함인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엄청나게 큽니다! 전체 크기는 최소 2킬로미터!”
“2, 2킬로미터? 무슨 말도 안 되는…… 대기권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전함 중 가장 큰 서퍼링급 전열함도 전장이 1킬로미터가 안 돼! 그런데 2킬로미터라니?”
“하지만 레이더에는 그렇게 나옵니다!”
병사가 정신없이 패널을 조작하며 소리쳤다.
“현재 거리 약 5킬로미터! 4킬로미터!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혀 오고 있습니다! 3킬로미터! 2킬로미터! 1킬로미터! 가시거리에 들어왔습니다!”
“저, 저게 뭐야?
동시에 아크와 페이, 마몽 준장의 입이 쩍 벌어졌다.
어둠 속에서 휘몰아치는 모래 폭풍 너머, 시커먼 형체가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한데 뭉쳐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시커먼 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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