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27)
아크 더 레전드-527화(527/875)
[527] SPACE 1. 헌터-Ⅲ (2)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크도 나름 부하를 거느린 지휘관. 지휘관의 분위기가 휘하 부대의 분위기를 결정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당연한 것을 잊고 있었다.
T-20이 생기고, 20억이나 되는 투자금을 받아 이큘러스를 개발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이 점점 커지며 여유를 잃어 갔다. 호크와 칼리처럼 강대한 적의 위협이 잦아지는 사이에 여유는 점점 더 없어졌다. 그리고 결국 가장 중요한 것까지 잊어버리게 되었다.
바로 지금 아크가 있는 곳이 게임 속이라는 것!
그리고 게임은 언제나 즐기는 자의 편이라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뉴월드에서 아크가 수많은 라이벌을 물리치고 최강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도 그것이었다.
물론 그때도 아크는 치열했다.
지금보다 절실함이 컸기에 더욱 치열했다. 그러나 새로움을 경험하고 하나씩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즐거움이 더 컸다.
그 일상의 즐거움이 아크의 힘!
그게 지금의 아크. 그러니까 얻는 것보다 지켜야 한다는 부담에 억눌리게 된 아크가 잃어버리고 있던 것이었다.
“너무 진지해질 필요는 없어.”
마몽 준장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잘 안 돼 봐야 죽기밖에 더 하겠나? 어차피 잃을 건 목숨밖에 없다고.”
뭐 T-20과 이큘러스까지 가지고 있는 아크로서는 100% 동의할 수 없는 말이지만! 아크는 양 손바닥으로 짝, 소리가 나도록 볼을 치며 씨익 웃었다.
“그렇군요. 제가 멍청했습니다.”
“훗, 페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이유를 알겠군.”
아크의 행동에 마몽 준장이 페이를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마몽의 호감도가 100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올라가는 것은 마몽 준장의 호감도였다.
이전에는 마몽 준장의 호감도가 올라도 딱히 기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치 어른에게 인정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투투투투! 피핑-!
여전히 적의 탄환이 쉴 새 없이 등을 맞대고 있는 둔덕을 때리고 있었지만, 아크는 이전보다 한결 가벼워진 분위기로 마몽 준장과 페이를 돌아보며 물었다.
“자, 그럼 좀 더 여유 있게.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군. 설마 저놈들을 봐주자는 말은 아니겠지? 실은 말이야,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 꽤 상처받았어. 애지중지하던 순양함이 족보도 없는 나쿠마 떼에 박살 나 속상해 죽겠는데 기분 전환할 새도 없이 총질이라니? 대범한 이 몸도 울컥했다고. 그러니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해 줘야 하지 않겠나? 뭣보다 적이 싸움을 걸어왔는데 받아 주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역시나 단순 무식.
그러나 때로는 단순함이 정답인 경우도 있다.
대화하는 사이에도 슬쩍슬쩍 둔덕 너머를 살피던 페이가 입을 열었다.
“내 생각도 준장님과 같다. 현재 우리 측의 병력은 80여 명이다. 반면 적의 숫자는 넉넉하게 잡아도 30은 넘지 않을 것 같다. 먼저 공격을 개시할 정도의 숫자가 아니지.”
“근처에 다른 복병이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지. 그 복병의 위치와 숫자를 특정할 수 없는 지금,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포위당하는 상황이다. 적의 정체가 뭐든, 조직적으로 우리를 노리고 있다면 이미 어느 정도 포위망이 갖춰져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측의 병력이 80이라지만 기관병이 30여 명. 전투원은 채 50도 되지 않아. 이런 편성으로는 혹시라도 적에게 포위되면 진형을 짜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정면 돌파!
적의 포위망이 완성되기 전에 뚫고 나가자는 말이다.
거기까지 얘기가 진행되자 마몽 준장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내 말이 그 말이야. 마틴 후작님의 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니느라 현장감이 둔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살아 있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다니.”
“뻥치지 마십시오.”
“뻥이 아니다. 난 단지 너와 달리 말보다 행동이 더 빠를 뿐이지. 하지만 뭐 결과는 같아. 저놈들은 오늘, 피떡이 되는 거다! 간다!”
마몽 준장이 양손에 무식한 크기의 해머 두 자루를 움켜쥐고 불쑥 둔덕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말릴 새도 없이 커다란 해머를 블록처럼 쌓아 쏟아지는 탄환을 막으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 단순 무식하기 짝이 없었지만 정답이었다.
다른 적의 매복이 의심되는 상황이니 포위를 피하려면 최대한 빨리 적을 돌파해야 한다. 그러나 간격을 유지하며 총격전을 벌여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신속한 돌파를 위해서는 근접전이 필수!
닥돌(닥치고 돌격)이 답이다.
그러나 마몽 준장은 한 가지 잊고 있는 것이 있었다.
“아니…… 우리는…… 어쩌라고…….”
승무원들이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방금 전까지 지휘관의 마음가짐이 어쩌고 떠들어 대더니 정작 본인은 아예 부하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혼자 닥돌 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승무원들은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닌 듯 ‘대체 우리는 왜 데리고 다니는 건지…….’라며 한숨 섞인 말을 웅얼대고 있었다.
결국 뒤치다꺼리(?)는 아크의 몫이었다.
종종 페이의 막강한 화력 때문에 잊을 때가 많지만 그 역시 후방 지원을 전문으로 하는 중화기병이다. 반면 아크는 근접 전사. 마몽 준장에게 버림(?)받은 돌격병을 누가 지휘해야 할지는 뻔하다.
“페이 님! 기관병들과 함께 엄호를 부탁드립니다.”
“음, 모두 장전하라.”
페이의 명령에 기관병들이 권총―기관병의 기본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한 차례 적의 총격이 쏟아진 직후, 페이가 중기관총을 둔덕 위에 고정시키며 방아쇠를 당겼다.
퉁퉁퉁퉁! 탕-! 탕-!
묵직한 중기관총과 권총이 연이어 불을 뿜었다.
“지금이다! 방패병 선두로! 총기병은 방패병과 밀착한 상태로 범위 사격을 하며 이동한다. 타격병은 후열, 적과 접촉하면 방패병의 좌우로 나가 적을 타격 한다!”
“예, 서! 돌진!”
40여 전투원이 힘차게 대답하며 아크를 따라 둔덕을 뛰어넘었다.
피떡의 전투원들은 독불장군 스타일의 마몽 준장 휘하 부하치고는 의외로 조직력이 좋았다.
뭐 마몽 준장이 부하들은 안중에도 없고 혼자 설치고 돌아다니니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한 결과라고 생각하면 좀 안쓰러운 감도 없지 않지만, 어쨌든!
위잉! 부우우웅! 위잉!
전투원 앞에서 번뜩이는 백색 검광.
그때마다 쏟아지는 탄환이 홍해처럼 갈라졌다.
이 백색 검광의 정체는 말할 것도 없이 아크의 ‘소드 디펜스’! 아크가 선두에서 ‘소드 디펜스’를 펼치며 돌진하자 실제 전투원들에게 날아가는 탄환은 그리 많지 않았다.
돌격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당연지사!
아크와 돌격대는 금세 마몽 준장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사실 따라잡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원래 모난 돌이 정 맞는 법. 가장 먼저 뛰어나간 마몽 준장은 당연히 적의 타깃이 되어 집중사격을 받은 덕분에 의욕과 달리 아직 10미터도 전진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나마 해머의 대가리가 마몽 준장의 비대한 몸을 가릴 만큼 컸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작았어도 이미 벌집이 되었으리라. 무식한 돌격의 대가였지만 마몽 준장은 분하다는 듯이 이를 갈고 있었다.
“빌어먹을! 고작 딱총 따위에…….”
“준장님, 괜한 호기는 집어치우고 저희와 합류하십시오!”
“괜한 호기라니? 나를 뭐로 보고! 나는 말이지!”
“잠깐!”
아크가 움찔하며 마몽 준장의 말을 끊었다.
마몽 준장의 해머 머리에 떠 있는 붉은 점 때문이었다.
그게 뭔지는 알고 있었다. 레이저 사이트Laser sight, 저격총 따위에 장착하는 조준경에서 뻗어 나오는 빛이다. 그리고 수십 미터 앞에 적이 모여 있으니 레이저가 마몽 준장의 몸을 더듬고 있는 것도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빛이 쏘아지는 위치였다.
‘……위?’
레이저는 적군이 모여 있는 곳에서 쏘아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최소 10여 미터. 수직으로 10미터 이상 위치한 상공에서 쏘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빛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 적군의 뒤, 휘몰아치는 모래 폭풍 너머에서 뭔가 거대한 형체가 우뚝 솟아 있었다.
‘뭔가…… 다른 것이 있다!’
등줄기를 훑어 내리는 섬뜩한 감각!
“준장님, 피하십시오!”
“뭐?”
위이이잉! 퍼펑-!
마몽 준장이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레이저가 뻗어 나오던 상공에서 모터 소리가 울리더니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내리꽂히듯이 떨어지는 것은 소형 미사일!
콰쾅! 콰쾅! 콰콰콰콰콰!
굉음을 일으키며 치솟는 거대한 불기둥!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퍼져 나가는 폭풍에 휘말린 아크는 그대로 튕겨 날아가 수 미터 뒤의 바닥에 처박혔다.
그와 함께 확 빨려 나가는 생명력!
스플래시 대미지만으로 4%의 생명력이 빠져나갔다.
아크와 진형을 짜고 있던 전투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밀집대형을 이루고 있어 날아가지는 않았지만 도미노처럼 우르르 넘어지며 밀려 나갔다.
“마, 마몽 준장님은?”
아크가 휘청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뒤이어 시선을 돌린 아크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폭발이 일어난 자리는 수 미터 크기의 크레이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나 시커멓게 타 들어간 크레이터를 몇 번이나 훑어봐도 마몽 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지금은 마몽 준장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보다…….’
“준장님! 아크!”
그때 뒤에서 페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리자 페이가 중기관총을 난사하며 뛰어오고 있었다.
“오지 마십시오! 아니, 지금 당장 퇴각해야 합니다! 이 앞에는…….”
쿠쿵-! 쿠쿵-!
아크의 목소리를 밟아 뭉개듯이 육중한 굉음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거대한 그림자.
그 그림자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자 아크는 물론, 아크를 따라 시선을 돌린 페이와 승무원들의 얼굴이 얼음 조각처럼 창백하게 변하며 굳어 버렸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것’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공룡.
4개의 다리를 움직이며 다가오는 그것은 높이가 10여 미터, 길이는 30여 미터나 되었다. 그러나 공룡은 아니었다.
기계, 아니, 머리처럼 보이는 부위에는 양쪽에 2대의 기관포가 붙어 있었고, 등에는 RPG를 수십 배로 확대시켜 놓은 것 같은 포탑이 우뚝 솟아 있었다. 그리고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놈을 감싸고 있는 벌집 모양의 실드가 물결처럼 흔들렸다. 그렇다. 그건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병기!
은하계에서는 이런 스케일의 병기를 통틀어 지칭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기간틱 : 헌터-Ⅲ(나쿠마)
종류 : 기간틱 위험도 : A
전투력 : A
모든 지형에 대응하도록 제작된 은하연방의 기간틱입니다.
4족 보행형으로 제작되어 어떤 험한 지형이라도 이동하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주력 무기는 2기의 기관포와 레이저 사이트로 타깃팅하는 방식을 채택한 포인트 로켓포입니다. 기간틱 중에서는 크기가 비교적 작고 실드나 장갑의 내구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로 인해 운송이 쉽고 모든 지형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유격전에 많이 투입됩니다. 그러자 헌터-Ⅲ 타입은 이미 20년 전에 대부분 폐기되었습니다.
※나쿠마 상태입니다.
그때 ‘투시’ 능력이 발동하며 정보창이 떠올랐다. 그러나 굳이 그런 정보를 주위에 알릴 필요는 없었다.
“기간틱…… 헌터-Ⅲ가…….”
페이는 군인. 그것도 군부의 수장 마틴 후작 휘하 특무대장이다. 나쿠마 상태라니 본래의 형태와는 좀 다르겠지만 페이는 한눈에 정체를 알아보았다.
굉음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병기는 최강의 지상 병기로 불리는 기간틱! 그것도 나쿠마로 변한 기간틱이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아, 안 돼!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퇴각! 퇴각하라!”
주춤주춤 물러나던 페이가 비명 같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페이는 수많은 전장을 경험한 군인이지만, 아니, 수많은 전장을 경험한 군인이기에 기간틱의 공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건 같은 군인인 승무원들도 마찬가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던 승무원들은 페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몸을 돌리며 뛰어갔다.
아니, 도망친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반대쪽에서 고막을 얼얼하게 만드는 포성이 잇달았다.
일반 기관총 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력의 포격이 가로지르자 대지에 균열이 번지며 자욱한 폭연이 주위를 뒤덮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육중한 울림.
쿠쿵-! 쿠쿵-!
“2…… 2대……!”
페이의 얼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최강의 지상병기가 앞뒤에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절망!
아크는 이런 이름의 망치에 뒤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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