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3)
아크 더 레전드-53화(53/875)
[53] SPACE 1. 이크람 (3)-헤드샷!
《적의 머리에 타격을 입혀 150%의 추가 데미지가 적용됩니다.》
[크악! 이, 이게 무슨?]총기병이 머리에서 모락모락 연기를 피워 올리며 뒷걸음질쳤다.
퉁! 퉁! 퉁! 퉁!
중화기병이 유탄을 발사한 것은 그 직후였다.
몇 발의 유탄이 지면을 시커멓게 태우며 불길을 뿜어 올렸지만 아크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아크가 뒷걸음치는 총기병의 가슴팍으로 파고 들어가며 검을 내리그었다.
“임팩트 샷!”
카카카칵! 퍼퍼퍼펑—!
칼날이 총기병의 몸에 닿는 순간 방아쇠를 당기자 칼자루에 붙어있는 총 형태의 부분에서 불길이 뿜어지며 검에 배인 상처로 총탄을 쑤셔 박았다. 전체 공격력에 50%의 추가 데미지를 더해주는 임팩트 샷! 총기병의 생명력이 쭉 빨려나갔다.
[에? 에? 뭐, 뭐야? 어, 어째서?]중화기병이 당혹성을 터뜨리며 허둥거렸다.
하긴 건 블레이드를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혼란스럽기도 하겠지.
그러나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말해 줘봤자 알아듣지도 못할 테고, 건 블레이드 덕분에 전황을 뒤바꿨지만 사실 아크 역시 그리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하이퍼 드론의 남은 마나: 20%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크가 초조한 눈길로 님프의 정보창을 바라보았다.
아크는 라마기지에 잠입할 때부터 배틀슈트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바이크를 훔쳐 이곳까지. 이것만으로도 이미 적지 않은 시간을 소모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까지 합해도 15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 배틀슈트의 지속시간은 30분. 따라서 아직 50%의 마나가 남아있어야 정상이야. 그런데 20%. 그렇다면 아마도…….’
아크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머리 위에서 번쩍거리는 문장을 올려다보았다.
전투 직전에 발동시킨 룬 문자는 여전히 아크의 머리 위에서 번쩍거리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마나가 샜다면 그것밖에 없었다. 이 망할 룬 문자는 아무런 효과도 없는 주제에 야금야금 배틀슈트의 마나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취소도 되지 않는다.
덕분에 남은 마나는 20%, 시간으로 환산하면 6분이다.
‘젠장, 역시 뭔지도 모르는 스킬 따위는 쓰는 게 아니었어!’
괜한 짓을 하지 않았다면 좀 더 여유 있는 전투를 치를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후회란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그리고 처음에는 과연 레벨 40대의 라마전사 둘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붙어보니 힘든 상대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놈들이 약한 게 아니야.’
열흘 전의 아크와 지금의 아크는 전혀 다른 존재였다.
일단 레벨이 다르다. 피라미드에서의 광렙 덕분에 그 사이에 12레벨이 오른 것이다.
거기에 크레바스 속에서 죽은 라마전사가 떨군 매직템 하르케니언 아머 덕분에 방어력 UP! 파라오가 남긴 임팩트 블레이드 덕분에 공격력 UP! 거기에 주변에 연합군이 없어 거리낌없이 배틀슈트까지 입고 싸우니 이전과는 전투 감각이 180도로 달라진 것이다.
‘6분이면…… 승산이 있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촤르르르.
아크가 임팩트 블레이드에 탄환을 장전하며 총기병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크윽, 이, 이 자식!]총기병이 이를 갈아붙이며 검을 휘둘렀다.
처음에는 워리어 타입 배틀슈트의 무지막지한 힘을 경험한 적이 없어 검으로 받았지만 지금은 상황을 파악했다. 아크는 상체를 숙여 검을 피하며 놈에게 바짝 다가섰다.
‘역시 예상대로다.’
힘과 방어력에 치중된 캐릭터는 민첩이 떨어진다.
그런 상식은 갤럭시안에서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었다. 힘과 방어력이 얼마나 뻥튀기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민첩성은 한참 떨어져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아크가 보기에는 검을 다루는 솜씨도 그리 훌륭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놈들이야말로…… 아크의 밥이었다. 이전 게임에서 아크는 이런 무대포 전사를 양식 삼아 무럭무럭 성장했던 전력이 있는 유저인 것이다.
물론 이전 게임과 갤럭시안은 전혀라고 할 만큼 다른 게임이었다.
그러나 전투의 본질은 중세든 미래든 다를 게 없었다.
게다가…….
[이 쥐새끼 같은…… 헉!]미친 듯이 검을 휘둘러대던 총기병이 한쪽 무릎을 꺾으며 당혹성을 터뜨렸다.
스텝을 밟으며 검을 피하던 아크가 놈의 뒤로 회전하며 날린 하단차기에 걸린 것이다.
바로 이것, 배틀슈트를 입으면 상대가 안드로이드라도 발차기를 할 수 있다. 그런 관절을 노린 발차기야말로 수많은 중장갑 전사를 무릎 꿇린 아크의 독문절기!
“쫑알쫑알 시끄럽군. 싸움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야.”
아크가 허리까지 내려온 총기병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씨익 웃었다.
이어지는 무릎 찍기!
배틀슈트를 입고 날리는 무릎 찍기는 육중함부터가 달랐다.
뭔가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뭉개진 총기병이 머리가 튕겨져 올라왔다.
활짝 벌어진 목덜미에 임팩트 블레이드가 박히고 뒤이어 총성과 함께 탄연이 피어올랐다.
콰직—! 퍼퍼퍼펑!
검격에 이은 총격, 임팩트 샷!
“자자, 이제 시작이라고. 벌써 뻗어버리면 곤란해.”
아크가 튕기듯 날아가 대자로 뻗어버린 총기병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뒤부터는 아크의 페이스였다.
총기병은 적어도 접근전에서만큼은 아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발차기로 중심을 잃게 만들고 배틀슈트의 관절부위에 검과 탄환을 쑤셔 박는다. 이런 아크의 전투 스타일에는 방어력이 빵빵한 워리어 타입의 배틀슈트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가상현실 게임은 장비보다 실력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교과서적으로 보여주는 전투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중화기병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윽! 윽! 테일스, 뭐 하는 거야? 도와줘!] [나, 나도 놀고 있는 게 아니라고! 저 자식!]퍽퍽 얻어맞는 총기병의 구조요청에 중화기병이 유탄 발사기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막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아크가 잽싸게 위치를 바꿔 총기병의 뒤로 돌아갔다.
[젠장! 도와달라면서 네가 막아서면 어쩌라고?] [눈깔이 삐었냐? 내가 막아서는 걸로 보여? 이 자식이 움직인 거잖아!] [그러니까 네가 제대로 잡고 있어야 총을 쏘든 말든 할 거 아냐!] [빌어먹을, 잡고 있을 수 있으면 내가 이렇게…… 아욱!]퍽! 퍽! 퍽! 퍽!
요렇게 틈이 나면 총기병을 신나게 두들겨 퍽퍽퍽.
[그래, 차라리 그렇게 맞으면서라도 잡고 있어. 내가…….]조렇게 중화기병이 위치를 잡고 유탄을 날리려는 낌새가 보이면 살짝.
‘훗, 장거리와 접근전 공격수라…… 그런 조합은 너무 식상해서 대책이랄 것도 없지.’
따지고 보면 궁수와 전사의 조합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이전 게임에서 그런 뻔한 조합의 적과는 수천 번도 더 붙어본 아크였다. 게다가 아크의 장기는 많기도 해서 일단 작정하고 나서면 이런 얍삽한 전투로는 아크를 따라올 유저가 없을 정도!
[익! 엇? 젠장! 어어? 빌어먹을!]덕분에 중화기병은 연신 욕설을 내뱉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닐 뿐이었다.
그리고 결국 중화기병이 유탄 한 발 제대로 못 쏘고 헤매는 사이…….
[이, 이럴 수는 없어!]피떡이 된 총기병이 허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쓰러졌다.
“이제야 답답하지 않게 내 맘대로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
갤럭시안을 시작한 이후, 전투할 때면 항상 뭔가 막힌 것 같던 느낌이 사라졌다.
물론 아직 이전 게임과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갤럭시안의 전투에도 적응됐다는 뜻이었다.
어쨌든 간만에 만족스러운 전투였지만 아크 역시 피해가 없지는 않았다. 아무리 실력 차이가 극명해도 근접전에서 데미지를 전혀 받지 않고 싸울 수는 없는 법. 더구나 중화기병을 견제하느라 받지 않아도 될 데미지를 받게 되는 경우도 많아 총기병이 쓰러질 때는 생명력이 30%밖에 남지 않았다. 배틀슈트의 남은 마나도 이제 7%남짓.
‘하지만 상대가 중화기병이라면 이 정도로도 충분해!’
중화기병은 1대 1전투에 적합한 직업이 아니다.
중장거리에서는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지만 일단 붙으면 제대로 싸울 수조차 없는 직업.
‘단숨에 처리하고 귀환한다!’
[히익!]아크가 빙글 몸을 돌리자 막 유탄 발사기에 탄환을 채우던 중화기병이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허둥지둥 유탄 발사기를 들어올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투퉁—!
“놀고 있군. 실드!”
아크가 중화기병을 향해 뛰어가며 실드를 펼쳤다.
그리고 날아드는 유탄을 쳐내며 중화기병에게 달려들려는 순간!
실드와 충돌한 유탄에서 푸른 섬광이 아크의 몸을 휘감으며 투명한 크리스털로 변했다.
-특수 유탄 [프리즌 크리스털]에 적중되었습니다!
프리즌 크리스털은 유탄 계열의 특수 장비로 타깃에 적중되는 순간 2미터 범위의 모든 생명체를 크리스털에 가둡니다. 갇힌 생명체는 크리스털이 파괴되지 않는 한 구속을 벗어날 수 없지만, 동시에 외부의 데미지도 받지 않습니다. 단, 갇힌 상태에서 외부의 공격에 의해 크리스털이 파괴될 경우 크리스털의 내구력만큼의 데미지를 입게 됩니다.
《프리즌 크리스털(초급)의 내구력: 500》
동시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프, 프리즌 크리스털?”
정보창을 읽어본 아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런 특수 유탄은 아크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숫하게 겪은 전장에서 비슷한 특수 유탄이 사용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죄수 부대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까지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갇힌 채 크리스털이 파괴되면 내구력만큼의 데미지를 받는다!”
현재 아크의 생명력은 150가량. 크리스털이 파괴되면 한 방에 사망이라는 말이다.
그런 사태를 막으려면 그 전에 아크가 크리스털을 부수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크에게는 단숨에 500의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기술은 없었다. 아니, 없지는 않았다.
‘배틀슈트의 18연타!’
그러나 18연타는 배틀슈트의 남은 마나를 몽땅 공격력으로 바꾸는 스킬.
7%밖에 남지 않은 마나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기는 힘들어 보였다. 아니, 설사 18연타로 크리스털을 부술 수 있어도 그때까지 중화기병이 지켜보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키, 드디어 걸렸구나.]아니나 다를까, 중화기병이 씨익 웃으며 아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기에도 무지막지한 소형미사일 발사기를 꺼내들었다. 뒤이어 보기에도 무지막지한 포탄을 꺼내 들고 여유롭게 장전하며 히죽거렸다.
[만만하게 보고 있었지? 잠시만 기다려라. 나도 한 방이 있는 놈이라는 걸 보여주지.]‘……맙소사!’
아크의 머릿속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중화기병이 꺼내든 소형미사일 발사기의 위력은 누구보다 아크가 잘 알고 있었다.
전장에 내몰린 죄수 부대가 가장 먼저 겪게되는 라마족의 화력전은 바로 그 소형미사일이 주축인 것이다. 장전과 조준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발사되면 문자 그대로 미사일. 직격 당하면 레벨 30~40대의 전사도 한 방에 GAME OVER!
중화기병의 최대 최강 공격이었다.
‘망했다. 7%의 마나로는 18연타를 사용해도 크리스털을 부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아니, 18연타를 써도 마찬가지야. 18연타는 일단 발동시키면 모든 공격이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못하는 스킬. 크리스털이 부서져도 스킬이 완료되기 전에 미사일이 발사되면 마찬가지야.’
자연스럽게 18연타 도중에 미사일이 머리에 박히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빌어먹을, 18연…….”
아크가 주먹을 움켜쥐며 소리치려 할 때였다.
갑자기 머리 위에 떠있던 룬 문자가 물결처럼 출렁이더니 자잘한 균열이 번졌다.
갈라지는 문자 사이에서 유령처럼 반투명한 형체가 솟아 나온 것은 그때였다. 개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진 형체, 놀랍게도 갈라진 문자 사이에서 나온 것은 피라미드에서 지긋지긋하게 봤던 아누비스. 고대 이집트에서 저승의 신으로 섬겨지던 아누비스의 형상이었다.
‘이, 이게 뭐야?’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아크가 떠듬거리는 사이.
밖으로 나온 아누비스가 순식간에 총기병의 시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피떡으로 변한 총기병의 몸이 들썩들썩거리더니 쩍 갈라지며 시뻘건 형체가 솟아올라왔다. 부르르 떨며 몸에 묻은 피를 털어 내는 형체는 놀랍게도.
‘에? 저, 저건 죽은 라마전사? 아, 아니, 하지만 몸은…….’
아누비스는 개의 머리와 사람의 몸을 가진 신이었다.
그러나 총기병의 배를 뚫고 나온 것은 개의 몸에 사람의 얼굴, 그것도 총기병의 얼굴이었다.
총기병의 시체 속에서 총기병의 얼굴을 가진 개가 나타난 것이다.
이 기괴한 상황에 아크가 살짝 패닉 상태에 빠져있을 때였다.
-타깃을 찾아 룬 문자 이크람이 발동했습니다.
-룬 문자 이크람의 비전이 완성되어 해당 룬의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이크람(헬 하운드 Hell-hound): 이크람은 고대 외계 종족 무라트가 저승의 문지기로 섬기던 아누비스를 상징하는 룬입니다. 무라트는 오래 전부터 이런 룬에는 특수한 신력이 담겨져 있다고 믿었고, 광자 생명체 샤이어를 통해 그런 믿음을 현실화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샤이어를 통해 아누비스의 상징 룬 이크람을 발동시키면 사용자는 제물이 될 시체에서 저승의 파수꾼 헬 하운드를 불러낼 수 있습니다. 이때 소환된 헬 하운드의 능력치는 제물로 바친 시체의 본래 능력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소환된 헬 하운드는 이후 사용자의 마나를 초당 1씩 소비하며 명령에 따라 움직입니다.
《시체를 제물로 헬 하운드 소환. 초당 1의 마나 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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