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30)
아크 더 레전드-530화(530/875)
[530] SPACE 2. 아크 VS 발렌시아? (2)“페이 님!”
발렌시아와 거리를 벌린 아크는 님프로 페이를 호출했다.
-아크! 어디냐? 마몽 준장님? 함께 있는 거냐?
“저는 혼자 떨어져 있습니다.”
-뭐? 왜…….
“발렌시아라는 또라이…… 아니,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일단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 전력으로 2대나 되는 기간틱을 상대하기는 무립니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일단 탈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할 수 있다면 진즉에 했을 거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그조차 무리야. 적군의 포위는 어찌어찌 뚫을 수 있겠지만 기간틱의 화력을 생각하면 사정권을 벗어나기 전에…….
죽겠지.
그러니 승산이 없는데도 싸우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크도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 있습니다.”
발렌시아가 나타나기 전에 생각하던 방법이었다.
물론 그 방법이 통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리고 설사 이곳을 벗어난다 해도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나쿠마 기간틱의 습격을 받은 것이라면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만으로 위기를 넘길 수도 있겠지만 발렌시아와 적군이 있는 것이다.
정황상 놈들이 기간틱을 조종하고 있을 확률이 99%!
그러니 추격당할 확률도 99%, 결국 전멸당할 확률도 99%다. 그러나 어차피 인생이나 게임생이나 운칠기삼運七技三. 뒷일은 운에 맡기더라도 하는 데까지는 해 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 해 보는 수밖에 없겠지. 내가 도울 일은?
“일단…….”
콰직!
그때 갑자기 발목에 둔탁한 충격이 전해졌다.
전력질주를 하던 아크는 그 충격에 체중이 앞으로 쏠리며 넘어졌다. 그래도 나름 운동을 한 몸이라 바로 낙법을 펼쳐 몸을 굴린 덕분에 딱히 대미지를 받지는 않았지만…….
“거, 거머리?”
고개를 돌린 아크의 입에서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시큰거리는 발목에 거머리, 아니, 거머리를 닮은 커다란 생물이 들러붙어 있었다. 거머리가 발목을 죄어 오자 자잘한 스파크가 일어나며 정보창이 떠올랐다.
-피라움이 달라붙었습니다!
피라움은 오지의 늪에서 군락을 이루며 사는 원시생물입니다. 1마리 1마리를 그리 위협적인 생물이라고 할 수 없지만 무리를 이루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피라움은 다른 생물의 몸에 붙으면 피부에 작은 침을 꽂아 넣고 전류를 발산, 상대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피라움이 수십 마리 모이면 거대한 몬스터도 순식간에 마비시킵니다. 뭐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
《움직임 5% 감소. 1초에 1의 생명력이 피라움에게 흡수당합니다.》
“피라움? 이런 게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생물이다. 아니, 뭐 아크라고 모든 생물을 다 알고 있을 리는 없지만, 늪지에 산다는 생물이 왜 갑자기 이런 곳에서 발목을 잡는다는 말인가?
그러나 그런 궁금증이나 풀 여유는 없었다.
“아크, 놓치지 않는다!”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발렌시아의 목소리!
아크에게 무시당한 발렌시아는 꽤 열 받아 있었다.
그건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왜냐면, 어느새 배틀슈트까지 꺼내 입고 손에는 런처까지 들고 쫓아오고 있었으니까. 물론 런처 역시 폼으로 들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둔중한 울림과 함께 불을 뿜는 런처!
투퉁-! 투퉁-! 투퉁-!
수류탄과 맞먹는 화력의 유탄이 3발이 연이어 날아왔다.
그러나 위험도로 보자면 아크에게 런처는 권총보다도 못한 무기였다. 아니, 1대1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유저에게 그렇다.
유탄은 수류탄과 맞먹는 화력을 가지고 있지만, 수류탄과 맞먹을 정도로 느리기도 한 것이다. 하물며 탄환도 막아 내는 아크라면!
“턱도 없다! 소드 디펜스!”
아크가 지체 없이 몸을 일으키며 검을 휘둘렀다.
이퀄라이저에서 뿜어져 나오는 백색 검기가 허공을 가로지르자 지척까지 날아오던 유탄이 좌우로 갈라졌다. 아니, 갈라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퍼펑-! 퍼펑-! 퍼펑-!
좌우에서 유탄이 일제히 폭발을 일으켰다.
‘소드 디펜스’는 궤도를 바꿀 뿐, 탄환을 타격 하는 기술이 아니다. 다시 말해 스스로 폭발했다는 뜻.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쳇, 특수탄이었던 건가? 바이우스 실드!”
아크는 재빨리 실드를 펼쳐 뒤이은 ‘?―어떤 효과의 특수탄인지 모르니까―’에 대비했다. 그때 흩어지는 폭연 속에서 작은 물체가 솟아 나와 몸 여기저기에 달라붙었다.
-피라움이 달라붙었습니다!
《움직임 5% 감소. 1초에 1의 생명력이 피라움에게 흡수당합니다.》
-피라움이 달라붙었습니다!
《움직임 5% 감소. 1초에 1의 생명력이 피라움에게 흡수당합니다.》
-피라움이 달라붙었습니다!
《움직임 5% 감소. 1초에 1의 생명력이 피라움에게 흡수당합니다.》
그리고 연이어 떠오르는 메시지!
동시에 피라움이 발목에 붙어 있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해명되었다.
“몬스터가 들어 있는 유탄? 장난해? 포켓몬이냐?”
정말 가지가지 한다 싶지만 어쨌든!
1초에 1의 생명력이지만 4마리나 되니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생명력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야금야금 줄어드는 생명력보다 ‘감속’ 상태 이상이었다.
1마리에 5%씩, 4마리가 달라붙자 속도가 20%나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때는 당황하면 안 된다. 일단 침착하게 1마리씩 떼어 놓고…….
“그럴 시간이 있겠냐! 기갑 무장, 비스트!”
아크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순간 섬광과 함께 주위의 공간이 물결치듯이 흔들리며 갈라졌다.
그 사이에서 검은 윤기가 흐르는 갑주가 나타났다.
늑대 형상의 헬멧 아래, 포악한 짐승의 근육으로 이어 붙인 것 같은 형태의 갑주는 비스트! 아크가 애지중지하던 하이퍼 드론을 잡아먹고 태어난 엘림의 무장보갑이었다.
비스트가 마치 덮치듯이 아크의 몸을 뒤덮자 충격파가 발생하며 여기저기에서 피라움이 튕겨 날아갔다.
그 피라움을 밟아 으깨며!
“아크!”
육박해 오는 기갑전사는 발렌시아!
발렌시아의 손에는 어느새 런처 대신 푸른빛을 뿜어 올리는 광선검이 들려 있었다. 그 광선검이 발렌시아의 동선을 따라 긴 궤적을 그리며 떨어졌다.
쩌쩡! 파지지지-!
그리고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스파크!
광선검이 허공에서 격돌하자 칼날이 진동하며 작은 스파크가 쉬지 않고 튀어 올랐다.
비스트가 상승시키는 힘은 45%!
그럼에도 이퀄라이저를 잡은 손목이 순간 시큰거릴 정도의 압력이 전해졌다. 그러나 이건 기갑의 성능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발렌시아의 기갑도 이전에 봤던 것과 다르니 업그레이드됐을지도 모르지만.
“나와 결판을 내기 전에는 어디도 가지 못한다!”
당장이라도 불을 뿜어낼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는 발렌시아의 식겁한 눈깔! 검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감각은 힘이 아닌 그런 의지에 의한 것이리라. 그러나…….
“너 말이지…….”
아크가 스파크를 일으키는 검 너머로 발렌시아의 낯짝을 노려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잊은 거야? 아니면 잊은 척하는 거냐? 넌 이미 나에게 세 번이나 발린 놈이야. 보통 이쯤 되면 초딩도 ‘아! 저분은 감히 내가 상대할 분이 아니구나! 그러니까 얌전히 찌그러져 있어야지.’라는 생각을 한다고. 그런데 염치도 없이 다시 나타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결판? 찌질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대체 몇 번을 죽여 줘야 만족할래? 네가 결판이니 뭐니 떠들어 봤자 내 귀에는 죽여 달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으면 해 봐라!”
“어쭈? 하라면 못할 것 같으냐?”
아크가 검을 움켜쥔 손에 힘을 더하며 대꾸했다.
그러나 무턱대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만은 아니었다.
총과 달리 검의 사정권은 검의 길이, 그러니까 1미터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검으로 상대를 푹! 찌를 수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상대도 푹! 찌를 수 있는 거리라는 뜻.
때문에 검을 다루는 사람에게 적을 푹!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자신이 푹! 당하지 않는 것이다.
같이 푹! 하면 그건 그냥 동반자살이니까.
때문에 지금처럼 접근한 상태에서는 공격에 앞서 먼저 상대가 움직임을 사전에 봉쇄해야 둬야 한다.
그러나 발렌시아는, 아크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처럼 이미 세 번이나 발린 전력이 있어도 나름 검 좀 잡아 본 유저.
얌전히 아크에게 유리한 포지션을 내줄 리가 없었다.
때문에 잠시 아크가 우위를 점하면 발렌시아가 바로 역수逆手를 걸고, 그렇게 발렌시아가 우위를 점하면 뒤이어 다시 아크가 역수를 거는 수 싸움이 이어졌다.
뭐 설명은 길었지만…….
파직! 파직! 파지지지! 파직!
두 자루의 검이 자석처럼 붙은 상태로 스파크를 일으키며 뒤엉킨 것은 불과 몇 초!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만…….’
“브레이크키네시스!”
아크의 눈이 번뜩이자 발렌시아의 얼굴 앞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이라고는 해도 실제로는 대미지조차 들어가지 않는 폭죽 수준의 폭발. 그러나 사람이라면, 설사 미리 알고 있었다고 해도 움찔할 수밖에 없다.
그게 본능!
‘브레이크키네시스’의 위력은 바로 그 부분에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동요를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맞닿은 검을 통해 발렌시아가 경직되는 것이 느껴졌다.
아크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재빨리 검을 반전시키며 아래쪽으로 떨쳐 내자 발렌시아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순간 아크는 한 걸음 크게 내디디며 이퀄라이저를 횡으로 휘둘렀다.
“소닉 소드!”
원을 그리며 펼쳐지는 검광!
그 궤적이 그대로 검기가 되어 쏘아져 날아갔다.
발렌시아는 바로 검을 치켜세웠지만 이미 중심을 잃은 상태. 검기가 폭발하자 수 미터나 밀려 나갔다.
“크윽! 이 자식, 또 얕은 수를!”
“아직도 모르는 거냐?”
아크가 밀려나는 발렌시아를 따라붙으며 이를 드러냈다.
비스트! 이름처럼 마치 철갑으로 된 늑대 가죽 같은 기갑을 입은 아크는 문자 그대로 짐승!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짐승은 포악한 어금니를 드러내며 발렌시아를 덮쳤다.
“세상에 얕은 수는 없어! 이기는 기술이 있을 뿐이다!”
콰콰콰콰! 파지지지!
속사포처럼 내리꽂히는 백색 검광!
폭발하듯이 터져 올라오는 스파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다른 스파크가 터져 나온다. 이게 쉬지 않고 중첩되자 일대는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작은 빛 무리에 휩싸였다.
그러나 아름다운 장면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이 반짝임 속에서는 발렌시아라고 불리던 사내가 넝마처럼…….
‘이, 이 녀석! 이걸 모두 막고 있어?’
……찢기지 않았다!
발렌시아는 아크의 공격을, 그것도 비스트를 입어 폭발적으로 상승한 신체 능력으로 쏟아붓는 공격을, 주춤주춤 물러나면서도 모두 막아 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그때 발렌시아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발을 차올렸다.
아크조차 발렌시아가 이런 공세를 받아 내며 발 차기까지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쪽이라면 아크 전문이다.
뭐 이런 상황에서 발 차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하지만 그래 봤자 아크의 눈에는 발 차기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발길질에 불과했다. 이 정도는 위협도 되지 않는 수준!
‘……실수다!’
아크는 검 자루로 날아드는 발을 찍었다. 그리고 그대로 발렌시아의 품으로 파고들다가 덜컥 멈춰 섰다.
‘……실수다!’
앞의 것은 발렌시아에게.
그리고 뒤의 것은 자신에게 한 말이다.
절호의 기회를 앞에 두고 멈춘 이유는…….
-피라움이 달라붙었습니다!
-피라움이 달라붙었습니다…….
……이거다.
연이어 떠오르는 메시지!
아크는 바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방금 전 아크의 몸에 붙어 있던 피라움. 비스트를 입을 때 발생하는 충격파에 휩쓸려 날아갔지만 충격파 자체는 딱히 대미지를 주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피라움들도 죽지 않았으리라.
발렌시아가 어울리지도 않는 발 차기를 한 이유가 그것이다. 아니, 그건 발 차기가 아니라 피라움을 차올린 것이다.
‘이 녀석이 여기까지 물러난 이유가 피라움 때문이었다는 말인가? 그 공격을 막아 내며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있었다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발렌시아가?’
뭔가, 뭔가 잘못되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피라움 ×4가 달라붙었습니다!
《움직임 20% 감소. 1초에 4의 생명력이 피라움에게 흡수당합니다.》
동시에 피라움 4마리 분의 상태 이상이 중첩되었다.
생명력은 그렇다 쳐도 이런 상황에서 20% 속도 감소는 치명적이다. 그러나 피라움을 떼어낼 시간도 없다.
불과 1미터 거리에 발렌시아가 있는 것이다. 아니, 아크가 멈칫하는 사이에 이미 푸른 검광이 육박해 들어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갤럭시 소드!”
다급해진 아크가 황급히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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