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33)
아크 더 레전드-533화(533/875)
[533] SPACE 2. 아크 VS 발렌시아? (5)다시 말해 나쿠마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떤 힘’이지만, 무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회로가 남아 있어야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특기할 사항은, 아크는 지금까지 수백, 아니, 수천 마리의 나쿠마를 해치우고 회로의 락을 해제해 왔지만 대부분 경험치는 1~2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쿠마 화가 진행된 기계는 대부분 폐품 처리될 정도로 구식이라 화기 시스템의 보안 레벨 역시 낮았기 때문이다.
‘바로…….’
아크가 빠르게 손을 움직이며 소리쳤다.
“이 기간틱처럼!”
-해킹으로 보안 장치를 해제했습니다!
《관리자 권한을 획득해 시스템과 연결된 장치를 직접 조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순간 님프의 화면에 마치 캠코더처럼 주위의 풍경이 떠올랐다. 아크가 그 화면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이리저리 움직이자 기간틱의 좌우 포탑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장악한 것이다! 기간틱의 포탑을!
“아크, 내려와라! 죽으려면 내 손에 죽으란 말이다!”
따라서 저 멀리에서 방방 뛰며 발광하는 발렌시아도…….
-기관포 회전 ▷ 수평각 57˚ 수직각 34˚ ▷ 발사.
삑삑삑!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헉! 무, 뭐야? 저 나쿠마가 왜……?”
발렌시아가 허둥지둥 기듯이 도망치며 당혹성을 터뜨렸다.
그건 적군 주제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주위를 포위하고 움직이지 않는 놈들도 마찬가지였다. 아크가 포탑을 돌리고 포화를 쏟아붓자 비명을 터뜨리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페이 부대와 싸우는 기간틱!
“페이 님!”
-아크! 뭐냐? 방금 전의 공격은? 설마 네가?
“네, 이쪽 기간틱의 포탑을 탈취했습니다! 하지만 탈취한 것은 포탑뿐입니다! 본체와 로켓포는 통제할 수 없습니다! 오래 버티지는 못할 테니 제가 시간을 버는 사이에 탈출하십시오!”
발렌시아가 나타나기 전에 아크가 구상하고 있던 작전이 이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너는…….
“전 걱정하지 마십시오. 싸우는 거라면 몰라도 저 혼자라면 어떻게든 탈출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일단 승무원들을 살리는 것이 먼저입니다!”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그리고 기간틱 ‘B’를 향해 포격 개시!
포탄은 모두 ‘B’에 적중되며 불길을 일으켰다.
GEM 시스템도 같은 편으로 등록되어 있는 기간틱의 포탄에는 반응하지 않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하면 가까이 붙어 싸울 때는 같은 편이 쏘는 포탄이나 미사일까지 몽땅 요격해 버릴 테니까.
그러나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상황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아크가 탄 기간틱이 포화를 쏟아붓자 ‘B’도 곧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할 적을 전환, 포탄을 뿜으며 다가왔다.
덕분에 죽어나는 것은 ‘A’. 아크에게 포탑을 탈취 당한 기간틱이었다. 아무리 발광을 해도 아크는 떨어지지 않고 같은 편이 죽일 기세로 포탄을 쏟아부으니.
그러나 나쿠마 기간틱의 사정 따위는 알 바 없고!
“페이 님, 서두르십시오!”
-……알았다. 일단 퇴각해서 요새로 삼을 수 있을 만한 장소에서 대기하겠다. 무사히 탈출하면 연락해라. 어떤 상황이라도! 구, 하, 러, 가, 겠, 다!
페이가 바늘을 삼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사 아크가 무사히 탈출해도 이스타나의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지금, 다시 합류하기 힘들다는 것쯤은 페이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페이 역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리하여 살아남은 승무원들을 지휘하며 퇴각을 준비하던 페이가 갑자기 당혹성을 터뜨렸다.
-이, 이런! 아크, 준장님이 안 보인다!
“에? 준장님이? 하지만 준장님은 좀 전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아크가 황급히 포탑의 카메라로 주위를 훑었다. 그리고 발견했다.
가칭 기간틱 ‘B’가 지면을 울리며 다가오는 바로 아래, 승무원 3명이 만류하는 것을 뿌리치고 해머를 들고 길길이 날뛰는 마몽 준장을.
“놔라! 저 자식은 내 부하를 수십 명이나 죽인 놈이다! 고작 나쿠마 주제에! 게다가 아크도 끝까지 남아 페이 부대의 퇴로를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이 마몽이! 도망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안 되지! 암, 그럴 수는 없다!”
“아나…….”
정말이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다.
아크가 탄 기간틱은 ‘B’의 공격에 이미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상태다. 이대로라면 오래 버티지 못하리라. 그리고 포격을 피해 도망쳤던 발렌시아도 흩어진 적군을 모아 도주로를 봉쇄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더 지체하면 페이 부대의 탈출도 불투명해지는 것이다, 더불어 아크도.
“준장님은 제가 데리고 탈출하겠습니다! 페이 님은 먼저 가십시오!”
-사격 시스템 ▷ 타깃 설정 등록 ▷ 사격 방식 자동.
아크는 포탑의 타깃을 ‘B’로 맞추고 자동사격으로 전환한 뒤에 기간틱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방방 뛰는 마몽 준장과 3명의 승무원에게 다가가 양팔로 감싸 안았다. 이어 얼마 남지 않은 비스트의 에너지를 쥐어짜 ‘비스트 패스트’를 발동시켰다.
투콰콰콰콰! 퍼펑! 퍼펑!
뒤에서는 여전히 2대의 기간틱이 포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SPACE 3. 괴담 (1)
“뭐랄까…….”
할리가 황망한 표정을 떠올렸다.
불길에 그을린 대지에서는 아직도 옅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위에 30여 구의 시체가 흩어져 있었다.
대부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뭉개진 시체는 순양함 ‘피떡’의 승무원들이었다.
그러나 할리는 사람의 시체 따위는 관심 없었다.
문제는 그 뒤쪽에 쓰러져 있는 기간틱이었다. 헌터-Ⅲ, 이미 20년 전에 전장에서 은퇴한 구식이지만 그래도 기간틱이다. 그게 고작 추락한 우주선의 승무원을 처리하는 전투에서 파괴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눈앞의 기간틱을 고철 더미로 만들어 놓은 것은 다른 헌터였다. 같은 아군의 기간틱을, 같은 아군의 기간틱이 파괴해 버린 것이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뺑소니친 범인은 바로 아크!
“기가 막힌 놈이군요. 전투 중에 그런 생각을 하고, 심지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간이 있을 줄을…… 호크 님이나 당신이 왜 아크를 그리 경계하는지. 확실히…….”
고개를 돌리며 말하던 할리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뒤에서 발렌시아가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리가 눈치를 살피자 발렌시아가 치미는 뭔가를 삼키듯이 울대를 꿈틀거리며 말했다.
“재미있나? 이 상황이?”
“그런 게 아닙니다. 저는 다만…….”
“놈이 헌터의 포탑을 조작한 것은 확실히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적군, 뭣보다 아크를 놓친 것은 너희들의 잘못도 없다고 할 수는 없어.”
“알고 있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할리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할리의 부대가 맡은 임무는 적의 퇴로를 봉쇄하는 것. 비록 예상하지 못했던 헌터의 포격에 당황했다고 하지만 적을 막지 못한 것은 분명 할리 부대의 책임이다. 뭐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아크를 맡은 발렌시아가 제대로 임무를 수행했다면 헌터가 할리 부대에 포격을 날리는 일도 없었겠지만, 이제 와서 그런 문제로 말다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어쩌겠냐니? 몰라서 묻는 건가?”
“어느 쪽을 추격해야 하는지를 물은 겁니다.”
발렌시아가 계속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자 할리도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적의 본대와 아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 인원으로는 양쪽 모두를 추격할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도주한 승무원들은 패잔병이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50여 명이다. 반면 할리 부대는 불과 30.
물론 헌터라면 1대밖에 남지 않았어도 50의 승무원쯤은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헌터는 독자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 정상적인 기간틱이라면 할 수 있지만 지금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간틱은 나쿠마. 그리고 여기서 나쿠마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뻔하지 않은가?”
발렌시아가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몸을 돌렸다.
그러자 본의 아니게(?) 동료를 해치우고 시무룩하게(?) 앉아 있던 헌터가 섬뜩한 붉은 빛을 떠올리며 거체를 일으켰다.
이들의 추적 대상은…….
@
검붉은 암석에 뒤덮인 지표.
수십 미터 크기의 암석이 넝쿨처럼 뒤엉킨 계곡에 2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약간 떨어진 곳에 주위 풍경처럼 암울한 표정의 그들도 모여 있었다.
칼리, 유진, 장보고, 아리온.
이큘러스를 습격했다가 박살 나 암울한 죄수 신세가 된 해적 두목들이다. 그러나 지금 이들이 암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푹 불어 내는 이유는 죄수 신세라서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 상황을 종합하자면…….”
먼저 입을 연 것은 유진이었다.
“엿 됐다는 말이군.”
유진은 현직 수학 교사. 역시 수학 선생답게 명쾌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렇다. 칼리 일당은 완전 엿 됐다.
다시 말하지만 그건 그들이 죄수가 되어서가 아니다. 아니, 죄수가 된 것도 분명 엿 같은 일이지만 지금은 더 엿 됐다.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칼리가 답답한 표정으로 한숨을 불었다.
지금 이들이 있는 곳은 유배 혹성 마티우스. 사건은 이 혹성에 도착하자마자 일어났다.
……아무도 마중 나와 있지 않았다!
뭐 죄수 신분에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았다고 불평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하다못해 험악하게 생긴 간수가 살벌한 채찍을 휘두르며 ‘후후후! 지옥에 잘 왔다!’라는 대사라도 읊어 줘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간수는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압수당한 장비품이 들어 있는 보관함까지 열려 있었다. 평범한 죄수라면 그저 당황하고 있었겠지만 이들은 평범한 죄수가 아니었다. 드넓은 우주 개척지에서 이름을 날리던 해적. 그것도 두목들이다.
‘뭔지 몰라도 기회다!’
고민은 짧고 행동은 신속했다.
칼리와 유진, 장보고, 아리온은 곧바로 장비품 챙겨 입고 기지로 잠입했다. 그리고 병사들의 공격을 받게 되었을 때, 그 남자가 나타났다.
병사 몇 명쯤은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었는데!
구해 준답시고 다짜고짜 칼리를 움켜쥐고 내달리며 면상에 대미지를 먹인 남자. 정의남이라는 이름의 그 남자가 바로 상황을 이렇게 엿같이 만들어 놓은 범인이었다. 칼리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기지를 나오고 나서였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음, 자세히 설명하면 복잡하니 간단하게 말하지.”
잠시 생각하던 정의남이 대답했다.
“바로 정의를 위해서다!”
……뭐라는 거냐?
“이 사람들은 이제 막 마티우스로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예요. 그런데 그렇게 앞뒤 자르고 말하면 알아들을 수 없을 거예요.”
그나마 정상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리나라는 여자였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칼리 일행을 가장 혼란스럽게 만드는 존재가 그녀였다.
죄수가 병사들과 싸우며 기지를 탈출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황은 명확하다. 그런데 왜 그 죄수 무리에 연방군. 그것도 장교가 끼어 있단 말인가?
궁금하다. 그래서 물었다.
“어이, 너는 연방군 장교잖아. 그런데 왜 폭동을 일으키는 죄수들과 함께 있는 거야?”
“그게 정의이기 때문이에요.”
……이 여자도 정상이 아니었다.
“제 얘기를 들으면 이해가 갈 거예요.”
칼리가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자 이리나가 말을 이었다.
“실은 당신들이 오기 몇 시간 전, 앞서 도착한 수송선이 있었어요, 은하연방의 귀족들을 태운. 문제는 이들이 모두 팰리스에 수감되어 있던 귀족들이라는 거예요.”
“팰리스? 뭐야 그건?”
“변방의…… 교도소예요, 일단은. 귀족들만 수감되는.”
“그게 뭐? 결국 죄수라는 말이잖아. 죄수가 유배 혹성에 오는 게 뭐가 이상해?”
“같은 죄수라도 귀족은 달라요.”
“다르기는 뭐가 달라? 귀족은 뭐 금테라도 둘렀어?”
“금테는 아니지만 비슷하죠.”
“……에?”
“귀족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신흥 귀족은 그저 이름뿐인 경우가 많지만, 연방 초창기 때부터 작위를 이어 온 귀족은 휘하에 여러 개의 혹성과 수백 척의 전투 함대를 거느리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때문에 중죄를 지어도 처벌하기가 힘들다.
그런 군사력으로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수습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하연방은 형식상이라도 민주주의 국가. 중죄를 진 것이 명확한 사람을 귀족이라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으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팰리스.
이리나의 말처럼 ‘일단’ 교도소지만, 실상은 팰리스Palace라는 이름처럼 궁전. 교도소라도 밖에 있을 때와 같은, 아니, 그 이상의 향락을 누릴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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