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34)
아크 더 레전드-534화(534/875)
[534] SPACE 3. 괴담 (2)이는 은하연방의 공공연한 비밀.
가난한 사람에게 감옥은 지옥이지만,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천국이다. 21세기부터 면면히 전해 오는 그런 전통이 24세기에서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정말 욕 나오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그런 곳이라도 일단은 감옥이다. 하물며 애초에 유력 귀족의 반란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 그런 곳에 있던 귀족들을 마티우스 같은 곳으로 이송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의남의 출현으로 좀 희석된 감은 있지만 나름 정의와 소신을 지켜 온 이리나가 이런 일을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그리하여 조사 착수! 그러나…….
“없었어요, 그들과 관련된 자료는 아무것도. 팰리스를 담당하는 내무부 관할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봤지만 그들은 여전히 팰리스에 수감되어 있는 것으로 나왔죠.”
이쯤 되면 누구라도 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뭔가 있다! 엄청 구린 뭔가가!
이에 이리나는 직속상관인 중앙 정부의 내사과장 볼티어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스타나로 통하는 모든 회선이 막혀―이때 이리나는 마티우스 기지장이 회선을 막아 놓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이스타나가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이었다―있었다.
“이리나 대위! 기밀 누설죄로 체포한다!”
그리고 느닷없이 병사들이 들이닥쳐 그녀를 체포했다.
자, 본론은 여기부터다.
이때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티우스 기지장은 크게 세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첫째는 이리나가 님프의 통신 기능을 막아 두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마티우스의 죄수들을 한 남자가 장악하고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가장 큰 실수는 세 번째, 그 남자와 이리나의 관계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퍼펑! 콰콰콰쾅!
“이리나!”
“아, 아버님, 저는…… 저는…….”
“됐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도 된다! 이 정의남은 너를 믿는다! 네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분명 악은 저놈들! 악즉참惡卽斬의 외길을 걸어온 지 어언 50년! 내 비록 죄수의 신분이지만 악을 외면할 쏘냐! 우다다다다!”
정의남은 날뛰었고.
“대장님을 따라라! 우아아아!”
죄수들도 날뛰었고.
“그게 뭐야!”
칼리는 울화통이 터졌다.
“니들 제정신이냐? 그 귀족인지 뭔지가 팰리스에 있든 여기에 있든 니들하고 무슨 상관인데? 수상한 음모? 반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뭐? 니들 죄수잖아. 은하연방에서 반란이 일어나든 말든 니들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잖아! 아니, 차라리 잘된 거 아니야? 혹시 알아? 반란이 성공하면 기분이 좋아서 니들을 풀어 줄지?”
“바보 자식!”
그때 웬 깡마른 노인이 칼리의 귀싸대기를 올려붙였다.
이건 뭐…… 칼리가 황당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노인이 속사포처럼 침방울을 쏟아부으며 소리쳤다.
“아직도 정의남 님의 숭고한 의지를 모르겠냐? 불의는 용서할 수 없다! 설사 그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도! 실제로 정의남 님은 위기를 맞은 이종족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그 과정에서 불의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며 이곳에 오신 분! 감히 너희 같은 죄수가 주둥이를 놀릴 분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는 너도 죄수다!
……라고 말하며 확 밟아 버리고 싶었지만!
‘뭐냐? 이 분위기는?’
칼리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칼리 일당을 에워 싼 200여 명의 죄수들이 흉흉한 살기를 뿜어내며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까딱 말 한마디 잘못하면 그대로 400개의 발에 밟혀 죽을 분위기.
아니, 뭐 이제 와서 새삼 죽는 게 무섭지는 않다.
페어리로 한 번 부활할 때마다 경험치가 팍팍 깎인다. 그러나 사실 더 위험한 것은 페어리에 등록하자마자 죽을 때였다. 이건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페어리에 등록한 직후에 죽으면 경험치 대신 스킬 숙련도가 깎이는 것이다.
칼리 일당은 마티우스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이곳의 페어리에 자동 등록되었다. 다시 말해 400개의 발에 밟혀 죽으면 경험치보다 더 올리기 힘든 스킬 숙련도가 깎이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유배지에서 반란을 일으킨 무리에 가담했습니다!
《유배지에서 반란을 일으키면 가중 처벌에 의해 형량이 2배로 상승합니다.》
이거다!
칼리 일당은 악명이 자자한 해적 두목이라 때려 맞은 형량이 56,400! 착실한 모범수가 돼도 자유의 몸이 될 때까지 몇 달이 걸릴지 헤아리기도 힘든 수준이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2! 그냥 이 녀석들과 덩달아 뛰어나온 것만으로 ×2! 덕분에 112,400!
‘게임을 접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죄수가 되면 그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게임을 접는다→장비품과 아이템을 판다→최소 본전은 건진다→Good bye!
이게 게임을 접는 공식이다.
하물며 칼리 일당은 악명 높은 해적 두목들이다.
그동안 모은 재산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못 배운 옛날 해적처럼 모은 재산을 땅에 묻어 놓은 것도 모자라 찾아가라고 지도까지 그려놓는 무식한 짓은 하지 않았다.
이들은 현직 교사니까! 똑똑하니까!
칼리 일당은 배운 사람답게 틈틈이 약탈품을 고가의 보석으로 바꿔 백팩에 차곡차곡 챙겨 넣었다. 칼리가 떨구고, 아크가 챙긴 ‘골동품 컬렉션’도 그중 하나.
‘윽! 다시 위염이 도진다!’
잠시 기억을 더듬던 칼리가 통증을 호소했지만 어쨌든!
칼리 일행이 게임을 접을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신분은 죄수, 장소는 유배 혹성. 그런 신분과 이런 장소에서는 다른 유저와 거래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죽자마자 마티우스로 오는 바람에 박살 난 전함의 보험금도 챙기지 못했다. 다시 말해…….
게임을 접는다→중간 과정 생략→거지→Bad bye!
이런 거다.
‘그냥 접을 수 있겠냐!’
버틴다! 접더라도 일단 버티고 접는다!
그리고 이때까지는 그래도 희망이 없지는 않아 보였다.
‘좀 이상한 녀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200명이나 되는 죄수가 따르는 사람이다. 그만한 뭔가가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 사람이 아무 생각도 없이 이런 일을 일으켰을 리가 없어. 분명 이번 사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을 거야. 그래, 저 사람도 유저인데 그런 방법도 없다면 이런 사단을 내고도 저렇게 태연할 수는 없어.’
……라고 생각했지만.
“응? 없는데?”
“없…… 다고?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잘 생각해 봐! 뭔가 있을 거야! 있잖아! 혹시 내가 연방군에 꼰지를 까 봐 그런 거면 걱정 마! 나도 그렇게까지 치사한 놈은 아니라고!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짓을 한다는 게 말이 돼? 안 되잖아!”
“없다!”
정의남이 당당했다.
“악즉참! 악은 보는 즉시 팬다! 뒷일 따위를 생각하면 이미 정의가 아니다!”
“오오! 과연 대장님! 적어!”
그리고 감탄사를 터뜨리며 받아 적는 죄수들.
‘바보야! 이 자식들은 바보야!’
칼리는 절망했다.
그때 정의남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뭔가 대책을 세우기는 해야겠군. 뭐 가장 좋은 방법은 기지로 돌아가 무슨 수상한 짓을 하고 있었는지 불 때까지 패 주는 것이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죄수들이 잘 알고 있었다. 기본 장비품이기는 하지만 무장한 죄수 200여 명을 관리하는 기지다. 그건 유사시에 이를 제압할 만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 실제로 기지는 각종 병기로 무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정규병만 500, 그 중 100명은 배틀슈트를 보유하고 있었고, 전차도 12대나 있었다.
정의남이 이리나를 구출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기습이기에 가능했던 것. 때때로 격발장치에 탄환이 끼는 구식 총기와 녹슨 검 따위의 허접한 장비품밖에 갖추지 못한 200여 죄수로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자살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유배 혹성이라 달리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다.
‘뭔가 기책을 생각해 낼 사람이…….’
칼리가 200명이나 되는 죄수의 면면을 훑었다. 그러나 죄수들은 정의남의 말을 받아 적기에 여념이 없었다.
‘……있을 리가 없지.’
“아! 그렇군!”
그때 정의남이 눈알을 반짝였다.
“그러고 보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었어.”
“있다고? 이런 곳에?”
“그래, 있다. 그것도 연방군과 같은 수준의 병력을 갖춘 무리가.”
“어디지? 아니, 누구냐?”
칼리가 기대 어린 눈빛으로 묻자 정의남이 대답했다.
“라마다!”
“라마? 혹시 라마족? 그 라마?”
“그 라마다. 마티우스는 은하연방과 라마의 경계에 위치해 아직 어느 진영의 혹성인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들었다. 때문에 아직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라마군도 주둔해 있다고 하더군. 북부 어딘가에 기지가 있다고 들었는데, 맞지?”
“네, 하지만…….”
이리나가 곤란한 표정으로 ‘…….’을 이어 갔다.
당연하지! 여기서 ‘맞아요! 거기예요! 우와! 잘됐네요! 얼른 가서 도와 달라고 해야겠어요!’라고 대답하면 진짜 제정신이 아닌 거니까!
같은 혹성에 있다고 라마가 무슨 이웃사촌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
은하연방과 라마는 적이다.
‘딱’ 보이면 ‘탕’ 하고 머리에 구멍부터 뚫고 보는 사이라는 말이다. 그건 아슐라트 출신인 칼리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라마에게 도움을 요청해? 미친 거냐? 아니, 첨 봤을 때부터 정상은 아닌 것 같았지만! 이제 완전히 돌아 버린 거냐?
칼리가 그런 눈으로 바라보자 정의남이 되물었다.
“하지만 정전 중이라고 들었는데?”
“한국도 정전 중이다! 그런다고 북한이 도와주냐!”
“뭐 그야…….”
머리를 긁적이던 정의남이 씨익 웃었다.
“어떻게 부탁하느냐의 문제지.”
그러자 이리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라마 기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우리 쪽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은 북부 구릉지대 어딘가에 있다는 것뿐, 방해 전파로 인해 자세한 위치는 몰라요. 아니, 그 전에 거기까지 가는 것도 문제예요. 기지장이 죄수들이 집단 이탈하는 사태를 방관할 리가 없으니 곧 추격대가 따라붙을 거예요. 우리 숫자가 적지 않으니 추격대는 아마도 배틀슈트를 보유한 기갑 부대. 어쩌면 전차까지 동원될지도 몰라요. 이 인원으로 그들을 따돌리기는 힘들어요.”
뭐야? 라마를 어떻게 움직이느냐의 문제는?
그건 그냥 건너뛰는 거냐?
“알고 있다. 그래서 앙갈라 협곡으로 이동할 생각이다.”
“네? 하지만 앙갈라 협곡은…….”
앙갈라? 거긴 또 어딘데? 왜 심각한 표정을 짓는 건데?
“알고 있다. 고레벨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곳이지. 하지만 추격대를 피해 움직일 수 있는 곳은 거기밖에 없어. 지대가 워낙 험해 바이크나 전차는 들어오지 못하니까.”
“그러네요. 할 수 없죠.”
뭐가 할 수 없어? 된 거냐? 그걸로 납득된 거냐?
“좋아! 언제 추격대가 따라붙을지 모르니 빨리 움직일수록 좋지. 어이, 너희들! 가자! 앙갈라 협곡을 경유해 북부 구릉지대로 이동한다! 좀 빡 세게 갈 테니 맘 단단히 먹어!”
“네, 대장님!”
뭐냐, 너희들은? 앙갈라 협곡이라잖아!
거기 엄청 위험하다며? 아무 설명도 없이 그런 곳을 지나간다는데 왜 ‘?’나 ‘!’ 하나 보이지 않는 거야? 니들끼리만 통하는 뭔가가 있는 거냐? 우리만 모르는 거야?
칼리는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정말 있었다! 그들끼리만 통하는 뭔가가!
“정의의 길에 장애물은 없다! 설사 있을지라도 부수며 전진할 뿐!”
“네! 정의!”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칼리와 유진, 장보고, 아리온이 그저 황당해할 때였다.
“후후후! 아직 뭐가 뭔지 모르는 표정이군. 처음에는 다 그렇지. 하지만 서두를 필요 없어. 저분과 함께 있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될 테니까. 저분이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 저분이야말로 어둠의 구렁텅이에서 우리를 구해 줄 구세주. 진정한 신의 사자다.”
아까 싸다귀를 날린 깡마른 노인이 칼리의 어깨를 툭툭 치며 빙긋 웃었다.
……그러니까 아까부터 넌 대체 뭔데?
“자, 출발!”
그러나 정의남과 죄수들은 그런 수많은 의문을 무시하고 이동을 시작했다. 그러자 유진이 심란한 표정으로 칼리를 돌아보며 물었다.
“칼리, 정말 이 정신병자들과 함께 갈 생각이냐?”
“다른 방법이 있어?”
“없지.”
“따라가 보자고.”
칼리가 한숨을 불어 내며 몸을 일으켰다.
뭔가 기대한다기보다는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당연히 이기리라고 생각했던 전투에서 깨지고 전함을 몽땅 잃은 것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진다. 그런데 형량을 56,400이나 먹고 죄수가 된 것도 모자라 ×2! 그리고 200명의 정신병자들과 제 발로 죽을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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