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36)
아크 더 레전드-536화(536/875)
[536] SPACE 4. 더러운 추격전 (2)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이미 늦었다.
크와아아아아!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 몬스터! 몬스터!
그것도 그냥 몰려드는 것이 아니었다. 몬스터들은 동족의 피 냄새에 흥분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몬스터의 피에 흠뻑 젖어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발렌시아!
몬스터 언어 따위는 알 리가 없지만.
-저 자식이다! 저 자식이 우리 사촌들을 학살한 놈이다!
뭐 뻔하지 않겠는가?
당연히 몬스터들의 척살 0순위는 발렌시아!
“크윽! 페이탈 블레이드! 헉! 젠장, 놔라! 영웅의…… 욱!”
발렌시아는 강해졌다!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졌다! 그러나 아무리 강해져도 문자 그대로 뒤덮듯이 몰려드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위이이잉!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뒤이어 포탑을 회전시켜 포화를 뿜어내는 기간틱!
뭐 이미 발렌시아는 이리 채이고 저리 밟히고, 물리고, 긁혀 순식간에 넝마처럼 변했지만! 기간틱이 포격을 퍼부어 대자 몬스터들은 문자 그대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헌터를 방벽으로 삼고 탄막을 펼쳐라!”
투투투투! 투투투투!
거기에 할리 부대의 총격! 총격! 총격!
그렇게 장장 10여 분, 몬스터는 기간틱 주위에 수 미터 높이의 사체를 쌓아 올린 뒤에야 공세를 멈추고 물러갔다.
뭐 결과만 보면 압승이지만.
“아무래도 저희가 너무 무턱대고 추격한 모양입니다. 모든 몬스터가 동족의 피 냄새에 저런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동족의 피 냄새가 나면 자신보다 강하다고 판단하고 도망치는 몬스터도 있죠. 그건 다시 말해 아크가 그런 쪽으로 지식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닥쳐라!”
“흥분할 때가 아닙니다. 아니, 그거야말로 아크가 노리는…….”
“닥, 치, 라, 고, 했, 다!”
몬스터의 피를 뒤집어쓰고, 몬스터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발렌시아가 살벌한 눈빛으로 할리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할리의 얼굴이 살짝 경직되었다.
할리는 호크의 부하지 발렌시아의 부하는 아니다.
그리고 그 역시 한 부대를 지휘하는 부대장, 발렌시아의 태도가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그러나 발렌시아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헌터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다.
할리는 크게 숨을 들이켜고 한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말해 두겠습니다. 너무 눈앞의 것만 쫓으면 정작 발밑을 보지 못하는 법입니다. 부디 명심하시기를.”
“쓸데없는 참견이다!”
발렌시아가 팩 고개를 돌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할리 이하 30여 병사들의 눈이 이따만 해졌다. 할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발렌시아가 발라당 앞으로 고꾸라진 것이다. 돌부리에 걸린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두 줄기의 풀 끝 부분을 묶어 만든 덫에 걸린 것이다.
게다가…… 철퍼덕!
면상이 처박힌 곳에서 흘러나오는 질척한 소리!
황급히 머리를 들어 올리는 발렌시아의 얼굴에는 황갈색 물체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게 뭔지는 굳이 찍어먹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똥! 몬스터의 똥!
일부러 다! 누군가 일부러 덫을 만들고 똥을 놓아두었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짐작이 아니다. 이번에는 똥 앞에 버젓이 적혀 있었다.
-몬스터 청소하느라 수고 많았다.
약소하지만 이건 보답이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 둬.
《아크》
“으아아아! 아크-!”
숲에 발렌시아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
‘……걸렸군!’
아크가 씨익 웃었다.
숲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의 데시벨만 측정해 봐도 발렌시아의 상황이 눈앞에 UHD로 펼쳐졌다. 박은 거다! 덤으로 던져 놓은 몬스터 똥에! 그 재수 없는 면상을!
피떡이 추락하고, 나쿠마 기간틱을 쫑처럼 부리는 발렌시아가 눈에 불을 켜고 추격해 오고, 뭣보다 이스타나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이지만!
‘아아, 행복해라.’
아크는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때 마몽 준장이 묘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피 냄새로 몬스터를 유인해 적을 습격하다니, 대체 그런 기술은 어디서 배운 거냐?”
“저도 의외로 산전수전 다 겪은 몸입니다. 이 정도는 기본이죠.”
“흠…….”
마몽 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대단하기는 하다만 솔직히 난 이런 방식은 좀 그렇다. 우리는 전사, 그리고 어찌 됐든 상대도 전사 아니냐? 설사 적이라도 나름 지켜야 할 예의는 있는 법. 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니 도망치는 것까지는 할 수 없지만 방법이 너무 저급하지 않냐?”
“거, 어린애 같은 소리 좀 그만하십시오.”
아크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발렌시아라는 녀석은 예의를 지켜 줄 가치가 있는 놈이 아니라고요. 그 자식이 지금까지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뭣보다 죽고 사는 문제에 고급이 어디 있고 저급이 어디 있습니까? 똥구덩이를 뒹구는 한이 있어도 산다! 그게 최우선이라고요! 게다가 말했잖아요, 우리는 미끼라고. 페이 님이 엘븐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저놈들의 이목을 우리에게만 집중시켜야 안심할 수 있어요. 그런데 예의니 뭐니 할 여유가 어디 있습니까?”
“아크 님 말이 맞습니다!”
피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장단을 맞췄다.
그러자 포인과 하퍼스라는 이름의 다른 2명의 승무원도 입을 모아 말했다.
“지금은 이런저런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요! 게다가 직접 똥구덩이를 뒹구는 것도 아니고, 적의 얼굴에 똥칠하는 건데 뭐가 문제입니까?”
“저도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야? 니들은 왜 아크 편을 들어? 내 부하잖아!”
“훗, 한때 그런 시절도 있었죠.”
“뭐야? 한때?”
“아무래도 여기서는 준장님보다 아크 님을 따르는 편이 살 확률이 높은 것 같아서요.”
승무원들이 슬슬 아크 쪽으로 이동하며 대답했다.
“뭐야, 인마?”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애초에 저희가 본대에서 떨어져 나온 것도 따지고 보면 준장님 때문이잖아요. 그런 분을 뭘 믿고 따르겠습니까? 저희도 기왕이면 살고 싶다고요.”
“하극상이냐? 확 군법회의 회부해 줘?”
“맘대로 하십시오. 군법회의도 살아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이런 말씀까지는 드리고 싶지 않지만 솔직히 그런 식으로 따지면 준장님도 군법회의 감 아닙니까? 정찰만 하라는 마틴 후작님의 명령을 어겼잖아요.”
“나 이런…… 에이, 몰라! 맘대로 해!”
마몽 준장이 울컥한 표정으로 팩 고개를 돌렸다.
그리하여 아크는 본의 아니게 군권―3명밖에 되지 않지만―을 장악!
‘훗! 발렌시아, 너는 뭔가 굉장히 착각하고 있어. 나를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착각이었다는 것을 가르쳐 주지.’
확실히 지금의 아크는 기간틱까지 보유하고 있는 발렌시아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전투에서 승리란 꼭 적을 쓰러뜨려야 하는 것이 아니다. 승리란 다른 말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페이 부대가 무사히 엘븐에 도착할 때까지 발렌시아 일당을 잡아 두는 것! 그리고 살아서 돌아가는 것!
“……그게 내 전문이지!”
아크가 나무 수액과 진흙을 섞어 만든 위장 크림을 얼굴에 바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이로써 준비 OK! 그때부터 아크의, 아크에 의한, 아크만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시작은 일단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파파파파! 파파파파!
아크는 발렌시아의 추격을 피해 이동하며 틈만 나면 구덩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쿠테타(?)를 일으키고 아크의 휘하로 들어온 피터, 포인, 하퍼스가 모아 온 나뭇가지를 덮고 흙으로 살짝…… 덮기 전에 애교 삼아 끝을 날카롭게 깎아 놓은 나뭇가지를 세워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뭐 당하는 사람은 애교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거기에 서비스로 주변에서 긁어모은 몬스터 똥까지 투척!
효과는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크-!”
이렇게 발렌시아가 함정에 빠질 때마다 친절하게 알려 주는 것이다.
차라리 기계식 함정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호응은 없었을 것이다. 병사들이 착용하는 헬멧이나 기간틱에는 그런 부비트랩을 탐지하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으니까.
그러나 지금 아크가 만들어 대는 함정은 나무나 넝쿨, 바위 따위를 사용하는 원시적이기 짝이 없는 함정.
병사도, 기간틱도 그런 것을 탐지하는 기능은 없는 것이다.
덕분에 호응도 100%! 그런 열광적인 성원(?)에 힘을 얻은 아크는 번번이 발렌시아의 추격을 따돌리며 다양한 함정으로 기대에 보답해 주었다.
나열하자면…….
통나무 함정
마몽 준장이 한 방에 뽀개 놓은 나무를 넝쿨로 묶어 매달아 놓은 함정. 모르고 지나다가 연결된 넝쿨을 건드리면 떨어져 희생자―발렌시아면 좋겠다― 대가리를 박살 낸다.
끝 부분을 뾰족하게 깎아 놓으면 추가 대미지 획득 가능! 살상력 만땅! 뭐 그래도 놈들의 레벨이 있으니 한 방에 죽지는 않겠지만.
올가미
굵은 나뭇가지에 넝쿨을 연결하고 끝 부분을 올가미 형태로 만들어 수풀 속에 숨겨 둔다. 밟으면 올가미가 발목을 조여 희생자―발렌시아면 좋겠다―를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아 버리는 함정. 살상력은 없지만 당하는 사람은 굉장히 수치스러운 모양새가 되어 정신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올가미를 푸는 데 제법 시간이 필요하다.
낙석
주변에 바위나 자갈이 많으면 이것도 나쁘지 않다. 만드는 법도 간단! 바위나 자갈 더미를 적당한 지지대 위에 쌓아 올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효과는 만점! 돌에 적당히 몬스터 똥을 섞어 넣으면 물리 대미지와 정신 대미지를 동시에 입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타 등등…….
수류탄이나 C-6, 심지어 탄환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일단 맘먹은 아크에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검 한 자루만 있으면 필요한 재료는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는 것이다.
애초에 아크가 삼림지대로 들어온 이유가 이것!
주위에는 나무나 넝쿨도 그렇지만 특히! 몬스터의 똥도 지천에 널린 것이다.
덕분에 아크는 모든 함정에 ‘+똥’ 옵션을 추가했을 뿐만 아니라, 때때로 발렌시아를 위한 격려의 메시지를 넣어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근데 너, 면상에 똥칠하고 씻기는 했냐? 에이, 더러운 놈!
-흐미, 또 걸렸냐? 하아~ 너 혹시 바보?
-냉무 (-_-);;
“우아아아! 아크! 죽인다! 죽이고 말 테다!”
그리고 그때마다 발렌시아는 있는 힘껏 성원해 주었다.
이에 힘입은 아크는 애용자를 더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좀 더 다양하고, 좀 더 얍삽한 함정을 개발, 즉시 실전 배치했고, 발렌시아는 그때마다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호응!
발렌시아도 바보는 아니라 연이어 함정에 당하자 앞서 정찰병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본대에서 떨어져 나온 병사는 문자 그대로 아크의 밥이었다.
“헛! 너, 너는……?”
“늦었어. 그러니까 쉿! 조용히 하고 죽으라고.”
‘스텔스’ 상태로 수풀이나 나무 위에 잠복해 있다가 소리 없이 접근해 순식간에 슥삭! 그리고 이런 시체를 이용한 함정을 만들어 돌려주었다.
그런 행복한 시간이 이어지기를 꼬박 하루!
-새로운 스킬(서바이버☆☆☆)을 익혔습니다.
고급 함정(유저, 패시브) : 당신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함정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제작하는 사이 마치 오래전부터 이런 일을 해 왔던 것처럼 금세 능숙해졌습니다. 그건 당신의 몸에 각인된 DNA의 영향입니다. 신체 코팅 ‘서바이버’에 조합된 DNA는 원래 그런 분야의 전문가인 것입니다. 당신은 함정 제작에 열중하는 사이 그런 DNA를 활성화시켜 보다 복잡하고 효과 좋은 함정을 제작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이 기술을 습득하면 자동으로 공조되는 하위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보다 다양한 함정을 연구해 보십시오. 생존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지식입니다.
《함정 제작 속도, 효과 +30%》
-새로운 스킬(서바이버☆☆)을 익혔습니다.
독극물 사용법(유저, 액티브) : 서바이버 DNA의 영향으로 함정 제작의 전문 지식을 익힌 당신은 자연스럽게 동물의 배설물, 사체, 혹은 독성 식물에서 독을 채취해 함정에 바르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아직 독을 정제하는 방법은 몰라 적을 한 방에 골로 보내는 강력한 독을 얻을 수는 없지만, 추가 대미지나 상태 이상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스킬은 서바이버 특성 중 하나인 ‘투시’와 상성이 좋습니다. 보다 다양한 몬스터와 식물을 연구해 보십시오. 생존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지식입니다.
《독 채취 가능, 함정에 더해 추가 효과 발생 가능》
‘……아하!’
구하라! 얻을 것이다!
모든 게임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물론 무턱대고 열중한다고 뭐든 스킬이 생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크는 서바이버! 생존에 초점을 맞추고 함정 만들기에 전념하자 서바이버 특성 스킬이 딱 맞춰 나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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