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37)
아크 더 레전드-537화(537/875)
[537] SPACE 4. 더러운 추격전 (3)스킬이 생기면 써 주는 게 예의!
그렇지 않아도 처음에는 함정 10개를 만들어 두면 7~8개에 걸려 주던 녀석들이 이제는 지들도 3~4개밖에 걸리지 않았다. 도망치며 만들다 보니 아무래도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졌던 것. 그러나 ‘고급 함정’ 스킬이 생기자 속도와 정밀도가 빨라진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함정을 만들어 놓은 뒤에 잠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위험천만해 보이는 버섯을 채취해 보았다.
키라크 버섯
이스타나의 남부 삼림지대에 많이 자생하는 버섯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채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버리십시오. 그거 위험합니다!
여기까지가 ‘투시’ 능력으로 확인되는 정보.
-새로운 독을 발견했습니다!
키라크 버섯 독 : 심각한 복통을 일으키는 독입니다. 최악의 경우에도 사망까지 이르지는 않지만 죽도록 아픕니다.
《위험도 : Lv.2》
‘독극물 사용법’ 스킬이 생기자 이런 정보가 추가되었다.
키라크 버섯 독…… 죽도록 아프단다.
써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아크는 ‘고급 함정’ 스킬을 발휘해 이전보다 더 치밀한 함정을 만들고 서비스로 키라크 버섯에서 채취한 독을 정성스럽게 발라 두었다. 그리고 잠시 후.
“으아아아아! 아크-!”
멀리서 발렌시아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기쁘다! 제대로 걸려 주었구나! 그래, 좀 더 열심히 하마! 그냥 죽도록 아픈 정도가 아니라 바닥을 박박 기다가 죽어 버릴 정도로 강한 독을 찾아 푹! 찔러 주마!
아크가 넘치는 의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무에 ‘발렌시아 바보’라는 글자를 새기고 있을 때였다. 마몽 준장이 뭐라 형언하기 힘든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너…… 어째 되게 신나 보인다?”
맙소사!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이 어디 있단 말인가?
“네, 신나죠. 준장님은 안 신나요?”
“너 말이야, 말과 행동이 다르잖아! 어제는 적군에게 추격받는 상황이 어쩌고, 페이 부대가 엘븐에 도착할 때까지 어쩌고 했잖아! 심각하다며? 뭔가 암울하다며!”
뭐 그런 말을 한 적은 있었다.
그런데 막상 일이 이렇게 되니 재미있는 걸 어쩌겠는가?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크도 나름 할 말이 있었다.
“그러는 마몽 준장님은요? 지휘관은 어떤 상황이라도 여유를 잃어서는 안 된다면서요? 그래서 적에게 추격당하는 상황에도 여유를 잃지 않고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기왕 여유를 잃지 않는 거면 즐기는 편이 낫고. 뭐 문제 있습니까?”
“……중간이 없는 놈이군.”
마몽 준장이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잠시 후, 머리를 벅벅 긁어 대며 말을 이었다.
“뭐 좋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즐기는 것도 방법이지. 오케이. 거기까지는 좋아. 하지만 우리도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버틸 수는 없잖아. 벌써 이런 상태로 하루가 지났어. 잠도 잠이지만 이제 남은 식량이 없다고.”
이게 문제였다.
나쿠마 메뚜기 떼의 습격을 받는 피떡에서 급하게 탈출하느라 보급품을 제대로 챙겨 나오지도 못한 것이다.
물론 기관병들이 어느 정도 챙겨 나온 것이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페이 부대와 함께 엘븐으로 GO! GO! 그리고 순양함에 타고 있던 승무원이 식량을 쟁여 두고 있었을 리가 없다. 그건 아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크는 얼마 전부터 ‘강철 같은 위장’ 숙련도를 올릴 생각으로 식량을 비상용만 챙기고 있었다. 삼림지대로 들어섰을 때를 기준으로 그것까지 탁탁 털어 딱 하루 반나절 분량.
하루가 지났으니 이제 반나절 분량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함정으로 엿 먹였음에도 발렌시아 부대는 여전히 아크를 추격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크도 생각 없이 도망만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말했잖아요, 이건 단순히 시간 벌기라고.”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놈과는 승부를 낼 겁니다, 때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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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마틴 후작이 손으로 미간을 누르며 한숨을 불었다.
이스타나가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이후, 그는 잠시도 쉬지 못하고 있었다.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은하연방의 혼란을 틈타 아슐라트나 라마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국경을 강화해야 하고, 치안도 이전보다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내정파 귀족이 총독으로 앉아 있는 영지 혹성의 동향도 감시해야 한다.
한정된 함대로 그 많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니 함대를 쪼개고 합하고, 다시 쪼개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마틴 후작의 머리가 먼저 쪼개질 판이다.
그런데 또 사건이 터졌다.
-팰리스에 수감되어 있던 귀족 중 휴이 백작, 베라크 백작, 벨로드 자작, 이상 3명의 행방이 묘연함.
연방 귀족 전용 교도소 팰리스에 잠입해 있는 부하의 보고였다.
물론 팰리스는 말이 교도소지 실제로는 휴양지나 다름없다. 처음에는 그래도 교도소 비슷한 분위기로도 났지만 시설이 나날이 호화로워져 이제는 피로가 쌓이면 일부러 범죄를 저지르고 팰리스에서 쉬다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
당연히 수감자에 대한 제재도 없어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하필이면 휴이 백작, 베라크 백작, 벨로드 자작이라는 것이 문제다.
이들은 선대 시절부터 엄청난 범위의 영지와 군사력을 보유해 온 귀족 가문의 수장. 때문에 중립에 가까웠지만 굳이 나누자면 내정파에 속하는 귀족들이다. 그런데 쥬벨 후작의 쿠테타가 의심되는 상황에 이들 3명의 행방이 묘연하다.
그저 우연으로 치부하고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마틴 후작이 답답한 한숨을 불어 내며 어제 도착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블러드 라이스 케이크, 이스타나와 접촉 직후 소실. 현재까지 어떤 연락도 없음.
마몽 준장 외 승무원 112명, 특무원 아크 자작, 페이 대령, 생사 확인 불가.
뭐 알만 하다.
“마몽! 이 멍청이가 또!”
상황 파악도 못 하고 날뛰다가 그리됐겠지.
물론 이들이 죽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과거 그가 이큘러스에서 경험한 것처럼, 사라졌다는 마몽 준장의 순양함은 이스타나로 들어간 것이리라.
이건 마틴 후작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외부에서 이스타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 이스타나 내부에 있는 것이다. 이래서야 주변 상황을 정리해도 이스타나를 수복할 방법이 없지 않은가.
물론 이스타나가 언제까지나 이 상태를 유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스타나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 온다면, 그건 이번 일을 꾸민 자가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는 뜻.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대세는 결정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마틴 후작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그의 힘으로도 손쓸 방법이 없는 상황. 그럼에도 이제 이스타나에 들어갈 방법도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에 마틴 후작이 답답한 한숨을 불어 내고 있을 때였다.
“후작님, 아크 님이 보냈다는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뭐? 아크라고?”
마틴 후작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경비병을 따라 금발 사내가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본 적이 있는 사내였다.
“자네는 분명…….”
“네, 레피드라고 합니다.”
SPACE 5. 유저를 움직이는 것 (1)
“참담하군.”
페이의 입에서 한숨을 흘러나왔다.
그는 아크의 예상대로 헌터의 공격에서 벗어나자마자 엘븐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크의 의도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있었지만…… 머리로 이해한다고 마음까지 편할 리는 없었다. 동료를 미끼로 던져 주고 도망친다니, 그것도 다름 아닌 아크를! 그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아크 때문에 지체하면 자칫 50여 승무원이 전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니, 이스타나, 나아가 은하연방의 존망과 관련된 일이다. 그러니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모래 폭풍을 뚫고 진군하기를 이틀.
페이 부대는 몇 시간 전에 엘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스타나 전역에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는 정보는 사실이었다. 엘븐 역시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는 물론, 도시 내의 여러 시설에도 중무장한 병사들이 배치되어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다. 이건 수많은 전장을 경험한 페이의 감이었다. 이에 페이는 승무원들을 근방에 대기시키고 4명의 호위만 데리고 엘븐으로 향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별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페이라고 한다. 시장을 만나러 왔다.”
엘븐 입구에서 용건을 전하자 바로 시청까지 안내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중앙 홀에서 마침내 엘븐의 시장과 마주할 수 있었다. 활달하게 웃으며 맞아 주는 구릿빛 피부의 중년 사내. 그가 바로 현 엘븐 시장, 모든 백작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모든 백작님.”
“거의 1년만이지. 그래, 그리 오랜만에 무슨 일인가?”
“그게…… 먼저 주위를 물려 주십시오.”
페이가 슬쩍 주위의 경비병을 돌아보며 말했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된 것은 그때였다.
“그리할 수는 없겠군. 범죄자를 앞에 두고 현 시장인 내가 주위를 물리다니, 난 그 정도로 용감한 사람은 아니거든.”
“범죄자? 내가?”
“그렇다. 은하연방 중앙 사령부 소속 페이 대령, 그대는 나흘 전 라마와 내통해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수배 중이다. 설마 몰랐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무슨 말입니까? 말도 안 되는 누명입니다! 분명…….”
“나는 바쁘다. 변명은 생략하기로 하지.”
철컥! 철컥! 철컥!
모든 백작이 손을 들어 올리자 경비병들이 일제히 총을 들어올렸다. 동시에 페이와 4명의 승무원 머리에 집중되는 수십 개의 붉은 빛. 그리고…….
‘아크와 준장님을 외면하면서까지 찾아온 결과가 고작 이런 것이라니!’
페이가 참담한 표정으로 철창을 바라보았다.
그는 엘븐에 도착하자마자 무장해제당하고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것도 라마와 내통해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그러나 그 황당한 죄목보다 이미 나흘 전에 수배령이 내려졌다는 점이 더 마음에 걸렸다. 나흘 전이라면 아직 이스타나가 사라지기 전. 그때는 페이 역시 이스타나에 없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쥬벨 후작의 짓이라면, 수배가 떨어진 사람은 나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도 군부파 장교 대부분이…… 아니, 어쩌면 마틴 후작님까지…… 그렇다면 이제 의심할 여지도 없다. 이건 쿠테타야.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 뭔가…… 뭔가 방법을…….’
“페이 님, 누군가 오고 있습니다!”
그때 리키라는 승무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개를 돌리자 모든 백작이 4명의 호위와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페이가 벌떡 일어나 창살을 잡고 흔들며 소리쳤다.
“백작님, 제 말을 들어 주십시오! 들어 주셔야 합니다!”
“하아, 페이…… 자네는 예전부터 똑똑한 것 같으면서도 멍청한 구석이 있었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네 변명을 들을 필요도 없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건가?”
“무슨 뜻인지 모르냐니…… 설마…… 당신…….”
“뭐 그런 거지.”
모든 백작이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튀겼다.
그러자 그의 좌우에 서 있던 전사가 광선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위잉! 부우우웅! 위이잉! 파지지지!
푸른 빛줄기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자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뒤에 서 있던 2명의 병사가 맥없이 주저앉았다. 모든 백작이 슬쩍 그들을 돌아보다가 피식 웃었다.
“나도 대강 돌아가는 상황 정도는 안다는 말이지.”
“모, 모든 백작님?”
“다른 사람도 아니고 페이라는 남자에게 라마와 내통한 혐의라니? 웃어 주기도 힘든 개그지. 게다가 마틴 후작님이 받고 있는 혐의가 뭔지 아나? 군수물자를 빼돌린 혐의네. 쥬벨 후작의 상상력에는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야.”
“……어떻게 된 겁니까?”
“본 대로다. 자네와 마틴 후작님, 아니, 군부파 귀족 대부분이 그와 비슷한 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진 직후, 이스타나에 이상 현상이 시작됐다. 그러자 쥬벨 후작은 바로 계엄령을 선포했고 이에 맞춰 내무부 소속의 경비대가 엘븐의 주요 시설을 점거했지. 그리고 엘븐의 자위대는 물론 나마저 경비대의 감시를 받는 처지가 됐다. 시청 홀에 있던 병사들은 대부분이 그 경비대 소속이었지.”
“그래서…….”
페이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그러나 잠시 후, 퍼뜩 고개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그럼 이제 어쩌실 생각입니까?”
“음? 일단 자네를 풀어 줄 생각인데? 왜? 싫은가?”
“그런 질문이 아니지 않습니까? 엘븐의 주요 시설을 점거당하고 백작님까지 감시를 받고 있는 처지라면서요? 그런 상황에서 경비대 병사를 죽이고 저를 풀어 주면…….”
“자네는 나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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