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38)
아크 더 레전드-538화(538/875)
[538] SPACE 5. 유저를 움직이는 것 (2)모든 백작이 피식 웃었다.
“내가 군에 재직할 때의 보직이 작전참모였다. 그런 내가 이런 상황에 그냥 얌전히 앉아만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말해 두지만, 착한 인간은 작전참모 같은 짓은 못해. 일단 군사작전이라는 게 적을 속이는 거 아닌가? 그사이 이런저런 핑계로 무기와 군사를 슬그머니 빼돌려 두었지. 뭐 아직은 준비가 충분하지 못하지만…….”
모든 백작이 페이를 흘겨보며 한숨을 불었다.
“뭐 일이 이렇게 됐으니 할 수 없지. 전장에서 몇 번이나 도움을 받은 전우를 언제까지 이런 곳에 처박아 둘 수는 없으니까.”
투덜대는 목소리와 함께 쇳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렸다.
페이와 승무원들이 밖으로 나오자 검사들이 압수당했던 무기를 건네주었다. 페이가 애용하는 중기관총을 들어 올리자 모든 백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충분한 준비를 갖추기 전에 일을 벌이게 만든 책임을 져 줘야겠다. 각오는 돼 있겠지?”
“힘껏 날뛰어 드리죠.”
페이가 중기관총을 장전하며 대답했다.
“아니, 그건 곤란해. 내 작전대로 움직여야지. 난 전직 작전참모라고.”
“전 현직 특무대장입니다. 게다가 열 받아 있죠.”
“여전히 건방진 녀석이군.”
페이와 모든 백작이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아니, 그건 웃음이 아니었다. 사냥 직전의 맹수가 이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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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잉! 퍼펑!
유선형의 물체가 상공에서 하얀 선을 그으며 날아왔다.
그리고 착탄! 순간 고작 30센티미터 크기의 물체가 일으킨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굉음과 화염과 치솟았다. 자갈에 뒤덮인 대지가 움푹 파여 들어가고, 시커먼 폭연 속에서 불길과 함께 치솟은 흙이 산탄처럼 사방으로 뿜어졌다.
“빌어먹을! 몇 발이나 쏴 대는 거야?”
뒤이어 폭연 속에서 욕설을 내뱉으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등에 한 100킬로그램은 되어 보이는 중량감 넘치는 해머를, 하나도 아니고 2개나 X 자 형태로 들쳐 매고 있는 곰 같은 인상의 사내는 마몽 준장, 그 옆에서 소총을 두르고 네 발로 바닥을 기듯이 뛰어나오는 3명의 병사는 피터와 포인, 하퍼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헹!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날아와 바닥에 푹! 처박혔지만 얼른 일어나 의기양양하게 소리는 사람은 아크!
“뭘 잘난 듯이 떠들어 대는 거야!”
마몽 준장이 울컥한 표정으로 돌아보며 소리쳤다.
“몇 번이나 말하게 하는 겁니까? 지휘관은 어떤 상황이라도 여유를 잃지 말아야 한다면서요!”
“젠장, 또 그 소리냐? 취소다, 취소! 여유 잃어도 돼! 겁나 불안해해도 돼! 이런 상황에서 헤실거리면 미친놈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그게 더 불안하다고!”
“나 참, 사람이 왜 그리 줏대가 없어요?”
“이게 줏대 따질 문제냐!”
위이이잉-!
그때 또다시 미사일이 날아왔다.
순간 소리치던 마몽 준장도, 입술을 삐죽거리던 아크도, 그저 심란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던 피터와 포인, 하퍼스도 한마음 한뜻이 되어 바퀴벌레처럼 발발발!
퍼펑-!
폭음이 울리자 데굴데굴!
‘뭐 확실히 허세나 부리고 있을 상황은 아니지만…….’
아크가 몸을 일으키며 수백 미터 너머에서 다가오는 기간틱을 바라보았다.
이 기간틱은 말할 것도 없이 헌터-Ⅲ!
‘숲을 나올 때 이미 이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어!’
새삼스럽지만 삼림지대에서는 완벽히 아크의 페이스였다.
얼굴에 위장 크림까지 바르고 수풀 사이를 오가며 함정을 만든다. 그 함정이 제대로 작동해 발렌시아 일당의 비명이 들려올 때는 정말이지 쾌감마저 느껴졌다.
뭐 가끔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관없다. 그때는 또 나름대로 새로운 함정을 만드는 재미가 있었으니까.
-서바이벌 스킬 : <고급 함정 ☆☆☆ Lv.1>, <독극물 사용법 ☆☆ Lv.1>
덕분에 이런 스킬도 덤으로!
그러나 언제까지나 삼림지대에 있을 수는 없었다.
‘숲에 들어온 지 벌써 30시간이 넘었다. 이미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어. 이제 문제는 우리다.’
당연히 아크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만족하며 죽어 줄 생각은 없었다.
산다! 그게 뭣보다 우선하는 목표!
그러나 삼림지대에서도 놈들을 완전히 따돌리지는 못했다.
결국 살기 위해서는 놈들을 해치우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삼림지대가 아무리 아크에게 유리한 장소라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 기만책欺瞞策에 한정된 것.
함정이 통한다고 괜히 UP된 기분에 무턱대고 맞장 떴다가는 하늘나라로 UP될 뿐이다.
그러니 도저히 방법이 없을 것 같았지만…….
있었다! 의외로 쉬운 방법이!
그러나 이 방법은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삼림지대를 나와 최소한 30킬로미터는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숨을 곳도, 함정을 설치할 곳도 없는 허허벌판을.
그러나 아크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면 하는 수밖에 없지!’
그리하여 하루 반나절 만에 행복(?)했던 삼림지대를 벗어나 목적지를 향해 진군했다.
당연히 기간틱과 발렌시아 부대가 따라붙었다.
그냥 따라붙은 것이 아니다. 하루 반나절 동안 함정에 치이고 까인 덕분에 이를 박박 갈며 따라붙었다.
퍼펑! 퍼펑! 퍼펑!
폭격을 쏟아붓는 것은 인지상정!
그나마 삼림지대를 나올 때 새로 익힌 ‘고급 함정’과 ‘독극물 사용법’을 발휘해 최대한 많은 함정을 만들어 둔 덕분에 꽤 거리를 벌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거리도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헌터의 폭격을 피하느라 아크 일행의 걸음이 느려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제 거리는 불과 200~300미터!
‘하지만…….’
퍼펑! 퍼펑! 퍼펑!
그때 또 한 차례 폭격이 퍼부어졌다.
“에잇! 빌어먹을! 이제 됐어! 작전이고 뭐고, 이런 식으로 죽느니 화끈하게 붙으련다!”
그러자 마몽 준장이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아요! 거의 다 왔다고요!”
“그 말이 벌써 몇 번째야? 이제 안 속아!”
“이번에는…….”
위이이잉! 퍼펑! 퍼펑!
그때 뒤에서 또다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뒤이은 폭풍에 휘말린 아크는 튕겨 날아가 마몽 준장과 충돌했다. 그리고 한 덩어리가 되어 서너 바퀴를 구르다가 멈춰 섰을 때, 아크가 번쩍 고개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진짜라고요! 봐요! 저 아래!”
“뭐? 어? 저, 저기는?”
고개를 돌린 마몽 준장의 눈이 이따만 해졌다.
아크와 마몽 준장이 튕겨 날아온 곳의 뒤로는 가파른 경사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경사면 너머에는 도시! 성벽처럼 높은 펜스가 둘러진 대도시! 이 대도시는 바로!
“쿠림? 네가 오겠다는 곳이 저기였어?”
“네,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아니, 하지만 지금 이스타나의 도시는 모두…….”
“아크 님! 준장님!”
그때 뒤에서 피터 들이 뛰어오며 소리쳤다.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동시에 포성이 울리며 그들의 뒤를 따라 흙더미가 치솟았다. 그사이에 거리를 좁힌 헌터가 기관포로 바꿔 포격을 퍼부어 대고 있는 것이다. 머뭇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나와라, 슈퍼보드!”
아크가 벌떡 일어나 에어 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에어 보드는 1인용 이동 수단, 5명이나 타면 날기는커녕 공중에 떠 있지도 못한다. 그러나 상관없다. 어차피 타고 날아갈 생각도 없으니까.
아니, 날 필요도 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올라타요!”
아크는 마몽 준장과 피터 들을 겹치듯이 에이 보드에 태우고 세차게 발을 굴렀다. 그리고 아예 바닥에 처박힌 에어 보드가 살짝 앞으로 이동하는 순간!
촤아아아아아!
그대로 경사면을 따라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5명의 체중에 눌린 채 바닥을 긁으며 불똥이 튀어 오르는 에어 보드의 상태가 심히 걱정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일단 사는 게 먼저!
그렇게 경사면을 타고 미끄러지기를 잠시, 이내 에어 보드가 바닥에 충돌하자 위태롭게 균형을 유지하던 5명의 체중이 앞으로 쏠리며 우르르 넘어졌다.
그러나 뒤따르는 발렌시아 일당은 아크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경사면을 내려왔다. 몸을 웅크린 기간틱을 타고 굉음을 일으키며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황급히 몸을 일으킨 피터가 쿠림으로 뛰어가며 소리쳤다.
“아크 님, 서두르세요!”
“아니, 여깁니다!”
“네?”
“여기서 승부를 내겠습니다!”
아크가 이퀄라이저를 뽑아 들며 대답했다.
쿵, 소리를 내며 경사면을 타고 내려온 헌터가 바닥에 닿은 것은 그때였다.
이때 아크와 헌터의 거리는 불과 50여 미터.
다른 때라면 기관포부터 퍼부었으리라. 그러나 헌터는 그냥 몸을 일으켰다. 그 등에서 뛰어내리는 20여―숲에서 정찰을 하다가 아크에게 암살당한 병사가 있으니까― 병사들.
그중 1명이 천천히 아크를 향해 돌아섰다.
발렌시아!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크의 얼굴에 공포가 깃들었다.
“무서운 놈…… 그렇게 똥칠을 하고도 아직까지 씻지도 않고 있다니…….”
“여기인가? 네가 찾은 죽을 자리가?”
아크의 인신공격에도 발렌시아는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무턱대고 도망치기만 할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어이가 없군. 고작 했다는 생각이 이런 것이라니. 궁지에 몰리니 너도 어쩔 수 없군. 아크, 아직까지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거냐? 모르겠다면 말해 주지. 이미 주요 도시는 모두 우리가 봉쇄하고 있다, 수도 경비대가. 무슨 말인지 알겠나? 네놈이 아무리 쿠림의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아. 도시 경비대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움직이기는 하겠지. 네놈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 라마와 내통해 국가기밀을 팔아먹은 수배자. 그게 지금의 너다.”
“역시…….”
마몽 준장이 신음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와락 아크의 멱살을 쥐고 흔들어 대며 소리쳤다.
“야, 이 멍청한 자식아! 그건 네가 했던 말이잖아! 이스타나의 도시는 이미 저 자식들이 장악하고 있을 거라며? 네놈이 그런 말을 해 놓고 도시로 오면 어쩌자는 거야?”
“컥! 컥! 아, 좀! 진지한 장면이잖아요!”
아크가 버둥대며 겨우 마몽 준장의 팔을 풀었다.
그리고 다시 진지 모드로 전환! 발렌시아를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네 눈에는 도시만 보이냐? 그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아?”
아크가 가리키는 것은 바로 천막.
쿠림 앞에 세워져 있는 엄청난 숫자의 천막들이었다. 말 그대로 진을 치고 있는 이 천막들은 바로…….
-아, 누가 문 좀 열어 달라고 하삼.
-할 일도 많은데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장비품 팝니다.
-누구 수리할 줄 아는 사람 없습니까?
천막 위에 떠 있는 글귀들.
이들은 바로 쿠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유저들이었다.
이들이 쿠림 앞에 천막을 치고 있는 이유는 궤도 경비대 본부 앞에 우주선이 모여 있던 것과 같은 이유였다.
경비대에 의해 도시가 폐쇄되는 바람에 아이템을 사고팔거나, 장비품을 수리하지 못해 사냥도 나가기 힘들어지자 그냥 이곳에서 죽치고 있는 것이다.
천막을 훑어보던 발렌시아가 코웃음 치며 물었다.
“설마 저 녀석들의 도움을 기대하는 건가?”
“글쎄? 어떨까?”
아크가 씨익 웃어 보였다.
그리고 한껏 가슴을 부풀리며 소리쳤다.
“여- 러- 분-!”
“익! 뭐, 뭐야? 뭔 소리야?”
“공중도덕도 몰라? 누가 이런 곳에서 소리치는 거야?”
“헉! 저, 저게 뭐야? 기, 기간틱이잖아? 어째서 기간틱이 이런 곳에?”
“저게 기간틱이야? 나는 처음 봐. 우와, 겁나 크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야?”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퍼져 나가자 천막에서 유저들이 구시렁거리며 기어 나왔다. 그리고 뒤늦게 아크와 발렌시아, 뭣보다 기간틱을 발견하고 놀란 표정으로 웅성거렸다.
그때 아크가 다시 목에 힘을 주며 소리쳤다.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며칠 동안 도시에 들어가지 못해 꽤 답답할 겁니다! 제가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건 바로 저자들 때문입니다!”
“에? 그게 무슨 말이야? 저자들이라니?”
“지금 이스타나의 도시를 봉쇄하고 있는 것은 내무부 소속의 경비대! 그건 현 내무부 장관 쥬벨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벌인 일입니다! 그리고 저자들은 쥬벨의 부하! 지금 저자들은 그 사실을 여러분에게 알리려는 저를 살해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멋대로 도시를 봉쇄하는 쥬벨 후작의 전횡을 그냥 두고 보실 겁니까? 그런 쥬벨 후작에게 붙어 설치는 자들을 그냥 두고 보실 겁니까? 이런 전횡을 못 본 척한다면 몇 번이고 같은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맞서 싸워야 합니다! 우리들은 전사가 아닙니까!”
열변을 토하는 아크!
아크가 생각한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스타나는 이미 쥬벨 후작이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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