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39)
아크 더 레전드-539화(539/875)
[539] SPACE 5. 유저를 움직이는 것 (3)그건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다. 타투인에는 연방군 사령부도 있지만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는 소수. 적어도 이스타나 내부에서는 모든 지역을 총괄하는 내무부 소속의 경비대가 최강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외부와 왕래가 끊긴 상황이라면 모든 도시를 장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크의 가장 큰 고민이 그것이었다.
그런 상황이면 헌터나 발렌시아를 완전히 따돌린다 해도 의미가 없다. 경비대와 맞설 방법이 없다면 그냥 마틴 후작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며 숨어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때 아크는 자신이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스타나에는 경비대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의 숫자를 가진 집단이 있다는 것을.
바로 유저!
‘이들의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이스타나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으리라!
아크가 쿠림으로 온 이유가 이것이다. 쿠림은 인근 도시 중 가장 많은 유저가 모이는 도시. 일단 이들만 규합해도 전세를 역전시킬 계기로는 충분하리라! 그러나…….
멀뚱멀뚱, 유저들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큭! 크크크! 크하하하하!”
발렌시아가 폭소를 터뜨린 것은 그때였다.
“정말 웃기는군. 네놈은 도대체 뭐냐? 너도 유저 아닌가? 그런데 유저라는 존재를 그렇게까지 모른다니, 웃기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하군. 쥬벨 후작의 야심? 전횡? 설마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 유저가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나? 유저의 관심은 하나밖에 없다. 이득! 그뿐이다. 그게 유저야. 자, 말해 봐라. 유저들이 너를 돕는다면 넌 뭘 해 줄 수 있지? 저 많은 유저들에게! 없을 거다. 하지만 나는 줄 수 있지.”
발렌시아가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공포를!”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순간 헌터의 포탑이 회전하며 포화를 뿜었다.
그러자 아크와 유저들 사이의 공간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유저들이 움찔하자 발렌시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잘 들어라, 너희들! 아크의 말은 사실이다! 이미 이스타나의 모든 도시는 쥬벨 후작이 장악했다! 파티니 공격대니 하는 것들이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천지분간 못하고 참견하는 놈은 죽을 뿐이다!”
발렌시아가 훑어보자 유저들이 시선을 피하며 물러났다.
“봤나? 저게 유저다. 유저는 하나의 집단이 아니야.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파티라도 아이템 하나에 찢어지는, 이기적인 1명, 1명일 뿐이다.”
“나도 알아.”
아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슬쩍 발렌시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유저에 대해 모르는 것은 너다, 발렌시아. 이득? 아이템? 그래, 확실히 유저들은 거기에 목숨을 걸지. 하지만 유저들이 목숨을 거는 것이 하나 더 있다.”
“하나 더?”
“그래, 바로 저거다!”
아크가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이에 발렌시아와 유저들의 눈이 일제히 아크의 손을 따라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발렌시아가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뭐 하자는 거냐? 설마 천명이니 뭐니 하는 헛소리를 늘어놓을 생각은 아니겠지?”
“어? 아니…… 그게…… 잠깐! 좀 기다려 봐! 그러니까…….”
“더 이상 들어줄 수 없군. 헌터!”
위이이잉!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퍼펑!
발렌시아의 고함에 헌터의 포탑과 로켓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압도적인 화력! 쏟아지는 포탄에 유저들은 얼른 물러났고, 아크와 마몽 준장 일동은…….
“아크, 이 멍청한 자식! 결국 다 죽게 생겼잖아!”
“아니! 그러니까! 분명 연락이 왔다고요! 이 자식은 대체 뭐 하는 거야?”
아크가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 대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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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쿵! 쿠콰콰콰!
우주 공간을 흔드는 굉음!
그와 함께 순양함의 선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순양함을 공격한 것은 두께가 수십 미터나 되는 촉수였다.
마치 신기루처럼 반투명하게 변한 혹성에서 뻗어 나온 촉수! 실로 괴기스러운 장면이지만 순양함의 승무원들은 놀라는 기색조차 없었다. 이들 대부분이 이미 같은 장면을 목격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건 순양함의 함장도 마찬가지였다.
“촉수의 크기가 이큘러스에서 본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군. 하긴, 혹성의 크기도 10배 이상 차이 나니까. 결국 이스타나를 삼킨 정체불명의 힘은 이스타나보다 10배는 강하다는 의미인가? 이거 꽤 곤란하게 됐군.”
마틴 후작이 모니터에 비치는 촉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가 이스타나 앞에 와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옆에 자리하고 있는 사내, 레피드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레피드가 가져온 아크의 전언 때문이었다.
전언은 두 가지였다.
-X-34 Y-4854.
하나는 이것, 흑점의 좌표였다.
사실 마몽 준장과 아크가 이스타나로 들어가 버렸다는 보고를 받고 난감해했던 이유가 이것이다.
이큘러스 때의 경험을 되짚어 보면 흑점은 일종의 스위치 같은 것이다. 정확하게 공격하면 사라진 혹성이 나타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일한 입구이기도 하다.
때문에 먼저 흑점의 위치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사라진 혹성에서 흑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아크가 이스타나로 들어가 연락 두절 상태다.
그렇다고 무슨 뽑기 하듯이 이스타나가 있던 자리에 무턱대고 광선포를 쏴 대며 흑점을 찾을 수도 없는 노릇. 그런데 레피드가 흑점의 좌표를 가지고 찾아온 것이다.
마틴 후작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정보!
그러나 마틴 후작이 지금 이스타나에 와 있는 이유는 그 정보 때문이 아니었다. 흑점의 위치를 파악했다고 당장 올 수 있는 형편이었다면 애초에 아크를 마몽 준장의 순양함에 태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이스타나의 실종으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마틴 후작과 연방군 함대를 움직이기 힘든 상황. 흑점의 좌표를 확보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마틴 후작이 이곳에 와 있는 이유는 두 번째 전언 때문이었다.
“힘들기는 하지만…….”
마틴 후작이 목을 풀듯이 머리를 좌우로 움직였다.
“수백 척의 전함을 이끌고 들어와 달라는 것도 아니고 한 방 먹여 달라는 것뿐이다. 그 정도 부탁도 들어주지 못해서야 연방군 고문 자리도 내놔야겠지. 데온!”
“네, 후작님!”
“좌현 30도! 속도 250! 같은 각으로 함포 발사!”
퍼퍼퍼펑! 퍼퍼퍼퍼펑!
마틴 후작의 명령에 노블레스-Ⅱ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함포를 연사했다.
푸른 빛 줄기가 연속적으로 충돌하자 거대한 촉수가 절반 이상이나 뜯겨 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촉수는 순식간에 원래대로 재생되었다.
“우현 45도! 감속 50! 발사!”
그러나 마틴 후작은 눈빛조차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명령했다. 그때마다 노블레스-Ⅱ는 사방에서 덮쳐 오는 촉수 사이를 오가며 에너지 탄을 쏟아부었다.
엄청난 크기의 순양함을 마치 전투정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놀라운 조함술! 그러나 그런 조함술도 쉬지 않고 덮쳐 오는 촉수를 모두 피할 수는 없었다.
“……라기보다는…….”
마틴 후작이 데온 준위를 돌아보며 물었다.
“데온,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네, 저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건 마치…….”
“들어오라고 하는 것 같군.”
마틴 후작이 입 끝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촉수는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규칙성이 있었다. 노블레스-Ⅱ를 중심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10여 개의 촉수가 노블레스-Ⅱ를 에워싸고 있었지만 정작 흑점 앞을 막고 있는 촉수는 하나도 없었다. 이런 움직임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마틴 후작이 쩍 벌어진 촉수 사이로 드러나 있는 흑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거 참, 꽤나 유혹적이지 않나?”
“후, 후작님!”
“됐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내 입장을 잊을 정도로 멍청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저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유혹하면 속아 주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지. 어쨌든 저런 식으로 흑점을 드러내 놓고 있어 주면 나야 편하지. 데온, 준비하라!”
“준비됐습니다!”
“지금이다! 우현 23도! 발사!”
마틴 후작의 지시에 노블레스-Ⅱ가 회전하는 순간!
상부 갑판에서 1기의 미사일이 불을 뿜으며 뻗어 나갔다. 그러자 촉수 하나가 급격히 휘어지며 미사일을 향해 날아왔다. 그러나 충돌 직전, 미사일이 반으로 갈라지며 무수히 많은 소형 탄두로 분해되어 흑점 속으로 사라졌다.
“임무 완료!”
“좋아! 이제 이탈한다! 좌현으로 90도 선회! 전속 항진!”
뒤이어 노블레스-Ⅱ는 급격히 방향을 꺾으며 촉수 사이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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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놓쳤군.”
타투인의 황성, 쥬벨 후작이 검은 기운을 들여다보며 이를 갈았다. 그 검은 기운 속에는 1척의 순양함이 멀어지는 장면이 비치고 있었다.
그 순양함은 바로 노블레스-Ⅱ. 방금 전까지 촉수와 전투를 벌이던 마틴 후작의 전용함이었다.
“놈을 끌어들여 해치웠다면 모든 것이 정리됐을 텐데…….”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그때 뒤에서 호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쥬벨 후작이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게 문제가 아니면? 마틴 후작을 잡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또 뭐가 있다는 건가?”
“네, 마틴 후작은 군부의 실세, 확실히 그를 처리할 수 있다면 우리 계획은 90% 이상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마틴 후작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뻔히 열려 있는 흑점으로 들어오지 않았겠죠. 그게 문제입니다. 싸울 생각도, 들어올 생각도 없는 마틴 후작이 굳이 이스타나까지 왔다는 것. 왜일까요?”
“그야…….”
“아무래도 퇴각하기 전에 발사된 미사일이 마음에 걸립니다.”
“고작 미사일 하나가 문제가 되겠나?”
“고작 미사일 하나이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겁니다. 고작 미사일 하나를 발사하기 위해 마틴 후작이 직접 움직였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 미사일은 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것일지도 모릅니다.”
정답이었다.
미사일의 정체는 바로…….
“아무래도 계획을 앞당겨야겠습니다.”
잠시 미간을 좁히며 생각하던 호크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SPACE 6. 쿠림 함락! (1)
“헉헉헉! 헉헉헉!”
실드를 들어 올린 아크가 거친 숨을 불어 냈다.
헌터의 폭격이 시작된 지 2~3분,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상대는 기간틱이다. 그것도 불과 50여 미터에 거리에서 폭격을 해 대니 장난이 아니었다.
퍼퍼퍼펑! 퍼퍼퍼펑!
아예 일대가 통째로 녹아내리는 것 같은 장면이 이어졌다.
물론 아크는 처음 헌터가 등장했을 때도 이런 폭격 속에서 버틴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랐다.
마몽 준장이야 워낙 레벨과 체력이 빵빵하니 굳이 아크가 신경 쓸 필요도 없었지만 피터와 포인, 하퍼스는 아크 같은 회피력도, 마몽 준장 같은 체력도 없다. 때문에 이들까지 신경 쓰느라 오히려 이전보다 많은 대미지를 입은 것이다.
“아, 아크 님, 저희 때문에…….”
피터와 포인, 하퍼스가 피를 뚝뚝 흘리는 아크를 바라보며 떠듬거렸다. 자신들을 지켜 주기 위해 상처 입기를 주저하지 않는 아크! 하물며 그는 영웅이라고 불리는 남자다.
덕분에 감동 100배! 피터와 포인, 하퍼스는 그런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눈으로 아크를 바라보았지만! 아크는 그들의 시선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지금 아크의 관심은 오직 하나!
수백 미터 상공을 가로지르는 물체에 꽂혀 있었다.
주위에는 수백의 유저와 발렌시아 일당도 있었지만 그 물체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헌터의 폭격을 받는 아크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게 바로 아크가 기다리던 것이니까!
‘젠장, 레피드 자식, 사람 애 타게 만들고 있어.’
예정보다 좀 늦었지만.
이게 레피드를 마틴 후작에게 보낸 이유였다.
아크가 올려다보는 물체는 노블레스-Ⅱ가 퇴각하기 직전에 발사한 미사일. 아니, 그 미사일 속에서 나온 소형 탄두들 중 하나였다.
“이제…….”
아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때 쿠림 상공을 가로지르는 탄두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처음에는 큰 덩어리였지만, 곧 확 퍼져 눈처럼 하늘을 뒤덮으며 쏟아지는 것은 종이, 종잇조각이었다.
수천, 아니, 수만 장의 종잇조각이 쿠림 일대를 뒤덮으며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아크가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뭔 헛소리야?”
할리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할리만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있는 적병들은 물론, 심지어 마몽 준장과 피터, 포인, 하퍼스까지. 폭격을 당하는 사이에 머리가 이상해졌나 싶은 눈으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그 중 가장 먼저 상황을 이해한 사람은 발렌시아였다.
“이, 이건?”
눈발처럼 휘날리는 종이를 받아 살펴보던 발렌시아의 입에서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그 종이에는…….
-나는 연방군 총사령부의 고문을 맡고 있는 마틴 후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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