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40)
아크 더 레전드-540화(540/875)
[540] SPACE 6. 쿠림 함락! (2)이스타나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아마 현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현재 이스타나는 외부에서 볼 때 사라진 상태다. 어떤 힘에 의해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누가 그런 일을 일으켰는지는 알고 있다.
내무부 장관 쥬벨 후작이다.
쥬벨 후작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스타나를 장악, 나아가 은하연방을 장악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 물론 연방군은 이런 음모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연방군은 각지의 함대를 집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스타나의 모든 도시를 쥬벨 후작 휘하의 경비대가 장악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연방 함대가 돌입하면 전면전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유저들에게 전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쥬벨 후작의 간악한 음모에 맞서 싸워라!
이는 나, 연방군 총사령부 고문 마틴 후작의 지령이다. 그대들이 쥬벨 후작과 맞서는 데 있어서 생기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질 것이며,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어지는 포상 역시 내가 약속하겠다. 이 지령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구국의 영웅이 되어라!
이것이 종이에 적혀 있는 내용!
지금 쿠림 일대에 쏟아지는 종이는 모두 그 내용을 Ctrl+C, Ctrl+V 해 놓은 삐라!
“아무래도 제대로 상황을 파악한 사람은 너뿐인 모양이군.”
아크가 발렌시아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너……!”
“너는 유저들이 이기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맞아. 부정할 수 없지. 하지만 그건 유저와 유저 사이에만 해당되는 얘기지. 적어도 이 세계에서는 유저라도, 아니, 유저이기 때문에 이기적으로 대할 수 없는 상대가 있다.”
아크가 발치의 삐라를 집어 올리며 말했다.
“NPC다. 어떤 유저라도 NPC의 부탁은 거절하지 않지.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NPC의 부탁!
유저에게 이는 곧…….
《구국의 영웅이 되어라!(개척 퀘스트)》
은하연방에 갑자기 수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이스타나가 사라지고 내부에서는 우주로 나갈 수 없는 괴이한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에 당혹스러워하던 당신은 외부에서 날아온 메시지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마틴 후작. 그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쥬벨 후작을 지목하며 당신에게 의용군의 일원이 되어 싸워 달라고 종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쥬벨 후작의 음모를 분쇄하는 데 공을 세우면 그만한 보상이 따를 거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자, 구국의 영웅이 될 기회입니다!
※난이도 : –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N)
퀘스트!
유저에게 퀘스트는 그야말로 빛과 소금!
퀘스트로 먹고, 퀘스트로 자고, 퀘스트로 싸는(?) 것이 유저다. 더구나 개척 퀘스트는 아무 때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정된 유저에게만 주어진 《우주 마법진 조사》 퀘스트를 보면 알겠지만 고위 NPC와 인맥을 만들어 놔야 받을 수 있는, ‘특별한 보상’을 얻을 기회였다.
“아, 아니야!”
발렌시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번 사건의 배후는 마틴 후작이다! 놈이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야!”
“쯧쯧쯧.”
아크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혀를 찼다.
“뇌가 386이냐? 저장 기능이 없어? 아까 네 입으로 이번 사건의 배후가 쥬벨 후작이라고 했거든? 그리고 네 말대로 유저에게 그런 것은 상관없어, 이기적이거든.”
그사이…….
“퀘스트? 나 퀘스트 받았어.”
“나도! 나도! 게다가 이거 개척 퀘스트야. 난 개척 퀘스트는 첨 받아 봐.”
“뭐 이스타나의 내전에 관한 퀘스트니 당연하지만…….”
“그래서? 너는 어쩔 거야? 받을 거야?”
“그야…….”
유저들이 서로를 마주 보며 웅성거렸다.
이 퀘스트를 받으면 쥬벨 후작과 적이 되는 셈이다.
이미 쥬벨 후작 휘하의 경비대가 각 도시를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삐라에 ‘연방함대를 집결시키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이다. 당연히 경비대보다는 연방함대가 세 보이는 것은 당연지사! 그리하여…….
“너 혹시 힐러?”
“넌 전사?”
“파티!”
서로를 확인하며 크로스!
파티! 파티! 여기저기에서 파티가 결성되었다.
발렌시아가 그게 뭘 의미하는 것인지 모를 리가 없다.
“빌어먹을! 허접한 새끼들이 감히 덤비겠다는 건가? 헌터! 뜨거운 맛을 보여 줘라!”
퍼펑-!
발렌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폭음이 울렸다.
그러나 헌터의 공격이 아니다. 몸통이 화염에 뒤덮인 헌터가 한쪽으로 기우뚱거렸다. 발렌시아가 포격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 유저가 RPG를 들고 있었다.
“네놈! 죽고 싶으냐!”
퍼펑-! 퍼펑-! 퍼펑-!
대답 대신 여기저기에서 포탄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헌터를 향해 날아드는 포탄은 말할 것도 없이 유저들의 RPG에서 뿜어졌다. 지금까지는 그저 구경꾼에 불과했던 유저들이 퀘스트와 동시에 발렌시아의 적이 된 것이다.
“크윽! 헌터! GEM 시스템을 가동하라! 죽여! 죽여 버려!”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퍼펑! 퍼펑!
발렌시아의 명령에 헌터 역시 타깃을 바꿔 유저들에게 폭격을 쏟아부었다. 한순간에 주위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무지막지한 헌터의 화력! 지축을 뒤흔드는 포성이 휩쓸고 지나가자 주위가 잠시 고요해졌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전우여, 무적의 용사가 되어라! 광역 실드!”
“타오르는 전의! 전사의 용맹!”
“결코 쓰러지지 않는 불굴의 전사! 상처 재생!”
불길 뒤쪽에서 우렁찬 외침과 함께 형형색색의 빛이 터져 나왔다. 거의 동시에 일대를 뒤덮은 폭연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흩어지고 100여 명의 유저가 뛰어나왔다.
빛나는 검과 방패, 묵직한 철퇴 따위를 들고 뛰어나오는 유저들은 에스퍼와 힐러의 광역 버프를 받은 전사들! 이에 헌터가 기관포를 뿜으며 저지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쿠림 앞에 모여 있던 유저들은 수백 명.
에스퍼나 매지션만도 수십 명에 이른다. 그들이 일제히 초능력을 발동시키자 유저들에게 쏟아지던 포탄이 도중에 폭발하거나 사라지고, 심지어 어떤 포탄은 되돌아가 헌터와 충돌했다. 그리고 그사이 접근한 근접 전사들의 공격!
쩌쩌쩌쩡! 쩌쩌쩌쩡! 쩌쩌쩌쩡!
엄청난 숫자의 전사들이 헌터를 둘러싸고 공격을 퍼붓자 실드가 쩡쩡 울리기 시작했다.
“우하하하! 이거야! 이거라고! 싸움은 이래야지!”
상황이 급변하자 마몽 준장이 어깨를 들썩이며 광소를 터뜨렸다.
“좋아, 나도 간다! 니들도 따라와! 지금까지 당한 것을 100배로 갚아 주마! 우라라라라!”
그리고 피터와 포인, 하퍼스까지 데리고 해머를 휘둘러 대며 유저 군단에 합세했다. 아니, 앞장서서 유저들을 지휘하며 헌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젠장! 뭣들 하는 거야? 막아! 막으라고!”
발렌시아가 방방 뛰며 소리쳤다.
그러나 할리는 한숨을 불어 내며 머리를 흔들었다.
“당신도 보면 알 것 아닙니까?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저 정도 숫자라면 헌터가 2대였어도 무리입니다. 그나마 다행히 지금 유저들은 헌터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아직 헌터가 버티고 있을 때 빠져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도망가라고? 지금 그리 주둥이를 놀린 것이냐?”
“무리인 걸 무리라고 말했을 뿐입니다.”
“닥쳐라!”
발렌시아가 검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잡아먹을 듯이 할리를 노려보다가 와락 몸을 돌렸다.
“나는 못 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크 앞에서는 결코 등을 돌릴 수 없어!”
발렌시아가 유저들을 향해 뛰어가며 소리쳤다.
쩌쩡! 파지지지!
그때 발렌시아의 검에 하얀 빛을 뿜어 올리는 광선검이 겹쳐지며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등을 돌리지 않겠다니, 고맙군.”
“……아크!”
“그래, 그게 내 이름이다.”
스파크 너머에서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386 수준의 머리로도 내 이름은 잊지 않는군. 아니, 그 작은 용량으로는 그것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이런 상황에서도 내 이름만 짖어 대니 말이야. 무슨 말인지 잘 연산이 안 되면 내가 정리해서 말해 주지. 넌 끝났어.”
“닥쳐라!”
발렌시아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보며 소리쳤다.
“너만은 죽인다! 기갑 무장!”
발렌시아의 백팩에서 큐브가 솟아올라 왔다.
그리고 공중에서 복잡하게 회전하며 기갑 형태로 변하며 발렌시아의 몸을 뒤덮었다. 동시에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는 무형의 충격파!
“그렇게 나온다면…… 기갑 무장!”
아크가 앉은 자세로 주르륵 미끄러지며 소리쳤다.
공간이 갈라지며 늑대를 닮은 칠흑의 갑주가 떠오른 것은 그다음이었다. 그리고 갑주가 아크의 몸에 겹쳐지는 순간!
“피어싱!”
섬광처럼 발렌시아를 향해 쏘아졌다.
또다시 두 자루의 광선검이 격돌하며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피어싱’을 정면으로 받은 발렌시아는 그대로 수 미터나 밀려나면서도 빠르게 검을 반전시켰다.
상대의 검을 사전에 제압하기 위한 동작!
일전에 이미 한 번 해 본 수 싸움이다. 그러나 이번 수 싸움은 이전처럼 여러 합이 반복되지 않았다. 활처럼 휘어지며 아머를 가로지르는 백색 검광!
치칭! 카카카칵!
“크윽! 이, 이 자식!”
발렌시아가 검의 궤적을 따라 붉게 달아오른 가슴을 움켜쥐며 물러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격을 막기 위해 자세를 잡았지만, 공격은 없었다. 아니, 아크는 따라오지도 않았다.
거리를 벌인 채로 그냥 서 있을 뿐이었다.
“흠, 그렇군.”
잠시 갸웃거리던 아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야 알겠어. 이전 싸움에서 내가 왜 헤매고 있었는지.”
“……뭐?”
“그렇잖아. 넌 이미 나에게 세 번이나 진 놈이야. 그런데 이전 싸움에서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물론 너도 그사이에 운동 좀 했겠지. 그것도 나에 대한 복수심을 활활 태우며. 하지만 난 그런 건 이미 오래전에 마스터했거든. 그런데 고작 한두 달. 잘해야 석 달쯤 훈련했다고 나와 비슷해진다는 게 말이 되냐? 그렇게 쉽게 강해질 수 있으면 세상에 강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말했을 텐데, 나는…….”
“그, 러, 니, 까.”
아크가 발렌시아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엄청 빡 세게 했다며? 나도 엄청 빡 세게 했어. 아니, 됐다. 내가 뭐 너와 이런 얘기할 할 사이도 아니고. 어쨌든 중요한 건 말이지, ‘잠깐’이나마 네가 나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던 이유는 네가 아닌 나에게 있었다는 거야.”
“너에게 있다니? 무슨 말이냐?”
“듣고 싶냐? 말해 줄까?”
아크가 밉살스러운 표정으로 히죽 웃었다.
늑대 형태의 헬멧을 쓰고 그런 표정을 지으니 밉상 ×100!
“됐다! 나는 네놈만 죽이면 돼! 페이탈 블레이드!”
발렌시아가 와락 인상을 구기며 검을 앞세우고 들어왔다.
뒤이어 그의 손에 들린 푸른 광선검이 폭풍 같은 기류를 일으키며 퍼져 나갔다. 한순간에 아크를 뒤덮고 옥죄듯이 날아드는 수많은 검기! 그러나 거기에 백색 검광이 겹쳐지자 소용돌이치던 푸른 검기가 낱알처럼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러니까 이제 무리라고 했잖아.”
“네놈!”
필살기가 허망하게 흩어지고 반격까지 받은 가슴을 맞은 발렌시아가 휘청거리며 이를 갈았다.
“‘네놈!’, ‘아크!’, ‘죽인다!’ 하아, 네가 아는 단어는 그것밖에 없냐? 좀 참신한 거 없어? ‘아앗! 훌륭한 분!’이라든가, ‘오오, 아크 님!’이라든가, ‘전 죽어 마땅한 놈입니다!’라든가.”
“닥치라고 했다!”
“하! 안 된다니까 그러네. 환영분신!”
아크가 슬쩍 옆으로 이동하자 그 궤적을 따라 줄지어 분신이 떠올랐다. 그러자 발렌시아가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키며 검을 휘둘렀다. 늘어서 있는 분신의 허리를 한꺼번에 가르며 지나가는 푸른 검광!
그러나 아크의 목소리가 들린 곳은 뒤였다.
“다 보인다고, 네 움직임이.”
“……뭐?”
움찔하며 몸을 돌리자 백색 검광이 날아 들어왔다.
발렌시아는 황급히 검을 들어 막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백색 검광은 부드러운 원을 그리며 2차, 3차, 4차! 막을 때마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반대 방향으로 파고 들어왔다.
반격할 새가 없다!
문자 그대로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공격에 발렌시아가 주춤주춤 물러나며 방어에 전념하고 있을 때였다.
“여기까지다! 머리!”
아크가 벼락처럼 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이에 발렌시아가 이를 악물고 검을 들어 올리는 순간!
콰직! 파지지지지!
허벅지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그 충격에 털썩 주저앉은 발렌시아가 울분에 찬 얼굴을 와락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아니, 소리치려 할 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