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43)
아크 더 레전드-543화(543/875)
[543] SPACE 7. 말할 것은 오직 정의! (2)거의 하루에 1레벨씩 올라 두 달이 넘은 지금은 130대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의남이 칼리 일당마저 놀랄 정도의 몸빵을 선보일 수 있는 이유는 레벨 때문이 아니었다.
정의남이 죄수들을 대신해 몸빵 하는 것은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두 달 동안 매일, 매 시간 벌어지는 전투에서 항상 그래 왔다. 심지어 페인 수치(게임 속에서 대미지를 입을 때마다 유저에게 전해지는 통증의 정도를 조절하는 장치)를 60%로 맞춰 놓고. 과거 뉴월드 시절처럼 페인 수치가 뭔지도 몰라서가 아니었다.
“이건 뭐 싸우는 느낌도 나지 않는군.”
……그래서다.
물론 이건 R-14에서 우주 벌레와 싸울 때의 얘기다.
우주 벌레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고레벨의 몬스터. 거기에 ‘독’ 같은 스킬까지 사용하는 마티우스의 몬스터는 페인 수치를 10%로 맞춰 놔도 겁나 아프다. 그러나 정의남은 여전히 페인 수치를 60%에 맞춰 놓고 있었다.
“사나이가 한번 뱉은 말을 번복할 수는 없지!”
……그래서다.
멍청한 짓이었다.
그러나 이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게 묘한 부분이 있다.
멍청하거나, 얍삽하거나, 어느 쪽이든 남들이 하지 않는 짓을 하면 종종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정의남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미련하게 페인 수치를 60%로 고정시켜 두고 매일 남들을 대신해 매질(?)을 당하던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스킬(직업 공통☆☆☆)을 익혔습니다.
살신성인(유저, 패시브) : 당신은 자신의 고통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대신해 적의 공격을 맞는 희생정신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는 육체적인 고통보다 다른 사람을 지키고 싶어 하는 정의로움이 충만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극에 이른 바람은 상식을 뛰어넘어 육체마저 변하게 만드는 힘. 이제 당신은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 적의 공격을 받을 때마다 그런 의지가 더욱 충만해져 정신은 또렷해지고, 다리는 깃털처럼 가벼워지며, 몸은 강철처럼 변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기술은 지켜야 할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효과도 강화됩니다.
단, 이 기술은 육체적인 고통을 동반해야 하는 것이라 페인 수치가 50% 이하로 내려가면 발동되지 않습니다.
《적의 공격을 받을 때마다 상태 이상 저항력이 2%, 이동속도가 2%, 육체 방어도가 3%씩 상승합니다. 상승하는 능력치는 최대 50%를 넘을 수 없지만, 파티원이 10명 이상이면 10명이 넘을 때마다 능력치 제한이 10%씩 상승합니다.》
스킬이 생성되었다!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몸빵 할 때마다 상태 이상 저항력과 이동속도, 방어도가 상승하는 스킬!
원래 이 스킬로 올릴 수 있는 능력치는 50%가 한계지만 10명 단위로 10%씩 올라간다. 정의남의 휘하에 200여 명이 있으니 상승할 수 있는 능력치는 최대 250%!
정의남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스페이스 웜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아욱! 윽! 헉! 컥! 아우!”
페인 수치를 50% 이상 맞춰 놔야 발동하는 실로 괴랄한 스킬이지만!
“자신은 고통 없이 남을 돕겠다고 하는 것은 가식! 차라리 아픈 것이 나아!”
정의남에게는 문제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 스킬에는 보너스가 하나 더 붙어 있었으니…….
“대, 대장님, 또 이런 황송한 일을!”
“저를 위해 고통까지 감수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진즉에 대장님 같은 사람을 만났다면 저도 이런 곳까지 오게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바로 그거다! 사람은 본시 다 선한 존재다! 악한 사람은 단지 선해질 기회가 없었을 뿐! 그렇다면 내가 기회를 주마! 사람을 구하는 데 이 한 몸 아낄쏘냐!”
“오오! 대장님!”
-죄수들의 충성도가 120 상승했습니다!
이미 호감도가 충성도로 바뀐 지 오래.
그마저도 죄수들이 열광할 때마다 쭉쭉 상승하는 것이다.
어째 벨타나에서 아크가 친위대를 꼬일 때와 비슷하지만 아크와 정의남은 분명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아크는 목적을 위해 행동하는 유저지만 정의남은 그런 것 없다.
상대가 유저든 NPC든 항상 100% 진심!
쿠오오오! 쿠쿵-!
진심은 스페이스 웜도 쓰러뜨렸다!
“이거…… 뭔가 진짜…….”
전사자 하나 없이 스페이스 웜을 잡았다.
이런 기적(?)을 몸소 체험하자 칼리 일당의 생각도 바뀌었다. 어쩌면 정말 일이 잘 풀릴지도 모른다.
뭐 일이 잘 풀려 봐야 ‘56,400 ×2’에서 ‘×2’를 떼어 내는 것밖에 기대하기 힘들지만, 그것만 해도 어디냐!
“칼리!”
“좋아! 우리도 참전하자!”
칼리가 금강륜을 꺼내 들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비록 아크에게 박살 나 이런 신세가 됐지만 한때 개척지를 쥐고 흔들던 해적 두목들이다. 이들이 맘먹고 참전하자 나머지 스페이스 웜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다. 드디어 칼리 일당이 실력을 발휘하자 정의남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음, 제법 쓸 만한 녀석들이었군. 잘했다.”
칼리 일행은 평균 레벨이 200대에 달하는 유저들이다.
이제 130대의 정의남이 할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뭐지? 이 기분은?’
뭐랄까, 아버지에게 칭찬받는 기분이…… 왜 드느냔 말이다!
“좋아서 도운 것이 아니다! 너희들이 전멸하면 우리도 곤란해지니까 도운 것뿐이야!”
괜히 울컥한 칼리가 팩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그런 태도에도 정의남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후후후, 뭐 그렇겠지.”
옆에서 깡마른 노인이 히죽 웃으며 웅얼거렸다.
그러니까 넌 누구냐고!
어쨌든 그런 상황은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앙갈라 협곡은 스페이스 웜의 서식지. 죽어라 싸워 2~3마리의 스페이스 웜을 해치우면 채 몇백 미터도 진군하기 전에 다시 2~3마리가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다.
얼마나 많이 나왔느냐 하면.
-레벨이 올랐습니다!
200여 명이 경험치를 쪼개 먹으면서도 하루도 되지 않아 칼리가 이런 메시지를 봤을 정도였다. 하물며 정의남 이하 다른 죄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일단 전투만 끝나면 죄수들 머리 위로 떠오르는 십자 마크가 홍수를 이루었다.
뭐 그건 좋은 일이지만.
“하지만 이런 진군 속도로는…….”
칼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앙갈라 협곡은 거친 바위로 뒤덮여 바이크나 전차가 들어오기 힘들었다. 그러나 연방군이 추격을 포기하리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정예 보병으로 추격 부대를 꾸리면 얼마든지 추격해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먹지도 자지도 않고 진군할 수는 없는 일. 이에 칼리는 심히 우려를 표명했지만.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또다시 정체불명의 깡마른 노인이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말했지? 저분은 위대한 분이라고. 너도 곧 기적을 체험하게 될 거다.”
칼리는 정말 기적을 체험했다.
앙갈라 협곡을 진군한 지 만 16시간. 밥은 이동하며 보존식으로 때워 만복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수면 부족만은 이동하며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쉬지 않고 스페이스 웜과 싸우며 진군하니 당연히 죄수들의 피로가 극에 달해 있었다. 이에 능력치에 페널티가 적용되겠다 싶을 때였다.
“이쯤이 좋겠군.”
정의남이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제 좀 쉬려나 보다, 생각했지만 정의남이 불쑥 말했다.
“자, 여기서 정의에 대한 연설을 시작했겠다. 오늘의 주제는 정의의 실천법!”
이 무슨 잠자다 남의 명치 걷어차는 소리란 말인가?
“자, 잠깐!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지금 상황을 제대로 알기는 하는 거야? 추격을 받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1분1초도 아까운 지금 연설? 장난해?”
“정의를 실천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그러나 정의남이 연설을 시작하는 순간!
“음, 언제 들어도 감동이야.”
“오오! 그야말로 복음이다! 듣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고 피로가 씻겨 나가는 것 같아!”
죄수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헛소리를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헛소리가 아니었다.
-공격대의 만복도가 상승하고 피로도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진짜 배가 부르고 진짜 피로도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적(?)의 정체는 바로…….
-새로운 스킬(직업 공통☆☆☆)을 익혔습니다.
광신(유저, 패시브) : 당신은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고, 갱생의 여지가 있는 사람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밝은 길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 행동은 말 자체에 힘이 담기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런 힘 있는 말은 다른 사람을 이끄는 법입니다. 이제 당신이 하는 말은 당신을 믿는 사람에게 진리. 그릇된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당신을 따르는 무리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일 것입니다. 먹지 않아도, 자지 않아도 당신을 위해 헌신을 다할 것입니다. 단, 이런 효과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먹지 않고, 자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의 부담도 많아져 효과가 사라지면 그동안 먹지 않은 양에 2배에 달하는 식량을 섭취하고 2배에 달하는 시간만큼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효과는 그들의 충성도가 유지될 때만 적용됩니다.
《만복도와 피로도를 최대 90%까지 회복할 수 있습니다. 단, 더 이상 ‘광신’으로 만복도와 피로도를 해결하지 못하게 되면 2배의 식량을 먹고 수면을 취해야 합니다.》
정의남이 마티우스에서 익힌 스킬 2탄 ‘광신’!
끝없이 정의를 설파해 온 정의남은 마침내 종교와 같은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불과 30분 만에 피로도 90% 감소!
죄수들은 좀비처럼 멀쩡해진 모습으로 다시 스페이스 웜을 학살하며 진군했다.
“다행이지만…….”
덕분에 칼리 일당은 죽을 맛이었다.
불행히도 정의남의 ‘광신’은 불신자(?)인 칼리 일당에게는 소용이 없었던 것. 아니, 스킬이 먹혀도 없어지는 피로도는 캐릭터뿐이다. 설사 캐릭터의 피로도가 0이라도 유저가 자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칼리 일당은 힘들다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본인이 추격대 운운한 탓도 있지만.
“정의남도 그렇지만 저놈들은 대체 뭐야? 유저잖아! 왜 멀쩡한데?”
정의남과 1조 대원들은 30시간이 지나도 피곤한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당연하다. 정의남은 형사 출신, 대원들은 국정원 출신.
이 두 부류는 원래 잠복을 밥 먹듯이 해서 이삼일 정도는 밤을 지새우는 일도 허다했다. 재미도 없는 잡지나 뒤적거리며 쏟아지는 잠과 싸우는 잠복근무보다는 전투를 하는 편이 차라리 나은 사람들인 것이다.
뭐 어쨌든!
그로부터 닷새, 죄수 부대는 그사이에 딱 한 번만 자고 진군에 진군을 거듭해 마침내 앙갈라 협곡을 돌파했다. 그러나 그 뒤로도 정의남의 기적은 계속되었다.
“이리나, 연방군도 라마기지를 찾아본 적은 있겠지?”
“네, 하지만 말한 대로 정확한 위치는 알아내지 못했어요. 정찰대를 보낼 때마다 번번이 라마의 유격대에게 발각되어 전사했죠.”
“정찰대의 유해가 발견된 장소도 알고 있나?”
“대부분은 북부 구릉지대의 서북부 쪽에서 발견됐어요. 그래서 기지장도 정찰대를 그쪽으로 집중시켰지만…….”
“그럼 라마기지는 남쪽에 있겠군.”
정의남이 이리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러자 1조를 이끄는 베인이라는 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네, 기초적인 기만술입니다. 정확한 것은 시체를 움직인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지만, 그 뒤로도 유해가 서북부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역에 역을 계산했다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남부, 그중에서도 끝자락에 위치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구릉지대 경계를 훑도록 하지.”
정의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방향을 잡았다.
뭔 소리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행동력만큼은 끝장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정의남은 판단은 정확했다.
구릉지대의 남부 경계 지점으로 이동해 훑어 올라가자 정말 라마의 기지가 나타난 것이다. 그게 현재, 칼리 일당이 마티우스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대체 뭐야? 이 인간들은? 정말 유저가 맞기는 한 거야?’
이쯤 되니 이제 그런 의심마저 들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정말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말이 흘러나왔다.
“저기 아버님, 이제 어쩌실 생각이에요?”
이런 이리나의 질문에…….
“음, 일단 찾아가서 대화를 해 봐야지.”
“자, 잠깐! 찾아간다고? 아무것도 없이? 그냥?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죽어라 스페이스 웜과 싸우며 앙갈라 협곡을 지나온 이유가 그게 다라고? 대화?”
“달리 방법이 없지 않나? 이리나, 넌 장교니까 라마용 통역기쯤은 가지고 있지?”
“네, 조심하세요.”
“걱정 마라. 라마든 뭐든 말이 통하면 어차피 사람과 다를 것도 없어.”
정의남이 통역기를 건네받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라마 기지로 향하다가 멈추더니 씨익 웃으며 칼리를 돌아보았다.
“어이! 너희들, 따라와라. 외계인이라도 진심은 통한다는 것을 보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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