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44)
아크 더 레전드-544화(544/875)
[544] SPACE 7. 말할 것은 오직 정의! (3)-기지장님!
그로부터 몇 분 뒤, 라마 기지장은 황당한 보고를 접했다.
-지금 기지 앞으로 연방 측의 병사들이 접근해 오고 있습니다! 인원은 4명. 약 200미터 앞에서 멈춰 서서 기지장님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뭐야?
기지장은 당황했다.
일단 연방 측 인간이 기지 위치를 알아냈다는 것부터가 당혹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공격해 오거나 보고하기 위해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제 발로 나타나 대화를 청하다니?
대체 무슨 꿍꿍이란 말인가?
‘확 그냥 날려 버릴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무턱대고 대포부터 쏴 댈 일은 아니었다.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놈들을 그냥 없애 버리면 뒤가 찜찜해지는 것이다.
뭐 놈들이 원하는 대로 만나 주는 것도 찜찜하기는 마찬가지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기지와 불과 20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 놈들이 딴생각을 하면 언제든지 빈대 잡듯이 꾹 눌러 죽일 수 있다.
-좋아. 호위대를 불러라. 가 보지.
잠시 고민하던 라마 기지장이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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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 기지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벌판.
-네놈이 나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지껄이던 인간인가?
10여 명의 호위를 대동한 기지장이 위아래로 정의남을 훑어보며 물었다.
정의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사실이니까.
“그렇소.”
-그래서? 용건은?
“우리를 좀 도와줬으면 좋겠소.”
-……뭐?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기지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미친 거냐? 네놈의 눈은 장식인가? 아니면 그 머리가 장식인가? 눈이 있다면 보고 머리가 있다면 생각해 봐라. 나는 라마. 은하연방의 적이다. 그런 내가 왜 너희를 도와야 하지? 네가 대답해야 할 말은 다른 것이었다. 내가 너희들을 죽이지 말아야 하는 이유.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대답은 준비해 오지 못한 것 같군.
기지장이 슬쩍 뒤에 도열해 있는 호위병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동시에 10여 명의 호위병이 일제히 검과 창, 기관총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찜찜한 눈으로 바라보던 칼리가 번뜩이는 손놀림으로 금강륜을 빼 들며 울컥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빌어먹을! 잠깐이라도 뭔가 기대했던 내가 등신이지! 유진! 아리온! 장보고!”
“쳇, 그래 어디 죽어 보자!”
유진과 아리온, 장보고도 각자 총과 검, 대포(!)를 꺼내 들었다. 전투는 의외로 시시하게 끝났다. 새삼스럽지만 칼리는 결국 패하기는 했지만 아크와 거의 대등. 아니, 실력만 놓고 보면 오히려 위인 유저다.
“비선참!”
맹렬히 회전하며 날아가는 2개의 금강륜!
적어도 호위병 중에서는 그런 금강륜을 정면으로 받을 수 있는 라마는 없었다.
칼리만이 아니다. 아리온은 라마의 영웅 붉은학살자와 10여 분의 공중전을 펼치고도 승부를 내지 못했던 유저.
“반월파!”
아리온이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라 검기를 쏟아붓자 기관총을 장전하던 호위들이 펑펑 나가떨어졌다.
거기에 비교적 존재감이 희미하지만 마치 탱크 같은 중갑을 입고 런처를 쏴 대는 장보고와 스나이퍼 라이플로 적의 급소를 저격하는 유진까지!
전투로 다져진 해적 두목들은 기습적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호위병들을 순식간에 무력화시켰다.
-이, 이럴 수가!
상상도 못 했던 칼리 일당의 전투력에 기지장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칼리가 번뜩이는 속도로 기지장의 등 뒤로 돌아가 목에 금강륜을 겨누며 웃었다.
“아하! 이제 보니 당신 의도가 이런 것이었군. 기지장을 인질로 잡아 라마군을 움직인다. 하, 정의니 뭐니 하더니 당신도 의외로 약은 구석이 있어.”
“이게 뭐 하는 짓이냐!”
그때 정의남이 와락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도무지 거스르기 힘든 힘이 담겨 있는 포효! 갑작스러운 포효에 칼리와 유진, 장보고, 아리온,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움찔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황급히 반격을 준비하던 라마 호위병들도 동작을 멈췄다.
그러자 정의남이 한숨을 불어 내며 고개를 숙였다.
“결례를 범했소.”
-무, 무슨 꿍꿍이냐? 말해 두지만 나를 인질로 잡는다 해도 네놈들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명예로운 라마의 장교! 이미 기지를 나오기 전에 부하들에게 유사시에는 내 생사 따위 상관하지 말고 포격을 하라고 말해 두었다!
“우리는 싸울 생각으로 온 것이 아니오. 말했듯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온 것뿐이오. 솔직히 말하면 사실 처음에는 기지를 공격하는 척하면서 라마군을 유인할 생각이었소. 혹은 라마 측에 연방군 기지 위치를 흘릴 생각도 했지.”
“그런 좋은 방법이 있으면서!”
칼리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기지장이 미간을 찡그리며 칼리와 정의남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사정은 모르지만 일단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왔다는 말이 완전히 거짓은 아닌 모양이군. 그렇다면 두 가지 질문을 하겠다.
“얼마든지.”
-먼저 첫 번째, 방금 전에 말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무리라고 생각해서요. 기지를 공격해 라마군을 유인하는 작전을 사용하면 연방군 기지까지 가기 전에 우리가 전멸할 가능성이 더 많소. 그리고 연방군 기지의 위치를 흘리는 방법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지. 그런 식으로 정보를 얻으면 아무래도 먼저 의심을 할 거고, 사실 확인을 위해 정찰대를 보내는 것이 순서. 우리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없소.”
-너무 솔직한 것 아닌가?
“오면서 이런저런 작전을 궁리해 봤지만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소. 라마군의 도움을 받는 것. 도움을 받으러 온 처지에 거짓말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좋아. 그럼 두 번째 질문이다. 내가 끝까지 거절하면 어쩔 생각이지?
“혼자라면 포기하겠지. 뭐 싸워도 좋고.”
-그런데?
“지금 나는 200명이 넘는 사람의 목숨을 짊어지고 있소. 포기할 수 없지. 그러니 며칠이 걸리더라도 설득해보는 수밖에.”
-설득당할 것 같은가? 내가 인간 따위에게?
“쉽지 않겠지. 그래서 나도 느긋하게 갈 생각이오.”
정의남이 털썩 바닥에 앉아 기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당신도 앉으시오. 일단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화부터 시작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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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했다!”
호크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이 무렵, 호크의 님프에는 각지에서 전해져 오는 메시지가 줄지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표현만 다를 뿐 내용은 모두 같았다.
그리고 굳이 내용을 읽을 필요도 없었다. 문제의 ‘그것’은 호크의 손에도 쥐여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연방군 총사령부의 고문을 맡고 있는 마틴 후작…….
이런 문장으로 시작되는 내용이 적힌 쪽지.
마틴 후작이 날린 삐라는 타투인에도 살포된 것이다.
“……이거였나?”
이 삐라가 어떻게 이스타나 전역에 살포되고 있는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내내 보이지 않던 마틴 후작이 갑자기 나타나 이스타나의 흑점에 쑤셔 넣은 미사일!
그 미사일이 분해되며 쏟아져 나온 소형 탄두가 전역에서 삐라를 뿌려 대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처음 삐라에 대한 보고를 받았을 때 쥬벨 후작은 비웃었다.
“마틴 녀석, 궁지에 몰리니 별 짓을 다하는군.”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도시 안팎의 유저들에게 공격당해 쿠림 함락.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날아든 보고.
“이 무슨…… 유저라는 자들이 고작 이따위 종잇조각에 움직였다고?”
움직인다. 유저니까. 유저에게 NPC의 부탁은 퀘스트. 그리고 유저에게 퀘스트는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게임을 하는 목적이나 다름없으니까.
“마틴 후작! 이놈이 끝까지!”
쥬벨 후작이 이를 갈았지만 대상이 잘못되었다.
이런 방법, NPC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아크!”
호크가 삐라를 움켜쥐며 씹어뱉듯이 말했다.
아크다. 그 녀석밖에 없다. 쿠림이 함락된 것도 그놈 때문이다. 할리가 마지막으로 전해 온 보고는 아크를 추격하며 쿠림 쪽으로 향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쿠림이 함락됐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당연히 우연일 리가 없다.
아크는 처음부터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삐라를 이용해 전세를 역전시킬 타이밍을.
‘NPC를 이용한다…….’
그 점에 있어서는 호크도 마찬가지였다.
호크 역시 목적을 위해 쥬벨 후작을 이용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아크는 호크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NPC를 이용하고 있었다. 호크는 단지 NPC의 힘을 이용하고 있지만 아크는 NPC를 통해 유저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 인정하지. 삼촌 말대로 너는 보통이 아니야. 아니, 그 발상만으로도 전설의 게이머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하지만 나는 지지 않는다.’
호크가 슬쩍 시선을 돌려 불길처럼 일렁이는 검은 기운을 바라보았다. 마치 심장처럼 일정 간격으로 맥박 치는 검은 기운. 잠시 그것을 바라보던 호크가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일단 사태가 번지지 못하게 막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먼저 타투인, 경비대를 비상체제로 전환해 타투인 내부의 유저들을 격리시켜 주십시오. 그리고 쥬벨 후작님은 직접 각 도시의 통신망을 이용해 유저들에게 아크를 반역자로 지목하고 경비대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해 주십시오.”
“그런 것이 도움이 되겠나?”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눈매를 좁힌 호크가 살짝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이따위 짓을 한 아크에게 그만한 값을 받아 내는 것이 순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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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말하겠다! 마틴 후작의 간교한 말에 속아서는 안 된다! 놈은 너희들을 속여 이스타나를 혼란에 몰아넣고 이를 틈타 반란을 꾀하고 있다! 속아 넘어가면 너희들도 반역자가 될 뿐이다! 이런 비열한 인간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내게 힘을 모아 주기 바란다! 나와 함께 저 간악한 마틴 후작을 무찌르고 구국의 영웅이 되는 것이다! 신청은 가까운 수도 경비대…….
“창의성이 없는 녀석이군.”
아크가 쥬벨 후작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스피커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완전 Ctrl+C, Ctrl+V다. 이름만 바꿨을 뿐 삐라의 내용과 똑같은 내용. 내무부 장관이라는 놈이 대놓고 표절을 해 대고 있는 것이다. 뭐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더 들어 줄 수 없군. 피터.”
“네!”
피터가 스나이퍼 라이플을 들어 올렸다.
투퉁-! 파직! 펑!
뒤이어 총성과 함께 박살!
-다시…… 간악한…… 나와 함께…… 반란을…… 신청은 가까운 경비대…….
“음,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한결 듣기 좋은 내용으로 변했군.”
아크가 득득 끊기는 목소리를 들으며 히죽 웃었다.
“웃을 때가 아니잖아!”
그때 옆에서 울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저 빌어먹을 자식의 헛소리가 전 지역에 퍼져 나가기 있을 거 아니야?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유저들은 속아 넘어갈지도 모른다고!”
육체미를 자랑하듯이 온몸의 근육을 들썩거리며 소리치는 사람은 마몽 준장이었다.
뭐 마몽 준장도 대체로 헛소리만 하는 축에 속하지만, 이번에는 맞는 말이다.
확실히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삐라에 대응하는 반대 성명. 이건 그냥 반대 성명이 아니다, 적어도 유저에게는. 이미 말했듯이 NPC가 유저에게 하는 부탁은 부탁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구국의 영웅이 되어라!(선택 퀘스트)》
이스타나 전역에 마틴 후작의 삐라가 살포된 직후, 전역의 스피커에서 쥬벨 후작의 성명이 발표됐습니다. 마틴 후작과 반대로 쥬벨 후작은 그를 반역자로 지목하며 비열한 음모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을 당부하는 한편, 경비대와 함께 반역의 무리와 싸우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 당신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쥬벨 후작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당연히 마틴 후작의 퀘스트는 취소되고 적대 관계가 됩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인생이 그렇듯이 양쪽 모두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명심하십시오. 당신의 선택이 이스타나, 나아가 은하연방의 운명을 바꾸게 될지도 모릅니다.
《 난이도 : -》
바로 퀘스트!
마틴 후작 VS 쥬벨 후작은 급기야 선택 퀘스트를 발동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일단 쿠림은 걱정 없어.’
아크가 시청 광장에 모인 유저들을 훑어보았다.
그들은 이미 아크와 함께 쿠림을 함락시키기도 했지만, 그게 아니라도 쥬벨 후작의 퀘스트는 순간 바로 빨갱이―실제로 이름이 붉은색으로 변한다!―로 찍혀 뒈지는 것이다.
문제는 다른 도시다.
아무래도 시차가 있으니 이미 마틴 후작의 퀘스트를 받고 일(?)을 벌인 유저도 있겠지. 그러나 아직 망설이고 있는 유저도 있을 터. 이미 대부분의 도시를 경비대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퀘스트까지 주어지면 쥬벨 후작에게 붙는 유저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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