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45)
아크 더 레전드-545화(545/875)
[545] SPACE 7. 말할 것은 오직 정의! (4)‘제법이군. 쥬벨 후작, 아니, 호크겠지.’
호크가 마틴 후작의 배후에 아크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처럼, 아크 역시 바로 호크의 존재를 눈치챘다. 애초에 이런 발상은 NPC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어쩌라고요?”
“에?”
“저런 식으로 방송을 때려 대는 걸 제가 무슨 수로 막습니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안달해도 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 그냥 편하게 가자고요, 여유를 잃지 말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마몽 준장이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다가 거친 손길로 자신의 머리를 헤집었다.
“어휴! 말을 말자. 여유니 뭐니 하는 말을 먼저 꺼낸 내가 죄인이지.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변하냐? 이건 뭐 정도라는 게 없어. 됐다, 됐어. 뭐 네 말도 틀린 건 아니지. 여기서 방방 뛴다고 뭔가 되는 것도 아니고. 어디 가는 데까지 가 보자고. 까짓것 뭐가 무서워? 잘 풀리지 않아도 어차피 죽기밖에 더 하겠어?”
정확하다.
그게 지금 아크의 마음가짐이었다.
당장 손도 닿지 않는 것을 앞서 걱정하며 마음 졸여 봐야 시야만 좁아진다. 어차피 아크가 불안에 떨며 손톱을 물어뜯는다고 유저들의 마음을 조종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언제나 그게 최선이다. 그러고도 안 되는 일은 어차피 안 되는 일이니 불안해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게 이번에 아크가 배운 것!
‘그리고 지금 불안해하는 것으로 따지면 아마도 나보다 호크가 더 크겠지.’
아마도 호크는 이번 계획에 100% 자신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아크의 이스타나 진입을 허용한 것도 그런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당연히 아크를 발라 버릴 거라고 믿었던 발렌시아는 되레 발렸다. 그리고 마틴 후작의 삐라에 유저들이 들고일어나 쿠림이 함락되었다.
‘너 같은 녀석은 내가 잘 알지. 자기 생각대로 완벽하게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스트레스 팍팍 받는 성격이야. 그러니 불안하겠지. 자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니까.’
그래서 급하게 쥬벨 후작을 이용해 방송을 때려 대고 있겠지. 그건 분명 아크가 할 수 없는 일. 그러나 상대는 유저다. ‘유저만’이라면 이에 대응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이를 모르고 있다면 호크는 이미 여유를 잃었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아크는 안다. 왜냐고?
여유를 잃지 않으니까!
‘지금은 그보다 T-20이 걱정이야.’
마지막으로 A―퍼거슨의 동생 A―를 통해 확인했을 때도 T-20은 여전히 경비대에 포위되어 있었다.
다른 도시처럼 점거한 것도 아니고 그저 포위만.
이유는 대강 짐작이 간다.
‘……함정이겠지.’
만약 발렌시아가 아크를 처리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T-20으로 유인하기 위한 함정.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게 그것이다.
T-20의 포위는 분명 아크를 유인하기 위한 함정이다.
그러나 상황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 그저 포위만 하고 있을 리가 없다. 아크에게 정신적인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라도 공격을 시작하리라.
그러나 아크는 당장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도 했지만, 이곳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누군가 쿠림에서 결성된 의용군을 이끌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이스타나의 상황을 가장 많이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둘, 아크와 마몽 준장뿐이다.
‘하지만 마몽 준장은…….’
“으차! 으차! 흠! 좋아! 해 보자고!”
해머를 역기처럼 들었다 놨다 하며 소리치는 마몽 준장.
명색이 장군이지만 생각할 것도 없이 OUT!
그냥 전투뿐이라면 몰라도 의용군을 규합하며 진군하는 일에는 맞지 않는다. 페이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마몽 준장 한 사람에게만 맡겨 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의 여지는 없다. 어차피 이번 전쟁에서 패하면 T-20도 끝장이니까.
그래서 아크는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나도 관리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내가 나서서 해결할 수는 없어. 돈 쓸데가 없어서 직원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고. 이제 T-20도 슬슬 독립시켜야 할 시기. 어쩌면 이번 일이 좋은 계기가 될지도 몰라.’
물론 지금 T-20에는 병력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아스란과 부하들, 실버핸드 대원들은 칼리 함대와 싸우기 위해 이큘러스로 동원됐다가 스타게이트가 막히는 바람에 발이 묶어 버리고 만 것이다. 남아 있는 사람은 바이엔 같은 관리자들뿐. 그러나 믿고 맡긴다! 달리 방법도 없지만…….
‘이제 그럴 때가 됐다!’
아크는 마음을 다잡고 몸을 돌려세웠다.
시청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니 광장을 채우고 거리까지 뒤덮은 유저들이 한눈에 보였다.
쿠림에서 모은 600여 명의 유저들!
인구가 수십만에 달한다는 쿠림에서 모은 병력치고는 적게 느껴지지만 착각이다.
원래 도시의 인구는 유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저는 그저 방문객. 실제 도시에서 터를 잡고 살아 ‘인구’로 계산되는 사람은 NPC, 말하자면 민간인인 것이다.
물론 쿠림은 유저만 따져도 2,000~3,000.
그러나 유저라고 24시간 게임에 접속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도시가 폐쇄되어 대부분의 유저가 접속하지 않은 상황. 거기서 상인 같은 유저를 제외하면 실제로는 쿠림의 유저 전부가 의용군에 참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다 해도 600.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이스타나 전역을 장악하고 음모를 꾸미는 쥬벨 후작과 호크를 쳐부수기에는. 그러나!
아크가 이퀄라이저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모두 방송을 들었을 겁니다! 지금까지 우리를 무시해 왔던 쥬벨 후작이 한패가 되자고 지껄여 대는 방송을! 그가 왜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겠습니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실을 알게 된 것을! 그리고 우리의 힘을! 그러나 그가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이미 우리는 한마음으로 뭉친 전우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고작 말 몇 마디로 우리의 결속을 와해시킬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은 자에게 보여 줍시다! 지금이야말로 유저의 힘을 보여 줄 때가 온 것입니다!”
백색 검광이 타투인을 향했다.
“진격!”
“우와아아아아!”
아크의 명령에 600여 유저가 함성을 터뜨리며 진군했다. 그와 동시에! 600여 개의 캡슐 속에서는 600여 명의 유저가 엄청난 속도로 핸드폰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이! 나야! 얼른 쿠림 쪽으로 뛰어와!
-뭐? 어느 쪽 퀘스트를 받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고민은 무슨 얼어 죽을 고민이야! 난 이미 마틴 후작 퀘스트 받았어! 그러니까 닥치고 얼른 와!
-야, 분위기 딱 보면 몰라.
-퀘스트 정보창 못 봤어? 이제 곧 연방함대가 이스타나로 진격할 거라잖아. 어차피 답은 나와 있어. 괜히 설치지 말고 얼른 와.
현실의 전파를 타고 날아가는 무수한 메시지!
아니, 사실 이런 문자는 쥬벨 후작의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스타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은 이제 더 이상 게임 속의 일만이 아닌 것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고 아크는 질 생각이 없었다.
SPACE 8. 위기의 T-20 (1)
“빌어먹을!”
제복을 입은 사내가 울컥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의 이름은 이한, 쥬벨 후작의 명령으로 며칠 전부터 T-20을 포위하고 있는 경비대의 대장이었다.
그런 그에게 몇 시간 전.
-T-20을 없애라! 지금 당장!
이런 짜증 섞인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때만 해도 이한은 별생각이 없었다. 아니,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처음 그가 받은 명령은 그저 T-20을 봉쇄하고 있으라는 것뿐. 그 상태로 며칠이나 대기 상태였으니 지루하지 않겠는가? 아니, 뭐 지루할 틈은 없었다.
“야, 인마! 니들 뭐야? 왜 남의 타운은 막고 앉았어? 거슬리니까 저리 꺼져! 앙? 안 꺼져? 아름다운 숙녀께서 꺼지라면 꺼져야 할 거 아니야? 확 다 해부해 버린다? 이참에 어디 남자 생식기 연구 한번 해 봐? 불알 까? 확 까 버려?”
틈틈이 웬 미친 여자가 관리소 발코니에서 방방 뛰며 설쳐 댔기 때문이다.
제피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한은 참았다. 그냥 봉쇄만 하고 있으라는 명령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참을 이유가 없어졌다.
40이 넘은 나이에 고작 20도 안 된 여자에게 불알 깐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참아야 했던 이한은 행복한 표정으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쓸어버려라, 특히 저 여자를.”
이한의 휘하에는 500에 달하는 병사가 있었다.
반면 T-20은 꼴에 실드 펜스까지 쳐져 있었지만 부하의 보고에 의하면 병력은 거의 없었다. 그냥 밀어붙이면 끝나는 싸움인 것이다. 물론 실드 펜스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위이이잉! 위이이잉! 위이이잉!
이한의 뒤에서 굉음을 일으키며 날아오르는 비행정!
수송선이었다. 펜스가 아무리 높다 해도 펜스. 수송선을 이용해 넘어 들어가 병력을 투입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저 주둥아리 더러운 여자가 방방 뛰는 연구소를 점거해 폭탄을 장치하고 펑! 다른 주요시설에도 폭탄을 장치하고 펑! 덤으로 저 여자에게도 폭탄 하나 물려 주고 펑!
“뭐 일도 아니지.”
이한은 머릿속의 장면이 현실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투투투투! 투투투투! 퍼펑! 퍼펑!
뒤이어 펑펑 날아가는 것은 수송선으로 투입되는 경비대원들이었다. 그리고 강하하는 경비대의 몸에 구멍을 뚫고, 내려서기가 무섭게 박살 내는 사람들은 바로…….
“뭐야! 저 자식들은! 병력은 없다며!”
“저, 저들은 타운의 정규 병력이 아닙니다! 유저들입니다!”
“유저? 놈들이 왜 우리를?”
“이것 보십시오!”
기다렸다는 듯이 종잇조각을 들이미는 부하!
-나는 연방군 총사령부의 고문을 맡고 있는 마틴 후작…….
이스타나 전역에 살포된 마틴 후작의 삐라!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 삐라는 애초에 아크의 제안으로 살포된 것이다. 그런데 아크가 T-20을 빼 놓을 리가 없었다. 이게 아크가 믿고 있었던 것!
이때 T-20의 인구는 1만 명이 넘은 상태였다.
그러나 말했듯이 이건 어디까지나 NPC의 숫자. 실제 T-20에 머무는 유저는 500 전후. 그마저 타운이 봉쇄되며 접속하고 있는 유저는 채 200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쿠림처럼 쥬벨 후작과 맞서자는 분위기도 조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갑자기 이런 삐라를 받아 봐야…….”
난감할 뿐이다.
그러나 T-20은 아크의 타운이다.
“가만? 마틴 후작은 아크와 가까운 NPC잖아?”
“맞아. 나도 전에 마틴 후작이 아크를 만나러 온 걸 봤어.”
“그럼 이번 일에 아크도 관계가 있는 건가? 그러고 보니 경비대가 다른 도시보다 T-20을 먼저 봉쇄시키기는 했어. 이거 아무래도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뭐 당장 의용군에 참가할 생각은 없지만…….”
“혹시라도 경비대가 T-20을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T-20에는 아크와 친분이 있는 유저도 적지 않았다.
덕분에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던 것! 그뿐이 아니었다. 실제로 경비대가 T-20에 강습을 시도하자…….
“흑! 도와주세요!”
관리소의 발코니에서 한 여자가 눈물을 글썽이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때쯤은 이미 T-20의 유저들도 이 여자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제피, 밤만 되면 해부용 칼을 들고 거리를 서성인다는 괴담이 따라붙는 여자였다.
뿐만 아니라 방금 전까지도 펜스 너머의 경비대장 불알을 깐다는 말을 외치고 있지 않았던가.
그러나 여자! NPC가 아닌 진짜 여자!
가상현실 게임에서 여자 유저는 존재 자체가 레어!
파티에 끼어 있는 것만으로도 각종 스텟을 50% 이상 올려 준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생명체다. 그런 희귀한 여자인 데다…… 예쁘다! 실제는 어떨지 몰라도 일단 눈에 보이는 얼굴은 예쁘다! 그렇다면 거짓 눈물이라도 속아 주는 것이 사내대장부로서 지켜 줘야 할 예의!
“지금 T-20의 관리자는 저 여자와 돼지―A―, 어린애―바이엔―, 노인―하마드란과 멜린―밖에 없다고 들었어! 그런데 저놈들은 수송선까지 동원해서 쳐들어오고 있는 것인가!”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 쳐들어오는 강도나 다름없지 않은가!”
“용서할 수 없다!”
이에 유저들은 분노 폭발!
망설이던 유저들도 일제히 퀘스트를 수락하고 강습하는 경비대에 포화를 뿜었다.
이한 휘하의 수송선은 중형, 한 번에 많아야 50여 명밖에 태울 수 없다. 3대를 다 동원해도 150명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강습할 때는 1명씩 낙하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밑에서는 200명의 유저가 쏴 대고 있었다. 당연히…….
투투투투! 투투투투!
“헉! 으악!”
투투투투! 투투투투!
“커헉! 꽥!”
나오는 족족 Kill! Kill! Kill!
이건 웃는 소리가 아니다! 사람 죽어 나가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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