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48)
아크 더 레전드-548화(548/875)
[548] SPACE 8. 위기의 T-20 (4)-가만,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이번 사건은 이스타나가 실종된 거잖아요. 그런데 왜 유저들이 의용군을 조직하고, 왜 타투인으로 진군한다는 거죠?
-그건 의용군의 대장에게 물어보도록 하죠.
-대장요?
-네, 쿠림에서 의용군이 조직될 당시, 의용군의 대장이 직접 인터뷰 형식으로 촬영한 영상을 게임특종 앞으로 보내왔습니다. 화면 보시겠습니다.
뒤이어 떠오르는 화면!
600여 명의 유저들로 꽉 채우진 시청 광장을 배경으로 팔짱을 낀 자세로 서 있는 것은 검은 광택이 번들거리는 늑대 형상의 갑주를 입은 사람이었다.
헬멧을 불투명 상태로 해 놓아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현우는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본인이니까!
-일단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아크라고 합니다.
-이름은 밝히면서 얼굴을 숨기는 이유가 뭡니까? 그거 일부러 맞죠?
-정체를 숨길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TV에 대놓고 얼굴을 드러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개인적인 질문을 한 가지만 더 하겠습니다. 이건 다른 의용군들도 모두 궁금해하는 것인데요. 아크라고 하셨는데, 얼마 전 우주 마법진 사건을 해결한 사람도 아크라는 유저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설의 게이머로 불리는 유저 역시 아크죠. 관계가 있습니까?
-전자는 Yes, 후자는 No. 다른 문제는 No comment.
-아, 네……. 느닷없이 영어라니…… 유식하시군요. 뭐 좋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죠. 아크 님은 현재 쿠림에서 조직된 의용군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유는 뭡니까? 역시 마틴 후작의 주장에 동의하기 때문입니까?
-물론입니다.
아크. 그러니까 TV 속의 현우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다니? 뭘 말이죠?
-마틴 후작은 이번 사건의 배후가 쥬벨 후작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뒤에는 또 다른 배후가 있습니다. 그것도 저희와 같은 유저죠. 지금 이스타나가 사라지는 사건으로 이스타나 내부는 물론, 외부의 유저들도 많은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바로 그! 한 유저의 욕심으로 인해 벌어진 것입니다. 저 역시 한 사람의 유저로서 그런 짓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유저 모두가 분개하고 대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누군지 밝혀 주실 수 있습니까?
-아뇨. 분명 저는 확신하고 있지만 아직 증거는 없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곧 모두 알게 되겠죠, 타투인이 함락되면.
-자신만만하군요.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입니다.
아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화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어이, 너! 그리 크지도 않은 쥬벨 후작 뒤에 숨어서 꼼지락거리는 너 말이다.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이참에 미리 말해 두지. 너는 이제…….
“……뒈졌어!”
현우가 같은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뒈졌어!
뒤이어 아크의 입에서도 같은 대사가 나왔다.
TV 속에서는 정혜선이 복잡한 눈으로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SPACE 9. 진격의 스마일 (1)
“확인됐습니다!”
한 사내가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다.
회색 머리에 눈이 좌우로 쭉 찢어진 차가운 인상의 남자는 볼티미어, 연방군 정보부장이다.
그에 대해 설명하자면 성격은 냉철+침착. 탄환이 귓불을 스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정도로 담대하며, 제복은 면도날처럼 세워져 있어 살짝 부딪히고 지나가던 사람이 온몸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는 괴담 같은 소문이 돌 정도!
그러나 지난 며칠간의 그의 모습은 소문과는 딴판이었다.
머리를 마구 헝클어져 있고, 팔뚝까지 걷어붙인 소매 사이로 까맣게 때가 묻어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이스타나 실종 사건 때문이다. 이스타나가 실종된 원인과 해결법은 물론, 국경 경계와 치안, 내정파 귀족이 총독을 맡고 있는 혹성들의 감시 등등, 이 모든 것이 정보부 관할인 것이다.
덕분에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진행 상황은 문자 그대로 오리무중.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스타나가 사라지고 나서 처음으로 좋은 정보가 입수되었다.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라마는 현재 황위 계승 문제로 황자들이 대규모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아슐라트 역시 비슷한 시기에 첨단 연구 시설이 밀집한 이젠트가 정체불명의 세력에 점거되어 사태 해결에 고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TV로 방송된 정보였다!
뭐 그래도 이 넓은 은하계에서 타국의 정보를 알아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게 왜 볼티미어에게 좋은 정보냐 하면…….
“이제야 운이 따르는군.”
마틴 후작의 입술이 살짝 휘어졌다.
“주제 파악도 못 하는 놈들을 눌러 버릴 수 있겠어.”
사실 요 며칠 마틴 후작을 짜증나게 만든 것은 이스타나보다 외부의 문제였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틴 후작이 이스타나에 삐라를 살포한 직후, 내정파 귀족들이 총독으로 앉아 있는 혹성들이 군사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첩보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움직이면 그때는 내전이다.
더구나 지금 연방군은 주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스타나는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는 실정. 이 와중에 내전이 일어나면 은하연방은 산산조각이 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라마와 아슐라트도 내부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더 이상 국경에 많은 함대를 포진시켜 놓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의미.
마틴 후작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볼티미어, 북부와 서부 국경 지대에 배치한 함대 지휘관에게 연락해라. 북부는 1사단, 서부는 3사단만 남겨 놓고 철수, 병력을 재편해 내정파 자식들의 혹성으로 이동하라고.”
“아무리 그래도 1개 사단만 남겨 놓기는 불안하지 않습니까?”
“불안하지.”
말과는 달리 마틴 후작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사태를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기회란 활용하지 않으면 오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그리고 기회를 활용할 때는 약간의 무리쯤은 감수해야 하는 법! 각 사단장들에게 전하라. 이번 작전은 압박이 아닌 제압이다. 해당 혹성에 도착하는 즉시 함대 지휘권을 연방군이 위임받는다. 불복하면 군사시설에 한해 발포를 허가한다.”
마틴 후작의 말에 볼티미어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이는 내전도 불사하겠다는 뜻!
“……네.”
그러나 볼티미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태는 심각하다. 지휘관과 참모가 다른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이스타나로군요.”
“그 역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지. 일단 내정파 혹성 제압 작전이 궤도에 오르면 함대를 재결성해 이스타나의 좌표에 집결시킨다.”
“뚫고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피해를 감수해야겠지.”
마틴 후작은 이미 두 번이나 혹성에서 뻗어 나온 촉수와 싸워 본 경험이 있었다.
이큘러스와 이스타나. 그러나 같은 촉수라도 이 둘은 전혀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크기나 재생 능력도 그렇지만, 뭣보다 이스타나의 촉수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직접 싸워 본 자의 확신이었다.
‘그런 괴물이 의지까지 가지고 있다…….’
삐라를 뿌릴 당시 마틴 후작은 마음만 먹으면 흑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노블레스-Ⅱ가 강해서가 아니라 촉수가 길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놈이 작정하고 막을 생각이었다면 노블레스-Ⅱ가 아니라 함대 규모의 전함이라도 돌파는 힘들다.
뭣보다 흔적도 없이 박살 내도 바로 본래대로 돌아가는 놈의 재생력이 있는 한…….
‘그렇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지.’
“북부 국경에 배치된 유프라테스를 이동시킨다.”
“유, 유프라테스! 하지만 그건…….”
“강하지.”
마틴 후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 하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유프라테스를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나름의 절차가…… 아니, 그 전에 이건 쥐를 잡는 데 도끼를 쓰는 것과 같습니다.”
“그 쥐가 내 살을 파먹고 있으면 도끼든 칼이든 따질 때가 아니지 않나? 중요한 건 이거다. 유프라테스가 있으면 불필요한 소모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자, 시간이 없다. 유프라테스는 강하지만 느린 놈이라는 건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알죠. 네, 알겠습니다.”
결국 볼티미어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며 방을 나갔다. 그런 정보부장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마틴 후작이 슬쩍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쥬벨, 자네는 아직 연방군을 너무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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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디펜스!”
부웅! 부웅! 위이이잉!
좌우로 움직이다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백색 검광!
뒤이어 무형의 힘이 퍼져 나가자 반대쪽 벽에서 쏟아지는 탄환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순간 공백 상태가 되어 버린 공간에서 검은 짐승이 번뜩이는 어금니를 드러냈다.
이 검은 짐승은 비스트를 입은 아크!
“비스트 패스트!”
뒤이어 질주하는 아크는 눈으로 따라잡기도 힘든 속도!
하물며 몸이 반응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확 사라졌다가 갑자기 눈앞에 불쑥 나타나는 검은 짐승의 모습에 병사들은 헛바람을 들이켜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질주해 온 짐승은…….
콰콰쾅!
그대로 병사들을 지나쳐 뒤쪽의 벽을 들이받았지만!
“아우! 이놈의 속도는 정말이지…….”
코를 움켜쥐고 병사들 사이로 파고들어 갔다.
벽 뒤쪽에는 4명이 모여 있었지만 아크의 검을 받아 내는 병사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총기병이다. 일단 이 정도 거리까지 접근해 버리면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부웅! 부우우웅! 위이이잉! 카칵!
백색으로 빛나는 검신이 허공에 화려한 빛의 궤적을 그리자 피 보라가 뒤따랐다. 그리고 아크가 반대쪽으로 빠져나왔을 때는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러자 한발 늦게 몇몇 유저들이 뛰어왔다.
이름은 잘 모르겠다. 유저가 워낙 많으니까.
“아크 님!”
그러나 그들은 아크를 알고 있었다. 뭐 대장이니까.
“어디 소속입니까?”
“네, 2군 3대대입니다. 대대장이 보내서 왔습니다. 현재 2군은 전파 탑을 점령하고 경비대 본부를 공략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1군은 시청 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저희는 후방 지원 중인데 적군 일부가 도시 밖으로 도주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면 대부분 사방에 채프Chaff(전파 방해용 금속 조각)부터 깔린다. 때문에 통신장애 탓에 이렇게 전령을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도망치는 놈들은 놔두십시오. 그보다 여기, 3군 쪽이 먼저입니다. 병기고라 방어 시설이 많아 애먹고 있습니다. 2군에 여유 병력이 있으면 이쪽으로 돌려 달라고 전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전령들이 반대쪽 골목으로 이동하자 돌연 상공에서 포격이 쏟아졌다. 시선을 돌리자 크고 작은 건물이 밀집해 있는 시가지에 위로 작은 헬리콥터 같은 기체가 날아오고 있었다.
경비대가 사용하는 1인용 전투 헬기 발키리!
“무장?결박!”
순간 비스트의 가슴이 좌우로 갈라지며 광사가 뻗어 나갔다. 그 광사가 전령을 따라붙으며 기관포를 난사하는 발키리에 얽히는 순간, 확 당겨지며 아크가 단숨에 발키리로 날아갔다. 화들짝 놀란 조종사가 권총을 뽑아 들었다.
웃기지도 않는다. 지금 아크는 설사 권총을 뽑아 든 사람이 레피드라도 눈 깜빡할 시간에 해치울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우아아아아! 저, 저리가!”
탕! 탕! 탕! 위이이잉! 위이이잉!
비명과 총성, 그리고 광선검이 번뜩이기를 잠시, 시체로 변한 조종사가 발키리 밖으로 떨어졌다. 그때 바로 앞에서 다른 발키리가 솟아오르며 포격을 뿜었다.
“하! 나와라, 샤이어! 샴! 화이람! 이모탈!”
그러나 이미 아크는 빛에 휩싸인 손으로 허공에 룬 문자를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룬 문자가 완성되는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발이 떨어져 발키리를 내리찍었다.
발키리는 솟아오르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바닥에 처박히며 불길을 뿜었다. 이어 아크는 타고 있던 발키리의 계기판을 이퀄라이저로 내리찍고 밖으로 탈출!
기이이이! 콰쾅! 퍼퍼펑!
그 역시 팽이처럼 회전하며 떨어져 폭발했다.
아크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히죽 웃었다.
“발키리 따위로는 어림도 없어! 난 지금 완전 흥분 상태란 말이지!”
……이래서다!
쿠림에서 기간틱과 발렌시아를 해치우고 의용군 결성까지.
모든 일을 한 방에 해치운 아크는 그야말로 흥분 상태! 아니, 폭주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뭐 동서분간 못 하고 날뛰고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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