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49)
아크 더 레전드-549화(549/875)
[549] SPACE 9. 진격의 스마일 (2)머릿속은 언제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맑았다. 반면 몸에서는 스스로도 주체하기 힘든 힘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흔한 말로 머리는 차갑고, 심장은 뜨거운 상태인 것이다.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는 느낌이다.’
예전에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아마타스에서 붉은학살자와 싸우고 난 직후였다. 온몸의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져 뭐든 보이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아마타스를 나오자 그 감각도 사라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었다. 쿠림에서 의용군을 이끌고 진군을 시작한지 벌써 일주일째. 그럼에도 아크는 여전히 그런 상태였다.
‘이제 알겠어. 이게 무슨 감각인지. 이건 바로…….’
아크가 빗발치는 탄환 속을 질주하며 이퀄라이저를 꽉 움켜쥐었다.
‘예전의 그 감각이다!’
예전! 아크가 뉴월드 최강자였던 시절의 감각이다!
뉴월드 최강자가 된 것은 마스터 코드를 얻은 다음이 아니다. 분명 마스터 코드를 얻은 아크는 무적이었지만 ‘강자’는 아니었다. 아크가 ‘강자’라고 불리기 시작한 것은 그 전!
투투투투! 핑-! 핑-!
필사적으로 적의 공격을 피하고!
위이잉! 파지지지!
필사적으로 적을 물리칠 때였다!
그리고 유저들은 그런 ‘필사적’을 이렇게 부른다.
‘내가 가장 게임을 즐기던 시절! 목적보다 그것이 먼저였던 시절! 목적지로 가다가도 흥미로워 보이는 것이 있으면 기꺼이 밤잠을 아껴 가며 탐험하던 시절! 던전에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긴장과 기대로 가슴이 뛰던 시절! 지키기보다 얻기 위해 뛰어다니던 시절!’
“이기어검! 뇌전!”
아크의 왼 손에서 바즈라가 뻗어 나갔다.
그리고 무수한 탄환을 폭사시키던 터렛에 박히는 것과 동시에 뿜어지는 ‘뇌전’!
그렇다. 요 며칠 아크는 쥬벨 후작의 음모에 대항하기 위해 의용군을 결성하고 진군하는 사이에 깨달았다.
아크라는 유저의 속성을.
아크는 도전자! 보다 강한 적과 싸울 때에서야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유저인 것이다.
뉴월드 시절에도 절대 이기지 못할 것처럼 보이는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면서도, 때로는 허접한 몬스터 몇 마리를 상대로도 헐떡거리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그런데 이 세계에서는 시작부터 국정원이니 비상사태니 루시퍼니 하는 부담이 팍팍 얹어졌고, T-20이 생긴 뒤로는 T-20을, 이큘러스가 생긴 뒤로는 이큘러스를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머리를 싸맸다. 언제나 옥죄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어차피 쥬벨 후작이 은하연방의 실권을 차지하면 T-20도, 이큘러스도 날아간다. 돌아 버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오히려 이번 싸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차라리 자유롭게. 차라리 갤럭시안이라는 세계를 즐기며.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아크!”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아크는 끓어오르던 흥분을 가라앉히며 크게 숨을 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부서진 터렛의 잔해와 경비대의 시체도 13구나 눈에 들어왔다. 아크는 그때까지 뭘 부수고, 몇 명이나 해치웠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광전사!
“저, 저게 아크…….”
주위에 몰려든 유저들이 숨을 죽이며 떠듬거렸다.
“이거, 이제 쉽게 말도 못 붙이겠군. 대체 못 보는 사이에 무슨 짓을 했기에 같은 시간 동안 게임을 했는데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겁니까?”
“페이스리.”
아크가 휘파람을 불며 다가오는 유저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새삼 무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농담하지 마세요. 저도 필사적이라고요.”
“필사적……이었던 걸로 보이지는 않지만…….”
페이스리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경비대의 시체를 둘러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는 S-20이 생기기도 전에 파고스 화산에서 만난 유저였다. 그 뒤로 S-20 초기에도 만난 적이 있지만 바빠진 이후로는 딱히 연락을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크가 쿠림에서 의용군을 결성하고 진군하던 중에 그가 먼저 찾아온 것이다. 그만이 아니었다. 진군하는 도중에 곳곳에서 유저들이 찾아와 합류를 부탁했다.
‘역시 TV가 대단하기는 하군.’
말할 것도 없이 TV를 보고 찾아온 유저들이었다.
그렇게 500여 킬로미터를 진군하는 사이에 합류한 유저는 약 700명! 이쯤 되니 아크도 조직적인 기동력을 발휘하기 위해 병력을 개편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쿠림에서 모은 600여 유저를 일단 편의상 1군, 도중에 모인 유저를 2군. 그리고 각 군을 다시 병과에 따라 나눠 10개 대대, 그리고 1대대를 다시 5개의 소대로 나누었다.
1개 소대가 5~10명 단위의 파티라고 보면 된다.
“훗, 내가 나설 필요는 없겠군.”
그런 아크의 일 처리 솜씨에 마몽 준장이 피식 웃으며 끄덕였다. 무려 은하연방 장군의 인정을 받은 셈이지만 기쁘지는 않았다. 뭐 어쨌든.
‘이번 전투는 시작부터 운이 따른다!’
아크가 쿠림에서 의용군을 일으킨 것은 어쩌다 보니 피떡이 추락한 곳에서 거기가 가장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자면 상당한 행운이었다.
아크는 지금까지 별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마침 투기장이 있는 도시였을 줄이야!’
바로 이것! 쿠림은 유저와 유저가 합법적으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장소, 투기장이 있는 도시였던 것이다.
사실 지금은 레피드처럼 이큘러스에 발이 묶여 참전하지 못했지만 사다인이나 파크도 원래는 쿠림의 투기장에서 알게 된 사이라는 말을 들은 적은 있었다.
쿠림에 모이는 유저는 대부분 이 투기장이 목적!
덕분에 1군, 쿠림의 유저들은 다른 유저보다 레벨이 높고, 호전적이며, 뭣보다 실력이 좋았다. 게다가 최초의 의용군이라는 자긍심까지 더해져 도시 공략에는 항상 선봉!
물론 그래도 상대는 도시.
전역의 도시를 봉쇄하느라 병력이 분산된 경비대는 사실 위협적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도시의 방어 시설은 역시 상당한 부담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돌파하기 힘든 것은 성벽과도 같은 실드 펜스. 그러나 그 역시 문제는 되지 않았다.
의용군에는 공성 병기(?)가 있는 것이다.
“우라라라! 실드 부수기!”
문자 그대로 해머로 실드를 부수는 마몽 준장!
타운 수준의 작은 도시는 이런 먼치킨 NPC과 1군을 앞세워 실드 펜스를 파괴, 1,300으로 불어난 유저를 돌진시키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함락되었다.
“아크 님, 저희도 끼워 주세요!”
그러면 인근의 유저들이 소문을 듣고 모여들어 저절로 숫자가 불어났다.
‘그래, 바로 이거지!’
아크가 작은 도시를 먼저 공략한 이유가 바로 이것!
마틴 후작의 삐라도, 아크라는 이름도, TV를 이용하는 방법도 좋다. 그러나 세를 불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역시 이것이다.
‘……승리!’
사람은 보다 강해 보이는 사람에게 몰려드는 법.
때문에 아크는 보다 빨리, 보다 많은 승리를 보여 주기 위해 작은 도시를 쓸고 다녔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속속 모여든 유저는 이제 3,000에 달했다.
‘이제 확실한 한 방을 보여 줄 때다!’
충분히 병력이 모였다고 판단한 아크는 대도시를 타깃으로 삼았다. 그 목표가 된 도시가 바로 이곳, 유리우스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광역시에 해당하는, 일단 크기로 따지면 이스타나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였다.
당연히 주둔하는 경비대도 많았다.
퍼펑! 퍼펑! 퍼펑!
의용군이 나타나기가 무섭게 날아드는 포탄! 포탄! 포탄!
이미 침공 정보를 입수한 유리우스는 바로 방어 태세로 전환해 ‘헉! 괜히 들떠서 너무 설쳤나?’ 싶은 수준의 화력을 선보여 주었다. 그러나!
“지금이다! 의용군에 합류할 기회다!”
“쥬벨인지 뭔지, 사실 우리도 그동안 짜증 났었다고!”
“실드 펜스를 해제해 동료들을 받아들이자!”
경비대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유저도 많다는 뜻!
음지(?)로 숨어들어 기회를 엿보던 유저들이 때를 맞춰 내부에서 일제 궐기! 쿠림 함락전처럼 앞뒤에서 경비대를 공격해 관문을 점령하고 도시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장 3시간의 시가전을 펼친 끝에…….
“여기 오기 전에 1군의 전령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잠시 기억을 더듬던 아크의 귀에 페이스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페이스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시청에서 버티던 놈들과 시장이 항복했답니다.”
“우와아아아!”
동시에 주위의 유저들이 일제히 팔을 치켜 올리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도시로 돌입했을 때 이미 예견된 승리였다. 그러나 아크도 막상 광역시 규모의 도시를 함락시켰다는 말을 듣자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그러나 승리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전쟁이란 승리보다 승리한 다음이 중요한 법!
“좋아! 먼저 병기고를 턴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이건 아크가 슥삭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의용군으로 몰려든 유저들은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다. 아크는 아버지처럼 정의 하나로 모든 일이 해결되리라고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다.
유저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익.
그건 《구국의 영웅이 되어라》 퀘스트도 그렇지만, 당장 눈앞의 이득도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획득한 장비품은 의용군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도 있었다.
“피터, 포인, 하퍼스, 공적에 따라 부대별로 나눠 줘라.”
아크는 이 임무를 피터 들에게 맡겼다. NPC라야 유저들 사이에 이견이 없을 것이고, 보고 있으면…….
‘어휴! 저게 다 얼마냐?’
이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유리우스에서 합류한 유저들을 부대 단위로 편성하고, 불안해하는 시민―NPC―를 위해 일정 병력을 치안 유지에 할당하고…… 일단 명목은 정의를 위해 궐기한 의용군이니 뒤처리도 꼼꼼하게 해 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모든 일을 정리한 뒤!
“작은 승리에 도취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목표는 오직 하나! 자신의 야욕을 위해 이스타나를 혼란에 빠뜨린 쥬벨 후작과 그 뒤에 숨어 있는 자를 응징하는 것이다! 따라서 타투인을 함락시킬 때까지 쉴 시간이 없다! 다시 행진의 깃발을 올려라!”
아크의 목소리가 유리우스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유리우스 함락으로 이제 4천 가까이 불어난 의용군의 머리 위로 수십 개의 깃발이 솟아올랐다.
깃발에 새겨진 문장은…….
-(^▽^)
아크가 깃발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게임이잖아. 호크, 즐거운 마음으로 끝장을 보자고!”
@
“……아크!”
호크가 이를 갈아붙였다.
사실 호크는 마틴 후작이 흑점으로 쏜 미사일의 정체가 삐라임을 알고 오히려 안심했다.
물론 동요하는 유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스타나의 수도 경비대는 수만에 달한다. 몇몇 유저가 변경에서 설친다 한들, 이미 정해진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으리라.
‘마틴 후작도, 아니, 아크겠지. 놈도 필사적이군. 그래, 어디 한번 설쳐 봐라. 그럴수록 네가 얼마나 무력한 존재였는지를 깨닫게 될 뿐이니까. 네가 기껏 생각해 낸 방법이 이거 전부라면, 너는 결코 나를 이길 수 없다.’
호크는 느긋했다.
이후 쿠림 주변의 타운이 차례로 함락된다는 보고가 들려와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리 느긋할 수 없었다.
-유리우스 함락!
그게 지금 당장 아크가 타투인으로 진군해 올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러나 흐름이 바뀌고 있다.
호크는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이란 한번 바뀌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것도.
‘내가 아크를 너무 얕잡아 봤어.’
호크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 발렌시아 따위에게 맡기지 말았어야 했다. 무리를 해서라도 자신이 직접 나서서 처리했어야 한다.
뒤늦게 그런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러나 지금 호크가 열 받은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비록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아직 걱정이 앞설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
유리우스에서 날아온 영상.
“아크, 네놈에게는 이게 장난인 거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 (^▽^)이다!
호크는 이번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이것으로 쥬벨 후작을 앞세워 은하연방을 장악할 것이다! 그리고 그 힘으로 루시퍼를 찾아 해치울 것이다! 그리고 억울하게 갇힌 삼촌에게 자유를 되찾아 줄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방해하고 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삼촌을 그렇게 만든 아크가! (^▽^) 따위를 앞세우고!
“좋다. 작은 승리에 취해라. 그리고 그 웃기지도 않는 깃발을 휘둘러 대며 여기까지 기어 와 봐라. 네놈에게 절망이라는 것을 보여 주마.”
호크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지금 부로 모든 경비대 병력을 타투인으로 귀환시켜 주십시오.”
“뭐? 하지만 그러면 저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
“더 늘어나겠죠. 하지만 지금처럼 경비대를 분산시켜 놓은, 그것도 도시 내에 놈들을 따르는 무리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 하는 상태라면 각개격파 당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병력을 한데 모으고 유리한 장소에서 싸우는 편이 낫습니다, 여기 타투인에서.”
“음, 그 말도 일리가 있군.”
쥬벨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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