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50)
아크 더 레전드-550화(550/875)
[550] SPACE 9. 진격의 스마일 (3)“좋아. 할 수 없지. 총감, 경비대를 귀환시켜라!”
호크는 쥬벨 후작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다시 (^▽^) 깃발의 영상을 바라보았다. 그런 호크의 입에서 마치 어둠 속에 웅크린 짐승의 숨소리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와라, 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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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그래서 왔다!
“흠, 이런 식으로 여기 오게 될 줄은 몰랐네.”
완만하게 이어진 둔덕 위, 아크가 팔짱을 낀 자세로 저 멀리 보이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아직 꽤 거리가 있음에도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도시. 수십 층에 달하는 고층 빌딩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이 도시는 바로 은하연방의 수도 타투인이었다.
아크는 마침내 타투인에 도착한 것이다.
마치 호크가 부르자마자 속없이 냉큼 달려온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어디 보자, 유리우스를 함락시키고 딱 열흘 만인가?”
열흘, 적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이 넓은 이스타나의 크기를 생각하면 그것도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물며 아크는 수천의 유저를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유저는 NPC처럼 하나의 목적만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설사 곧 은하계의 멸망을 앞두고 있다 해도 자고, 먹고, 싸야 한다. 문제는 이걸 수천에 달하는 유저가 동시에 해결할 수 없다는 것.
“아! 나 배 아파!”
진군 도중에 화장실에 가는 일은 예사.
“이구, 미치겄다. 엄마가 재활용 쓰레기 버리라고 난리네. 잠시.”
“난 와이프 심부름. 먼저 가고 있어요.”
수천의 유저가 모이니 휘둘러 대는 깃발처럼 (^▽^) 하고 넘어가지 못할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때문에 무턱대고 돌진만 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히 의용군에 합류한 유저 중에는 우주선이나 차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덕분에 일단 개인적인 용무로 자리를 비운 유저를 태우고 이동할 수 있었지만 모든 유저가 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원래 군대는 가장 느린 병사의 속도에 맞춰 이동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때문에 의용군은 도보. 그러니까 걷는 속도에 맞춰 진군해야 했다.
그럼에도 아크가 불과 열흘 만에 이스타나를 가로질러 올 수 있었던 이유는 호크가 도와준 덕분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유리우스를 함락시키고 다음 도시를 향해 진격할 때였다. 한 무리의 병사들이 백기를 흔들며 접근해 왔다. 놀랍게도 그들은 경비대였다.
“저희도 합류하기 위해 왔습니다.”
경비대를 이끄는 대장의 첫 마디였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 경비대가 NPC라지만 이 세계에서는 유저와 다를 것이 없다. 나름 스스로 생각해서 움직이니 이런 일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경비대원이라고 모두 쥬벨 후작을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직위상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저 같은 대원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마침 퇴각 명령이 떨어져서 혼란한 틈에 따르는 부하들과 함께 의용군에 합류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퇴각이라고요?”
“네, 저희만이 아닙니다. 모든 도시에 같은 명령이 하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호크로군.’
아크는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이미 이스타나의 분위기는 아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대로 각 도시에 경비대를 분산시켜 놔 봤자, 전투를 반복해 봤자, 경비대는 약해지고 아크는 더 강해질 뿐이다.
-그렇다면 힘을 모았다가 한 방!
뭐 이런 생각이리라.
단순한 작전인 것 같지만 아크는 의외로 난감했다.
말했듯이 아크는 현재 흐름을 타고 있다. 그러나 그런 흐름은 그냥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작은 타운부터 도시까지 계속 승리해 왔기에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투가 없으면 그런 흐름을 유지하기 힘들다.
물론 보다 쉽게 유저를 모을 수는 있겠지만, 전투 없이 병력만 늘어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한 일이다. 병력을 유지하는 것은 쉬지 않고 전투를 치를 때보다 되레 전투를 하지 않을 때가 더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야 한다!’
“좋습니다. 투항할 의사가 있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단, 보직은 후방 보급 지원입니다. 왜 그리 해야 하는지는 이해하시리라고 믿습니다.”
“물론 이해합니다. 그 정도로 충분합니다.”
경비대장이 끄덕이며 칼 같은 자세로 경례를 붙였다.
“쥬-벨-!”
그런데 뭐냐, 이건?
아크가 멀뚱히 바라보자 경비대장이 얼굴을 붉혔다.
“아, 죄송합니다. 이건 수도 경비대의 경례입니다. 습관이 돼서 그만…… 시정하겠습니다.”
가만 보면 쥬벨 후작도 웃기는 짬뽕이다.
뭐 어쨌든, 아크는 경비대를 수용하고 바로 대대장급 유저를 모아 회의를 열었다.
“상황이 급해졌습니다. 방금 전에 투항한 경비대의 정보에 의하면 쥬벨 후작이 각지의 경비대를 타투인으로 집결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보다 이제 우리가 타투인까지 가는 동안 전투를 치를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네? 그게 문제가 됩니까?”
“문제지! 그럼 너무 심심하잖아!”
마몽 준장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소리쳤다.
어린애 투정 같지만 의외로 정확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 말이었다.
유저는 나름 비싼 캡슐을 사고, 비싼 요금을 내가며 이곳에 들어온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이 그냥 계속 돌아다니며 병력만 모은다? 심지어 우주선이나 차량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은 할 일이 있다며 자리를 비운 유저의 몸뚱이를 태우고?
당연히 문제가 생길 거다.
그런 문제는 사소한 분쟁을 유발시키고, 분쟁은 내분의 시작이 된다. 바로 이게 아크가 난감해하던 이유였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갑니다, 타투인으로. 가능한 최대 속도로.”
“하지만 지금 우리 병력은 5천―또 늘었다―입니다. 이제 유리우스 정도의 도시는 문제없지만 타투인은 수도입니다. 게다가 경비대까지 집결한다면 이 병력으로는 무리입니다.”
“부족한 병력은 가면서 모을 생각입니다. 이제부터 현재 의용군에 소속돼 있는 유저는 모든 우주선과 차량 이용을 금지합니다. 우주선과 차량은 경비대가 철수한 도시로 이동, 의용군에 참가할 유저를 이송해 오는 데 동원될 것입니다.”
“그럼 자리를 비우는 유저들은…….”
“따라오지 못한다면 할 수 없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우리의 목표는 타투인을 점령하는 것입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수만의 병사를 모아도 의미가 없습니다. 아니, 한뜻으로 뭉친 동료들과 기필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병사는 모아도 의미가 없습니다.”
“음…….”
“행군이 길어질 때의 위험성은 다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무리가 따르더라도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저를 믿고 따라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각 부대장들도 결국 수긍했다.
그때부터 아크는 일직선으로 타투인을 향해 Run! Run! Run! 그사이 의용군의 우주선과 차량은 쉴 새 없이 각 도시를 왕복하며 의용군에 지원하는 유저들을 실어 날랐다.
그게 아크가 열흘 만에 타투인에 도착할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부대장들의 우려처럼 진군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이탈한 유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유입되는 유저도 늘어 전체 숫자는 8천으로 불어나 있었다.
거기에 우주선 50여 척에 무장차량 105대!
“자, 이제…….”
아크가 타투인을 바라보며 씨익 웃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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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군.”
호크 역시 일렁이는 검은 기운에서 떠오르는 영상으로 아크와 의용군을 지켜보고 있었다.
타투인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둔덕에 모여 있는 엄청난 숫자의 유저.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호크의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래도 용케 열흘 만에 저 만큼 모았군. 역시 아크. 제법이야. 하지만…….”
“무리지, 저 정도로는.”
위이이잉! 콰콰콰콰! 콰콰콰콰!
옆에서 쥬벨 후작이 씨익 웃으며 말하자 굉음이 울리며 황성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니, 황성만이 아니었다. 타투인 전체가 요동치며 흔들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타투인을 감싸고 있던 펜스에서 엄청난 빛이 폭사되며 실드가 펼쳐졌다.
지금까지 봐 왔던 실드가 아니었다.
두께가 몇 배! 그런 실드가 돔Dome 형태로 도시 전체를 뒤덮어 버린 것이다. 문자 그대로 철벽!
그리고 펜스 주위뿐만 아니라, 요소요소에 자리 잡은 시설에서 기관포와 로켓포 따위가 솟아 나오고, 수도 경비대 사령부에서는 100여 척의 기동함이 쏟아져 나와 타투인 상공에 대열을 맞춰 늘어섰다. 그리고 시가지에서는 수십 대의 전차와 기간틱 굉음을 일으키며 펜스 뒤에 자리 잡았다.
“여기는 은하연방의 수도다.”
호크가 느긋한 표정으로 영상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런 수도를 공격하려는 놈이라면 당연히 이 정도는 각오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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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런…….”
유저들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타투인에 대해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심지어 마몽 준장마저 충격 받은 표정으로 타투인을 바라보았다. 눈앞에서 순식간에 요새로 변하는 타투인의 모습은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열흘, 쿠림에서부터 계산하면 보름이 넘도록 진군해 온 것이 멍청한 짓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나 아크에게는 딱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살짝 움찔하기는 했다. 은하연방의 수도니 당연히 다른 도시와는 비교도 안 되는 방어 시설이 갖춰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수도 경비대가 이 정도의 군사력을 숨기고 있을 줄은 아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크도 그동안 무턱대고 달리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제 슬슬 도착할 때가 됐는데…….’
“아크 님!”
그때 쌍안경으로 타투인을 살피던 유저가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와 좌측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타투인의 서쪽 방향에서 엄청난 숫자의 병사가 진군해 오고 있습니다! 숫자는 거의 우리와 맞먹는 수준! 뿐만 아니라 우주선과 전차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도 안 돼! 여기서 적이 더 늘어난다고?”
대대장들이 비명을 터뜨렸다.
그러나 아크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다음에 나올 말이 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잠깐만요! 저, 저 깃발은…… 스마일! 우리와 같은 스마일 깃발을 휘날리며 신호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늦지 않게 도착했군, 페이!”
아크가 시선을 돌리며 씨익 웃었다.
아크는 유리우스를 점령했을 때, 이스타나 전역으로 뻗어 있는 고성능 안테나를 통해 들어온 페이의 전문을 받을 수 있었다. 전문은 이런 내용이었다.
-페이다.
네 덕분에 무사히 엘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엘븐 역시 수도 경비대에 점거되어, 시장인 모든 백작마저 감시를 당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모든 백작의 도움으로 수도 경비대를 몰아내고 도시 자치대를 규합할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모든 백작과 함께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주변 도시를 공략해 병력을 모을 계획이다. 만약 연락을 받게 된다면 답해 주기 바란다.
혹시 모르니 보안 코드를 동봉한다.
연락을 받은 아크는 바로 답해 주었다.
쿠림에서 의용군을 조직해 타투인으로 향하고 있다는.
그리고 지난 열흘 동안 아크는 유저를 규합하는 사이 페이와 모든 백작은 흩어져 있던 군부파 귀족과 휘하의 정규병, 그러니까 NPC를 모아 타투인으로 진격해 온 것이다.
“크하하하! 역시 페이로군!”
설명을 들은 마몽 준장이 폭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그러나 아크가 준비한 것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아니, 사실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파직! 파직! 파지지지지!
뜻밖의 원군에 꺼져가던 의용군의 사기가 약간이나마 상승하고 있을 때였다. 이번에는 갑자기 타투인의 우측 상공에서 엄청난 규모의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마치 유령처럼 형태만 떠올랐다가 점점 또렷해지는 거대한 물체!
놀랍게도 그것은 도시였다.
공중도시! 중심의 첨탑에서 의용군의 상징인 스마일 깃발을 펄럭이는 이 공중도시가 아크의 최후의 카드!
“자렘도 때맞춰 왔군.”
바로 공중도시 자렘이었다.
뭐 자렘이 왜 갑자기 이런 곳에 등장했는지는 둘째 치고, 서부에는 페이와 모든 백작의 기갑부대! 동부에는 타투인처럼 돔 형태의 실드와 대함對艦 병기로 무장한 공중도시 자렘! 남부에는 아크와 의용군!
이로써 타투인은…….
-(^▽^)! (^▽^)! (^▽^)!
삼면이 스마일에 의해 포위되어 버린 것이다!
“자, 준비 완료다. 이제 한번 붙어 보자고. 쥬벨 후작, 그리고…… 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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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 더 레전드 2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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