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51)
아크 더 레전드-551화(551/875)
[551] SPACE 1. 타투인 공략 (1)“흥, 호크 녀석.”
아크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짓이나 하고 말이지.”
쿠림에서 의용군을 일으키고 타투인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보름이다.
호크 입장에서는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내내 방관하다가 의용군이 도착하고 나서야 타투인을 임전 태세로 전환하는 이유는 뻔하다.
보여 주기 위해서다.
유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와 봤을 타투인이 요새로 변하는 장면을, 결집된 수도 경비대의 전력을, 눈앞에서 과시함으로써 의용군의 사기를 꺾어 놓기 위한 수작이겠지.
“뭐 인정할 건 인정하지. 괜찮은 방법이었어.”
효과도 있었다.
“쉽게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저건…….”
“무리야. 저런 도시를 무슨 수로 함락시켜?”
“젠장, 무턱대고 의용군에 가담하는 게 아니었어.”
그나마 초기부터 함께해 온 의용군은 몇 번 승리를 경험한 적이라도 있다. 그러나 행군 도중에 합류한 사람들은 시작하자마자 막판 보스를 만난 기분이 들었으리라.
그러나!
-(^▽^)! (^▽^)! (^▽^)!
타투인의 삼면에서 펄럭이는 깃발!
지원군이 있다! 이런 사실은 전황이 불리할수록 더 극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법이다.
“쥬벨 후작에게 저항하는 부대는 우리만이 아니었어!”
“그래, 저놈들이 우리의 진격을 막지 못하고 타투인에 틀어박혀 있는 이유가 이거였어! 결국 놈들은 우리를 피해 숨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겁먹을 이유가 없어!”
바로 되살아나는 분위기!
아크가 지금까지 지원군의 존재를 밝히지 않았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타투인이 미리 임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면 의용군도 이렇게까지 사기가 저하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같은 의미로 지원군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사기가 회복되지도 않았으리라.
결국 호크와 아크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뭐 그리 생각하면 살짝 찜찜해지지만…….’
이로써 기선 제압을 위한 아크와 호크의 계획은 서로 상쇄된 셈이다. 아니, 결과적으로 보면 아크가 약간 우세하다고 할 수 있었다.
상상 이상이라고는 하나 타투인의 전력은 어느 정도 예상 할 수 있었던 수준이었던 반면 의용군의 지원군으로 등장한 양측 부대, 특히 공중도시 자렘의 등장은 완전히 예상외! 지금 이때까지는 호크조차 상상도 못 하고 있었으리라.
‘놀랐지? 놀랐을 거다!’
그러나 놀란 사람은 호크만이 아니었다.
“대, 대체 저게 뭐냐?”
“모르십니까? 자렘입니다. 보다시피 공중도시죠.”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 저 자렘이 갑자기 왜 여기에 나타났느냐고!”
“그게 중요합니까?”
아크가 마몽 준장을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중요한 것은 자렘이 우리 편이라는 겁니다, 거기에 페이 님의 지원군까지. 덕분에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붙어 볼 만해졌죠. 그렇다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뭐겠습니까?”
“어? 뭐 그야…… 작전 회의?”
연방군 장군이 ‘어? 나 그런 거 잘 모르는데?’라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뭐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 이제 새삼 따지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 대답은 꽤 의외였다.
마몽 준장이라면 ‘뭐긴 뭐야? 붙어야지!’라고 대답하는 편이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조차 무턱대고 닥돌을 외치기에는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그래서 아크가 대신 말해 주었다.
“붙어야죠.”
“부, 붙는다니? 당장 말입니까?”
그러자 멍하니 자렘을 바라보던 부대장들도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적의 정확한 전력조차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두들겨 봐야지요.”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뭐 지금 당장 끝장을 보자는 말이 아닙니다, 당장 끝장이 날 상황도 아니고. 그냥 가벼운 인사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가벼운 인사라니…….”
부대장들이 황망한 표정으로 타투인을 바라보았다.
의용군은 이제 막 타투인에 도착했고 지원군과도 이제 막 만났다. 보통이라면 일단 지원군과 합류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적의 전력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작전을 세워야 한다.
전투는 그 다음. 그런데 중간 과정을 몽땅 생략하고 바로 전투라니? 하물며 수도 경비대가 집결해 있는 저 타투인을 상대로? 평소 아크답지 않은 태도에 부대장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부대를 준비시키겠습니다.”
지금까지 의용군을 이끌어 온 사람은 아크다.
그 시간이 약 보름. 물론 모든 의용군이 그 시간을 함께한 것은 아니지만 부대장 급은 최소한 열흘 이상 아크와 함께하며 전투도 경험해 본 유저들이다.
-다름 아닌 아크다. 뭔가 생각이 있으니 그런 거겠지.
이 정도의 믿음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었다. 다름 아닌 아크다. 뭔가 생각이 있어서 이러는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뭔가 생각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먼저 확인해 봐야 할 것이 있어.’
그게 뭐냐 하면, 사실 아크도 명확하게 대답하기 힘들었다.
아크는 타투인으로 쾌속 진격을 해 오는 도중에도 내내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뭔가 명확하게 이거다 싶은 부분은 짚이지 않지만 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머리로 풀리지 않는다면 몸으로 부딪쳐 보는 수밖에.’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의용군은 지난 열흘의 행군으로 피로도가 올라가 있다.
몸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정신적인 피로도. 일부러 돈과 시간을 투자해 게임에 접속하는 유저가 열흘 동안 행군만 하는 것은 참기 힘든 스트레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아크 휘하의 의용군은 그런 유저의 비중이 90%.
-에이, 뭐야? 지겨워! 나 안 해!
여차하면 이런 일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방식으로든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한편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지휘관이란 이렇게 병사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자리인 것이다.
물론 모든 지휘관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좋아, 잘은 모르겠지만! 뭐 알고 싶지도 않지만! 어쨌든 바로 한판 뜨자 이거지? 은하연방의 역사에 길이 남을 타투인 공략전! 그렇다면 당연히 이 마몽 님께서 포문을 열어야겠지!”
뭐 이런 지휘관도 있기는 하다.
정말이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지휘관이었다. 그러나 마몽 준장의 의욕과 달리 타투인 공략전의 포문을 연 존재는 따로 있었다.
“피터, 신호탄을 쏴라!”
아크의 명령에 상공에서 붉은 섬광이 퍼졌다.
그 섬광에 가장 먼저 호응한 것은 타투인의 동부에 떠 있던 공중도시 자렘!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자렘은 은하연방에 편입되기 전까지 무법도시로 암약하던 도시다.
은하연방이 자렘의 존재를 모르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은하연방이 자렘의 존재를 묵인해 왔던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자렘의 영주 자바란이 동맹국인 아슐라트의 귀족이라 정치적으로 미묘한 문제가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우우웅! 철컹! 철컹! 철컹! 철컹!
마치 산을 통째로 뽑아 뒤집어 놓은 것과 같은 형태의 대지 위에 세워진 도시 자렘.
자렘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도시 위로 타투인처럼 돔 형태의 실드가 펼쳐졌다. 그리고 도시 외벽이 파도타기를 하듯이 갈라지며 수백 개의 금속 물체가 솟아 나왔다. 마치 고슴도치처럼 외벽을 뒤덮은 금속 물체는 함포와 미사일!
은하연방이 자렘에 쉽게 손을 대지 못했던 두 번째 이유가 바로 이것! 군사시설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군사 요새 수준의 무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은하연방 입장에서는 동맹국의, 하물며 이런 요새나 다름없는 도시와의 전투는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뭐 생각해 보면 그런 부담스러운 존재를 묵인하고 것도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어쨌든!
퍼퍼퍼펑! 퍼퍼퍼펑!
그 부담스러운 함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수 킬로미터의 공간을 통째로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수백의 섬광이 타투인을 향해 뻗어 나갔다.
타투인에서 붉은 레이저가 쏟아져 나온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뒤따르듯이 펜스 곳곳에서 포화가 뿜어지자 상공을 가로지르던 포탄이 연이어 폭발을 일으켰다.
그런 장면은 반대로도 펼쳐졌다.
뒤이어 타투인에서도 포화를 뿜었지만 자렘에 접근하기도 전에 무수한 레이저와 뒤이은 포격에 요격되었다.
자동 요격 시스템 GEM!
기본적으로 전차나 기간틱, 우주선 같은 기갑 병기에 모두 탑재되어 있는 기능이다. 때문에 기갑 병기끼리의 화력전은 대부분 이런 형태로 시작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이즈가 도시쯤 되니 같은 장면이라도 느낌은 전혀 달랐다.
한꺼번에 수백의 포탄과 미사일이 폭발하자 타투인과 자렘 사이의 공간이 왜곡을 일으켜 일그러질 정도였다.
“이, 이게 도시 규모의 전투…….”
전투를 준비하던 유저들이 넋 놓고 지켜보며 떠듬거렸다.
대부분은 경외 어린 표정이었지만.
“젠장! 뭐야, 저 녀석! 순서라는 것도 모르나? 보름 동안 죽어라 뛰어온 사람은 우리라고!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 역사적인 첫 한 방을 가로채 가다니! 비겁한 자식!”
마몽 준장은 방방 뛰며 소리쳤다.
퍼퍼퍼펑! 퍼퍼퍼펑!
그때 자렘의 반대쪽에서도 포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타투인의 서부 둔덕에 자리 잡고 시지 모드Siege mode(공성을 위한 장거리 포격 상태)로 전환한 수십 대의 전차가 뿜어 내는 포격이었다.
“페이! 너마저!”
뒤이어 마몽 준장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울분의 목소리.
이 인간은 정말이지…… 머릿속이 대체 어떤 구조로 되어 있기에 ‘1’이 입력되면 ‘1’밖에 모르는 건가. 기회가 되면 제피에게 해부라도 시켜 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크 역시 이대로 구경만 할 수는 없는 일!
“지금이다! 전군 진격!”
아크가 이퀄라이저를 뽑아 들고 소리쳤다.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나가는 마몽 준장 뒤로 의용군이 돌진했다.
뭐 이미 자렘이 ‘역사에 길이 남을 첫 한 방’을, 그것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한 비주얼로 보여 주고, 페이의 전차 부대가 집중포화를 퍼붓는 중이라 상대적으로 좀 조촐해 보이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8천의 병사다.
“전우여, 질주하라! 가속!”
“어떤 탄환도 내게 닿지는 못할지니, 공간 왜곡!”
“내 몸은 강철! DNA 강화!”
먼지 구름 속에서 터져 나오는 형형색색의 빛!
에스퍼의 버프를 받으며 돌진하는 8천의 유저 역시 무시할 수 있는 군세는 아니었다.
당연히! 타투인의 펜스에 자리 잡은 포탑이 일제히 의용군을 향해 회전했다. 그리고 또 당연히! 아크는 그런 포격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비행 대대! 엄호하라!”
의용군에 참가한 유저가 모두 땅개(?)는 아니다.
개중에는 자가 우주선을 가지고 있는 유저도 있었다. 뭐 대부분은 중소형, 3등급의 돌핀이나 샤크급 우주선이었지만 숫자는 50여 척.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우주선이 포격을 퍼붓자 펜스의 포탑도 대공 방어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타투인의 방어 전력은 포탑이나 미사일만이 아니다. 아니, 진짜 적은 전선에 줄지어 앉아 있는 참새 떼처럼 펜스에 자리 잡고 있는 경비대!
우주선의 엄호를 받으며 펜스로 접근하자 경비대도 본격적인 총격을 시작했다.
“연막탄을 발포하라!”
아크의 명령에 수백 개의 연막탄이 터지며 순식간에 주위가 짙은 연기로 뒤덮였다.
-연막탄의 영향권에 들어왔습니다.
《적에게 피격될 확률이 70% 감소하지만, 적을 피격할 확률도 70% 감소합니다. 단, 적외선 스코프나 열 감지기 따위의 장비품을 사용하면 성능에 따라 확률이 변동합니다.》
뒤이어 떠오르는 메시지.
사실 연막탄은 이게 문제다. 적에게 피격될 확률이 70%나 줄어들지만, 범위 효과라 아군의 명중률도 그만큼 낮아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적외선 스코프나 열 감지기 따위를 사용하면 그마저 효과가 없다. 그래서 하나 더!
“채프Chaff!”
-채프의 영향권에 들어왔습니다.
《전파를 교란시키는 물질로 코팅된 금속 가루 채프에 의해 일대에 전파를 이용하는 통신과 탐지 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습니다.》
연막탄과 채프.
돌격이나 퇴각 시에 정석처럼 사용되는 세트 아이템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아이템 모두 적에게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어차피 이번 전투는 승부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니까.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 전력을 파악하기 위한 것!
‘먼저…….’
“마몽 준장님, 지금입니다!”
“오오! 맡겨 둬라! 우라라라라! 실드 부수기!”
아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몽 준장이 해머를 휘두르며 실드로 뛰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해머+해머의 연격連擊!
지금까지 숫한 도시 공략전에서 공성 병기와 맞먹는 위력을 발휘해 온 마몽 준장의 실드 부수기였다. 게다가 지금의 마몽 준장은 에스퍼들의 버프가 수십 개나 중첩되어 능력치가 뻥튀기된 도핑 마몽! 그러나…….
텅! 텅-!
“으악! 내 손!”
‘음, 역시 단단하군.’
아크가 비명을 터뜨리며 튕겨 나오는 마몽을 바라보며 끄덕였다. 뭐 뻔히 예상되는 그림이었다. 타투인을 감싸고 있는 실드는 그냥 눈으로 봐도 다른 도시의 실드보다 몇 배나 두꺼운 것이다. 물론 이런 실드도 만능은 아니었다.
여기서 잠시 실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에너지 실드Energy shield
갤럭시안에서 실드는 일반적으로 펜스나 방패와 달리 에너지를 고밀도로 응축해 놓은 것을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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