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58)
아크 더 레전드-558화(558/875)
[558] SPACE 3. 승리의 조건 (2)게다가 가격은 불과 18골드(깎아서)!
‘우히히히! 대박이야!’
아크가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러나 아크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은 아니었다.
“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아사드가 답답한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부대 개편을 하라고 해서 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전투가 시작될 것 같아서 부대장들과 잠까지 아껴 가며 8,000이 넘는 유저를 일일이 재편성했단 말입니다. 그게 벌써 일주일 전입니다. 뭐 작전을 구상하고 그에 맞춰 부대를 배치하느라 시간이 지체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하지만…… 적진 앞에서 벼룩시장이라니요!”
이게 아크가 ‘수련자의 신발’을 불과 18골드에 손에 넣은 방법이다. 아사드와 히터, 마테인이 의용군의 부대 개편 작업을 마친 직후, 아크는 개편된 부대를 구획별로 나누어 대기시켜 놓고 이렇게 말했다.
“에, 여기까지 서둘러 오느라 많은 분들이 아이템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수리가 필요한 분도 계시겠죠. 반면 자신에게는 쓸모없는 아이템 때문에 백팩에 공간이 없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러니 본격적인 전쟁에 앞서 필요한 아이템을 사고파는, 벼룩시장을 열 생각입니다. 모두 참여해서 자유롭게 아이템을 교환해 주십시오.”
덕분에…….
-회복계 아이템 팝니다!
-전사용 아이템 팝니다! 에스퍼용 아이템과 교환 가능!
-저렴한 가격에 각종 장비품 수리해 드립니다!
-뭔진 모르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하지만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는 각종 아이템 팝니다!
-10골드 샵 운영 중. 먼저 집는 사람이 임자! 환불, 반품은 사절입니다…….
의용군 진영은 이런 광고로 뒤덮여 있었다.
8,000 아니, 이제 10,000에 달하는 유저가 참가한 벼룩시장은 대호황!
일단 이만한 숫자가 모이니 아이템 종류도 어마어마했다.
이 중에는 정작 소유자에게는 쓸모없는 것이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보물이나 다름없는 아이템도 부지기수였다.
‘수련자의 신발’도 마찬가지.
그뿐이 아니었다. 지난 사흘 사이에 아크는 그 외에도 꽤 쓸 만한 아이템을, 꽤 저렴한 가격으로, 꽤 많이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돌아보지 못한 상점도 많다.
어디에 또 이런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
“이건 정신 나간 짓입니다! 여기는 타투인, 적의 주력이 모여 있는 타투인 앞이라고요! 이런 곳에서 한가하게 장사나 하고 있으리라는 게 말이나 됩니까? 우리가 아무리 유저라지만 장난하자고 모인 게 아니지 않습니까! 하물며 지휘관으로서 귀감을 보여야 할 사람이 그딴 신발이나 사 들고 히죽거리다니, 저까지 덩달아 쪽팔릴 정도입니다!”
아사드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그러자 옆에서 새로 장만한 특수탄 세트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히터가 흠칫했다. 그리고 얼른 특수탄 세트를 백팩에 챙겨 놓고 먼 산을 바라보았다.
그때 마테인이 피식 웃으며 아사드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 자, 진정해. 네 걱정도 이해하지만 우리도 나름 경계는 하고 있지 않나? 타투인의 동향은 히터 부대가 교대로 정찰하고 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어. 그리고 대원들도 좋아하고 있잖아. 전투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긴장하는 것보다는 그 편이 나아.”
마테인이 슬쩍 아크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뭣보다 대장님도 뭔가 생각이 있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겠나?”
당연히 생각 없이 하는 짓은 아니었다.
일단 벼룩시장을 열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전력 강화다.
현재 의용군은 타투인을 포위하고 있는 상황이다. 곧 시작될 전투를 생각하면 가능한 한 방어력을, 공격력을 1이라도 더 올릴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레벨을 올리기는 무리. 이에 아크는 장비품이나 아이템 쪽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전사나 에스퍼에게 필요 없는 특수탄이 총기병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총기병에게 필요 없는 검이나 방패, 정신력 강화 아이템 따위는 전사나 에스퍼로 이동한다. 이건 그대로 의용군이 강화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크도 이래저래 머릿속이 복잡했다.
사실 지금 누구보다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사람은 아크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먼저 공격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역시 이슈람 형님과 얘기하던 대로 놈들은 시간을 끌고 있는 거야. 이스타나에 삐라를 뿌린 것으로 이미 마틴 후작이 흑점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음에도.’
분명 뭔가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뭔지는 모른다. 그것만큼 불안한 것도 없다.
놈들의 계획이 언제 완료될지 모르는 이상, 최대한 서둘러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이번 전투는 무턱대고 싸워서 이긴다고 Happy ending이 되는 게 아니었다.
사실 지금 타투인에는 중요한 존재가 있었다.
바알 황제!
워낙 존재감이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까맣게 잊고 있지만, 뭐 전황에 이렇다 할 영향도 주지 못하는 존재지만, 그래도 ‘일단’은 은하연방의 황제다. 그 황제가 지금 쥬벨 후작과 호크의 손아귀에 쥐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전투의 엔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겠지.’
전투에서 패배하면 당연히 그냥 망하는 거다.
반면 전투에서 이겨도 그 과정에서 황제가 죽어 버리기라도 한다면 그 역시 배드 엔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해피 엔딩을 위해서는 전투에서 승리하고 황제 역시 무사히 구출해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게 이번 전투의 승리 조건!
당연히 아크가 노리는 것도 이 해피 엔딩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다!’
아사드가 보기에는 그저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아니, 막상 열고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는 아이템이 많아서 살짝 노는 기분도 들었지만! 이러는 와중에도 이미 해피 엔딩을 향한 치열한 싸움이 진행되고 있었다.
파파파파!
지금 아크의 발밑에서!
파파파파!
레피드와 퍼거슨, B, 그리고 친위대가!
그렇다. 극락 의자라는 극약 처방까지 사용하며 이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이것이었다.
지금 땅속에서 삽을 휘둘러 대며 흙과 자갈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레피드 부대의 목적은 하나!
땅굴! 황성까지 연결되는 땅굴!
바로 이것이다. 이게 아크가 해피 엔딩으로 가기 위해 준비한 비장의 카드!
파파파파!
물론 저 아래에서 게거품을 물고 삽질을 해 대는 사람들은 레피드와 퍼거슨, 기타 등등이지만!
아크도 나름대로 시간을 벌기 위해 부대장들에게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이런 식으로 벼룩시장까지 열어 놓고 고군분투―열심히 저렴한 아이템을 사 모으며―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고? 이건 비밀 작전이니까!
비밀 작전으로 진행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당연히 있을 거야. 이만한 숫자라면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아크도 바보는 아니다.
아니, 뉴월드 시절, 가장 먼저 배운 것이 유저를 의심하는 법이다. 그런 아크가 아직 얼굴조차 마주해 보지 않은 1만의 유저를 무턱대고 믿을 리가 없지 않은가.
‘분명 호크의 첩자가 섞여 있다. 숫자는 적지만 페이 부대에도 유저가 섞여 있으니 그런 의심을 피할 수는 없어. 그리고 그게 누구인지 파악할 수 없는 한, 누구도 100% 믿을 수는 없다.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쥬벨과 호크에게 노출되지 않고 이곳까지 온 자렘밖에 없다.’
때문에 아크는 모든 작전을 이슈람하고만 공유했다.
그러니 페이 부대도, 의용군의 부대장들도 아크가 그저 노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타투인 공략전은 이미 일주일 전에 시작된 것이다.
“$%$^!$%$%!$$!”
그러니 이런 주위의 불평불만은 무시!
오색 빛의 깃털 장식
아이템 타입 : 추가 장착 아이템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깃털로 짜인 장식품입니다.
이 깃털은 바람에 날리면 마치 가루처럼 무수한 빛의 잔영을 만들어 냅니다. 때문에 외모에 신경 쓰는 전사는 액세서리로 검에 부착해 화려함을 뽐내 왔습니다. 수백의 병사가 난전을 펼치는 상황이라도 오색 빛을 뿜으며 싸우면 단연 눈에 띄겠죠! 그러나 그뿐입니다. 그냥 굉장해 보일 뿐, 그 외에는 아무 효과도 없습니다.
“흠, 이건…….”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아크다.
뿐만 아니라 그냥 장식품인데 의외로 탐내는 사람이 많아 가격이 50골드를 호가한다. 그러나!
“이리나가 좋아하겠어!”
아크는 망설임 없이 거금을 투자해 겟!
열심히 싸돌아다니며 득템에 열을 올리는 사이 다시 하루가 지났을 때였다.
-헉헉헉! 아, 아크, 이제 목표 지점까지 2킬로미터 정도 남았다.
수십 미터 지하에서 전해져 오는 메시지!
굳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굳이 여기까지 찾아와 개고생하는 레피드였다.
‘됐어. 2킬로미터라면 그럭저럭 시간에 맞출 수 있겠어.’
그 순간 헤실거리며 벼룩시장을 싸돌아다니던 아크의 얼굴이 돌변했다. 그리고…….
“아사드, 히터, 마테인, 각 부대장들을 소집하십시오! 벼룩시장을 정리하고 작전 회의에 들어갑니다! 앞으로 2시간 후, 전력을 동원해 타투인 공략전을 시작합니다!”
갑자기 전투에 돌입했다.
* * *
퍼퍼퍼펑! 퍼퍼퍼펑!
수만의 병력이 대치하면서도 의외로 긴장감 없던 일주일.
그 평온했던 시간은 대기를 뒤흔드는 포성에 의해 갑자기 깨졌다.
그 신호탄을 날린 것은 이전과 같은 자렘.
동쪽으로 5킬로미터 거리를 유지하고 대기하던 자렘이 갑자기 전속력으로 돌진하며 타투인을 향해 함포를 난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퍼퍼퍼펑! 퍼퍼퍼펑!
뒤이어 호응하듯이 서부 둔덕에 시지 모드로 자리 잡은 80대의 전차가 불을 뿜었다.
이에 타투인은 즉각적으로 GEM 시스템을 가동시켜 대응했지만 모든 포탄을 막아 내기는 무리. 대공망을 뚫고 들어온 포탄에 실드가 불길에 뒤덮였다. 그리고…….
“가자! 전군, 진격하라!”
“우와아아아!”
남부에서 들끓는 함성을 터뜨리며 진군하는 1만의 군세!
“나와라! 샤이어! 문자 각인술, 쿠온!”
선두에서 푸른빛에 물든 손으로 문자를 그리며 소리치는 사람은 아크!
-룬 문자 각인술 ‘쿠온’이 발동되었습니다!
《100미터 범위 내의 모든 아군에게 30분간 최대 생명력과 방어력이 35% 증가합니다.》
그 빛에 휩싸이는 병사들은 불과 2시간 전까지 벼룩시장을 벌여 놓고 있던 의용군이었다.
“적 사정권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밀집 대형을 유지해 에스퍼의 버프를 최대한 중첩시킨다! 이후 중화기병의 연막과 채프를 신호로 각 부대별로 산개 대형으로 전환해 접근, 전사와 붐버Bomber는 선두에서 실드 파괴에 전념한다! 총기병과 에스퍼는 후열에서 펜스 위의 적을 견제하라! 곧 연막과 채프가 살포되면 우리 역시 각 부대 간의 소통이 힘들어진다! 이후 세부 작전은 각 군장 이하, 대대장 사이의 전령으로 지시한다!”
“라저! 이동하라!”
아크의 명령에 한데 뭉쳐 돌진하던 의용군이 대대 단위, 30부대로 나뉘며 퍼졌다.
타투인에서도 포탄과 탄환이 소나기처럼 뻗어 나왔지만 이전 전투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때는 적당히 숫자만 맞춰 부대를 편성한 상태였지만, 이번에는 일일이 레벨과 병과에 따라 편성된 부대.
“에스퍼는 방어막을 펼쳐라!”
“스나이퍼! 스플레시 효과를 가진 포탄을 우선적으로 요격하라!”
“어떤 탄환도 내게 닿지는 못할지니, 공간 왜곡!”
“대공요격 전환! 정밀사격!”
위이이잉! 피잉! 투퉁! 콰콰콰콰!
수백의 에스퍼가 사이킥을 발동시키자 의용군의 머리 위 공간이 일그러지며 쏟아지는 포탄의 궤도를 비틀었다. 그럼에도 몇몇 포탄이 뚫고 들어왔지만 ‘궤도 예측 연산’ 스킬을 가진 엔지니어와 공조하는 스나이퍼에 의해 요격되었다.
GEM 못지않은 대공방어막!
유저가 1만이다. 제대로 조직만 갖추면 자렘 못지않은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어쨌든 그 사이 의용군은 타투인 남부를 연막과 채프로 뒤덮고 실드로 돌진!
“이번에야말로! 우라라라라! 실드 부수기!”
“나와라, 샤이어! 샴! 화이람! 이모탈! 어스퀘이크!”
“영웅의 일격!”
콰쾅! 콰쾅! 콰콰콰콰!
마몽 준장과 아크, 그리고 수천 전사들의 ‘실드 부수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역시 타투인의 실드는 장난이 아니었다.
노멀 실드의 내구력도 이미 다른 도시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거기에 겹겹이 덧씌워진 ‘물리 데미지 감소’ 따위의 특수 효과 탓에 어지간한 공격은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그야말로 전사를 OTL 상태로 만들기에 충분한 위엄!
그러나 의용군은 이미 닷새 전에 같은 상황을 겪어 보았다. 새삼 절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 너 좀 단단하다 이거지? 하지만 그래 봤자 실드지! 아닌 척해도 실드인 이상 1이든 2든 깎이고 있는 거 다 알아! 그러니까! 팬다! 부서질 때까지 팬다! 어디 내가 지쳐 죽는 게 먼저일지, 네가 부서지는 게 먼저일지 해 보자고! 우라라라라! 실드 부수기!”
마몽 준장은 열기를 확확 뿜어내며 쉬지 않고 해머를 휘둘렀다.
그런 마몽 준장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런 식으로 해머를 휘둘러 대면 확실히! 마몽 준장이 지쳐 죽는 게 먼저겠지.’
아크는 냉정(?)하게 전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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