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63)
아크 더 레전드-563화(563/875)
[563] SPACE 5. 반격의 시작 (2)‘아크는 대체 어디서 이런 유저들을…….’
비록 게임 속이지만 레피드도 한때는 일군을 지휘해 본 경험이 있는 유저다. 때문에 알고 있었다. 이런 조직력은 불과 몇 달 사이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맡기는 편이…… 낫겠지.’
때문에 살짝 의기소침해지는 기분도 들었지만, 레피드 일행이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며 진군하기를 잠시.
“적군이 있습니다. 숫자는 약 100.”
“많군. 하지만 우리가 나온 지점에서 예상 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저곳을 통과하는 루트뿐이다. 가능한 신속하게 처리하는 수밖에 없겠지. 모두 전투준비.”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자코 있던 레피드가 끼어 든 것은 그때였다.
“저 숫자와 교전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됩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뭔데요? 뭔데요?”
레피드의 말에 퍼거슨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을 때였다.
레피드가 씨익 웃더니 갑자기 퍼거슨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덕분에 퍼거슨은 영문도 모르고 바로 앞에 100여 명의 경비병이 모여 있는 모퉁이 너머로 밀려나왔다. 이에 황망한 표정을 짓는 퍼거슨의 귀에 들려오는 레피드의 한마디.
“너 하나만 죽으면 돼.”
“에? 무, 무슨……?”
“아니면 아크에게 죽든가.”
순간 퍼거슨은 왜 자신이 엉덩이를 걷어차여 100여 명의 적군 앞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퍼거슨은 아크 덕분에 배운 스킬이 2개나 있었다.
하나는 파고스 화산 던전에서 강제로 주입된 ‘삽질’.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지저 세계에서 배운 ‘광역 도발’!
하나는 죽을 만큼 힘들고, 다른 하나는 확실하게 죽는 스킬이었다. 아마도 지금 필요한 것은 후자.
알고 있다. 여기서 그딴 짓을 하면 죽는다! 확실하게 죽는다! 그러나 하지 않아도 죽는다! 아니, 차라리 죽는 게 편할 정도로 힘들어질 게 뻔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야! 이 XXX 같은 XXX들아! 사내자식들끼리 거기 모여서 뭐 하냐? 하나같이 허접한 놈들이라 전투에 나가지도 못하고 찌질하게 이런 곳에 숨어 있는 거냐? 내가 좀 놀아 주랴? 덤벼! 다 덤벼! 이 퍼거슨 님께서 몽땅 죽여 주마! 덤비라고 이 XXX 새끼들아!”
욕이라도 실컷 하는 편이 낫다.
뒤이어 통로를 봉쇄하고 있던 병사들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 이어 ‘?’가 ‘!’로 바뀌는가 싶더니…….
“저 돼지새끼는 뭐야?”
“여, 열 받아! 참을 수가 없어! 죽이겠다! 죽여 버리고 말겠어!”
투투투투! 투투투투!
눈알을 까뒤집고 기관총을 난사하며 달려들었다.
이로써 퍼거슨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죽으면 곤란하다. 이미 말했듯이 퍼거슨은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증명하듯이 레피드 일행이 숨어 있는 통로와 다른 방향으로 뛰었다.
머리에 구멍이 숭숭 뚫리며.
“흑, 혀, 형님…….”
그런 모습에 B는 눈물을 글썽였지만.
“문자 그대로 일당백이군.”
루시퍼 헌팅 대원들은 찬사를 보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로써 일단 통로를 막고 있던 적군은 클리어! 퍼거슨의 용맹(?)에 감동받은 레피드와 B, 친위대, 루시퍼 헌팅 대원들은 지체 없이 목적지로 향할 수 있었다. 그리고…….
* * *
“그래, 나다.”
아크가 레피드의 통신을 수락하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기대했던 대로…….
-실패했다.
……의 답이 아니었다!
-방금 전에 네가 붙여 준 대원들이 예상한 지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괴한 장치로 꽉 차 있었어. 하지만 황제는 없었어. 아니, 황제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해. 그 중심에 누군가 결박하고 있던 흔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오기 전에 옮겨진 것 같다.
‘거기까지 간파당한 건가?’
아크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호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호크도 님프로 누군가와 통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웃고 있던 얼굴을 와락 구기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아크를 노려보았다.
“아크! 너…… 감히……!”
‘뭐지, 저 반응은?’
혼란은 잠시, 아크는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렇군! 저 자식, 땅굴까지 간파하고 있었던 게 아니야! 황제를 빼돌린 것은 경비대가 아니다. 혼란을 틈 타 황제가 혼자 힘으로 탈출했거나, 혹은 다른 누군가가 빼돌린 것이다! 내 짐작이 맞다면 아직 기회는 있어! 그렇다면…….’
“황제를 빼돌린 것은 경비대가 아니다. 어쩌면 황제는 그 주변 어딘가에 숨어 있을 확률이 높아. 그러니 바로 수색 작업으로 전환해 황제를 확보해야 한다. 서둘러.”
레피드에게 전하는 한편!
“왜 그런 표정이지? 뭐 안 좋은 소식이라도 들었어? 아, 됐어. 무슨 소식인지 대강 짐작이 가니까. 황제가 사라졌지? 어라? 내가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역시 네놈부터 죽였어야 했어!”
‘빙고!’
호크의 반응에 아크가 씨익 웃었다.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호크도 황제의 소재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아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없다. 먼저 이미 아크가 황제를 멀리 빼돌렸다고 믿게 만드는 것. 그리고 황제를 찾는 레피드 부대를 위해 호크와 적군을 최대한 멀리 유인하는 것!
“말했지? 게임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뭐 속은 좀 쓰리겠지만 이 기회에 좋은 거 하나 배웠다고 생각하고 포기해. 그럼 난 이제 볼일이 없으니 이만! 담에 보자!”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아크의 필살기 ‘담에 보자’!
그러나 사실 이 스킬은 이름과 달리 ‘도발’의 효과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크가 몸을 돌리기가 무섭게 호크의 검기를 시작으로 수백의 병사들이 탄환을 뿜어 대기 시작했다.
아크의 등을 향해서!
-치명타를 맞았습니다!
‘영혼의 질주’가 발동 중임에도 붉은 메시지가 떠오르며 생명력이 쭉 빨려 나갔다.
그러나 아크는 바닥을 구르다가 벌떡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어차피 병력이 2배는 차이 난다. 이길 수도 없을뿐더러, 여기서 싸울 이유도 없었다.
‘일단 저 모퉁이를 돌아 시가지로 들어가면 히터 부대의 장기인 유격전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레피드 부대가 황제를 찾을 시간은 벌 수 있어.’
아크가 그런 생각으로 모퉁이를 향해 달릴 때였다.
갑자기 모퉁이에서 수십 명의 병사들이 몰려나왔다. 놀랍게도 이들은 마테인과 직속부대원! 기대도 않던 아군의 등장에 순간 아크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가만? 왜 3군장이 여기에…….’
“정신 감응! 파멸의 번개!”
마테인의 손에서 뇌전이 뻗어 나온 것은 그때였다.
뭔가 이상하다, 그런 의문을 떠올리지 못했다면 그대로 감전된 개구리처럼 뻗어 버렸으리라. 마테인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뇌전은 아크를 향해 날아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곧바로 방향을 틀어 직격은 피했지만, 뇌전이 스치며 옆구리가 시퍼렇게 달아올랐다. 당연히 대미지가 들어왔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휘청거리던 아크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크윽! 너였냐!”
“그래, 나였다. 미안하게 됐군.”
마테인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의용군 속에 첩자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첩자가 숨어 있다면 아마도 3군. 가장 늦게 의용군에 합류한 유저들 중 하나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3군장 마테인에게 각별히 주의를 당부했지만…… 삽질이었다.
‘설마 군장이 첩자였을 줄이야!’
사실 아크는 아사드, 히터, 마테인을 군장으로 임명하기 전에 신상 정보를 받아 두었다. 설마 신상 정보까지 공개한 유저가 배신을 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의용군이 패배한다면, 그 많은 유저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셈이니까.
돌이켜 생각하면 그게 실수였다.
생각해 보면 호크는 이미 그 많은 유저의 적이다. 그렇다면 호크와 첩자 역시 그런 문제를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마테인이라니!’
현재 의용군은 타투인 전역에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지는 곳은 연막과 채프에 뒤덮여 있어 부대 간의 정보 교환은 ‘에어보드’ 같은 이동수단을 가지고 있는 유저를 전령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바로 이 전령 역할을 맡고 있는 부대가 마테인의 직속부대라는 점이다. 특수 스킬을 가진 에스퍼가 많아 적군을 피해 움직이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직속부대원을 뽑은 사람은 마테인!
‘100명 정도로 편성된 마테인의 직속부대원이 지금은 50명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크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을 때였다.
“의용군의 3군장으로서 대장에게 올리는 마지막 보고다. 시가지에 퍼져 있는 30개 대대, 그리고 페이 부대는 현재 치열하게 교전 중이지. 너, 아크의 명령으로 이동하다가 매복하고 있던 경비대의 기습을 받으며. 아마도 이미 서너 부대 정도는 전멸했을 것이다. 적진으로 자신들을 몰아넣은 너를 원망하며. 그리고 너 역시 여기서 죽겠지.”
마테인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 * *
“헉헉헉!”
페이가 어깨가 들썩였다.
그는 아크가 ‘D’ 작전으로 전환했을 때 아직 타투인으로 진격하는 중이었다. 전황이 급변해 일단 휘하 우주선은 바로 타투인 상공의 공중전에 참전시켰지만, 주력인 전차 부대를 움직이느라 늦어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진입로는 여전히 의용군이 사수하고 있었다. 덕분에 페이는 타투인에 진입하자마자 진입로를 지키는 의용군을 통해 전황을 보고받을 수 있었다.
“현재 저희는 각 부대별로 나뉘어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적군도 부대를 나눠 시가지 전역에 흩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페이 님과 모든 백작님은 그대로 B구역 외곽의 도로를 우회, 황성을 포위해 경비대를 압박해 달라는 아크 님의 요청입니다!”
“적을 분산시키고 주력으로 심장부를 타격하는 건가?”
“전차 부대를 황성 주위에 포진시킬 수 있다면 확실히 전황을 바꿀 수 있을 겁니다.”
모든 백작과 페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귀관의 이름은?”
“의용군 3군장 마테인입니다.”
……함정이었다!
마테인이 말한 B구역의 외곽 도로는 좁고 장애물이 많아 대군을 이동시키기에 불리했다. 하물며 전차 부대까지 대동하고 있으니 자연히 진영이 길게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호크는 이미 페이 부대의 진군로 주위에 수십 대의 전차를 시지 모드로 전환해 포진시켜 놓고 있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시지 모드로 전환한 전차는 이동 모드의 전차보다 사정거리와 공격력이 월등히 상승한다.
퍼퍼퍼펑! 퍼퍼퍼펑!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쏟아지는 포격!
좁은 도로를 따라 진군하던 페이 부대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이 주변에는 적이 없다고 했잖아!”
“아무래도 정보가 잘못 전달된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뭐가 의용군이냐? 뭐가 아크냐? 그 정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주력 부대를 움직인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역시 그따위 녀석들을 믿는 게 아니었어!”
“백작님, 지금은 그런 말이나 할 때가 아닙니다!”
“알고 있어! 전군, 산개해 포격을 피할 장소로 이동하라! 대응은 그다음이다! 서둘러!”
포화 속에서 모든 백작이 소리쳤다.
그러나 이 역시 호크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투투투투! 퍼펑! 퍼펑!
병사들이 몰려가는 빌딩 속에서 쏟아지는 탄환과 수류탄!
이미 주변 빌딩에도 경비대의 대군이 매복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페이와 모든 백작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미 적이 파 놓은 함정에 빠졌다. 무턱대고 싸우는 것도 답은 아니지만 섣불리 퇴각하면 십중팔구 전멸!
“뚫고 들어가라!”
모든 백작이 선두에서 광선검을 뽑아 들고 뛰어갔다.
이에 페이 역시 중기관총으로 엄호하며 모든 백작의 뒤를 따랐지만…….
‘아크,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전황은 암담했다.
* * *
“마테인, 이 개자식!”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아크!”
아크가 이를 갈아붙이며 몸을 날리려는 찰나, 뒤에서 날카로운 빛이 날아들었다. 움찔하며 고개를 돌리자 뒤에서 호크가 소나기 같은 검기를 쏟아부으며 뛰어오고 있었다.
이에 몸을 돌리며 검기를 받아 내는 사이.
투투투투! 투투투투!
히터가 마테인을 향해 양손의 경기관총을 난사했다.
마테인은 예상했다는 듯이 졸개들과 ‘정신 감응’하며 실드를 펼쳤다. 그러나 그런 마테인의 재빠른 대처가 무안할 정도로 탄환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벽에 박혔다.
“훗, 네놈도 별수 없군. 공포로 조준도 제대로 안 되는 건가?”
이건 아크도 의외였다.
그러자 히터가 고개를 저으며 마테인의 뒤를 가리켰다.
-비겁한 자식! 넌 뒈졌어! (-_-)ㅗ!
벽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글자. 탄흔이었다.
이에 마테인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고, 아크는 울컥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야! 그럴 총알 있으면 저놈 대가리에 박아!”
투투투투! 투투투투!
-……아!
뭐 이런…….
욕이라도 해 주고 싶었지만!
“의용군? 하! 모두 병신만 모아 놨군.”
뒤이어 날아드는 붉고 푸른, 두 자루의 검이 가해 오는 묵직한 타격에 목까지 올라왔던 욕이 쏙 들어갔다.
말할 것도 없이 호크의 검이었다.
마테인의 배신으로 아크는 꽤 충격을 받았지만, 그와 상관없이 호크는 꽤 열 받아 있었고, 그런 자신의 울분을 검으로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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