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64)
아크 더 레전드-564화(564/875)
[564] SPACE 5. 반격의 시작 (3)콰직! 파지지지! 퍼펑!
스파크가 튀어 오를 때마다 이퀄라이저를 움켜쥔 손아귀가 욱신거린다.
‘뭐냐, 이 힘은…….’
짐작은 하고 있었다. 호크 역시 세븐 소드의 1인. 적어도 발렌시아처럼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라고.
그러나 막상 붙어 보니 상상 이상! 붉고 푸른 두 자루의 검으로 방어와 동시에 빈틈을 찔러 오는 공격은 방어에 전념해도 막아 내기 힘들 정도였다.
‘무리다! 검술도 그렇지만 기본 능력치가 너무 달라!’
바로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나 지금 아크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한 사람은 부대원들이었다. 다행히 ‘……아!’를 마지막으로 히터도 놀라운 몸놀림을 선보이며 마테인과 호각으로 싸워 주고 있었지만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호크 휘하의 병사만도 이미 유격부대의 2배.
거기에 50여 명의 마테인 부하가 더해져 앞뒤에서 공격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설사 아크가 호크를 제압해도 이 상태로 가면 전멸!
뿐만 아니라 마테인의 거짓 정보로 다른 부대 역시 위기에 처해 있다.
‘어떻게든 탈출해서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위이이잉! 텅! 텅! 콰직!
그러나 호크는 탈출은커녕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었다. 아니, 모든 전황을 단번에 뒤집을 방법이 있었다. 바로…….
퍼펑! 퍼펑! 콰콰콰콰!
그때 돌연 폭음이 울리며 아크 일행을 포위하고 있는 호크 휘하의 경비대원들의 뒤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 배후의 공격에 당황한 경비대원들이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사이.
“애송이들이 멋대로 설쳐 대고 있구나!”
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지면에서 날카로운 얼음 기둥이 솟아오르며 호크를 향해 뻗어 나갔다.
호크가 몸을 돌리며 검을 X 자로 교차시켰다.
그럼에도 솟아오르는 얼음 기둥과 충돌하자 휘청거리며 서너 걸음 물러난 뒤에야 겨우 멈춰 섰다.
호크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이건…….”
투투투투! 투투투투! 퍼펑!
“좀 늦었지만 나도 참전해야겠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황성의 우측, 100여 명의 병사들이 호크 부대를 공격하며 진군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서릿발처럼 하얀 머리의 사내가 기괴하게 뒤틀린 대검을 좌우로 휘두르며 산책하듯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 남자의 정체는 바로…….
‘저건 누구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역시 너였나, 데커드?”
호크가 말해 주었다! 뭐 아크를 위해서는 아니겠지만!
호크는 아크를 경계하며 서너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데커드라고 부른 사내를 돌아보며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방해하지 마라!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하! 여전히 건방진 놈이군. 내가 너보다 연장자라고 말했을 텐데? 조금은 예의를 갖추는 게 좋지 않겠나? 어린놈이 어른 무서운 줄 모르면 제 명에 죽지 못한다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도 같은 말을 해 주지. 네 사정 따위,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 그리고 이미 내 전함과 동생 녀석의 전투선 2척을 잃었거든.”
‘전함과 전투선 2척? 그렇다면…….’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느닷없이 나타나 실드를 부수고 타투인으로 들어온 3척의 우주선! 덕분에 아크를 헤매게 만든 그 우주선!
‘……너였냐!’
울컥하며 소리치고 싶었지만, 어째 돌아가는 분위기가 딱히 아크에게 불리해 보이지는 않는다. 때문에 아크는 일단 좀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때 호크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그건 유감이군.”
“마음 써 줘서 고맙지만 괜찮아. 보험은 들어 놨으니까. 뭐 그래도 손해나는 금액이 있겠지만 그것도 괜찮아. 그래서 널 찾아왔잖아. 네가 이번 사건의 배후라며? 그건 너를 때려잡으면 빵빵한 보상이 나온다는 말이겠지. 그러니까…… 죽어라!”
데커드가 느닷없이 대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대검의 궤적을 따라 허공에 작은 얼음 알갱이가 맺히더니 산탄처럼 뿜어져 나갔다.
호크가 빠르게 발을 놀리며 피하자 얼음 알갱이는 그 뒤의 경비대에 쏟아졌다. 그러자 얼음 알갱이를 맞은 부분이 하얗게 변하며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아크는 호크와 데커드가 무슨 사이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건 알고 있었다.
‘기회다!’
데커드의 출현으로 아크는 두 가지 선택지가 생겼다.
첫째는 혼란을 틈타 히터 부대와 이곳을 빠져나가 의용군을 재정비하는 것. 둘째는 이 기회에 데커드와 힘을 합쳐 끝장을 보는 것. 그러나 이 문제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마테인의 거짓 정보에 속아 각개격파당할 위험에 처해 있는 의용군을 구하고 최후의 반격을 위해 재정비하는 것!
‘하지만…….’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소드!”
아크는 수십 개의 검영을 호크에게 쏟아부었다.
아크의 선택은 이 자리에서 호크와 끝장을 보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의용군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그 문제는 이제 아크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데커드가 나타나기 전에 아크가 기다리고 있던 것. 전황을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콰콰콰콰! 콰콰콰콰! 콰콰콰콰!
돌연 하늘에서 타투인을 뒤흔드는 굉음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린 아크의 눈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빛이 떠올랐다. 수백 줄기의 광선을 뿜어내며 타투인을 향해 날아오는 전함들!
“왔구나!”
순간 전황이 180도로 바뀌었다.
* * *
“후작님, 타투인입니다!”
“그래, 타투인이군. 믿고 싶지 않지만.”
마틴 후작이 전면의 스크린을 바라보며 끄덕였다.
스크린에 비치는 도시는 불길과 폭연에 휩싸여 있는 타투인이었다. 드디어 마틴 후작의 연방 함대가 타투인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나 이곳까지 오는 과정은 마틴 후작이 예상했던 것보다 힘들었다.
‘설마 그 정도일 줄은…….’
이스타나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정체불명의 촉수.
이 촉수의 재생력은 마틴 후작의 상상을 초월했다. 유프라테스에 탑재된 최신 병기 ‘섬멸의 광휘’의 타들어 가면서도 끊임없이 재생하며 입구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 갑자기 그 재생력이 눈에 띄게 약해지기 시작했다.
순간 마틴 후작은 직감했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그저 촉수의 힘이 다했거나…….’
촉수를 만들어 낸 ‘어떤’ 힘이 약해진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도 원인은 후자.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사실 아크가 땅굴 작전을 시작할 때 레피드를 부르지 않은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번 전투는 타이밍이 생명이다.
그건 의용군이 타투인에 돌입하는 시기와 특공대가 황성에 잠입하는 시기도 그렇지만, 연방 함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니, 사실 아크가 세운 모든 작전은 연방 함대를 보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늦건 빠르건 연방 함대는 이스타나로 들어온다.
그러나 황제가 쥬벨 후작과 호크의 손아귀에 잡혀 있는 이상, 연방 함대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 전에 황제를 구출한다!
이게 연방 함대가 힘을 발휘하기 위한 전제조건.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의용군을 이끄는 아크와 마틴 후작이 긴밀하게 연락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아크는 일전에 ‘삐라 작전’처럼 그 연락책으로 레피드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레피드는 삽질을 택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당시 이큘러스에는 레피드 외에도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유저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바로 카야!
레피드는 카야의 전화번호―대체 왜?―를 알고 있었던 것.
이에 아크는 레피드를 통해 카야에게 연락해 펜타곤으로 급파! 노블레스-Ⅱ에 동승한 카야를 통해 타투인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물론 그 반대도.
아크가 곧 마틴 후작의 연방 함대가 진군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당초 예정에서 좀 빗나갔지만…….
“마지막으로 받은 연락에 의하면 황제 폐하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쥬벨 후작도 황제 폐하의 행방을 모르는 것은 확실하다네요. 현재 황성에 잠입해 있는 레피드 부대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미 황제 폐하는 그곳을 탈출했을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쥬벨의 마지막 실드가 벗겨졌군.”
카야의 설명에 마틴 후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데온, 타투인에 진입하는 즉시 모든 화력을 동원해 적당을 분쇄하라! 하지만 아직 황제 폐하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으니 황성을 직접 타격하는 것은 자제하라! 대신 하늘과 땅, 보이는 모든 적 부대를 괴멸시킨 뒤에 황성을 포위한다!”
“하지만 난전이라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힘듭니다.”
“아, 그건…….”
“자네 눈은 장식인가? 저 깃발이 보이지 않는가?”
카야가 얼른 설명을 덧붙이려하자 마틴 후작이 먼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가 가리키는 것은 전장 곳곳에서 휘날리는 깃발이었다.
-(^∇^)!
바로 이런!
“쥬벨이나 호크에게 저런 개그 센스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나? 생각할 것도 없다. 저 깃발을 달고 있는 부대와 싸우는 병사, 전함, 전차, 기간틱, 모두 적이다!”
쿠콰콰콰콰! 쿠콰콰콰콰!
타투인 상공을 뒤덮은 전함에서 섬광이 빗발쳤다.
아직 타투인의 하늘에는 100여 척의 우주선이 공중전을 벌이고 있었지만 자렘을 제외하면 가장 큰 우주선도 고작 바스타드급이었다. 그러나 연방 함대는 노블레스-Ⅱ와 같은 오리온급 순양함만 5척, 나머지도 대부분 바스타드나 타이탄 급이었다.
압도적인 전력!
연방 함대가 포격을 개시하자 경비대의 우주전, 타투인 요소요소에 설치된 방어 시설, 그리고 마테인의 거짓 정보로 유인된 1, 2, 3군을 공격하던 쥬벨 휘하의 부대들이 폭광에 휩싸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문자 그대로 융단폭격!
이에 눈치 빠른 몇몇 적부대장은 얼른 의용군의 깃발을 내걸었지만!
-(~∇~)!
급하게 그리느라 뭔가 미묘하게 다르다!
“……주포 발사.”
쿠콰콰콰콰! 쿠콰콰콰콰!
놈들에게는 바로 상표권 무단 도용을 응징하는 철퇴가 떨어졌다.
* * *
콰콰콰콰!
수십 개의 검영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일대를 뒤덮었다.
그 영향권에 조금이라도 들어와 있는 병사는 순식간에 아머가 너덜너덜해지며 생명력이 쭉쭉 빨려나갔다. 그때 소용돌이의 중심부에서 붉고 푸른 검광이 회전했다.
“태극궤太極櫃!”
서로 뒤엉키며 태극 형태로 퍼져 나가는 검기!
그 검기와 충돌하며 산산이 흩어지는 검영 사이로 호크의 모습이 떠올랐다. 순간 아크가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호크를 향해 쏘아져 날아갔다.
“카프레 검술 4식! 피어싱!”
“유검流劍! 회回!”
카라라라랑! 파지지직!
두 자루의 검이 마찰음을 일으키며 뒤엉켰다.
푸른빛을 발하는 호크의 검과 마주치자 이퀄라이저가 빨려들어 가듯이 우측으로 움직였다. 힘을 받아 흘리는 것이다. 이에 아크가 체중을 뒤로 이동시키며 멈춰 서자 이번에는 붉은 빛의 검이 다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서리 바람!”
그때 데커드의 대검이 대기를 갈랐다.
그러자 궤적을 따라 무수한 얼음 알갱이가 떠오르며 산탄처럼 뿜어졌다. 호크가 이대로 아크를 공격하면 부상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뭐 하자는 거야!”
아크가 울컥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상황은 아크도 다를 것이 없었다. 데커드의 공격은 둘 모두를 향해 날아온 것이다.
다행히 호크가 공격을 포기하고 물러나 아크도 바로 몸을 날려 피할 수 있었지만 어이 상실+울컥! 당연히 치밀어 올랐지만 데커드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야말로 뭐 하자는 거냐? 지금 이 몸이 저 녀석과 싸우고 있는 게 안 보이냐? 피라미 주제에 멋대로 끼어들지 말란 말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지금 누가 누구 싸움에 끼어들고 있다는 건가?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내가 먼저 싸우고 있었네.’, ‘니가 나중에 끼어들었네.’라며 따지는 것도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일.
“내가 먼저 싸우고 있었잖아! 끼어든 사람은 너라고!”
아크는 유치했다!
“누가 먼저 싸우고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 몸이 나섰다는 거다! 그러면 피라미는 그냥 얌전히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아니면 같이 뒈지든가!”
그리고 데커드는 또라이였다!
“역시 세상일은 그리 쉽게 뜻대로 되지는 않는군.”
그때 거리를 벌인 씁쓸한 표정으로 호크가 돼도 않는 말싸움을 벌이는 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상공에서 섬광을 뿜어내는 함대로 시선을 옮겼다.
“아크, 데커드, 그리고…… 마틴 후작이겠지.”
“네가 졌다는 뜻이지.”
아크의 말에 데커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몸이 나선 순간 네 운명은 결정된 것이다!”
눈이 없는 건지, 귀가 없는 건지, 제대로 상황을 볼 생각도, 호크나 아크의 말을 들을 생각도 없는 데커드였다. 그러나 그건 호크도 마찬가지였다. 황제를 놓치고 연방 함대를 막지 못한 시점에서 이미 호크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 아니다.”
그럼에도 이딴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뭐랄까, 이딴 녀석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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