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67)
아크 더 레전드-567화(567/875)
[567] SPACE 6. 괴수 등장 (3)아크가 향하는 곳은 바로 자렘!
자렘은 마치 팽이처럼 도시 아래쪽이 뾰족하게 되어 있었다. 때문에 괴수를 들이받고 추락하자 도시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지면과 맞닿아 있었다.
아크는 에어보드를 최고 시속으로 돌진시켜 그 경사면을 단숨에 거슬러 올라가 중앙 제어 탑으로 뛰어 들어갔다.
“형, 괜찮아요?”
“오! 아크! 당연히 괜찮지.”
중앙 제어 탑은 의외로 꽤 멀쩡했다.
공중 도시라고는 하나, 실제 기관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전체의 30%, 자렘의 하부와 외곽을 이루고 있는 70%는 암석이라 실제 도시는 그리 큰 피해가 없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중앙 제어 탑은 그저 기울어져 있을 뿐, 내부 시스템도 살아 있었다.
당연히 이슈람과 100여 대원도 멀쩡했다.
“이 형님이 걱정돼서 달려온…… 것 같지는 않군.”
“네!”
“야, 인마! 빈말이라도 좀!”
“미안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에요! 이제 저 괴수의 정체를 알았어요! 저 괴수는 일종의 생물 병기! 뿐만 아니라 형님도 보면 알겠지만 이만한 대미지마저 회복할 수 있는 괴물이에요!”
“괴물이라는 거야? 병기라는 거야?”
“중요한 건 저놈이 괴물인지 병기인지가 아니라 외부에서 공격해서는 답이 없다는 거예요! 놈을 쓰러뜨리려면 내부! 놈을 조종하고 있는 놈들을 해치워야 해요! 그러니 지금! 놈의 몸에 구멍이 뚫려 있는 지금이 기회예요! 그리고 지금 괴수와 가장 가까이 접근해 있는 것은 이 자렘! 자렘의 앵커라면 저 구멍까지 닿을 거예요!”
“아하!”
이슈람은 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그렇지. 당연히 얘기가 이렇게 돼야지. 이 이슈람 님이 그냥 괴수 몸에 구멍 하나 뚫고 퇴장한다니, 말이 안 되는 얘기였어. 내가 왜 기껏 전사로 만들었는데? 싸우기 위해서다. 고작 괴수와 박치기 한번 했다고 픽 떨어지는 허접한 도시가 아니라 이 몸으로! 그리고 싸움이라면 당연히 이 몸이 주인공이 돼야 하지 않겠냐?”
좀 이상한 쪽으로 이해했지만 어쨌든!
“괴수 방향으로 발사 가능한 앵커를 모두 발사해라!”
퍼펑! 촤촤촤촤! 퍼펑! 촤촤촤촤!
자렘의 외곽에서 10여 개의 앵커가 뻗어나가 괴수의 구멍 근처에 박혔다. 그리고 아크! 주인공이 되고 싶은 이슈람! 이하 100여 명의 특수부대원들은 즉시 앵커의 사슬을 타고 괴수를 향해 돌진했다.
사슬의 길이는 수백 미터!
퍼펑! 콰콰콰콰! 쿠쿠쿠쿠! 쿠쿠쿠쿠!
게다가 상공에서는 여전히 9개의 머리와 연방 함대가 포격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함대의 포격이 괴수의 목과 머리에서 폭발을 일으킬 때마다, 괴수가 머리를 움직이며 반격을 가할 때마다, 괴수와 자렘을 연결하는 사슬도 상하좌우로 격렬하게 흔들렸다.
100여 미터 상공에서 요동치는 사슬!
“모두 조심하세요!”
“네 코나 잘 닦아! 우리가 어린애냐?”
그러나 이슈람과 특공대원들은 안정된 자세로 유지하고 있었다. 게이머로서는 초보자일지도 모르지만 다년간 군사훈련을 받은, 잠재 능력만큼은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저들! 그 잠재 능력이 이슈람의 특훈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잠재 능력도 거대한 괴수의 아가리에서 뿜어지는 광선을 막아 주지는 못했다.
위이이잉! 콰콰콰콰!
아크와 특공대의 움직임을 감지한 괴수의 머리 하나가 방향을 돌리며 광선을 뿜자 서너 개의 사슬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10여 명의 대원이 추락했다.
그리고 다시 아가리에서 섬광이 일렁이는 순간!
퍼퍼퍼펑! 퍼퍼퍼펑!
불길이 터지며 머리가 휙 돌아갔다.
그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괴수의 광선! 안도의 한숨을 불어 내며 고개를 돌리자 머리 위로 노블레스-Ⅱ가 스쳐 지나가며 포화를 쏟아 내고 있었다.
‘나이스 어시스트!’
“지금입니다! 좀 더 속도를 내십시오!”
투투투투! 투투투투!
그때 맞은편에서 탄환이 날아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층층이 나뉜 괴수의 몸속에 어느새 경비대가 배치되어 총격을 해 대고 있었다. 쉬지 않고 요동치는 사슬, 괴수의 공격, 거기에 이제 몸속에 숨어 있는 병사들의 총격까지! 그러나 다른 방법은 없다! 그저 돌진뿐!
“소드 디펜스!”
아크가 사슬 위를 질주하며 검을 휘둘렀다.
“우리도 돌진이다, 돌진! 총에 맞아 뒈지면 몰라도, 뒤처지는 놈은 특훈이다!”
“전군! 각개전투! 돌격하며 사격이다!”
투투투투! 투투투투! 퍼펑!
“깊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그리고 이슈람의 격려(?)에 자극받아 군가를 외치며 빗발치는 탄환을 뚫고 특수부대원! 어떤 의미에서는 가슴 뜨겁고, 어떤 의미에서는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그러나 효과는 있었다.
덕분에 아크와 이슈람을 선두로 특수부대원들은 빗발치는 적탄을 뚫으며 돌진에 돌진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괴수의 몸속에 돌입……하기 직전에! 기류를 일으키며 날아와 아크 일행보다 먼저 몸속으로 들어가는 일당이 있었다.
“저건…… 데커드?”
황성 앞에서 사라졌던 데커드 일당!
데커드가 수십 명의 졸개와 함께 대大 자 형태의 금속 프레임―비행용 장비품 ‘스카이워커’다―을 등에 걸치고 막 재생되며 닫히는 괴수의 몸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뭐 이제 와서 네 편 내 편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괴수의 몸에 구멍을 뚫은 사람도! 적탄을 맞아 가며 돌진하는 사람도! 모두 아크와 이슈람, 특수대원들이다.
그런데 실드를 뚫을 때도! 호크와 만났을 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먼저 괴수의 몸속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저 자식들이 끝까지…….”
그러나 욕이나 할 때가 아니었다.
이미 놈들이 들어간 부위는 재생된 외피에 막혀 버렸고, 아크와 이슈람, 특수부대원들이 들어온 구멍 주위에는 여기저기에서 경비대가 꾸역꾸역 몰려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크,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거냐?”
“그야…….”
아크가 수십 명이 적이 몰려나오는 통로로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당연히 적이 많은 쪽이죠!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소드!”
“그렇군! 가자! 급소 찌르기!”
이슈람이 양손에 단검을 뽑아들고 아크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경비대는 마치 창자처럼 붉은 살점으로 덮여 있는 통로를 문자 그대로 꽉 채우고 있었다. 게다가 전방에 모여 있는 병사들은 중갑에 방패까지 들고 있는 방패병.
특수부대원들은 모두 숙련도 높은 전투의 베테랑들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전술을 펼치기도 힘들었다.
따라서 자연히 전투는 힘과 힘의 격돌로 진행되었다.
‘전체적인 전력은 이슈람 형과 루시퍼 헌팅이 앞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싸우면 시간이 너무 지체돼. 그리고 시간이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연방 함대와 의용군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차라리 데커드라도 호크를 해치워 주면 좋겠지만, 그런 또라이 같은 녀석만 믿고 있을 수도 없어.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이곳을 돌파해야 한다!’
그때 아크는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슈람은 아크와 함께 선두에서 적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 이슈람의 움직임이 좀 이상했다. 확실히 아크의 사부답게 단검을 놀리는 솜씨는 감탄할 만했지만, 중간중간 멈칫하며 리듬이 끊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움직임에 활기가 없었다.
뉴월드 시설의 이슈람은 전임자에게 캐릭터를 물려받아 상인이었다. 그럼에도 피나는 노력으로 육체 개조를 거듭한 끝에 나중에는 오우거와 맞장을 뜨는 상인이 되었다.
그런데 정작 전사로 시작한 이번 생(?)의 이슈람이 보여 주는 동작은 그때보다도 임팩트가 없는 것이다. 이에 의아한 눈으로 바라볼 때였다.
“……!”
갑자기 떠오르는 ‘!’.
그리고 뒤이어 또다시 ‘!’가 떠올랐다.
첫 번째 ‘!’는 이슈람이 이전처럼 활기 찬 움직임을 보여 주지 못하는 이유를 깨달아서. 그리고 두 번째 ‘!’는 자신에게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어서였다. 순간 아크는 곧바로 백팩에서 신발 한 켤레를 꺼내 집어 던졌다.
“형님, 받으세요!”
“에? 뭐야? 왜 갑자기 신발을 던져? 야! 나 이거보다 좋은 신발 신고 있거든.”
“나 참! 방어력을 보지 말고 옵션을 보세요, 옵션을!”
“옵션? 어? 어어어? 어어어어!”
아크의 말에 신발을 살피던 이슈람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 신발은 바로 아크가 의용군의 벼룩시장에서 18골드에 구입한 매직 템 ‘수련자의 운동화’였다. 착용 레벨 100에 방어력도 35밖에 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옵션!
수련자의 운동화
《특수 옵션(무예) : 신발을 착용하면 발 차기로 파동을 일으켜 적에게 대미지를 입힐 수 있습니다. 공격력은 사용자의 힘과 민첩, 그리고 기술 숙련도에 영향을 받습니다.》
무예!
이슈람은 아크의 태권도 스승이다.
뭐 이 인간은 적어도 현실에서는 전반적으로 무적이지만, 태권도는 무적 중에 무적!
이슈람이 상인이었던 뉴월드보다 되레 실력이 떨어져 보였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뉴월드는 이슈람의 특기인 발 차기가 경우에 따라서는 검보다 위력을 발휘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갤럭시안은 발 차기를 대미지로 인정하지 않는 시스템.
이건 평생 태권도를 수련한 이슈람으로서는 발에 족쇄가 채워져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수련자의 운동화’는 발 차기로 대미지를 줄 수 있는 ‘무예’ 옵션이 붙어 있는 것이다. 물론 이건 아크에게도 꽤 도움이 되는 옵션!
“빌려주는 거예요!”
때문에 이런 단서를 붙였지만!
“후후후! 후하하하하! 크하하하하!”
이슈람은 듣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빗발치는 탄환 속에서 운동화 끈을 질끈 묶는 그 순간!
“다 덤벼라! 몽땅 밟아 주마! 탄환 따위 무서울쏘냐!”
이슈람은 괴물이 되었다.
그리고 펼쳐지는 나래차기! 돌려차기! 앞차기! 뒤치기! 차기! 차기! 차기! 완벽한 타이밍과 체중 이동에서 뻗어 나오는 발 차기는 칼날보다 날카롭고, 해머보다 묵직하다.
이슈람의 발 차기가 딱 그랬다.
이슈람이 본격적으로 발 차기를 뿜어내기 시작하자 탄환도 막아 내던 방패병의 대열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리고 다시 몸을 일으키는 사이에 수십 번의 발 차기가 쏟아진다.
“저게 소문으로 듣던…….”
“강호철 교관님을 묵사발로 만들었다는…….”
“사람 다리가 원래 저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거였어?”
“저건 신기야, 신기! 사람의 기술이 아니라고!”
“뭣들 하냐! 지금이다! 돌격!”
“예 써!”
특수대원들은 새삼 넘쳐나는 충성심―이라기보다는 공포―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슈람을 따라 돌진! 변비처럼 괴물의 내장을 꽉 채우고 있던 경비대를 돌파했다.
“아크, 특별 서비스다! 이 몸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스승님을 생각해서 이런 신발을 찾아온 기특함을 봐서 이번만큼은 주인공 자리를 양보하마. 자, 1조의 생존자들은 이제부터 나와 함께 이곳을 사수한다!”
그때 이슈람이 50여 대원과 함께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네가 시작한 싸움이다! 결판을 내고 와라!”
100여 명의 적군 앞을 막아서는 넓고 듬직한 스승의 등!
그 등을 보고 있자니 말해 주고 싶었다.
그 신발은 빌려준 것이라고! 그러나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그런다고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아크는 눈물을 머금고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호크! 이 대가는 기필코 받아 내고야 말겠다!’
왠지 전투력이 올라갔다.
SPACE 7. 그 남자, 강하다! (1)
“뭐랄까…….”
아크가 괴수의 내장 속을 뛰어가며 웅얼거렸다.
지금 아크가 이렇게 내장 속을 뛰어갈 수 있는 이유는 적을 막아 주는 이슈람 덕분이었다.
그러나 적은 구멍 주위에만 배치되어 있던 것이 아니었다. 구멍 주위보다는 적지만 구불구불한 내장을 따라 한참 뛰어가자 수십 명의 적이 통로를 봉쇄하고 있었다.
“갑니다! 피어싱!”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일단 돌파!
그때 10여 명의 대원이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여기는 우리가 맡겠다! 네가 시작한 싸움이다! 결판을 내고 와라!”
아크는 감동했다. 이런 곳에서 적을 막아서고 있겠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했다는 말이다. 그런 선택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군인이다.
그런 군인들에게 ‘정말 괜찮겠어요?’라는 질문은 되레 그들의 뜨거운 군인정신을 모독하는 행위!
“부탁드립니다!”
때문에 아크 역시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뛰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조금 뛰자 또 수십 명의 적이 나타났다. 그리고…….
“여기는 우리가 맡겠다! 네가 시작한 싸움이다! 결판을 내고 와라!”
Ctrl+C, Ctrl+V처럼 반복되는 장면! 그리고 잠시 후…….
“여기는 우리가 맡겠다! 네가 시작한 싸움이다! 결판을 내고 와라!”
이렇게 반복되자 아무리 아크라도…….
‘부, 부담스러워!’
아크는 여유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어떤 상황이라도 그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고작 일면식밖에 없는 특수대원들이 오직 아크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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