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68)
아크 더 레전드-568화(568/875)
[568] SPACE 7. 그 남자, 강하다! (2)뭐 이쯤 되면 그냥 이슈람의 마지막 대사가 멋져 보여 그냥 흉내 내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아크로서는 덕분에 부담 100배! 그러나!
‘달라질 건 없어!’
아크는 이퀄라이저를 꽉 움켜쥐었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아크가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오직 하나!
‘……필승!’
그 외에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다행히 세 번째 적을 만난 뒤로는 더 이상 같은 장면을 반복할 필요도 없었다. 여전히 적이 나타났지만, 이미 모두 얼음처럼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비유가 아니다. 시체는 정말 얼음처럼 서리에 덮여 있었다.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데커드!’
이래저래 할 말이 많은 놈이지만.
‘뭐 그런 놈도 이럴 때는 도움이 되기도 하는군.’
덕분에 아크는 이제 얼마 남지도 않은 대원들과 함께 군데군데 시체가 쌓여 있는 내장을 거침없이 내달릴 수 있었다. 그렇게 대략 10여 분 지났을 때였다.
투투…… 펑…… 투투…….
내장 저편에서 들려오는 총성과 폭음!
그 소리를 따라 다시 10여 분을 뛰어가자 마치 맥박 치듯이 쉬지 않고 꿈틀거리는 붉은 살점에 뒤덮여 있는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총성으로 알 수 있듯이 이미 그 공간은 수십 명의 시체가 흩어져 있었고, 수십 명의 병사가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그러자 빠르게 주위를 훑어본 대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가며 소리쳤다.
“여기는 우리가 맡겠다! 네가 시작한 싸움이다! 결판을 내고 와라!”
‘또냐?’ 싶지만,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병사들이 뒤엉켜 싸우는 전장의 뒤쪽, 다른 병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접전을 펼치고 있는 두 사내가 있었다.
공간을 가를 때마다 서릿발 같은 한기를 일으키는 대검을 휘두르는 전사는 데커드! 그리고 붉고 푸른 두 자루의 검으로 대검을 받아내는 전사는 바로…….
“호크!”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광장을 흔들었다.
이에 대검을 받아 낸 호크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퍼펑! 콰지지지!
두 자루의 검이 격돌하며 폭광이 터져 나왔다.
‘피어싱’으로 광장을 관통하며 쏘아져 날아간 아크의 이퀄라이저와 호크의 검이 마주치며 뿜어진 폭광이었다. 동시에 서너 걸음 물러난 호크의 눈가가 일그러졌다.
“아크…… 결국 여기까지 온 건가?”
“못 올 이유가 없지.”
“그런 걸 헛된 발버둥이라고 하는 거다. 모르겠는가? 이미 대세는 정해졌다. 아니, 처음부터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네가 믿는 연방 함대는 이 파멸수에 의해 전멸할 것이고, 은하연방은 내 손아귀에 들어온다. 이제 와서 네가 무슨 짓을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글쎄? 너를 해치우면 어찌 될지 모르지.”
“그래서 무리라는 거다.”
호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두 자루의 검을 들어 올렸다. 아크 역시 호흡을 정리하며 이퀄라이저를 들어 올렸다.
여기가 종착지다.
이 길었던 싸움의 종착지. 확실히 호크의 말대로 이미 대세를 뒤집기는 힘들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그건 아크 혼자 짊어져야 하는 짐이 아니다.
밖의 일은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다. 아크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될 뿐이다. 그리고 지금 아크에게 최선은 길었던 호크와의 악연에 종지부를 찍는 것! 그리하여…… 아니, 그때!
“잠깐!”
데커드가 와락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너는 뭐야? 이 자식아! 아까부터 왜 자꾸 끼어들어서 방해하는 거야?”
……이 자식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
뭔가! 뭔가 따지고 싶은 게 100만 가지쯤 됐지만!
데커드와 말싸움을 할 시간도 없을뿐더러, 여기서 적을 더 늘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방해가 아니라 협조다.”
“협조? 누가 해달래? 됐으니까 그냥 꺼지시지. 네놈이 끼어들어 버리면 이겨도 마치 내가 저 녀석보다 약한 것 같아 보이잖아!”
……사실 아크도 살짝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 중이다. 지금 밖에서 싸우는 의용군과 연방 함대, 그리고 여기에도 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 주는 동료들이 있다. 사사로운 감정에 연연할 때가 아니야.”
“알 게 뭐냐! 전쟁 따위 나와 상관없어! 새치기는 용서 못 한다! 좋은 말로 할 때 순서를 지켜! 나 다음이 너야! 뭐 네 차례는 돌아오지 않겠지만.”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웃기는군.”
그때 호크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데커드, 아직 모르는 거냐? 아니면 인정하기 싫은 거냐? 지금의 네 실력으로는 나를 이길 수 없다. 그건 지금까지의 싸움으로도 대강 눈치채지 않았나? 그건 아크, 너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혹시 모르지. 둘이서 덤빈다면 나라도 좀 힘들어질지도.”
“네놈이 감히…….”
데커드가 와락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누구에게 그따위 말을 하는 거냐? 서리 바람!”
그리고 곧바로 무수한 얼음 알갱이를 산탄처럼 폭사시키며 돌진했다. 그러나 호크는 잘난 척할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붉고 푸른 두 자루의 검을 회전시키며 날아오는 얼음 알갱이를 튕겨 낸 호크는 바로 몸을 회전시키며 달려드는 데커드를 향해 일격!
쩡-!
그때 백색 검광이 가로막았다.
“……아크!”
호크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고.
“너 이 새끼, 끼어들지 말라고 했잖아!”
덕분에 살아난 데커드도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이지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런 녀석과 드잡이 질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크는 데커드의 말대로 뒤에서 순서나 기다리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호크를 앞에 두고 되도 않는 말싸움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바보냐? 저 자식이 왜 실실 쪼개며 도발하는지 모르겠어? 그런 식으로 우리가 힘을 합치지 못하게 이간질하는 거잖아! 바보 취급당하고 있는 거라고!”
“그런 거냐?”
데커드가 울컥한 표정으로 호크를 바라보았다.
“아니라고는 못하겠군.”
“봤지? 봤지? 저 녀석, 너를 바보 취급하고 있어! 저런 말을 듣고도 혼자 싸우면 바보라는 걸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난 싫어!”
“나도 그건 싫지.”
아크가 잽싸게 덧붙이자 데커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할 수 없지. 하지만 고작 한 놈 처리하는 데 외부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역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 그러니까 너! 좀 갑작스럽지만 내 아우로 삼아 주겠다! 아우가 형님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 이제부터 이 형님을 보조해도 좋다!”
……이건 또 무슨 논리란 말인가?
그러나 따지고 싶은 생각도 없고, 따질 시간도 없었다.
“둘 다 꺼져라! 십문자十文字!”
호크가 음양쌍성, 두 자루의 검을 십자로 포개며 소리쳤다.
뒤이어 아크와 데커드를 향해 폭사되는 십자 모양의 빛! 아크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 두 손으로 이퀄라이저를 움켜쥐고 다시 호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소닉소드!”
그 궤적을 따라 길게 이어지다가 뻗어 나가는 백색 검기!
그것만이 아니었다.
“서리 바람!”
반대쪽에서는 데커드가 얼음 알갱이를 폭사시키며 달려들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아크와 데커드의 동맹이 체결된 것이다. 아직 이름밖에 모르지만 그 역시 호크와 맞장을 뜨겠다고 설치는, 나름―아마도― 실력자!
“쳇, 태극궤!”
호크가 쌍검을 회전시키며 물러났다.
그러나 아크는, 아니 데커드도 놔줄 생각이 없었다.
“감히 나를 바보 취급해? 예전부터 그 싸가지없는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고 싶었지! 어금니 꽉 깨물어라! 북풍의 일격!”
데커드의 대검이 한기 서린 돌풍을 일으켰다.
“이하 동문이다! 룬 문자 화이람!”
이에 호크가 몸을 굴리며 옆으로 이동하자 아크가 잽싸게 룬 문자를 그리며 소리쳤다. 동시에 호크의 머리 위에서 공간이 찢으며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거인의 발!
호크도 이것까지 피하지는 못했다.
“큭! 빌어먹을!”
“하, 위에서 꾹 누르니 본심이 툭 튀어나오는군. 그래, 빌어먹을 상황이지? 그러니까 괜한 호기는 부리지 말았어야지. 혹시 아냐? ‘난 약하다! 그러니까 연합 공격은 좀 봐줘.’라고 했으면 그냥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했을지? 뭐 그래도 결과는 같았겠지만.”
파직! 파지지지!
아크가 휘청거리는 호크를 왼쪽으로 치고 들어가며 히죽거렸다. 그러자 반대쪽에서도 데커드가 대검을 내리치며 히죽 웃었다.
“내 말이 그 말이다. 이 싸가지없는 애송이 새끼야!”
투쾅! 쩌쩌쩌쩡!
“화! 추영!”
그러나 호크도 만만치 않았다.
두 자루의 검으로 아크와 데커드의 검을 동시에 막아 내는 한편, 잔상이 생길 정도로 빠른 몸놀림으로 둘 사이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몸을 회전시키며 반격까지!
위이이잉! 부웅! 파지지지!
이를 시작으로 세 사람이 뒤엉킨 공간에서 쉬지 않고 섬광이 터져 나왔다.
호크나 데커드, 아크와 함께 온 특수부대원들은 약간 떨어진 곳에서 여전히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몇몇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각자의 대장을 위해 지원사격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폭광이며 쉬지 않고 자리를 바꾸는 세 사람의 움직임은 눈으로 따라잡기도 힘든 속도. 병사들은 그 움직임을 좇기는커녕 누가 이기고 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전투의 우열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뭐 당연하지만…….’
당연히 아크와 데커드의 우세!
그러나 실상은 그냥 당연하다고 퉁 치고 넘어갈 수 없었다. 2 대 1, 이건 누구나 ‘2’ 쪽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지금처럼 지근거리에서 검을 휘둘러 대며 싸울 때는, 같은 편이라도 도움이 될 때보다 방해될 때가 더 많았다.
때문에 협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조!
이것만 잘 이루어지면 ×2, 아니, ×3~4의 위력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는커녕 ‘×0=0’처럼 제 힘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아크는 알고 있었다.
“쥐새끼 같은 놈! 맞아라! 맞아라!”
이런 데커드에게 그런 수준 높은 협공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아크가 데커드에게 맞추는 수밖에 없었다. 아크와 데커드의 협공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며 호크를 몰아붙일 수 있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우하하하! 그 잘난 척하던 표정은 어디로 사라진 거냐? 응? 어디 한번 다시 지껄여 보시지! 이 몸을 이길 수 있다고. 그럼 그 주둥아리부터 얼려 줄 테니까. 서리 바람!”
아크가 호크와 검을 마주 대고 있는데도 인정사정없이 얼음 알갱이를 쏟아붓는 데커드 덕분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마치 혼자 다 하고 있는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떠들어 대는 데커드를 보고 있으면 울컥울컥 치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집중해야 한다!’
아크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확실히 전황은 아크와 데커드가 유리하다. 그러나 아크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호크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직접 검을 마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무라티우스타에서 함께 싸워 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생각했던 것보다…….’
아크와 데커드의 협공은 ×2까지는 아니라도 ×1.5 정도의 효과는 발휘하고 있었다. 덕분에 어느 정도 우세를 점하고 있었지만, 정작 결정타라고 할 만한 대미지를 입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호크의 실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뜻!
‘그래도 일단 이기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아직 방심할 수는 없어. 호크도 호크지만 나와 데커드의 협공은 불안 요소가 많아. 지금은 내가 맞추는 것으로 어찌어찌 유지하고 있지만 일방적인 공조는 그만큼 깨지기도 쉬워. 그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승부를 결정지어야 한다.’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태극궤! 추영!”
선풍기처럼 회전하는 두 자루의 검!
이에 아크와 데커드의 검이 튕겨 나가자 호크가 뒤로 물러나며 중얼거렸다.
“휴, 역시 둘은 좀 버겁군.”
“이제 와서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라는 말이라면 사양하지. 난 바쁘거든.”
“나도 바쁘다. 그러니 이제 속도를 좀 올려 보지. 기갑무장!”
호크가 슬쩍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소리쳤다.
유저가 가진 최후의 무기! ‘이때다’ 싶은 순간 사용하는 비장의 카드! 드디어 호크가 배틀슈트를 소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아크도 아낄 이유가 없었다.
“너만 있냐? 기갑무장!”
“나도 있다! 기갑무장!”
아크와 데커드도 바로 배틀슈트를 소환했다.
동시에 삼각형(△)으로 대치하고 있는 세 사내의 뒤로 각각의 기갑이 떠올랐다.
아크의 몸을 뒤덮는 기갑은 마치 늑대인간 같은 형상의 비스트! 역사 깊은 무라트 엘림의 신기였다.
그에 비하면 좀 수수해 보이지만 데커드를 뒤덮는 기갑도 흔히 보는 배틀슈트와는 달랐다. 마치 막 냉동고에서 꺼낸 것처럼 주위로 하얀 한기를 뿜어내는 파란색의 기갑이었다.
그리고 호크의 기갑은…….
‘에? 뭐야, 저게?’
고개를 돌린 아크의 눈이 동그래졌다.
호크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황당하게도 무복武服, 무협영화에서 무인들이 입고 나오는, 양 소매를 질끈 묶고 허리 아래로는 앞치마 같은 천을 내려뜨리고 있는 무복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옷. 전체적으로 하얀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그냥 평범한 옷.
‘기갑이라며? 그게 어디가 기갑이냐?’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그냥 옷! 그러나 아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그보다 그 옷의 색이었다.
‘너 나쁜 놈이잖아! 그럼 나쁜 놈답게 피처럼 붉은색이나, 거무튀튀한 색이 어울리잖아! 그게 상식이라고! 그런데 왜 하얀색이야! 그러니까 마치 내가 나쁜 놈 같잖아!’
비스트는 검은색인 것이다!
게다가 외모는 늑대. 뭐 그래도 이전까지는 꽤 포스 넘치는 외모라고 좋아했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선량한 무인을 습격해 온 늑대 같은 모양새가 돼 버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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