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70)
아크 더 레전드-570화(570/875)
[570] SPACE 7. 그 남자, 강하다! (4)“난 자네가 싫지 않은데?”
-빌어먹을, 듣기 싫어. 더 떠들면 병력을 철수시킬 테다.
정의남의 말에 라마 기지장이 얼굴을 붉히며 팩 고개를 돌렸다.
‘이게 그거냐? 브로맨스? 이런 게 말로만 듣던 브로맨스라는 거냐? 대체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왜 갑자기 죽마고우 같은 대화를 나누는 거냐고?’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칼리라도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남자, 강하다!’
레벨이 높다든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그렇다. 여러 가지 의미로 강하다.
처음에는 정말이지 미쳤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지금도 미쳤다고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의남은 ‘정의’라는 단어 하나로 그 미친 짓을 성공시켰다. 이걸 ‘강하다’는 단어 이외에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칼리, 어쩌면 저 사람은…….”
“음, 알고 있어.”
유진의 말에 칼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이 일부터 정리해야겠지. 용건은 그다음이다.”
“그래, 우리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유진과 장보고, 아리온이 칼리를 따라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은하연방 기지에서 출발해 앙갈라 협곡을 거쳐 라마 기지까지, 그리고 다시 라마 기지에서 대부대를 이끌고 은막의 평야를 거쳐 은하연방 기지로 돌아오기까지. 장장 20일이 넘는 대장정을 한 것치고는 결말이 너무 싱겁다고 생각될 정도의 전투였다.
사실 그게 당연했다.
마티우스는 라마와 은하연방의 전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은하연방의 전력 중 최소 4분의 1은 죄수 부대가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죄수가 몽땅 나갔다.
이미 이것만으로도 균형은 깨진 셈이다.
하물며 그 죄수부대가 라마군과 같이 공격하고 있다. 덕분에 현재 양군의 전력 차는 거의 2배!
뿐만 아니라…….
“자, 가자! 기갑무장! 크리슈나!”
“기갑무장! 은익의 날개! 광역 스킬, 붕익선!”
“몽땅 녹여 주마! 레인 버스터!”
“광속의 탄환!”
개척지에서 대해적으로 날뛰던 상태 그대로―모두 하나씩은 아크에게 빼앗겼지만― 완전 무장한 칼리와 아리온, 장보고, 유진의 가세! 이에 연방군은 속수무책으로 밀리다가 절반 이상의 병력을 잃고 백기를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배신자들! 적국을 끌어들여 조국의 기지를 공격하다니! 용서받지 못하리라!”
“놔라, 이놈들아! 감히 서민 따위가 어디라고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이냐?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 난 귀족이다! 비천한 네놈들과는 달리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있었던 선택받은 존재라는 말이다!”
그리고 연방군 기지장과 문제의 귀족들은 이딴 소리를 떠들어 대다가 퍽퍽퍽! 정의남의 가차 없는 주먹질에 말은커녕 한동안 밥도 먹기 힘든 몸이 되어 감옥에 처박혔다. 그리고 이리나가 연방군과 연결해 상황을 보고하는 사이.
“잠시 할 말이 있습니다.”
칼리가 진지한 표정으로 정의남을 찾았다.
“정의에 대해 듣고 싶은가?”
“그건 아니지만…… 전혀 다른 얘기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죄수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해적질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저희 나름의 정의였습니다.”
“……들어 보지.”
정의남이 자세를 바로 하고 칼리를 마주 보았다.
그게 어떤 말이든 진지하게 임하면 진지하게 귀 기울여 준다. 그런 정의남의 태도에 칼리 일행은 살짝 감동하며 자신들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현직 교사인 그들이 해적이 된 이유, 그리고 죄수 신세가 되어 마티우스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정의남은 아직 여러모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신념 하나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사나이다.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칼리는 이제 정의남을 ‘어른’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라면 자신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아크에게 당한 이후로 살짝 의기소침해 있는 그들에게 보다 나은 방향을 제시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한 정의남의 반응……이라기보다는…….
“바보 자식!”
웬 깡마른 노인이 칼리의 귀싸대기를 올려붙였다.
“정의남 님의 정의는 빛의 길이다! 한 점의 사심도 없이 어둠의 구렁텅이에 빠진 가엾은 중생을 구하기 위한 투쟁이다! 그런데 감히 정의남 님 앞에서 해적질이라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짓에 정의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신성 모독이로다!”
그러니까 넌 대체 뭐냐고!
느닷없이 싸대기를 맞은―심지어 처음도 아닌― 칼리가 울컥하며 돌아보자 정의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다.”
“뭐라고요? 저희가 잘못하기라도 했다는 겁니까? 말했듯이 저희는 사심 때문에 해적이 된 것이 아닙니다! 잘못된 길을 가는 학생을 바로잡아 주기 위한 겁니다! 설사 우리의 손을 더럽히더라도! 원망을 듣더라도! 그게 학생들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정의남이 형형한 눈빛을 발하며 소리쳤다.
“손을 더럽히더라도? 원망을 듣더라도? 정의를 행한다는 자가 스스로 정의롭지 못하다면 그것을 어찌 정의라고 하겠는가? 손을 더럽히고 원망을 듣는다면 그건 이미 불의!”
“하지만 달리 무슨 방법이 있다는 말입니까?”
“이끌어라.”
“에?”
“왜 게임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가? 폭력적이라서? 머리가 나빠지니까? 그래서 너희들은 폭력적이 되고 머리가 나빠졌는가? 왜 어른은 되고 학생들은 안 된다는 것인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다고 무턱대고 제재만 가하는 것은 스스로 됨됨이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현실에 좌절한 학생들이 게임에 빠진다고 부수고 빼앗는다면 대체 학생들은 어디에 기대야 한다는 말이냐? 진정으로 학생을 위한다면 먼저 이해해라. 그리고 바른 길로 가도록 잡아 주면 되는 일! 너희가 해야 할 것은 제재가 아니라 같이 가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우리 말 따위…….”
“학생들이 그 성공한 게이머라는 청년을 우상으로 생각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건 그 게이머가 보여 줬기 때문이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렇다면 너희도 보여 주면 되는 것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너희들이 그 게이머처럼 학생들이 인정하는 게이머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면 학생들도 너희들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될 터!”
“……!”
칼리는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생각도 못 해 봤다.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도, 정작 그들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도록 할 방법은. 그저 게임을 못 하게 할 방법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의남의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학생들이 아크라는 유저를 우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들도 되면 된다! 아크 같은 존재가! 누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우상이 되어 학생들을 이끌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정의남은 이미 칼리 일행에게 그것을 보여 주었다.
‘그래. 이거였어. 나는 처음 저분을 그저 바보라고 생각했다.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나 스스로 저분에게 답을 구하고 있다. 그건 저분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는 신념! 그것이 진정한 정의다! 사람을 이끄는 힘이다!’
눈에서 뭔가가 한 꺼풀 벗겨지는 기분!
“형님으로 모시게 해 주십시오!”
깨달음을 얻은 칼리와 아리온, 장보고, 유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외쳤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도 여전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가 갈리는 아크! 정의남이 바로 그 아크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SPACE 8. 승자는 누구? (1)
“브레이크키네시스!”
검은 늑대 헬멧에서 안광이 번뜩였다.
그 눈빛이 향한 공간이 폭발하고, 그 폭발의 여운이 가라앉기도 전에 검광이 꿰뚫었다.
“카프레검술 4식, 피어싱!”
쩡! 파지지지!
검과 검이 충돌하며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그러나 호크의 검은 두 자루였다. 푸른빛의 검이 이퀄라이저와 격돌하기가 무섭게 반대 방향에서 붉은 검이 호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다른 때였다면 이쯤에서 물러나 전열을 재정비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가 없었다.
‘멈추면 안 된다!’
“무장?마인드 실드!”
좌우에서 육각형 모양의 실드 2장이 떠올랐다.
몸 전체를 감싸는 ‘마인드 실드’를 손바닥만 한 크기로 응집시켜 방어력을 올리는 한편,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기갑 상태의 ‘마인드 실드’ 이지스! 아크는 이지스를 붉은 검의 궤도로 이동시켜 2장을 중첩시켰다. ‘그, 래, 야, 만, 한, 다’고 판단했다.
파직! 퍼펑! 카카카칵!
역시나 일격에 이지스가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두 번째 이지스와 충돌하며 아크의 관자놀이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그러나 아크는 시선조차 돌리지 않고 한 걸음 내디디며 양손으로 움켜쥔 검을 위로 쳐 올렸다.
그런 아크의 머릿속에 과거 검술 스승의 말이 떠올랐다.
-쌍검이라고?
당시 아크는 쌍검을 사용하고 있었다.
때문에 쌍검술에 대해 물어보자 스승님은 대답했다.
-까불면 맞는다!
……라고! 물론 이유는 있었다.
-물론 변화라는 측면에서는 쌍검술이 유리한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뭣보다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은 꽤 편리해 보이지. 하지만 두 가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두 가지 모두 제대로 못한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공격과 방어는 상이한 것. 밥통과 냉장고만큼이나 다른 것이다. 밥통과 냉장고 기능이 같이 붙은 기기가 제 성능을 발휘하겠느냐?
검술 스승님은 참 설명도 쉽게 해 주셨다.
그러나…….
카캉! 파지지직! 텅-!
눈앞에서 연이어 폭발하는 스파크!
‘얘기가 다르잖아요, 스승님!’
호크는 쌍검술사다. 그리고 방금 전에 공격했다. 이지스를 1장 박살 낼 정도였으니 그냥 폼만 잡은 것은 아니다.
스승님 이론대로라면 그만큼 방어하는 검은 약해졌을 터!
그러나 양손으로 움켜쥐고 전력을 다해 내리꽂는 이퀄라이저의 공격을 모두 막고 있는 것이다.
스승님도 혹시 이럴 때가 있을까 싶어…….
-물론 쌍검을 사용하면서도 두 가지를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검사가 흔히 수련하는 힘의 집중과 체중 이동을 뛰어넘는 자연체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그래. 쌍검술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겠지. 그러나 그건 이미 범인의 경지가 아니다. 검으로 입신양명을 꿈꾸던 시절이 아닌 다음에야, 그런 경지를 이룬 사람은 없겠지.
살포시 이런 말을 곁들이셨다.
그런데 있었다, 검으로 입신양명을 꿈꿔도 좋은 세계가.
뿐만 아니라 자연체까지는 모르겠지만 힘이나 체중 이동 따위를 각종 스텟과 스킬로 때울 수 있는 세계가. 아니, 심지어 무슨 무협지 주인공처럼 발을 바닥에 대지도 않고 이동할 수 있는 세계가. 그 세계가 바로 이곳!
“오행검 1식, 백화요란.”
촤라라라! 촤라라라! 파직! 파직!
수백 개로 분열되며 채찍처럼 휘어져 날아오는 검!
공격을 퍼붓던 아크가 황급히 방어 자세로 전환하자 백색 검신 위에서 연속적으로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1번, 2번, 3번…….
횟수가 반복될 때마다 손아귀에 저릿저릿한 통증이 느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손과 팔, 어깨의 감각이 마비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팔의 피로도가 한계에 도달하는 순간!
쩡-!
파열음과 함께 칼날이 가슴을 긁고 지나갔다.
검이니 당연히 날카롭다. 그러나 검이면서도 망치처럼 묵직한 힘이 담겨 있는 일격이었다. 이에 가슴을 얻어맞은 아크는 중심을 잃고 뒤쪽으로 수 미터나 밀려났다.
순간 머릿속에 다시 빛과 소금 같은 스승님의 조언이 떠올랐다.
-만의 하나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면 네 실력으로는 무리다. 이길 확률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러니 혹시 그런 사람을 만나거든 튀어라!
‘확실히…….’
수 미터나 물러난 뒤에야 멈춰 선 아크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지?”
그러자 호크가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설마 지금까지 네가 나보다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그건 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과거의 명성 탓인가? 그렇겠지. 하지만 아크, 여기는 네가 제패했던 세계가 아니다. 여기서 너는 잘해야 남들보다 조금 나은 유저에 불과할 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아크, 너는 아, 무, 것, 도, 아, 니, 다.”
굳이 악센트까지 줘 가며 지껄이는 호크.
젠장, 한 대 패 주고 싶다! 그러나 그게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 문제다.
‘뭐 싸우다 보면 무슨 수가 생기겠지.’
사실 아크는 여기까지 오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충. 설렁설렁. 뭐 인정한다. 그러나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어차피 싸워야 할 적이다. 그렇다면 앞서 걱정하며 잔뜩 긴장해서 좋을 것은 없지 않은가.
솔직히 말하면 살짝 자만하는 기분도 있었다.
발렌시아와 싸우는 사이에 아크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고, 실제로 짧은 시간에 검술이 진일보했다.
그러나 아크는 지금까지 정작 중요한 부분을 잊고 있었다.
싸움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적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눈앞의 적은 아크와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끊임없이 성장하는 유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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