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82)
아크 더 레전드-582화(582/875)
[582] SPACE 2. 돌아오다 (4)“어? 뭐야?”
주위에 있던 유저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아크 님, 컴퍼니를 가지고 있었어요?”
“직원도 뽑는 겁니까?”
“그럼 나도! 나도 컴퍼니에 넣어 주세요!”
“에? 아크 님이 직원 뽑는 거야? 그럼 나도! 그렇지 않아도 의용군이 해체되면 이제 뭘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잘됐다! 아크 님 컴퍼니면 재미있을 것 같아!”
주변의 유저들이 벌 떼처럼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수송선에서 아크와 함께 내린 사람들이 바로 그 유저들이었다. 그때 모여든 입사 지원자는 200여 명이 넘었다. 그러나 아크도 그들을 모두 받아 줄 수는 없었다.
일단 컴퍼니 레벨이 그만한 직원을 고용할 수준도 되지 않을뿐더러, 갤럭시안의 컴퍼니는 다른 게임의 길드와는 좀 다르다.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
때문에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원이 늘어나는 만큼 필요 경비가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다크에덴은 직원이 부족했다.
T-20은 물론, 이큘러스의 생산과 판매 시스템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인력 보충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아크는 입사 지망자의 직업과 레벨과 직업을 체크해 그중 20여 명의 유저를 채용했다. 그게 관리 사무소의 응접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직은 임시 채용입니다.”
“뭐 그야, 지금 컴퍼니의 고용 가능한 직원의 티오가 10명밖에 되지 않으니…….”
“네, 일단 컴퍼니 등급을 올리고 차차 정식 직원으로 삼을 생각입니다.”
“확실히 컴퍼니 규모도 점점 커져 가는군.”
“이제 주식회사니까요!”
하마드란의 말에 바이엔이 히죽 웃으며 소리쳤다.
“자, 이제 대강 정리된 것 같군요. 일단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바이엔, 하마드란, 멜린 님은 일단 각자 맡은 분야에서 자세한 피해 상황과 복구에 필요한 예산을 뽑아 주십시오. 제대로 복구 작업을 시작하는 것은 합병이 끝난 다음부터지만 어차피 앞뒤가 바뀌어도 상관은 없으니 당장 업무에 지장을 주는 곳이 있다면 바로 복구를 시작해 주십시오.”
“알겠네.”
“A, 너는 들어온 민원의 내용을 확인하고 각각 필요한 인원을 뽑아 둬라. 내가 경비대에게 대강의 상황을 설명한 뒤에 바로 민원 처리를 시작하겠다.”
“네!”
T-20의 관리자들이 각자의 서류를 챙겨 들고 회의실을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할 때였다.
아크가 바이엔과 A, 하마드란, 멜린에 묻어 회의실을 나가려는 여자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소리쳤다.
“어이, 너! 제피!”
제피가 흠칫하며 돌아보자 아크가 입술을 추켜올리며 말을 이었다.
“너는 따로 해야 할 얘기가 좀 있을 텐데?”
SPACE 3. 영혼석의 비밀? (1)
관리 사무소의 회의실.
아크가 살벌한 눈으로 제피를 째리고 있었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열 받으니까! 사람을 째리는 데 달리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사건은 칼리 일당이 이큘러스를 습격하기도 전, 그러니까 벌써 어언 한 달이 지났다. 당시 아크는 이큘러스에 도크를 건설하고 실버스타를 업그레이드하기로 결정!
컴퍼니의 최고 엔지니어―라고 해 봐야 이 셋밖에 없었지만― 토리와 제이, 제피에게 맡겨 두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배짱이었나 싶다.
아니, 토리와 제이는 성실하게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해 주었다. 문제는 제피였다.
어떤 의미로는 그녀 역시 나름 실버스타를 업그레이드해 놓은 셈이었지만 문제는 고객이 요청하지도 않은, 심지어 무지하게 싫어할 짓을 해 놓았다는 점이다.
바로 성소에 있어야할 토트를 떡하니 실버스타에 옮겨다 심은(?) 것!
이 상황을 아크의 느낌 그대로 설명하자면, 마치 집 인테리어를 맡겨 놨더니 시어머니를 데려다 놓은 기분이랄까?
성소에 들를 때마다 듣는 잔소리만으로도 귀에 딱지가 않을 지경인데 이제 실버스타에서 항상! Always! 귀에 딱지가 앉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 자식, 가만두지 않겠어!’
이쯤 되면 성격 좋은(?) 아크도 웃으며 넘어갈 수 없었다.
그러나 상황을 파악한 제피는 잽싸게 T-20으로 도주! 그리고 제피가 운이 좋은 건지, 아크가 운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직후 이스타나가 사라지며 스타게이트가 폐쇄. 쿠데타 사건으로 이어지는 바람에 거의 한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제피를 만나게 된 것이다.
‘한 달이라…….’
이게 아크가 째리고만 있는 이유다.
확실히 열 받는 일이었지만, 이미 한 달이나 지나 버렸다.
그사이에 이런 저런 일이 많았다 보니 제피를 보고 있어도 새삼 그때만큼 화가 치솟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사이에 제피는 경비대로부터 T-20을 지켜 낸 공도 있었다.
그러니 당초 예정대로 이런 짓(?), 저런 짓(?)을 해 버리기에도 좀 뭐하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도 뭐한…… 왠지 모르게 되레 아크가 난감한 입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도 따끔하게 주의는 줘야겠지.’
“너 말이지…….”
아크가 그런 생각으로 입을 열 때였다.
눈치를 살피던 제피가 팩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미안해요. 됐죠?”
“하아?”
이건 또 뭔…….
아크가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자 제피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재차 말했다.
“왜 그런 표정이에요? 사과했잖아요. 미안하다고. 사실 딱히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름 사장님 기분 생각해서 사과까지 해 줬으면 된 거 아니에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당연하죠!”
“호오? 이유를 들어 볼까?”
아크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물었다.
그러나 제피는 여전히 뻣뻣하게 고개를 치켜세우며 대답했다.
“토트 님에게 얘기 들었어요. 토트 님은 사장님의 스승과도 같은 존재. 하지만 토트 님은 성소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라 볼일이 있을 때마다 일부러 T-20으로 와야 했다면서요?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잖아요. 실버스타에 팍! 붙여 놨으니 언제 어디서나 실버스타에 타고 있다면 24시간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스승의 조언을 스트레이트로 팍팍!”
……스트레이트가 아니라 스트레스겠지.
아니, 뭐 좋다. 백보 양보해서 제피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 치자. 실제로 토트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T-20으로 돌아와야 할 때도 있었으니까. 도움이 되는 측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피는 아직 문제의 핵심이 뭔지도 모르고 있었다.
“내 허락은?”
“네? 그게 왜 필요한데요?”
그러나 제피는 되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야? 어이, 너 말이야. 대체 실버스타가 누구 우주선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야 사장님 우주선이죠.”
“그지? 너도 그 정도는 알고 있지? 그럼 당연히 먼저 내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 아냐!”
“뭐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럴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그런 거야! 그게 상식이라고!”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요?”
“너 같으면 소리 지르지 않겠냐? 이거야 원 말이 통해야지!”
“말이 통하지 않는 건 사장님이에요! 알아서 하라고 그래놓고 왜 이제 와서 딴소리예요?”
“뭐? 내가 언제?”
“했잖아요! 영혼석 연구 맡길 때! 알아서 하라면서요!”
“……에?”
왜 갑자기 말이 그쪽으로 튄단 말인가?
아크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자 제피가 다시 입을 열었다.
“토트 님을 실버스타로 옮긴 건 영혼석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다고요! 네, 그런 거예요! 그러니 사장님이 허락한 거나 다름없잖아요. 난 그렇게 생각했다고요. 아마도! 그게 싫었으면 ‘토트를 실버스타로 옮기는 것만은 따로 허락을 받아라.’라고 하든가요. 하지만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잖아요.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왜 그래요?”
이건 또 무슨 논리란 말인가?
뭐랄까, 따지고 싶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러나 아크는 제피의 말을 듣는 사이에 그동안 잊고 있던 것을 깨달았다.
‘대체 어떻게?’라는 부분이다.
수백 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성소에 갇혀 있던 토트를 제피는 대체 무슨 수로 실버스타로 옮겨 놨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 토트는 제피가 영혼석을 이용했다고 대답했지만 그뿐, 자세한 설명은 아직 듣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아크는 아직 영혼석이 뭔지도 잘 모른다.
아직 용도가 밝혀지지 않은 언노운 아이템Unknown Item이니까.
그런데 제피는 그런 언노운 아이템을 이용해 뭔가 했다. 그것도 토트를 실버스타에 옮겨 심는(?) 황당한 짓을. 이는 이미 제피가 영혼석의 활용법을 밝혀냈다는 뜻이 아닌가?
“……그런 거냐?”
“훗, 이제야 문제의 핵심이 뭔지 깨달았군요.”
아크의 질문에 제피가 히죽 웃으며 거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표정을 보니 다시 울컥 치밀었지만, 이번만은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현재 영혼석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사람은 제피만이 아니었다. 은하연방과 아슐라트, 라마, 평의회도 관련 연구를 위해 이큘러스에 연구소까지 차려 놓고 있었다.
물론 이들의 주 연구 과제는 에이션트 나쿠마였지만 거기에는 영혼석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가 나왔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런데 제피는 혼자 영혼석의 비밀을 밝혀냈다는 말인가?
그게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이지 기대도 않던 쾌거임이 분명했다. 이에 아크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해 물어보자, 제피는…….
“그건 사장님이 운이 좋아서 그런 거예요.”
“뭐? 내가?”
“나라는 천재를 만났으니까!”
“잡설은 집어치우고! 대답만 해! 정말 뭔가 알아낸 거야?”
“물론이죠! 영혼석은 바로…….”
잠시 말을 멈춘 제피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영혼석이었던 거예요!”
“……뒈질래?”
동시에 아크의 머릿속에서 인내심이 뚝 끊어졌다.
그러나 제피는 진지했다.
“나 참, 사람이 왜 그리 진중하지가 못해요? 말을 끝까지 들어 보라고요!”
“듣겠냐? 너 같으면? 영혼석이 영혼석이었다? 장난해?”
“영혼석이라는 이름에는 그만큼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상징적인?”
“네, 그것도 지금까지 누구도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 즉, 영혼이라는.”
뭔 소린지 모르겠다.
그러나 제피는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아직 영혼은 실재한다는 가설이 많지만 아직 어떤 형태인지, 어떤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현대 과학으로도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어요. 당연히 영혼체라는 것도 상식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있었어요. 제가 토트 님을 보고 놀란 이유가 그거죠.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고 있으니까!”
뭐 아크에게는 잔소리 심한 시어머니 같은 존재에 불과하지만, 과학자의 눈에는 달리 보이는 모양이다.
뭐 그러니 과학자겠지만.
어쨌든 호기심 왕성한 제피 양은 이후 틈틈이 토트를 관찰했단다. 그리고 6개나 되는 박사 학위를 받은 그 뛰어난 연구 스킬로 토트를 살펴본 결과 밝혀낼 수 있었다!
제피가 님프 위로 나선 모양의 영상을 떠올리며 소리쳤다.
“이거예요!”
-분자 구성학(Lv.4)으로 획득한 데이터.
《연구 대상(토트) : @$#%!#$!%%!#$!#$%…… #$$!#$!%!%!!$!…….》
“뭐, 뭔데 이게?”
“뭔지 알 수가 없다는 뜻이죠!”
“……뒈질래?”
진지하게 듣고 있던 아크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그러나 제피의 말을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끝까지 들어 보라고요! 이에 OTL이 되기 직전, 제 머릿속에서 번뜩이며 떠오르는 것이 있었어요! 그건 바로!”
제피가 다시 님프를 조작하자 영상이 바뀌었다.
-분자 구성학(Lv.4)으로 획득한 데이터.
《연구 대상(영혼석) : @$#%!#$!%%!#$!#$%…… #$$!#$!%!%!!$!…….》
……달라진 게 없었다.
“장난하냐? 이름만 영혼석으로 바뀌었지 똑같잖아!”
“바로 그거예요!”
제피가 아크의 눈을 푹 찌를 기세로 손가락을 찔러 대며 소리쳤다.
“영혼석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토트 님의 영혼체처럼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어요. 보통 사람이라면 여기서 포기했겠죠. 하지만 나는 천재였던 것입니다! 딱 보는 순간, 거기에 놀라운 동일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죠. 바로 배열! 토트 님의 영혼체를 이루고 있는 영자와 영혼석을 이루고 있는 물질의 구성 배열!”
이때까지도 아크는 제피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러나 제피가 2개의 데이터를 동시에 떠올리자 이해할 수 있었다.
[email protected]$#%!#$!%%!#$!#$%…… #$$!#$!%!%!!$!……. [email protected]$#%!#$!%%!#$!#$%…… #$$!#$!%!%!!$!…….2개의 나선이 똑같은 형태로 나열되어 있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아크가 놀란 표정으로 영상을 바라보자 제피가 후후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죠. 이 정도로 똑같은 배열을 가지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이에 감이 팍 온 저는 곧바로 융합기를 사용해 토트 님과 영혼석을 공진시켜 본 결과, 토트 님의 영혼체를 영혼석으로 옮겨 담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라고 떠들어 대고 있지만.
그런 생각이 났다고 바로 그런 짓을 해 버리다니, 정말이지 남―토트―의 목숨 따위는 파리똥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문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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