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87)
아크 더 레전드-587화(587/875)
[587] SPACE 4. 다크에덴을 위하여! (4)일단 첫 번째는 문제는 항상 그렇듯이 돈이다.
랭크 업은 그저 각 부품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업그레이드와 달리 아예 규모 자체를 바꿔 버리는 작업이다.
당연히 장갑과 엔진 등 대부분의 부품도 그에 맞춰 교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관포나 함포가 바뀌기도 한다. 때문에 업그레이드와는 차원이 다른 돈이 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도크.
그만큼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랭크 업은 이큘러스의 도크처럼 Lv.1의 설비로는 불가능하다. 최소 Lv.3의 도크는 되어야 실버스타 같은 바스타드급 우주선의 랭크 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여기서 이미 실버스타의 랭크 업은 무리였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 번째였다.
바로 ‘조함술操艦術’!
캐릭터 정보창에는 따로 표시되지 않지만 우주선을 조종하는 데는 ‘조함술’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이건 우주선을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느냐는 것으로 우주선의 등급보다 조함술이 낮을 경우, 우주선이 아무리 좋아도 성능을 100% 발휘할 수 없다.
문제는 그 조함술 수치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
때문에 생각 없이 무턱대고 높은 등급의 우주선을 구입하거나, 혹은 랭크 업을 해서 등급을 올려 버리면, 제대로 조종도 못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랭크 업은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뭐 그것도 일단 해 보지 않으면 감을 잡을 수가 없지만…….’
“그런데 형님…….”
그때 토리가 슬쩍 다가오며 주둥이를 움직였다.
“레피드 녀석, 정말 이대로 이큘러스를 맡겨 놔도 괜찮은 겁니까? 아까도 잠시 말하다가 말았지만, 관리가 개판이라고요. 전력 부족이라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형님 영지 혹성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이건 기본적으로 시설 관리가 뭔지도 모르고 있다는 증거라고요. 당연히 모르겠죠. 그 자식은 원래 총질이나 하던 놈 아닙니까? 게다가 형님에 대한 충성심도 없고 말입니다.”
“뭐 다른 건 몰라도 충성심이 없다는 건 확실하지.”
아크가 고개를 끄덕여 주자 토리가 씨익 웃으며 얼른 말을 이었다.
“네, 바로 그겁니다! 그 자식은 형님을 아주 똥으로…… 아니, 막 대한다, 이겁니다. 형님에게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충성하는 제 입장에서는 그런 놈이 왕이라도 된 듯이 뻐기는 꼴을 볼 때마다 속에서 불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아니, 뭐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기보다는…….”
“네가 레피드 대신 이큘러스를 통괄하는 관리자가 되고 싶은 거냐?”
“어? 아, 아닙니다. 제가 무슨…… 물론 제가 시설 관리에 정통한 엔지니어에, 형님에 대한 충성심이 넘치다 못해 펄펄 끓어오르는 햄스터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만…… 그리고 뭐 시켜 주신다면 할 맘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만…… 그러니까…….”
토리가 연신 머리를 긁적이며 아크의 눈치를 살폈다.
그때 들려오는 한 마디.
“몰랐군, 네게 그런 야망을 가지고 있을 줄은.”
아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뒤에서 다가오는 레피드의 목소리였다.
뒤늦게 레피드의 모습을 확인한 토리는 기겁하며 몸을 움츠렸지만 정작 레피드는 피식 웃으며 아크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래도 상관없다만?”
“뭐, 그야.”
아크도 빙긋 웃으며 토리를 돌아보았다.
“딴생각 하면 뒈진다?”
그리하여 잠시 출세를 꿈꾸던 야망의 햄스터는 그대로 OTL! 그러나 아크는 주제 파악도 못하는 햄스터 따위는 무시하고 레피드를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잘 안 됐냐?”
“왜 그렇게 생각하지?”
“아니, 그야…… 나간 지 아직 2시간도 되지 않았잖아. 투자자가 1~2명도 아니고 일일이 설득하려면 서너 시간도 부족했을 텐데. 그러니…….”
“정말 ABC도 모르는군.”
레피드가 어이없는 눈으로 흘겨보며 말했다.
“이런 일은 모든 투자자와 연락하면 되레 아무것도 못해. 중요한 건 대주주다. 설명회 때 못 봤어? 원래 소액 주주들은 대주주의 움직임밖에 보지 않아. 거금을 투자한 사람이 OK하면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이기 마련이지. 그러니까 설득은 상위 2~3위에 드는 대주주만 하면 돼. 그들만 내 편으로 만들면 나머지는 알아서 따라오니까.”
“그렇다면……?”
“서류 정리만 하면 되지.”
레피드가 별일도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이거다. 레피드가 이큘러스의 관리자로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 이런 일을 이처럼 쉽게 처리하는 것은 아크는 물론 해바라기 씨나 주워 먹는 햄스터에게는 턱도 없는 일인 것이다.
어쨌든 이로써 합병 문제도 간단하게 OK!
‘정말 술술 풀리는군.’
희소식에 아크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합병 문제를 처리하면 나가도 좋다고 한 약속은 기억하고 있겠지?”
“물론이지. 하지만 그 전에, 너도 한 가지 조건이 더 있다고 한 말은 기억하고 있겠지?”
아크가 씨익 웃으며 되묻자 레피드가 미간을 찡그렸다.
“미리 말해 두지만 또 되도 않는 핑계로 붙잡아 두려는 거라면 나도 더는 참지 않겠어. 애초에 내가 내 발로 밖에 나가는 데 네 허락을 받을 이유는…….”
“있지, 넌 직원이고 난 사장이니까.”
“너 이 자식…….”
“아니, 그건 말이 그렇다는 거고. 이번에는 정말 그런 거 아니라니까. 아니, 솔직히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내가 부탁할 생각이었어. 나가, 나가서 마음껏 실력을 닦으라고. 대신, 나가는 김에 한 사람 더 데려가야겠다.”
“데려가다니? 누구를?”
“제피.”
아크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크가 레피드의 외출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미 말했듯이 아크는 제피가 받은 《영혼석의 비밀?》 외에도 해결해야 할 퀘스트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 퀘스트를 미뤄 두고 떠밀리듯이 《영혼석의 비밀?》을 하러 날아가면 이전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라기보다는 싫다! 또라이 과학자, 심지어 여자라 내키는 대로 패기도 힘든 제피와 함께 다니는 것은!
그러나 《영혼석의 비밀?》은 이름처럼 영혼석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퀘스트. 아무나 붙여 보낼 수는 없었다. 믿고 임무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너! 이 몸이 총애하는 레피드!”
“……뒈질래?”
레피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가 왜 그딴 계집의 퀘스트나 도와야 하는데!”
“안 될 건 또 뭔데?”
아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너도 이제 밖에 나가서 모험을 하겠다며? 실력을 키워야겠다며? 거기에 퀘스트만 한 게 어디 있어? 내가 원하는 모험에, 잘만 하면 경험치도 엄청 먹고, 운이 좋으면 보상도 빵빵하겠지. 그뿐이냐? 이건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퀘스트라고. 그런데 대체 뭐가 문제인데? 어디 따로 갈 데라도 있어?”
“그, 그건…….”
“없지? 딱 보니 없네. 네가 무슨 반항기냐? 갈 데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나가겠다고 하게? 그것도 아니면서 왜 퀘스트까지 얹어 주겠다는데 덮어 놓고 싫다는 거야? 아니면 혹시…… 제피와 함께 가면 곤란한 사정이라도 있는 거냐?”
“무, 무슨…….”
레피드가 움찔하며 대답하다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당혹스러운 눈으로 실실 쪼개는 아크를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뭘 알고 있는 거냐?”
“훗.”
아크가 피식 웃었다.
참으로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웃음이었다.
아크가 처음 수상함을 느낀 것은 레피드가 타투인으로 찾아왔을 때였다.
그때 레피드는 ‘몰랐어야 할’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냥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런데 이큘러스에서 다시 만났을 때 레피드가 또 이상한 행동을 했다. 지금까지 얌전히 있던 녀석이 갑자기 실력 운운하며 이큘러스를 나가겠다고 난리 치는 것이다.
문제는 그와 함께 꺼내야 할 얘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게 뭔지 실버스타를 보고 나서야 알았지.’
바로 우주선이다.
밖으로 나가겠다는 녀석이 정작 우주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타고 나갈 우주선을 정해 뒀다는 뜻.
그때였다, 타투인에서 포착된 단서와 이번 일이 연결된 것은. 그때 레피드가 알고 있던 전화번호의 주인은 바로 카야!
아크가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며 웅얼거렸다.
“허허, 봄이로구나!”
레피드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왜 레피드가 제피와 함께 가라는 말에 펄쩍 뛰는지 짐작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곤란하겠지. ‘여자’와 함께 룰루 랄라 은하계를 돌아다닐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다른 여자’를 데리고 가기는. 하지만 아크가 알아 버린 이상, 게임은 끝났다.
“자, 어쩔래?”
“뭐, 뭐가? 뭘 어째?”
“너도 알지? 내 입은 한없이 가벼워. 하지만 그런 나라도 친구의 비밀은 목숨 걸고 지켜 주지. 특히 내 부, 탁, 을, 거, 절, 하, 지, 않, 는, 친구의 비밀이라면.”
“하지, 할게! 하면 될 거 아니야!”
“잘 생각했다. 뭐 기대했던 데이트는 아니겠지만 모처럼이니 즐기라고. 그리고 퀘스트만 잘 끝내면 유급휴가 팍팍 줄 테니까 그때는 그녀와 단둘이 은하계 저편까지 날아가든지 말든지 네 맘대로 하라고. 그러니까 기운 내. 게임도 연애도 즐기기 위해 하는 거니까.”
“너 같으면 즐겁겠냐! 아니, 누가 연애를 한다는 거야! 나는…… 나는…….”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치던 레피드가 한숨을 불어 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크와 말싸움을 해 봤자 피곤할 뿐이다. 특히 약점을 잡혔을 때는. 그런 진리를 새삼 깨달은 것이다.
어쨌든 이로써 아크는 제피 문제도 OK!
널려 있던 문제를 순식간에 정리한 아크는 축 늘어진 레피드와 함께 일단 CC로 돌아가 대원들을 소집했다.
그리고 레피드는 제피와 함께 퀘스트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다고 전하고 카야, 사다인, 파크 팀에 정식으로 호위를 의뢰했다. 이건 아크 나름의 배려였고, 카야는 레피드를 몹시 째렸지만 일단 아크의 요청을 수락했다.
“저도! 저도 같이 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끼어드는 사람이 있었다. 쿠라칸이었다.
이에 대한 레피드와 카야의 반응은.
“오든가 말든가.”
자포자기하는 느낌이었다.
막상 둘이 이런 식으로 나오니 살짝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나중에 레피드에게 유급휴가 팍팍 주는 것으로 얘기가 끝났으니 패스하고.
“이제 주변도 정리되고 이큘러스 개발도 본궤도에 올랐으니 나도 밀린 일들을 처리할 때가 되었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돌아올 테니 혹시라도 급한 일이 있으면 연락해라.”
“네? 형님도 말입니까?”
“하지만 레피드 님과 형님이 다 나가면 이큘러스는 누가 관리합니까?”
“당분간은 퍼거슨과 A가 맡는다.”
“네? 저, 저희가요?”
퍼거슨과 A가 눈을 동그랗게 만들며 되물었다.
그러나 이건 예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 A는 T-20의 바이엔에게, 퍼거슨과 B는 이큘러스의 레피드 비서로 놔두고 있었다.
사실 아크도 레피드를 계속 이큘러스에 잡아 둘 생각은 아니었던 것이다. 뭐 그래도 당초 예정보다는 좀 앞당겨진 감이 있지만 레피드도 슬슬 몸이 근질거리는 모양이니 이참에 풀어 주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할 수 있겠지?”
“네? 아, 네! 무, 물론입니다!”
“알지? 이건 두 번째 기회다. 만약 또다시 뉴월드 같은 일이 벌어지면…….”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믿어 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아. 믿어 주지.”
아크가 몸을 일으키며 주위의 직원들을 주욱 둘러보았다.
이제 다크에덴의 직원은 72명. 그중 T-20의 바이엔과 A, 하마드란, 멜린을 제외한 나머지 68명이 이큘러스에 모여 있었다. 거기에 이미 반쯤 직원이나 다름없는 카야 팀과 멜리나 팀까지. 한자리에 모아 놓고 보니 북적북적할 정도였다.
“이제 다크에덴의 식구도 적지 않은 숫자가 되었다. 따라서 이제 내가 모든 직원을 살펴볼 수 없다. 이건 성장하는 컴퍼니가 피할 수 없는 숙명. 그러니 나 역시 이제 짐을 내려놓고 너희들에게 맡기겠다. 하지만 이건 방치가 아니다. 너희들을 믿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너희들이 그 믿음에 부응해 준다면 다크에덴은 오늘을 기점으로 새로 태어나게 될 것이다.”
“다크에덴을 위하여!”
SPACE 5. 이런 아버지, 저런 아버지 (1)
“합병이라고?”
“네, 여기 있습니다.”
비서가 허리를 숙이며 서류를 건네주었다.
그 서류를 받아 드는 중년인은 조민선의 아버지, 모 기업의 회장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새로운 명함이 하나 더 생겼는데, 바로 ‘이큘러스 개발 사업’의 대주주였다.
물론 전면에 내세운 것은 지금 그의 비서.
그러나 5억을 투자해 12.5%라는 지분의 실제 주인은 말할 것도 없이 그, 조민선의 아버지였다.
당연히 아란―레피드―이 작성한 합병 제안서는 비서를 거쳐 그의 손에 건네졌다.
그는 잠시 서류를 들춰 보다가 툭 던지듯 물었다.
“이걸 현우라는 녀석이 보내 왔다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직접 접촉해 온 사람은 일전에 설명회를 주관했던 아란이라는 청년입니다.”
“아란이라면 그…….”
“네, 유한필 회장의 아들입니다.”
“흠…….”
그의 미간에 주름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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