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90)
아크 더 레전드-590화(590/875)
[590] SPACE 6. 그들을 찾아서 (1)“후후후, 멋지군.”
아크가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곧바로 옆에서 울컥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가 ‘후후후, 멋지군.’이냐! 지금 그런 말이 주둥이로 나오냐? 도대체가 너는 엘림의 후계자로서 자각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거냐?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위험은 항상 불시에 찾아오는 법! 짐짓 평화로워 보이는 은하계라도 그 이면에는 항상 위협이 도사리고 있어! 아마도! 음, 아마도! 때문에 엘림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네놈은 하루라도 빨리 엘림을 계승할 생각은 않고 매번 딴짓에 정신이 팔려 있고! 이번에도…….
제피가 성소에서 옮겨 놓은.
그것도 무슨 억하심정인지 선장석 옆에 척 붙여 놓은 토트의 잔소리였다.
‘뭐 대강 짐작은 했지만.’
토트와의 여행은 너무나 예상대로였다.
아크가 실버스타에 탄 이후부터 틈만 나면 이런 잔소리를 해 대고 있는 것이다.
성소에서 들을 때도 지긋지긋하던 잔소리다.
그런데 이제 실버스타에서도 이런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스트레스 지수 급상승!
좋은 대답이 나갈 리가 없지만!
“그러게요. 저는 좀 자각이 부족하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너는! 응? 어?
“하지만 저도 나름 적지 않은 식구를 데리고 있는 사장입니다. 은하계를 구하겠다며 정작 제 식구를 굶길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들과 관련된 일 역시 모른 척할 수는 없죠. 토트 님이 보기에는 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저 역시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좋게 봐 주세요.”
-아니, 그게…… 음…… 너 괜찮냐?
“네? 물론 괜찮죠.”
아크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지만.
‘음,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세상은 이렇게나 아름다운 것이었어!’
……아크는 정상이 아니었다!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무한 생산되고 있습니다.
……머릿속이 이런 상태인데 정상일 리가 없었다!
아크의 머리통이 이런 상태가 돼버린 이유는 이리나 때문이었다.
이번 데이트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적지 않기는 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부모님의 집에서 보낸 것이나, 새삼 이리나의 상처를 엿보게 된 상황도. 그러나 아크는 그 시간으로 이리나와 부쩍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아니, 그건 그냥 그런 기분이 아니었다.
그때 아크와 이리나는…….
“우힛!”
그저 기억을 더듬는 것만으로도 이런 괴상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실 입술도 손이나 발과 다를 것 없는 피부의 일부다.
그러나! 입술은 뭔가! 그래, 손이나 발 따위가 닿는 것과는 뭔가 굉장히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다.
뭐 그래도 결국은 못 했지만.
‘이건 한 거나 다름없어!’
했느냐 안 했느냐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리나가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 것. 그만큼 둘의 사이가 가까워졌다는 의미였다.
-※다음에도 기회는 있을 테니까.※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했던 이리나의 말!
결코 잊을 리가 없지만, 아크는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단단히 박아 넣고 앞뒤로 중요 표시(※) 팡! 팡! 그러고도 부족해서 밑줄까지 쫙 그어 놨다.
덕분에 머릿속은 행복 에너지로 만땅!
그러자 항상 보던 풍경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보였다.
바닥을 진동시키며 들려오는 낮은 기계음, 약간 어두운 실내에서 점점이 눈에 들어오는 모니터와 계기판의 불빛. 그리고 정면의 넓은 창 너머에 펼쳐져 있는 이면세계의 풍경.
항상 보아 왔던 장면임에도 새삼 모든 것이 새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심지어!
‘생각해 보면 사실 지금까지 내가 너무 무심했지. 토트는 카르마의 공격으로 무라트가 멸망까지 이르게 된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야. 당연히 음에너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지. 그리고 그동안 성소에 갇혀 밖의 상황은 알 방법도 없었으니 더 답답하고 불안했겠지. 토트가 매번 나를 만날 때마다 잔소리를 한 것도 당연해.’
없던 이해심까지 샘솟았다.
‘뭣보다 토트는 나를 걱정해서 그런 말을 해 왔던 거야. 따지고 보면 토트만큼 나를 걱정해 주는 NPC도 없지. 그런데도 나는 항상 잔소리만 한다고 핀잔을 주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정작 토트에게 고맙다는 인사 한번 제대로 한 적이 없구나.’
없던 애정까지 샘솟았다.
그리하여…….
“토트 님, 항상 마음 써 줘서 고맙습니다.”
결국 아크의 입에서 이런 충격(?)적인 대사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어? 음? 아? 에?
그러나 토트는 적응하지 못했다. 토트만이 아니었다.
“토리, 너도 그동안 꽤 고생이 많았는데 내가 너무 심하게 대했지? 미안하다.”
“네? 아니…… 그게…….”
토리도 돌변한 아크에게 적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형님, 무서워요! 이러지 마세요! 제가 또 뭔가 잘못한 겁니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잘못했습니다! 안 그럴게요!”
토리는 덜덜 떨며 이렇게 부르짖었고.
-에…… 그러니까…… 음, 미안하다. 아무래도 내가 매번 너무 스트레스를 준 모양이구나. 설마 이런 식으로 맛이 가 버릴 줄이야. 그래, 당연히 너도 네 사정이 있을 텐데 내가 너무 막무가내로 몰아붙였지. 알겠다. 당분간은 나도 별말 하지 않으마. 기껏 정식 엘림이 돼 봤자 맛이 가 버리면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에휴, 불쌍한 것.
토트는 한숨을 불어 냈다.
이것이 무시무시한 행복 에너지의 힘!
뭐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지만, 어쨌든 결과는 Nice!
토리는 그때부터 이전보다 더 많이 아크의 눈치를 살피며 빠릿빠릿하게 움직였고, 토트는 입에 달고 살던 잔소리가 확 줄었다. 덕분에 자칫 폭력과 고성이 오가는 여정이 될 뻔했던 이번 여행은 화해와 용서, 이해가 넘치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
“형님,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좋아. 워프 게이트 생성!”
“워프 게이트 정상적으로 생성, 도약합니다!”
파지지지지! 퍼펑-!
스파크를 뚫고 우주 공간으로 솟아 나오는 실버스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은하지도.”
아크가 짧게 말하자 선장석 앞의 공간에 은하계의 입체 영상이 떠올랐다.
이어 몇 가지 조작을 더하자 입체 영상의 한쪽 구석이 확대되며 태양계 근처에 떠 있는 실버스타가 눈에 들어왔다.
아크가 태양계 근처에 와 있는 이유는 바로 《사라진 자렌족》 퀘스트 때문이었다.
사실 진즉에 서둘렀어야 하는 일이었다.
-진행 중인 퀘스트
직업 전용 :《음에너지의 조사》, 《위대한 여정의 시작》
일반 :《고대의 부름-II》, 《사라진 자렌족》, 《쥬벨과 호크(개척 퀘스트)》
컴퍼니 퀘스트 : 《영혼석의 비밀?》
이게 현재 아크가 가지고 있는 퀘스트.
그러나 다른 퀘스트는 딱히 시간제한이 없었다.
물론 《사라진 자렌족》도 따로 시간제한이 있다는 설명은 없었다. 그러나 자렌족은 워프 항해 도중―아마도―에 조난당했다. 일단 생사도 장담할 수 없었고, 설사 살아 있어도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1분만 빨랐어도…….’라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우선순위를 두자면 당연히 《사라진 자렌족》이 먼저. 그러나 퀘스트를 받은 직후에 이큘러스가 칼리의 습격을 받고 뒤이어 쿠데타가 벌어지는 바람에 밀리고 밀려 이제야 순서가 돌아온 것이다.
‘늦지 않았어야 할 텐데…….’
막상 퀘스트를 시작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먼저 사라진 자렌족, 부룸 일족이 있을 만한 곳―살아 있다면―을 특정하지 않고 무턱대고 은하계를 뒤지며 돌아다닐 수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부룸 일족이 워프 도중에 사고를 당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워프는 1시간에 200~400광년을 이동하는 항해법이다. 그런 속도로 이동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정보만으로는 수색 범위가 너무 넓어. 그러니 먼저 부룸 일족의 이동경로와 사고 당한 위치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 돼.’
다행히 단서는 있었다.
첫째는 일전에 R-14에 갔을 때 받은 부룸의 일기였다.
-희망! 오오, 이 어린아이들에게 희망을…….
……라는 눈물 나는 글이 적혀 있던.
이에 아크는 워프를 하는 사이 일기를 뒤적여 보자.
-아직 인적이 드문 우주 개척지 북부라면 우리가 살아갈 혹성을 찾을 수도 있으리라.
이런 글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로써 이동경로는 OK! 다음은 어디쯤에서 사고를 당했냐는 건데…….’
그 답을 찾는 것은 의외로 쉬웠다.
그리고 아크가 이번 여행에 토리를 동행시킨 이유가 그것이었다.
애초에 이번 사건은 젝슨이 부룸 일족에게 구해 준 중고 우주선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워프 동력로를 고정시키는 나사를 빼먹어 벌어진 일이었다. 때문에 워프 항해로 돌입하자 동력로가 과열되어 결국 폭발을 일으켜 버린 것이리라.
‘그 말에 단서가 있었어!’
부룸 일족의 사고는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
원인이 있었다. 그렇다면 사고가 일어난 시간도 예상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단, 그게 가능한 사람은 아크가 아니다.
바로 토리!
“여기가 확실하냐?”
“네, 거의 확실합니다. 워프 동력로에 가해지는 부담은 항로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방금 전에 R-14에서 북부 개척지로 이동하는 항로를 따라 워프 항해에 돌입했을 때, 실버스타의 동력로에 가장 큰 부담이 가해졌던 것은 약 1분 전. 자렌족의 우주선이 워프 동력로의 나사를 고정시키지 않은 상태였다면 아마도 그때 폭발이 시작됐을 겁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폭주를 시작해 항로 밖으로 튕겨 나왔다면 이 근처일 확률이 90%입니다.”
“그렇다면…….”
아크는 실버스타 주위의 혹성을 더듬었다.
젝슨은 R-14를 드나드는 선원을 통해 알아봤지만 근방에서 조난당한 우주선을 본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근처 혹성 어딘가에 불시착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러나 주위에는 혹성이 10여 개나 되었다.
“일단 가까운 곳부터 뒤져 봐야 하나?”
아크가 은하지도를 살펴보며 중얼거릴 때였다.
-답답한 녀석 같으니, 그 자렌족이 실종된 것이 두 달 전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인적이 드문 곳에 불시착했더라도 유인 혹성이었다면 어떻게든 외부와 연락할 방법이 있었을 터. 두 달이나 구조 요청조차 없었다면 무인 혹성에 떨어졌다는 말이다. 그럼 먼저 다른 종족의 문명이나 은하연방의 기지 따위가 있는 혹성을 배제해야 하지 않는가?
“아, 그렇지!”
아크가 퍼뜩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약간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자 토트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할 수 없지. 다른 일을 빨리 끝내야 너도 본업에 집중할 테니까.
‘이거 의외로…….’
뭐 지금은 넘치는 행복 에너지 덕분에 문제가 해결됐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아크는 이 상황이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토트가 실버스타에 붙어 있어 봐야 참견과 잔소리를 들을 일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도움이 되는 면도 있는 것이다.
아니, 사실 의외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전에도 아크는 엘림이나 무라트에 관련된 뭔가를 얻으면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토트를 찾아갔었다.
뭐 수백 년이나 수면 상태로 있다가 깨어나 기억에 살짝 문제가 있었지만 그래도 토트는 한때 현자, 엘림의 스승이니까. 일단 그만한 지식은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토트가 실버스타에 있으며 일일이 찾아갈 필요가 없다.
일단 그것만으로도 꽤 편리해진 것이다.
그래도 실버스타에서도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차라리 불편함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편이 낫지. 그래, 장점이 더 많을 거야. 이것도 나름 기회라면 기회니 토트를 더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아크는 훗날(?)을 기약하며 은하지도에 조건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다른 외계 종족의 문명이 있는 혹성을 제외시키자 수색 범위의 혹성이 10여 개에서 6개로 줄어들었다. 거기에 작은 규모라도 은하연방의 기지가 있는 혹성을 제외시키자 3개.
‘은하연방은 혹성 간 통신을 위해 무인 혹성에 안테나를 설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렌족이 그런 혹성에 떨어졌다면 그 안테나를 이용해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겠지. 그러니…….’
그 역시 제외시키자 남은 것은 단 1개.
“여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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