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0)
아크 더 레전드-60화(60/875)
[60] SPACE 4. 눈을 떠보니!(PART 1) (2)‘멍청한…….’
아크가 입술을 깨물었다.
중앙기지에서 사건-카락 사육장의 화재-를 일으키고 바이크를 훔쳐 달아났을 때, 당연히 도중에 처리한 두 라마전사 외에도 다른 추격자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굶어죽기 일보 직전까지 몰린 상태에서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그저 살 방법만 생각하느라 땅을 파헤치며 벌레를 잡았고, 그게 뒤이어 추격해온 라마 정찰부대에게 발견되어 결국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라마전사는 불빛 신호니 뭐니 하는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였지만 그건 둘째 문제.
결과적으로 포로가 된 것은 아크의 부주의 탓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하지만 중앙기지에 갇혀있는 게 아니라면 아직 포기하기는 일러.’
아크는 미칠 듯한 가려움 속에서도 입술을 깨물며 머릿속을 정리해보았다.
말했듯이 이곳이 중앙기지라면 혼자 몸으로 탈출하기는 무리다. 그러나 놈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이곳은 아크가 동면 가사상태로 전환했던 산에서 멀지 않은 방어기지인 모양이다.
놈들은 아직 아크가 중앙기지의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라는 확신이 없다. 그리고 다른 동료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주변을 수색하느라 아직 귀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색이 끝나면 귀환하겠지. 학학학! 라마전사의 말에 의하면 그게 내일. 키키키! 주변을 정찰하는 부대원들이 돌아오면 기지로 돌아갈 것이다. 결국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그 전에 탈출하지 못하면 얄짤없이 중앙기지로 끌려가 기약 없이 감옥에서 썩어야한다는 말이다. 그 전에 탈출하던지. 헥헥헥! 그게 안 되면…… 죽을 방법이라도 찾아야한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나 양팔이 뒤로 돌려진 채 수갑이 채워져 있는 상태.
이 상태로 탈출은커녕 아이템 하나 꺼내들 수도 없지 않은가.
‘먼저 이 수갑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아크가 다급한 눈길로 주위를 둘러봤지만 당연하게도 감옥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두꺼운 강철판으로 둘러싸인 벽뿐이었다. 그래도 뭔가 방법을 찾아야한다. 찾지 못하면 끝장이다. 아크는 온몸을 엄습하는 가려움에 몸을 배배 꼬아대며 감옥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러기를 잠시, 내벽 철판의 모서리가 구부러져 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휘어진 철판 모서리가 바깥쪽으로 삐죽 솟아 나와 있는 것이다.
‘이거 잘하면…….’
아크는 잽싸게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철판 모서리에 수갑을 갖다대고 긁어대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모서리를 쇠톱처럼 이용해 수갑을 끊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까득! 까득! 까득! 직! 직! 직!
가려움을 참으며 필사적으로 수갑을 비벼대기를 불과 3분.
처음에는 확실하게 쇠가 갈리는 듯 하더니 언제부터인지 그냥 죽죽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돌린 아크의 얼굴에 절망감이 번졌다.
‘젠장! 뭔 놈의 감옥 벽이 이렇게 약한 거야?’
수갑을 긁어대던 벽 아래에 쇳가루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그러나 그건 수갑에서 떨어져 나온 쇳가루가 아니었다. 철벽에서 떨어진 쇳가루. 수갑으로 문질러댄 철판 모서리가 매끈하게 갈려버린 것이다. 반면 정작 수갑에는 긁힌 자국 하나 보이지 않았다. 수갑의 재질이 철벽보다 몇 배는 견고하다는 뜻이었다.
‘틀렸어! 이런 수갑이라면 탈출은 무리다!’
아크가 허탈한 표정으로 벽에 기대어 한숨을 불어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때 굶어죽는 편이 백 배 나았을 텐데…….’
그리고 멍한 눈으로 바닥의 틈새로 흘러 들어오는 눈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머릿속에 퍼뜩 ‘!’가 떠올랐다.
‘가만? 수갑이 감옥의 철벽보다 강하다면?’
퍼뜩 고개를 들어올린 아크가 눈발이 날려 들어오는 작은 창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 틈새에도 쇠창살이 쳐져 있었다. 붉게 녹이 번져있는 쇠창살이었지만 이렇다할 장비도 없이 끊어내는 것은 무리. 그러나 지금 아크는 엄청나게 강한 금속을 가지고 있었다. 강철 벽조차 갈아버릴 정도로 강한 경도의 금속, 수갑이다.
‘할 수 있어! 이 수갑이라면 가능하다!’
아크는 바닥을 기듯이 창으로 다가가 창에 등을 맞대었다.
그리고 팔을 최대한 들이밀자 수갑이 창살에 닿는 느낌이 전해졌다.
그 상태로 아크는 수갑에 온 체중을 싣고 창살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까득! 까득! 까득! 까득!
그렇게 정신 없이 긁어대기를 한참, 이내 덜컥거리며 창살이 끊어지는 느낌이 전해졌다.
이에 힘을 얻은 아크는 더욱 분발해 창살의 윗부분을 긁어대자 10여 분만에 창살 하나를 완전히 뜯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창살 하나를 뜯어낸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창으로 빠져나가려면 적어도 3개 이상은 뜯어내야 한다.’
등뒤로 묶인 수갑으로 쇠창살을 긁어댄다.
수갑이 채워진 손목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계속된 마찰에 피부가 찢겨 흘러나온 피에 수갑이 시뻘겋게 물들어있었다. 그러나 아크는 유니트의 패인(Pain) 수치를 최대로 맞춰놓았다. SMT-158로 느껴지는 가려움은 상상을 초월했다. 한시도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 정도. 그러나 까진 피부를 긁어대는 통증이 리얼하게 전해지니 가려움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신경이 분산되어 그나마 참을만해진 것이다.
‘기필코 탈출한다!’
까득! 까득! 까득! 까득!
아크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쉬지 않고 팔을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2개 째 철창을 떼어내고 3개 째 철창까지 흔들리게 되었을 때였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슬슬 약 기운이 떨어지고 있겠군.]‘이런 젠장! 벌써 30분이 지난 건가?’
문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숨이 턱 막혔다.
어째 조금 전부터 가려움이 참을만해졌다고 생각했는데, SMT-158의 약효가 떨어져서 그런 모양이다. SMT-158의 지속시간은 30분. 재 접종이 받을 시간이 돼버린 것이다.
이 상태에서 메딕이 들어오면 떼어낸 창살을 들키게 된다!
‘빌어먹을! 이제 하나! 하나만 더 떼어내면 되는데…….’
다급해진 아크는 미친 듯이 팔을 흔들어대며 창살을 긁어댔다.
그러나 창살은 좌우로 흔들리기만 할 뿐, 좀처럼 끊어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뭐 이미 동면 가사상태로 전환했겠지만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일단 주사는 놔야겠지?]철컥.
문이 열렸다.
*****
“중앙정부에서 답신이 왔네.”
연합군 기지의 사령부 막사 내부.
올백의 은발 중년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원군을 보내주는 겁니까?”
“아니, 지금은 중앙정부도 정규병을 보내줄 여유는 없네.”
은발의 중년인, 연방군 벨타나 주둔군 사령관 하만이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
“자네도 알겠지만 현재 제 3외계종족 연합 아슐라트가 내부문제를 이유로 라마족과의 전선에서 발을 빼 연방군은 은하계의 여러 분쟁지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네. 거기에 벨린 성좌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하난 혹성에서 붉은 학살자라는 라마전사가 등장한 이후 연방군의 피해가 급격히 커져 중앙정부는 하난 혹성을 지원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지. 중앙정부도 더 이상의 병력을 쥐어짜기는 힘들어.”
“하지만 이건 둘도 없는 기회입니다.”
“물론이지. 나 역시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왔는지 모르네.”
“그럼…….”
“그래, 그래서 내가 직접 스타게이트를 통해 중앙정부의 의원이신 마틴 후작을 찾아가 사정을 정을 설명했네. 마틴 경 역시 정규병을 지원해주기는 힘들다고 했지만, 대신 이스타나에서 활동하는 정부의 에이전시를 소집해 용병의 형태로 지원해주겠다고 했네. 기일은 하루, 내일까지는 적어도 200명의 용병을 보내주시겠다고 말이야.”
하만의 입가에 굵은 미소가 그려졌다.
“내일이면 200의 병력이 증원된다. 아직 눈 폭풍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지만 라마족 거점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문제될 게 없어. 내일, 증원군이 도착하는 즉시 진군한다. 그리고 눈 폭풍이 걷히기 전에 벨타나에서 라마족의 씨를 말리겠다.”
하만이 벌떡 일어나 뿌듯한 눈길로 눈앞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이게 모두 자네 공이네. 대체 이런 눈 폭풍 중에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었나?”
“그건…….”
“아니, 됐어. 군인은 과정이 아닌 결과로 말하는 법. 자네가 가져온 정보를 전략팀에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이상 어떤 식으로 구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지. 그리고 분쟁 혹성에서 적의 중앙기지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정찰부대를 운용해왔음에도 알아내지 못했던 정보를 자네 홀로 알아낸 것이야. 이번 공적으로 자네에게 곧 은성무공 훈장이 수여될 것이네.”
-라마족의 거점 위치를 알아내 5,000의 공적치를 얻었습니다.
추가로 벨타나 주둔군 사령관 하만의 추천을 받아 은성무공 훈장 수여가 예정되었습니다.
《분쟁 혹성의 전투에 참가해 적기지 발견, 적 부대 괴멸, 적의 주요 정보 습득 등의 미션을 성공시키면 공적치와 별도로 전쟁 종료와 동시에 훈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훈장은 은하연방 내에서 상당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최상급에 해당하는 금성, 은성, 동성 무공 훈장을 수여 받게 되면 별도의 작위를 얻을 기회가 생깁니다.》
‘은성무공 훈장!’
청년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은성무공 훈장은 최고 등급의 훈장 가운데 하나!
그와 함께 작위까지 받게 되면 앞으로의 게임생은 탄탄대로! 출세가 보장되는 것이다.
청년이 감격에 겨운 표정을 떠올리자 하만이 씨익 웃으며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 정도로 만족하면 곤란하지. 이미 말했다시피 내일 증원군이 도착하면 곧바로 저 더러운 외계인들을 벨타나에서 몰아내기 위해 진군할 것이네. 그 중 최정예인 정규병 200을 자네에게 맡기겠네. 나는 이후 벌어질 전투에서 자네가 제 역할만 해준다면 틀림없이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그러면 금성무공 훈장도 받을 수 있겠지. 무슨 말인지 알겠나?”
“맡겨주십시오!”
“믿음직스럽군. 그럼 나가보게. 자네도 준비할 게 많을 테니.”
“네, 사령관 님. 감사합니다!”
청년이 힘차게 경례를 올려붙이고 밖으로 나왔다.
“은성무공 훈장이라니, 설마 그놈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입술을 실룩거리며 중얼거리는 청년은 연방군 기갑 1소대장 발렌시아였다.
발렌시아가 그것을 발견한 건 우연이었다.
보름 전 아크가 행방불명된 이후, 하루가 다르게 피골이 상접해 가는 아크 친위대원들을 지켜보는 게 발렌시아의-눈 폭풍 탓에 딱히 다른 일이 없었다-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날도 페어리 근처에서 훌쩍거리는 친위대원을 즐겁게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사령부로 날아가는 비행물체를 발견했다.
그게 캐리어MR-II라는 것을 알아챈 발렌시아는 도중에 가로챘다.
어딘가의 방어기지에서 급전을 보냈다면 중요한 정보일 가능성이 많다. 때문에 발렌시아는 캐리어MR-II를 가로채 일부러 고장을 낸 다음, 정찰 도중에 찾아냈다고 보고할 생각이었다.
많지는 않지만 이런 경우 약간의 공적치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캐리어MR-II에는 상상 이상의 정보가 들어있었다.
바로 라마족 거점의 GPS정보!
게다가 그 GPS정보를 보내온 사람은…….
‘아크! 이 자식, 아직까지 살아있었던 건가?’
그 순간 발렌시아의 머리가 비상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캐리어MR-II를 사령부로 가져가면 아크는 귀환 여부를 떠나 엄청난 공적치를 받게 된다. 그리고 발렌시아는 배가 아파 죽어버리리라. 그러나 지금 캐리어MR-II는 발렌시아의 손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아크는 보름째 행방불명이라 탈영으로 처리되어있는 상태.
‘만약 캐리어MR-II의 데이터를 내 님프로 다운받는다면?’
공적을 가로챌 수 있으리라!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아크가 돌아오면 탄로 나게 된다는 것.
아크의 님프에 그동안의 정보가 모두 등록되어 있을 테니 살아서 귀환해 조사를 요청하면 그 정보를 발렌시아가 가로챘다는 사실이 밝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도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 때의 얘기지.’
도중에 죽으면 그 사이에 등록된 님프의 정보는 모두 지워진다.
아크가 아무리 이의를 신청해도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탄로 날 걱정이 없는 것이다.
‘메시지에 따르면 아크는 현재 기지에서 290킬로미터나 떨어진 설산에 고립되어 있다고 적혀있다. 캐리어MR-II를 보냈으니 구조대가 올 때까지 동면 가사상태로 시간을 벌고 있겠지. 구조대를 보내지 않으면 살아서 돌아오기는 힘들 거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뒤탈이 없으려면 놈이 확실하게 죽어 줘야해. 290미터 떨어진 설산이라면 라마족의 전초기지가 있는 지역. 놈이 그런 곳에 숨어있다면 해결책은 간단하지.’
발렌시아는 아크가 보낸 캐리어MR-II에 새로운 좌표를 입력했다.
-X-289 Y-4912
아크가 구조대를 보내달라고 했던, 동면 가사상태로 잠들어있던 위치였다.
물론 그냥 보내지는 않았다. 거기에 한 가지 선물을 추가해주었다.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목적지에 도착하면 빛을 뿜어내도록.
아크는 잠들어있어 몰랐지만, 라마족에게 잡힌 이유가 그 때문.
라마전사가 떠들어대던 불빛 신호의 정체가 바로 그것이었던 것이다.
‘놈이 구조대만 믿고 동면 가사상태로 있었다면 이로서 100% 라마족에게 걸렸겠지. 아직 부활하지 않는 걸 보면 생포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어차피 살아오지는 못한다. 아니, 내가 살아 돌아오도록 놔두지 않아. 라마족과 함께 잿가루로 만들어주마.’
그렇게 발렌시아가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을 무렵.
-연방정부 에이전트에게 긴급 전문을 보낸다.
분쟁 혹성 벨타나에 급파될 용병 부대를 소집한다.
참전을 희망하는 용병들은 금일 18:00까지 각 도시의 연방정부에 등록해주기 바람.
이스타나의 주요 도시 근방에서 활동하는 용병부대의 님프에 같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벨타나 사령관 하만의 요청을 받은 중앙정부에서 발송한 소집령이었다.
그 전문을 받은 용병들 중에는…….
“벨타나라면?”
“음, 아크가 있는 곳이다.”
……그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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