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01)
아크 더 레전드-601화(601/875)
[601] space 1. 신의 정체 (1)웅웅웅웅! 철컥!
검은 광택의 갑주가 몸을 덮어갔다.
먼저 작은 조각으로 나뉜 파츠가 손과 발을 감싸자 처음에는 둔탁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벌어진 파츠가 봉합되고 단단히 조여지자 마치 신경이 연결되는 것처럼 감각이 예민해졌다.
이것이 평범한 아머와 배틀슈트의 차이.
배틀슈트는 사용자와 모든 감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배틀슈트가 최강의 무구武具로 불리는 이유는 그게 아니다. 이 무구의 진정한 힘은 이계에서 축적한 에너지로 사용자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것!
그건 수십 개로 나뉜 파츠에 장착되는 부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용되었다.
가장 먼저 갑주의 형태가 완성된 부위는 팔과 다리.
여러 개로 나뉜 파츠가 팔과 다리를 완전히 뒤덮으며 연결되자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동속도 : +15% 공격 속도 : +15%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팔과 다리의 속도!
-만복도의 감소 속도 : -30(60)% 환경 적응력 : +30(80)% 낙하 대미지 : -40%
-탄력도 : +15% 스킬 사용 보너스 : +20%
뒤이어 파츠가 복부와 가슴, 등을 감싸며 연결되자 각종 저항력이 증가했다.
그리고 30여 개의 작은 파츠가 마치 블록을 쌓아 올리는 것처럼 등의 중심, 척추를 따라 장착되자 양쪽으로 갈라져 있던 상체 갑주가 바짝 조였다.
-힘 : +45% 민첩 : +45% 체력 : +35% 지혜 : +10% 지능 : +30% 운 : +50%
그때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신체 능력!
그렇게 척추를 따라 연결되는 파츠가 목까지 도달하자 뒤로 젖혀 있던 늑대 형상의 헬멧이 튕겨 올라와 머리에 씌워졌다.
-배틀슈트 <비스트 Lv.2>를 장착했습니다!
퍼펑-!
모든 파츠가 장착되어 한 벌의 갑주가 완성되자 붉은 빛이 전신을 휘감으며 회전하다가 퍼져 나갔다. 이것이 배틀슈트를 장착할 때 발생하는 충격파!
“자아…….”
충격파가 주위를 휩쓸며 퍼져 나가자 늑대 형상의 헬멧 위로 한 쌍의 붉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크의 입가에 맺혀 있던 미소는 그대로 늑대의 미소가 되었다.
이와 함께 자신감도 UP! UP! UP!
“기갑무장 완료!”
아크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씨익 웃었다.
그러나 정작 P-301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뭐냐? 대체 뭐냐고! 멍청한 놈들, 모르겠나? 나야말로 네놈들의 창조주! 네놈들이 섬겨야 할 신이다! 네놈들의 존재 이유는 오직 그것! 내 명령을 따라야 한단 말이다!
아직 문어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정한다!
-그렇다! 우리는 그저 똥이나 받아먹는 똥돼지가 아니다!
-자유! 자유를 위해서!
그러나 그런 P-301의 태도는 문어들의 반항심(?)만 키울 뿐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크랩, 크릴 따위의 몬스터들과 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였다.
덕분에 P-301은 돌아 버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저런 병신 같은 놈들이…… 음?
이를 박박 갈아붙이던 P-301이 비스트의 충격파를 감지하고 시선을 돌린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뒤늦게 갑자기 검은 늑대의 모습으로 변한 아크를 발견했다.
그런 변화에 의문이 들 법도 하지만, 이미 뚜껑이 날아가 버린 P-301에게 그따위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냥 모든 상황이 다 짜증스러울 뿐이다.
-또 뭐냐? 네놈은! 대체 뭐냐고!
“아크다.”
아크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뭐 P-301이 딱히 이름이 궁금해서 소리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아크는 백색 검광을 뿜어 올리는 이퀄라이저를 들어 올리며 부연 설명을 붙여 주었다.
“너를 박살 낼 사람이지.”
-감히…….
P-301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벌레나 다름없는 하찮은 놈이 누구 앞에서 그따위 소리를 지껄이는 것인가! 이 몸은 P-301! 곧 이 은하계를 지배하게 될 신세기의 신이다! 고작 그따위 짐승 가죽 하나 뒤집어썼다고 너 같은 하찮은 놈이 이 몸과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지.”
-이놈이 끝까지!
깔끔한 아크의 대답에 P-301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덕분에 한층 더 악마 같은 형상이 되었다.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사실 처음의 맨들맨들한 얼굴보다는 그편이 훨씬 잘 어울린다, 특히 얼굴 주위에서 뻗어 나와 있는 4개의 촉수와.
그때 수십 미터에 달하는 그 촉수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솟아오르며 P-301의 성난 고함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네놈부터 죽여 주마!
텅-!
그러나 먼저 움직인 것은 아크였다.
발이 바닥을 내리찍자 눌려 있던 용수철이 튕기듯 아크의 몸이 폭발적인 속도로 뻗어 나갔다. 그 뒤로 백색 검광의 잔상이 길게 늘어지며 따라붙었다.
“소닉 소드!”
활처럼 휘어지며 날아가는 검기!
타깃은 당연히 딱 봐도 ‘여기가 약점!’이라고 적혀 있는 것과 같은 P-301의 얼굴! 그러나 검기는 근처에 도달하기도 전에 폭발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이따위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이런 대사를 나불대는 P-301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촉수. 두께가 수 미터에 달하는 촉수다.
그런 것이 얼굴 주위에 4개나 붙어 꾸물거리니 달리 방어 자세를 취하지 않아도 검기를 쑤셔 넣을 공간조차 찾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거다!”
이퀄라이저가 포물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그 궤적을 따라 부챗살처럼 펼쳐지는 수십 개의 검영!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 소드!”
그리고 무수한 검영을 만들어 내는 이퀄라이저가 P-301의 얼굴을 향하는 순간! 수십 개의 검영이 각기 다른 궤도로 움직이며 P-301을 향해 폭사되었다.
콰콰콰콰! 콰콰콰콰!
하나가 폭발하면 바로 뒤이은 검영이, 그리고 그 뒤를 이은 또 다른 검영!
상하좌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광이 일어나자 거대한 P-301의 얼굴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아니, 일대를 뒤덮은 폭광이 흩어진 뒤에도 보이지 않았다.
“……칫!”
아크가 살짝 입술을 비틀었다.
그 앞으로 보이는 것은 촉수. 거대한 촉수 4개가 사선으로 얽히자 마치 성벽처럼 변해 P-301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검영이 박힌 곳은 그 촉수.
뭐 그거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생각할 것도 없이 P-301의 약점은 저 재수 없는 대가리다.’
그러나 촉수의 반응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P-301은 보는 바와 같이 약점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벽에 박혀 있어 움직이지도 못한다. 때문에 그만큼 촉수를 이용한 방어 능력이 발달된 모양이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하지만 촉수도 결국 P-301의 몸, 따지고 보면 팔과 같은 것이다. 당연히 얼굴보다는 단단하겠지만 그것도 몸의 일부인 이상 적든 많든 대미지는 받겠지.’
아크의 예상은 정확했다.
-P-301 생명력 : 99.7%
딱 0.3%만큼!
공격이 모두 적중한다는 가정하의 얘기지만, ‘갤럭시 소드’는 일격에 가장 많은 대미지를 뽑을 수 있는 스킬이다.
그리고 다 적중했다. 그런데 0.3%다.
다시 말해 100÷0.3=333.333…….
촉수를 공격해 P-301을 쓰러뜨리려면 ‘갤럭시 소드’만 334번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도 비스트에 의해 각종 능력치가 뻥튀기 된 상태에서!
뭐 그것도 P-301이 334번 두들겨 대는 동안 얌전히 있을 때의 얘기지만…….
-……이제 알겠나?
좌우로 갈라지는 촉수 너머에서 P-301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네놈과 나는 격이 다른 존재다. 나는 신! 벌레나 다름없는 네놈을 이 몸이 직접 상대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 아랫것들에게 맡길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없지. 영광으로 생각하며 뒈져라!
P-301의 고함과 함께 촉수가 돌풍을 일으키며 날아왔다.
‘빌어먹을, 이건 좀 너무하잖아!’
아크는 뒤이어 벌어지는 장면이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었다.
대체로 특수 능력을 가진 몬스터는 그 특수능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본체는 약하다는 것이 정석이다.
그리고 P-301은 특수 능력만 놓고 보면 최상급!
다른 몬스터들과 패싸움을 벌이는 문어들 탓에 봉인된 셈―불러내는 족족 배신을 때리니까―이지만 엄청난 속도로 몬스터를 찍어 내는 P-301의 능력은 압도적!
아마도 P-301에게 디스트로이Destroy 등급이 붙어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리라.
디스트로이는 공격대 정도는 돼야 상대할 수 있는 보스라는 뜻. 그리고 실제로 P-301의 몬스터 생산 능력이 봉인되지 않았다면 공격대라도 상대하기 힘들 것이다.
아니, 뭐 어쨌든!
처음으로 돌아가서, 특수 능력이 그 정도로 강하면 본체는 좀 약한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자칭 신이라고 주장하는 P-301은 그 정도 상식도 없었다.
‘갤럭시 소드’를 334번이나 버티는 촉수의 무지막지한 방어력도 그렇지만 더 몰상식한 것은 공격력!
위이이잉! 콰콰쾅!
광장을 통째로 뒤흔드는 굉음!
촉수가 내리치자 돌로 된 바닥이 움푹 주저앉으며 균열이 벌어지는 것이다. 뭐 직접 맞아 본 적은 없으니 공격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맞으면 골로 간다!’
이런 확신이 들게 해 주는 장면이었다.
그런 촉수가 하나도 아니다. 4개나 있는 것이다.
“몰상식한 놈!”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콰쾅! 콰쾅! 콰쾅! 콰콰콰콰!
-보아라, 어리석은 자여! 이것이 신의 힘이다!
P-301은 아크의 항의를 무시하며 연속적으로 촉수를 내리쳤다. 그때마다 광장이 흔들리고 바닥이 쩍쩍 갈라졌다.
P-301이 떠들어 대는 것처럼 신의 힘까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재해 수준의 파괴력이었다.
문제는 촉수만이 아니었다.
-대미지 16!
-대미지 19…….
“젠장, 이건 또 뭐야?”
아크가 자잘하게 들어오는 대미지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 대미지는 탄환 같은 속도로 날아와 비스트의 갑주에 박히는 돌 파편이었다. 촉수가 내리칠 때마다 이런 돌 파편이 산탄처럼 터져 나오는 것이다.
뭐 걱정할 수준의 대미지는 아니지만.
“영혼의 질주!”
아크가 촉수를 피해 몸을 굴리며 소리쳤다.
동시에 발에서 흘러나와 몸을 뒤덮는 검은 기운!
그 기운에 뒤덮이자 주르륵 떠오르던 붉은 메시지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바로 발사체의 공격을 50% 확률로 무시하는 신기 팬텀 슈즈의 옵션 스킬 ‘영혼의 질주’ 효과였다.
‘뭐 어차피 불평을 해 봐야 의미 없는 짓이고!’
아크가 쉬지 않고 몸을 날리며 머리 위에서 꾸물거리는 촉수를 바라보았다.
설마 레벨 200대의 아크가 진짜 한 방에 골로 갈리는 없지만, 단숨에 전황을 바꿔 놓을 만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단 일격에!
한순간의 방심이나 실수로 퀘스트와 해저 신전에서 쌓은 경험치,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당연히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지만.
‘의욕이 생기는데?’
아크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되레 그 반대였다.
100%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적! 거기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
의자에 슬라임처럼 늘어져 마우스나 까딱거리던 유저 앞에 갑자기 강한 적이 나타나면 몸을 일으키고 의자를 바짝 당겨 앉는다. 그리고 온 신경을 집중하며 바쁘게 손을 움직인다.
이건 어찌 보면 귀찮은 일이지만 달리 말하면 그것이 바로 게임의 재미!
그리고 그것을 재미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이겨야지!’
“나와라, 샤이어! 룬 문자 각인술, 쿠엠라돈!”
빛에 물든 아크의 손이 허공에 기하학적인 문양을 새겨 넣었다. 그 문양이 완성되자 한 줄기 빛이 상공으로 솟아 폭죽처럼 터졌다.
그리고 떠오르는 빛나는 눈동자!
아크의 눈과 링크되어 주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게 해 주는 천공의 눈! ‘쿠엠라돈’을 발동시키자 촉수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선만 파악할 수 있다면!’
사실 촉수는 채찍 같은 형태로 움직이는 것치고는 움직임이 둔했다. 그럼에도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며 피해 왔던 이유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길이가 수십 미터에 달하는 촉수다.
그런 것이 시야에 다 넣을 수도 없는 넓은 광장에서 종으로 횡으로, 심지어 천장에 닿을 정도의 높이에서 움직이니 동선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어느 정도 거리까지 접근한 뒤에야 대응이 가능했다. 뭐 그래도 어찌어찌 피할 수는 있었지만.
‘쿠엠라돈’이 발동되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콰쾅! 사사삭!
이게 이전의 상황이라면.
사사삭! 콰쾅!
이게 ‘쿠엠라돈’이 발동된 뒤의 상황.
무슨 말이냐면, 이전에는 촉수가 내리치기 직전에야 몸을 날리며 피했지만, 지금은 이미 아크가 피하고 나서야 촉수가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쿠엠라돈’ 덕분에 촉수가 공격 궤도로 들어서자마자 타격 위치를 예측하고 몸을 날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촉수가 바닥을 내리쳤을 때는 이미 공격 범위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
당연히 돌 파편에도 맞을 일이 없었다.
“소닉 소드!”
뿐만 아니라 틈틈이 반격할 여유도 생겼다.
그러나 P-301은 신이라고 떠들어 대는 것치고는 은근히 겁이 많은 놈이었다. 쉬지 않고 바닥을 내리치면서도 항상 촉수 1~2개는 얼굴 근처에 대기시켜 두고 있었다.
-이따위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
당연히 방어를 위해서였다.
P-301의 얼굴은 벽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니 공격하기는 쉬웠다. 그러나 그건 아크의 공격 궤도도 뻔해서 P-301이 막기도 쉽다는 뜻도 되었다.
그러나 P-301의 공격도 소득 없기는 마찬가지.
-이런 벌레 같은 놈!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생각이냐?
촉수가 번번이 애꿎은 바닥만 박살 내자 P-301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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