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02)
아크 더 레전드-602화(602/875)
[602] space 1. 신의 정체 (2)“도망만 다니지 않으면 뭐? 때려 달라는 거냐?”
-뒈지라는 말이다!
P-301이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촉수를 내리쳤다.
당연히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었다.
그러니 또다시 사사삭! 아크는 여유 넘치는 동작으로 피했지만 당연히! 아크 역시 도망만 다닐 생각은 없었다.
아니, 짜증은 P-301이 내고 있지만 사실 더 마음이 급한 사람은 아크였다. 그건 앞에서 이를 박박 갈아 대는 P-301보다 뒤쪽의 상황 때문이었다.
‘아직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는 것은 아크를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 그 뒤에서 대게나 새우 같은 해산물과 뒤엉켜 비린내 나는 패싸움을 벌이는 문어들을 두고 한 말이다.
이 문어들은 이전의 자렌족이 아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갑자기 중무장(?) 상태가 돼 버린 것이다. 거기에 인심 후한 P-301이 그런 중무장 문어를 60마리나 만들어 주었다.
그때 남아 있던 크랩 등의 몬스터는 50마리.
덕분에 전투가 시작될 때는 크랩 등이 밀리는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지금은 문어들이 밀리고 있었다.
‘대체 왜 저렇게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렌족은 적어도 R-14를 나서기 전까지는 평범한 문어였다. 갑자기 돌연변이를 일으켰어도 역시 알맹이는 문어. 그것도 몇 달 전까지는 R-14의 파이프를 기며 걸레질이나 하던 문어들이다.’
크랩 등과는 출신(?) 성분이 다른 것이다.
전투가 길어지자 그 출신 성분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크는 이 상황을 그렇게 해석하고 있었지만, 실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헉헉헉, 수, 숨 차!
-젠장, 몸이 왜 이렇게 무거운 거야?
-정말 그걸 몰라서 묻냐? 네 몸을 봐라. 여기 올 때보다 3배는 커졌잖아. 이렇게 살이 붙었는데 힘들지 않을 리가 없잖아.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다이어트를 해 두는 건데.
-헉헉! 젠장, 명색이 문어가 스테미너 부족이라니…….
이런 이유였다!
-우리는 똥돼지가 아니다!
이런 소리를 질러 댔던 주제에, 매일 고래의 똥(?)으로 배를 빵빵하게 채우며 빈둥거린 문어들은 하나같이 운동 부족과 영양 과다로 비만 문어가 돼 버린 것이다.
덕분에 자유를 외치며 파이팅 넘치게 싸움을 시작했지만 불과 몇 분 만에 스테미너가 급다운!
뭐 거기까지는 아크가 알 바 아니지만.
어쨌든 문어들이 그나마 ‘그럭저럭’ 버티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바사크 덕분이었다.
-형님의 명령으로 내가 왔다! 돌진! 폭쇄! 폭쇄!
헐떡거리는 문어들 사이를 질주하며 몸으로 크랩과 크릴을 들이받는 바사크!
그러나 바사크만으로 전황을 바꾸기는 무리였다.
그리고 바사크가 스킬을 발동시킬 때마다 줄어드는 것은 아크의 포스다.
-골렘이 ‘돌진’을 사용했습니다. (포스 -200)
-골렘이 ‘폭쇄’를 사용했습니다. (포스 -100)
덕분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포스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뭐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은 없다. 그리고 시간을 끌 이유도 없지.’
시선을 돌린 아크가 씨익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제 촉수의 움직임은 어느 정도 적응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반격이다!’
-이 자식, 쥐새끼처럼 도망만 다니지 말고 덤비란 말이다!
“그러지, 브레이크키네시스!”
아크가 꽥꽥대는 P-301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순간 헬멧 위로 떠오른 붉은 늑대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퍼펑-!
동시에 P-301은 눈앞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단지 시선만으로 예비 동작도 없이 공간을 폭발시켜 스플레시 대미지를 주는 엘림의 비기 ‘브레이크키네시스’! 아쉽게도 공격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큭! 뭐, 뭐냐?
P-301이 당혹성을 터뜨리며 눈을 감았다.
동시에 쉬지 않고 바닥을 내리치던 촉수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말 그대로 눈 깜빡할 시간이었지만 아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룬 문자 각인술! 화이람! 이모탈!”
빠른 속도로 허공을 누비는 아크의 양손에서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졌다. 그 문양이 중심으로 모여 겹치는 순간!
“어스퀘이크!”
쿠쿠쿠쿠! 콰콰콰쾅!
허공에서 거대한 다리가 나타나 촉수를 내리찍었다.
바닥을 내리치고 떠오르던 촉수는 그 발에 눌려 다시 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 거인의 발이 사라지기 직전, 아크는 짐승 같은 몸놀림으로 촉수 위로 올라탔다.
-이, 이놈이 무슨? 떨어져라!
P-301이 인상을 쓰며 촉수를 흔들었다.
‘집중이다!’
순간 아크가 이퀄라이저를 집어넣고 자세를 낮춰 진짜 늑대처럼 네 발로 촉수의 표피를 짚으며 엎드렸다.
순간 물결 모양으로 흔들리는 촉수!
촉수에 올라탄 아크는 그 움직임에 따라 아래로 확 떨어졌다가 튕겨 오르는 촉수에 떠밀려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크크크, 멍청한 자식!
P-301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
그러나 그 웃음은 불과 1초도 되지 않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아크가 허공에서 고양이처럼 몸을 회전시키며 다시 촉수 위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뭐 저런…….
이에 P-301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확실히 다르다!’
아크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미소가 번졌다.
아크는 하이퍼드론이 비스트로 바뀐 뒤부터 때때로 묘한 감각을 느낄 때가 있었다.
원래 몸이라는 건 뜻대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몸의 무게, 그리고 중력이다. 이 때문에 누구라도 중심을 잃으면 넘어질 수밖에 없다.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컨트롤은 할 수 없지만 그 역시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건 아크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비스트를 입고 있으면 몸을 컨트롤하기가 몇 배나 쉬워졌다. 당연히 바닥에 처박혀야 할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고 버틸 수 있었다.
그런 감각이 느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그 감각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이번의 곡예 같은 동작으로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무게중심이 상황에 맞춰 이동하고 있다!’
몸을 컨트롤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게중심의 이동.
이는 모든 사람이 본능적으로 익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덤블링 같은 고난이도 동작이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무게중심을 상황에 맞춰 빠르게 이동시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비스트를 입고 있으면 그게 자동으로 된다.
뛰어오르고 싶으면 무게중심이 위로, 자세를 안정시키고 싶으면 무게중심이 아래로.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면 비스트가 알아서 무게중심을 이동시켜 주는 것이다.
아크가 곡예 같은 동작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가 그것!
물론 그것도 운동으로 다져진 운동신경이 있었기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비스트의 이런 기능은 아크의 운동 능력을 ×2, ×3으로 향상시켜 주는 것이다.
이게 정보창에 나와 있지 않은 비스트의 숨겨진 기능!
‘뭐 오뚜기 장치라고 이름 붙이면 될라나?’
절망적인 작명 센스지만 어쨌든!
-뭐, 뭐야 이 자식? 떨어져! 떨어지란 말이다!
아크의 움직임에 당황한 P-301이 고함을 질러 대며 촉수를 흔들었다.
그때마다 촉수가 상하좌우로 요동쳤지만 다년간의 무술 수련으로 단련된 운동신경에 ‘오뚜기 장치’가 더해지자 아크는 놀라운 균형 감각을 선보이며 버텨 냈다.
아니, 버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요동치는 촉수 위를 질주했다. 촉수의 뿌리 쪽을 향해! 아니, P-301의 얼굴을 향해!
-이놈이!
쿠콰콰콰! 쿠콰콰콰!
아무리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자 P-301은 다른 촉수로 아크가 뛰어오는 촉수를 휘감고 훑어 내리기 시작했다. 촉수의 표피를 긁으며 아크를 향해 밀려오는 또 다른 촉수!
그때 아크의 가슴을 덮고 있는 장갑이 좌우로 벌어졌다.
“무장?결박!”
동시에 뻗어 나오는 빛의 실, 광사光絲!
아크는 타고 있던 촉수에서 뛰어내리며 광사로 그 촉수를 휘감았다. 그러자 아크의 몸이 넝쿨을 잡으며 날아가는 타잔처럼 포물선을 그리는 광사를 따라 상승하더니 다시 촉수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 이런…….
당황한 P-301의 얼굴까지는 불과 수 미터!
“이제 반격의 시간이다.”
아크가 허리에 차고 있던 이퀄라이저를 들어 올리며 음흉한 미소를 떠올렸다.
“소닉 소드!”
퍼펑-!
-크아아아아!
폭발하는 검기! 터져 나오는 비명!
칼날 같은 섬광이 가로지르자 P-301의 얼굴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P-301 생명력 : 96.4%
‘예상대로다.’
아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P-301은 레벨 160~170짜리 몬스터를 타스 단위로 찍어 내는 특수 능력에, 무지막지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겸비한 촉수를 4개나 가지고 있었지만 세상에 완벽은 없다.
뭐라도 부족한 것이 있기 마련이고 P-301의 경우에는 그게 면상의 방어력이었다.
일격에 4%가 넘는 생명력이 깎여 나가는 것이다.
-이, 이놈이 감히……!
얼굴에 칼자국이 그어져 한층 더 흉악하게 변한 P-301이 살벌한 눈으로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래서 아크는 밉살스러운 표정으로 말해 주었다.
“원래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거야. 봐, 한결 사나이다운 얼굴이 됐잖아. 아, 너는 몬스터를 쑴뿡쑴뿡 뽑아내는 재주가 있으니 여자인가? 그럼 미안하게 됐는걸. 뭐 그래도 팰 거지만.”
-죽여 버리겠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군.”
파직! 파지지지지!
아크가 피식 웃으며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다시 백색 검광이 번뜩였다. 바로 눈앞에서 날아오는 공격이었지만 P-301은 피할 수 없었다.
벽에 박혀 있으니까!
이퀄라이저 스파크를 일으키며 지나가자 ‘\’의 흉터 위에 하나가 더해져 ‘X’가 되었다.
“이제 알겠냐?”
아크가 P-301을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넌 이제 X 된 거야.”
-크윽! 이, 이놈이 감히!
P-301이 격렬하게 촉수를 흔들어 대며 소리쳤다.
그러나 아크에게 그런 것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촉수는 P-301의 얼굴을 둘러싸는 형태로 솟아 나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아크는 벽에 고정되어 있는 부분을 밟고 서 있었다. 다시 말해 구조상 P-301이 아무리 촉수를 휘둘러 봤자 아크가 있는 자리는 거의 움직임이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촉수가 직각으로 꺾이지 않는 이상 바로 앞에서 검을 휘둘러 대는 아크의 공격을 막을 수도 없었다.
‘뭐 그래도 공격은 할 수 있겠지만…….’
-버러지 같은 놈이!
위이이잉! 콰쾅!
-컥!
-P-301 생명력 : 72.3%
“진짜 공격할 줄은…….”
아크가 황당한 표정으로 피멍 같은 자국이 새겨진 P-301을 바라보았다. 이건 아크가 한 짓이 아니다.
P-301의 자해다.
아크가 눈앞에 있다고 제 얼굴을 향해 촉수를 휘둘러 댄 것이다. 게다가 자기 힘도 모르고 완전 풀스윙! 넘치는 의욕으로 제 생명력을 25% 가까이 깎아 놓았다.
“생선을 데리고 은하계를 정복하겠다고 떠들어 댈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이건 뭐 코미디도 아니고…….”
-이, 이놈이 감히!
그래 놓고 아크를 노려본다.
“너, 뭐랄까…… 보기보다 재미있는 놈이지만…….”
아크가 이퀄라이저를 고쳐 잡으며 씨익 웃었다.
“그래도 죽어 줘야겠다.”
-건방진 놈이…….
“무장?결박! 우라라라, 피어싱!”
P-301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소리치는 순간, 아크는 맞은편의 촉수를 광사로 휘감았다. 그리고 몸을 날려 째리는 P-301의 얼굴 앞을 스쳐 지나가며 검광을 뿜었다.
퍼펑! 파지지지지!
그 궤적을 따라 P-301의 얼굴을 가로지르는 스파크!
-크아아아아! 이, 이놈! 이놈! 이놈!
P-301은 비명을 터뜨리면서도 숨지도, 피하지도 못했다.
얼굴이 벽에 박혀 있는 신세라 이런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은 인상을 쓰고, 째리고, 이를 갈아붙이는 것뿐. 그러나 뭐 하나도 아크의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었다.
물론 나름대로 반항은 했다.
이미 쓴맛을 본 뒤라 무식하게 풀스윙으로 얼굴을 향해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파리를 쫓듯이 얼굴 앞에서 촉수를 휘둘렀다. 그러나 그런 촉수에 맞을 아크였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으리라.
아크는 번뜩이는 속도로 촉수 사이를 날아다니고.
퍼퍼퍼펑! 파직! 파지지지!
그때마다 P-301의 얼굴에서는 여지없이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새로운 상처가 더해졌다.
완전히 아크의 페이스!
아크는 꽥꽥 소리치는 P-301의 면상 앞을 왕복하며 인정사정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그때마다 푹푹 깎이는 P-301은 순식간에 50% 밑으로 떨어졌다.
‘낙승이다!’
아크가 승리를 확신할 때였다.
-이, 이놈! 용서하지 않겠다! 이로 인해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해도! 아니, 설사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기필코 네놈의 살과 뼈! 영혼까지 씹어 삼키고야 말리라!
P-301이 누더기가 된 얼굴로 소리쳤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뭘.”
그러나 아크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억울하겠지. 장래 생선들을 앞세우고 은하계를 정복할 예정이지만, 아직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이리 얻어맞고 있으니, P-301 입장에서는 꽤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몬스터의 입장 따위, 알 게 뭐냐?
그딴 것에 신경 쓴다고 경험치가 오르지는 않는 법.
안타깝지만 유저의 경험치는 폭력에 통해서만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라는 생각으로 아크가 다시 이퀄라이저를 들어 올렸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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