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03)
아크 더 레전드-603화(603/875)
[603] space 1. 신의 정체 (3)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돌연 P-301이 박혀 있는 벽에 균열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앞으로 밀려나오는 P-301의 얼굴! 아니, 밀려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 뒤를 따라 솟구쳐 나오는 것은 촉수! 다른 촉수의 2배는 되어 보이는 촉수였다.
“뭐, 뭐야? 저 얼굴도 촉수에 붙어 있는 거였어?”
벽에서 뽑혀 나와 멀어지는 P-301을 바라보는 아크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그러나 그건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콰쾅! 콰콰콰콰!
P-301의 얼굴이 쭉 뻗어 나가자 벽이 폭발하듯이 터져 나갔다. 그와 함께 촉수를 광사로 휘감고 매달려 있던 아크의 몸이 앞으로 확 이동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크가 이동한 것이 아니었다.
P-301의 몸!
벽을 허물며 광장으로 나오는 것은 거대한 구더기 같은 형태의 몬스터였다. 4개의 촉수도, 그리고 방금 전에 솟아난 P-301의 얼굴이 붙어 있는 새로운 촉수도, 모두 그 거대한 구더기 같은 몸에 붙어 있었다.
이게 P-301의 본체!
“컴퓨터 같은 것이…… 아니었던 거야?”
새로운 전투 생물을 만드는 시스템, 그리고 P-301이라는 이름. 이에 아크는 지금까지 P-301이 일종의 기계 생명체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벽에 붙어 있는 것도 대강 그런 이유. 그런데 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란 말인가?
그때 앞쪽으로 뻗어 나간 촉수가 길게 휘어지며 P-301의 얼굴이 다가왔다.
-버러지 같은 놈…….
낮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
순간 누더기처럼 변한 P-301의 얼굴에 쩍쩍 균열이 번지며 갈라졌다.
마치 가면 같은 얼굴이 떨어져 나가고 새로 나타난 붉은 얼굴은 수천, 수만 마리의 구더기가 붙어 있는 것처럼 꾸물거리고 있었다. 그 흉측한 얼굴의 아랫부분이 좌우로 갈라지며 쩍 벌어졌다.
톱니 같은 송곳니가 목구멍까지 돋아 있는 아가리였다.
-주제도 모르고 감히 신에게 대적한 죄! 감히 신의 몸에 상처를 입힌 죄! 네놈의 살과 피, 영혼으로 대가를 치러야 하리라!
씹어 삼키겠다는 말, 농담이 아니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소닉 소드!”
아크는 광사를 끊고 구더기 같은 몸으로 떨어지며 검기를 뿜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좀 전까지의 P-301은 칼로 죽죽 그어 대도 그냥 꽥꽥 비명을 지르며 맞아 주는 착한 놈(?)이었지만 지금 그 머리는 촉수 끝에 붙어 있는 것이다.
-후, 웃기는군.
P-301의 얼굴이 위로 상승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아크는 공격할 방법이 없어졌다.
천장을 바라보듯이 머리를 수직으로 치켜 올리자 공격할 각도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아크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입술을 추어올리며 이퀄라이저를 휘둘렀다.
“이건 네 몸이 아니냐? 갤럭시 소드!”
이퀄라이저의 궤적을 따라 떠오르는 수십 개의 검영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퍼져 나갔다. 그 검영이 박히며 폭발하는 것은 아크가 올라타고 있는 P-301의 몸통!
콰콰콰콰! 콰콰콰콰!
작렬하는 섬광이 아크가 서 있는 자리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그러나 흩어지는 폭광 사이로 드러나는 P-301의 회색 몸통 위에는 살짝 긁힌 자국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깎여 나간 생명력은 불과 0.5%.
“몸 전체가…….”
촉수와 같은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그건 다시 말해…….
위이이잉! 콰콰콰쾅!
그때 바람을 가르며 날아와 내리치는 촉수!
아크가 얼굴에 붙어 있을 때는 자폭이었지만, 몸통도 촉수와 같은 표피로 덮여 있다면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덕분에 아크는 촉수를 피해 P-301의 몸통 위에서 뛰고 구르다가 결국 경사면으로 미끄러지며 떨어졌다.
“아스트랄의 비행!”
그리고 망토를 펼쳐 낙하 속도를 줄이며 바닥에 내려섰다.
아크는 지금까지 P-301로부터 직접 대미지를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대미지를 받은 것은 놈이 불러낸 졸개와 싸울 때, 그리고 돌 파편 정도였다.
덕분에 아직 생명력이 70%나 남아 있었다.
반면 P-301의 남은 생명력은 45% 정도. 생명력만 비교하면 아직 월등히 우세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이런 놈을 무슨 수로…….”
P-301을 올려다보는 아크의 얼굴에 절망의 빛이 번졌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그건 아크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포기하지 마라! 자렌족의 미래를 위해서! 포기…….
몬스터 무리와 싸우는 문어들을 향해 소리치던 부룸이 벽이 무너져 내리는 굉음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밖으로 나온 P-301을 목격하는 순간, 흥분으로 붉게 상기되어 있던 머리통이 시커멓게 변하며 툭 튀어나온 주둥이로 먹물이 질질 흘러나왔다.
-뭐, 뭐야? 저게?
-구더기 괴물! 구, 구더기 괴물이다!
-끝장이다! 저런 괴물까지 나왔는데 무슨 수로 여기를 탈출해? 이제 우리는 죽었어! 다 죽었다고! 빌어먹을, 나오는 게 아니었어! 그냥 똥돼지로 살았어야 했어!
-맞아, 그게 저런 괴물의 똥이 되는 것보다는 나아!
공황상태에 빠진 문어들이 머리통을 부여잡고 떠들어 댔다. 뭐 기분은 이해하지만, 그런 문어들의 행동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었다.
-그래, 네놈들…….
덕분에 P-301의 눈동자가 문어들을 향해 움직여 버린 것이다.
-내가 준 생명과 힘으로 적을 돕는 멍청한 실패작들! 애초에 네놈들 같은 실패작만 나오지 않았어도 이 몸이 저따위 버러지 같은 놈에게 상처를 받을 일도 없었겠지. 그리고 그런 실패작들을 선동한 것은 바로 네놈!
P-301의 촉수가 부룸을 향해 뻗어 나갔다.
그러나 부룸은 여전히 얼빠진 표정으로 먹물만 질질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충격에 휩싸인 아크의 표정도 부룸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촉수가 날아가는 장면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헉! 안 돼! 비스트패스트!”
아크가 반사적으로 몸을 회전시키며 소리쳤다.
아크조차 감당하지 못해서 봉인시켜 놓은 비스트의 돌진 스킬 ‘비스트패스트’!
그 금기의 스킬을 발동시키자 바닥을 밟는 다리의 허벅지에 풍선처럼 부풀었다. 그리고 다리를 펴는 순간, 허벅지에 응축되어 있던 힘이 발을 통해 뿜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아크는 한 줄기 섬광으로 변해 부룸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말했듯이, ‘비스트패스트’의 가속은 아직 아크조차 적응하지 못하는 속도였다. 그리하여 그대로 부룸과 충돌!
-컥! 뭐……!
부룸이 먹물을 토하며 날아갔다.
그와 함께 뚝 떨어지는 부룸의 생명력!
만약 부룸의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면 이것으로 확실하게 저세상의 문어가 되었으리라.
그러나 부룸만큼은 아니라도 대미지를 받은 것은 아크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상을 비행했다라는 표현을 써야 할 정도의 속도로 부룸과 충돌한 아크는 궤도가 꺾이며 반대쪽으로 튕겨 날아갔다.
그래도 일단 부룸을 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쿠콰콰콰콰콰!
바닥을 긁으며 아크를 향해 날아오는 촉수!
아크가 부룸을 멀리 튕겨 내자 빈 공간을 내리친 P-301이 그대로 바닥을 휩쓸 듯이 촉수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아직 몸도 일으키지 못한 아크를 향해서.
피하기는 무리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막는다!’
“무장?마인드 실드!”
앞쪽으로 작은 육각형 모양의 실드 2장이 떠올랐다.
몸 전체를 감싸는 마인드 실드가 응축되어 만들어진 이지스! 작아진 크기와 달리 방어력은 마인드 실드의 몇 배로 증폭된 실드였다. 그러나 촉수와 충돌하는 순간, 2장을 겹쳐 놓은 이지스가 허무할 정도로 쉽게 부서지며 흩어졌다.
“아직이다! 돌아와라, 바사크!”
아크가 왼팔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순간 문어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푸른빛이 날아와 손목에 휘감기며 펼쳐졌다. 바이우스 실드! 그 순간, 바닥을 긁으며 날아온 촉수가 실드와 충돌했다.
쩌쩌쩌쩡! 콰콰콰콰!
접점에서 파열음이 울리며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아크를 덮친 촉수는 그대로 수십 미터를 더 날아가 맞은 편 벽을 들이받았다.
그리고 아크는…….
SPACE 2. ¤∈◇? ¤∈∋? (1)
‘버텨 냈다!’
자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레벨 200대의 아크다. 아직 생명력도 70%나 남아 있었다.
한 방만 제대로 맞아도 골로 간다는 확신이 팍팍 드는 P-301의 촉수지만 설마 진짜 한 방에 박살 나기야 하겠는가.
버텨 냈다는 것은 촉수를 막고 있는 바이우스 실드.
이전에는 그저 그런 공격도 서너 방을 버티지 못했다.
하물며 이런 무지막지한 공격!
촉수가 들이받는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실드가 부서지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런데 부서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압박을 가하는 촉수를 막아 내고 있었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강해졌으니까!
아니, 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바사크의 성장은 곧 바이우스 실드의 성장. 그러나 지금까지는 항상 바사크를 소환하고 있어 실드를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때문에 실감하지 못했는데 엄청난 위력의 촉수를 막아 보니 비로소 실감이 되었다.
‘빡 세게 노가다 한 보람이 있었다!’
……라는 것이!
그러나 기뻐할 때가 아니었다.
-대미지 549!
촉수에 떠밀리며 벽에 처박혔을 때 받은 대미지다.
이지스, 거기에 바이우스 실드까지 동원해 방어막을 펼쳤는데도 무시할 수 없는 대미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대미지가 아니었다.
지직! 지지지지!
-5,800…… 5,700…… 5,600…….
실드 표면에 굵은 균열이 번지며 에너지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크를 밀어붙여 벽에 처박은 촉수는 지금도 엄청난 힘으로 실드를 찍어 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실드의 에너지가 대신해 주고 있지만 이마저 깨지면 다음은 아크다.
아마…… 아니, 확실히 토마토처럼 으깨지리라.
그러나 촉수와 벽 사이에 꽉 끼인 상태라 손가락 하나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나오는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망했다!’
-훗, 그건 건가?
P-301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이제 좀 알 것 같군. 네놈, 저 실패작들과 뭔가 관련이 있었군.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재료가 된 것들과 관련이 있었다고 해야 맞겠지.
P-301이 문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저놈들이 내게 저항하는 것은 역시 납득하기 힘들군. 너와 관련이 있었다 해도 나를 통해 재창조되면 전생의 기억 따위는 남아 있지 않을 텐데…… 뭐, 그런 거야 일단 네놈을 으깨 버린 뒤에 저놈들을 해부해 보면 답이 나오겠지.
-해, 해부…….
이어지는 P-301의 말에 허옇게 질린 문어들의 주둥이에서 먹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크에 이어 문어들에게도 사망 선고를 내린 P-301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실로 멍청하기 짝이 없는 놈이군.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나를 쓰러뜨릴 가능성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는 것은 네놈뿐이었다. 그런데 저따위 놈 하나 구하자고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다니.
-핫!
P-301의 말에 부룸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황망한 표정으로 촉수에 눌려 있는 아크를 돌아보았다.
사실 느닷없이 아크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날아간 부룸은 이때까지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P-301의 말을 듣고 나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한 것이다. 아크가 아니었다면 저 촉수에 꾹꾹 눌리는 것은 바로 부룸, 자신이라는 사실을.
-아, 아크! 자네…….
부룸의 눈에 감동의 물결이 파도쳤다.
-부룸의 호감도가 300 상승했습니다!
동시에 수직선을 그리며 치솟는 부룸의 호감도! 그러나…….
‘아니야!’
아크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물론 문어들의 목숨은 아크에게도 소중하다.
그러나 아크는 세상 무엇보다 자기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목숨을 걸고 부룸을 구한 이유가 그것!
‘아직 P-301이 불러낸 몬스터들은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몬스터를 막아 주는 문어들이 당해 버리면 승산은 없어.’
그게 아크가 비스트를 입자마자 속공을 펼친 이유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P-301의 이목이 문어들에게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
부룸을 구한 이유 역시 같은 맥락.
힘들게나마 버티던 문어들도 장로 부룸이 죽어 버리면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래서야…….’
그러나 P-301의 말처럼 멍청한 짓이었다.
부룸을 구해도 정작 아크가 죽어 버리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것이다. 그건 P-301뿐만 아니라 문어들도 알고 있었다. 아크가 죽으면 그들도 끝. 해부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을.
-끄, 끝장이야!
-역시 그냥 똥돼지로 만족했어야 했어!
그리고 일제히 OTL!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그때였다.
머리통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소리치는 문어는 부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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