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04)
아크 더 레전드-604화(604/875)
[604] space 2. ¤∈◇? ¤∈∋? (2)-보아라! 저 괴물의 촉수에 잡혀 있는 사람을! 아크다! 그가 왜 이런 곳에서 저런 괴물의 촉수에 잡혀 있는가? 우리 때문이다! 우리를 구하기 위해 싸우다가 저리된 것이다! 그런 아크 앞에서 그런 말을 내뱉고 부끄럽지도 않은가!
-그, 그건…….
-말했을 것이다! 자유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싸워 쟁취하는 것이다! 그런 용기가 있는 자만이 자유를 입에 담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바로 저 아크처럼! 하물며 자신을 돕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의 위기에도 나서지 못한다면 똥돼지! 아니, 똥돼지보다도 못한 문어가 되는 것이다! 정녕 너희들은 그렇게 살고 싶은가?
-아, 아닙니다!
-그래, 우리는 똥돼지가 아니다! 문어. 아니, 자렌족이다! 비록 모성을 잃고 천대받는 부랑자 신세가 되었지만 그래서 더 필요한 것이다! 긍지! 그리고 그것을 지킬 용기! 아크는 지금 우리에게 그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다름 아닌 우리를 위해서!
부룸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아크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모든 문어가 그 눈길을 따라 고개를 돌리며 아크를 바라보았다.
자잘한 상처 위에 흙먼지가 뒤덮인 처참한 몰골로 촉수에 짓눌리며 신음하는 아크!
이제 문어들의 눈에 그 장면은 자신들을 구원하기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는 거룩한 존재로 비쳤다. 심지어 후광이 비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그 우정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부룸이 송곳이 돋아난 문어 다리를 치켜세우며 P-301을 향해 돌진했다.
-내 인생, 여기서 끝난다 해도 후회는 없다!
-그래! 어차피 이판사판이다!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긍지를 위해! 친구를 위해!
-아크를 구하라!
아크의 희생(?)에 UP돼 버린 부룸이 괴성을 질러 대며 돌진하자 덩달아 UP돼 버린 문어들이 함성을 터뜨리며 뒤따르기 시작했다. 이에 아크는…….
‘이런 멍청한! 뭐 하자는 거야?’
울화통이 터졌다.
물론 지금 아크는 토마토 주스가 되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다. 도움을 준다면, 당연히 환영이다.
그러나 기왕 도와줄 거라면 좀 생각이라도 하고 도와줘야 할 것이 아닌가? UP돼 버린 기분은 이해하지만 그런 닥돌, 통할 리가 없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하찮은 놈들이 주제도 모르고!
위이이잉! 콰콰콰콰!
폭풍을 일으키며 날아와 내리꽂히는 촉수!
무턱대고 돌진하던 문어 서너 마리가 일격에 떡이 되었다.
그리고 문어를 내리찍은 촉수 아래로 터져 나오는 참혹한(?) 먹물!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P-301은 연이어 촉수를 휘둘렀고 그때마다 문어들은 떡이 되며 먹물을 튀겼다.
촉수에 눌려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크는 그저 절망스러운 눈으로 그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망했다! 이제 끝장이야!’
그리고 절망했지만, 뜻밖의 장면이 벌어졌다.
뽕! 뽕! 뽕! 뽕!
촉수가 지나간 직후, 떡이 되었던 문어들이 다시 탱탱해지며 튀어 오르는 것이다.
-뭐야? 이 자식 별거 아니잖아?
-완전 물 펀치야!
뿐만 아니라 이런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P-301은 결코 물 펀치(?)가 아니다. 그건 이지스와 바이우스 실드를 동원하고도 500대의 대미지를 입은 아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크도, P-301도, 심지어 문어들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사실 문어들은…….
-물리 저항
Slash : 0% Pierce : 0% Blow : 100%
이런 몸을 가지고 있었다!
쫀득쫀득, 말랑말랑 한 식감! 아니, 몸뚱아리!
문어를 요리해 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Slash와 Pierce, 말하자면 식칼로 썰거나 푹푹 찌르면 쉽게 토막 낼 수 있지만 Blow, 몽둥이 같은 것으로는 아무리 내리쳐 봤자 상처 하나 내기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아크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장면이 그것이었다.
P-301의 촉수도 기본적으로는 둔기. 문어는 이런 공격에 100%의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뭐 그래도 어느 정도 대미지는 있겠지만 UP된 문어들에게 그 정도는 무시해도 좋은 수준!
그것만이 아니었다.
-공격! 공격!
콕콕콕! 딱딱딱! 쿡쿡쿡!
촉수 공격을 돌파한 문어들이 P-301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그러나 아크의 공격에도 끄떡없던 P-301이다. 고작 송곳이나 집게발 따위는 표피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이, 이놈들이!
P-301이 당혹성을 터뜨렸다.
-몸은 공격해 봐야 소용없다! 놈의 약점은 저 얼굴! 자렌족이여, 올라가라!
부룸의 외침에 P-301의 몸을 기어 올라가는 문어들!
그렇다! 문어들은 어디든 척, 척, 달라붙을 수 있는 빨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떨어지지 못할까!
P-301이 촉수를 휘두르고 몸을 흔들었지만 소용없었다.
체중의 수십 배에 달하는 흡착력을 가진 문어의 빨판! 몸을 흔들어 댄다고 떨어질 리가 없었다. 그리고 촉수로 두들겨 뭉개 놔도 금세 다시 탱탱! 끄덕없었다.
‘이건…….’
아크도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
P-301이 약해서도, 문어들이 강해서도 아니었다.
상성! 특성만 놓고 보면 문어는 P-301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문어와 P-301은 스케일의 차이가 너무 컸다. 그리고 P-301은 ‘적어도’ 문어들보다는 머리가 좋았다.
-몽땅 갈아 주마!
콰쾅! 콰콰콰콰! 콰콰콰콰!
의외의 상황에 처음에는 좀 당황했지만 P-301은 곧 문어가 붙어 있는 몸을 벽에 긁어 대기 시작했다. 동시에 강판에 갈린 것처럼 너덜너덜하게 변해 떨어져 나가는 문어들!
그러나 문어들의 분투가 무의미한 짓은 아니었다.
P-301이 정신없이 몸을 긁어 대는 사이, 아크를 누르고 있던 촉수의 힘이 약해진 것이다.
‘……지금이다!’
“나와라, 샤이어! 룬 문자 각인술, 화이람!”
순간 아크가 온힘을 다해 촉수를 밀어내며 오른팔을 밖으로 빼내며 허공에 빛의 문자를 새겨 넣었다.
뒤이어 떨어지는 거인의 발!
쿠쿵! 콰콰콰콰!
굉음이 울리며 촉수가 푹 꺼져 들어갔다.
“나와라, 바사크! 폭쇄!”
-우오오오!
동시에 골렘으로 변하며 ‘폭쇄’를 날리는 바사크!
송곳처럼 변해 뿜어지는 ‘폭쇄’가 들이받자 거인의 발에 찍혀 힘이 약해졌던 촉수는 그대로 수 미터 밖으로 밀려났다.
아크가 몸을 날려 밖으로 뛰어나온 것은 그때였다.
‘지금 시급한 것은…….’
낙법으로 몸을 굴리던 아크가 고개를 돌렸다.
P-301이 몸을 벽에 비벼 대자 촉수에도 끄떡없던 문어들도 적지 않은 대미지를 받으며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문어들에게 더 위협적인 것은 몬스터!
크랩, 크릴 따위의 몬스터였다.
P-301이 본 모습을 드러내며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동안 이 몬스터들은 잠시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문어들이 P-301에 달라붙자 바로 진격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몬스터들은 P-301과 달리 문어를 베고, 찌를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몬스터들까지 더해지면 문어들은 순식간에 멸종되고 말리라.
‘일단 놈들부터 막아야 한다!’
“돌아와라, 바사크!”
아크가 왼팔을 들어 올리자 촉수를 밀어내던 바사크가 빛으로 변해 손목에 휘감겼다. 순간, 아크는 다시 팔을 앞으로 뻗으며 소리쳤다.
“나와라, 돌진!”
-우오오오! 덤벼라! 돌진!
동시에 손목에서 탄환처럼 쏘아지는 바사크!
바사크가 들이받자 한데 뭉쳐 뛰어오던 몬스터들이 도미노처럼 와르르 넘어졌다.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 소드!”
콰콰콰콰! 콰콰콰콰!
그 위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무수한 검영!
벌러덩 넘어져 버둥거리는 크랩과 크릴, 모레이의 몸에 검영이 박히며 폭발하자 갑각이 부서져 나가며 속살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피어싱!”
한 줄기 섬광이 되어 몬스터를 꿰뚫는 아크!
몬스터들도 바로 반격을 가해 왔지만 크랩의 집게발, 크릴의 송곳, 모레이의 송곳니는 번뜩이는 속도로 움직이는 아크의 몸에 닿지도 못했다.
유적을 돌아다니며 몸에 비린내가 배일 정도로 싸워 본 몬스터들이다. 공격 범위와 패턴, 스킬까지 모두 파악이 끝난 것이다. 하물며 지금은 수중 페널티도 없는 상황!
퍼펑! 파직, 파지지지!
광풍처럼 몬스터를 몰아치는 백색 검광!
그때마다 쉴 새 없이 스파크가 터지며 몬스터들이 해체되었다.
촉수에서 해방된 아크는 그야말로 사슬 풀린 맹수!
처음은 문어들이 몬스터를, 아크가 P-301을 맡는 형태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게 본의 아니게 반대가 되었지만 막상 싸워 보니 이편이 나았다.
문어가 P-301을, 아크가 크랩 등을 상대하는 편이 상성으로 보면 더 유리한 것이다.
‘하지만…….’
양쪽 모두 전력 차이가 너무 컸다.
일단 아크만 봐도, 아무리 만만한 몬스터라도 50여 마리나 된다. 압도적으로 강하다고는 해도 역시 혼자―바사크도 있지만―, 그것도 한꺼번에 50여 마리를 상대하기는 무리. 알게 모르게 대미지가 쌓여 가고 있는 것이다.
문어들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큭! 물러나지 마라!
-그래, 물러나지 마라! 몽땅 갈아 줄 테니!
P-301이 벽에 비벼 대자 몸에 붙어 있던 문어들은 순식간에 미트볼처럼 뭉개졌다.
그래도 흥분에 휩싸인 문어들은 용기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용기만으로 P-301을 무찌를 수는 없었다. 먹물을 토하며 돌진하는 문어들의 분투도 P-301에게는 그저 귀찮은 수준. 이미 10여 마리의 문어가 갈리고, 뭉개져, 미트볼이 되었지만 P-301이 받은 대미지는 1도 없었다.
‘이대로 가면 전멸이다!’
이 싸움의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그건 P-301이 벽을 뚫고 나왔을 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천장에 닿을 정도의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P-301의 유일한 약점 얼굴. 그러나 처음처럼 벽에 붙어 있다면 모를까, 이런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얼굴을 공격할 방법이 없었다.
갑자기 하늘을 나는 재주가 생기지 않는 한 말이다.
아크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어? 뭐지?’
문득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아니, 뭔가 떠올랐다기보다는 뭔가를 잊어먹고 있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러나 평소에 많이 쓰던 단어가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머릿속에 ‘그’ 뭔가가 맴돌기는 하는데 그게 뭔지 좀처럼 생각이 나지 않았다.
-혀, 형님!
그때 바사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모레이의 ‘상태 이상 : 고통 증가’에 걸렸습니다!
《3분간 적에게 받는 공격의 모든 대미지가 50% 상승합니다.》
느닷없이 떠오르는 메시지!
“이, 이런!”
아크가 화들짝 놀라 물러났다.
이에 고개를 숙인 아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수중 몬스터는 물 밖에 나오면 상당한 페널티를 받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페널티를 받는 몬스터가 모레이. 크랩이나 크릴과 달리 모레이는 말 그대로 생선. 물이 없으면 그냥 바닥에서 펄떡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놈에게…….”
발치에서 펄떡거리는 모레이를 보고 있자니 새삼 울컥 치밀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퀄라이저를 휘두르며 문자 그대로 도마 위의 생선 신세가 된 모레이를 회치다가 갑자기 퍼뜩 고개를 들어 올렸다.
모레이를 회치던 도중에 갑자기 뭔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던 그 뭔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맙소사!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생각이 난 뒤에야 알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한 짓은 모두 삽질이었다는 것을!
아크가 난공불락이라고 생각하는 P-301. 놈을 공략할 방법은 사실, 이 해저 유적에 들어올 때부터 존재했었다.
그걸 없애 버린 사람은 다름 아닌 아크!
‘만약 그때 그냥 놔뒀다면…….’
처음부터 이런 고생, 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지금까지 뛰고, 구르고, 박박 기고……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더니 딱 그짝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을 해 봐야 소용없는 짓.
그리고 다행히 아직! 아크는 살아 있었다. 그리고 또 아직! 문어들도 살아 있었다. 다시 말해…….
‘아직 늦지는 않았다!’
“토리!”
아크는 공격을 피해 물러나며 님프에 대고 소리쳤다.
-…….
대답이 없었다.
“1초 내로 대답하지 않으면 가죽을 벗겨 버릴 테다!”
-힉! 무리예요! 무리라고요!
와락 인상을 쓰며 말한 뒤에야 토리의 대답이 들려왔다.
“무리는 뭐가 무리야?”
-뭐든! 뭐든 무리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저는 그냥 작고 힘없는 햄스터라고요! 그리고 전리품! 맞아! 형님의 전리품을 지켜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잖아요! 실버스타도! 그러니까 죽더라도 형님 혼자 죽어 주세요! 저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형님이 죽더라도 전리품과 실버스타는 제가 챙길게요! 안심하고 그냥 혼자 죽어 주세요!
‘이 자식이…….’
그렇지 않아도 짜증 나 죽겠는데 아주 불을 질러 댄다.
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토리는 이 와중에도 혼자 살겠다고 꼬리털 하나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아크가 통신을 연결하자마자 지레 겁먹고 이딴 소리까지 떠들어 댄다.
울컥 치밀어 오르지만! 확 패 주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
치미는 욕을 꿀꺽 삼킨 아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에게 그딴 건 기대하지도 않아! 네가 할 일은 하나, 지금 바로 도망쳐라!”
-네? 아, 네! 그거라면 당장…….
“내 말을 끝까지 들어! 그냥 도망가라는 게 아니야!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상층의 입구! 기억하지? 하층과 상층 사이에 있던 수직 통로. 그 통로 옆에 붙어 있는 레버! 네가 해야 할 일은 그 레버를 원래 위치로 돌려놓는 것이다.”
-네? 하지만 그건…….
“서둘러!”
-네! 네! 갑니다!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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