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06)
아크 더 레전드-606화(606/875)
[606] space 2. ¤∈◇? ¤∈∋? (4)아크의 경험상, 그런 것들은 뜻하지 않았던 행운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새로운 던전에 대한 정보나 숨겨진 보물 같은!
‘후후후, 좋은 정보를 얻었어. 이것도 문어들이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나쳤겠지. 뭐 보스도 해치웠으니 전리품을 챙긴 뒤에 관광하는 기분으로 찾아보면 되겠지.’
부룸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는 저장고 같은 곳에 숨겨져 있던 파이프를 타고 꽤 많이 올라왔네. 아이들도 우리 바로 뒤에 따라오고 있었으니…….
-자, 장로님!
그때 뒤쪽에서 한 문어가 소리쳤다.
-저기 보십시오! 그 괴물의 시체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에 아크와 부룸이 고개를 돌리자 문어의 말대로 P-301의 잔해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사체 주위의 문어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러나며 웅성거렸다.
-뭐, 뭐지? 왜?
-아, 아직 뭐가 남은 거야?
“그건 아닐 겁니다. 어쩌면…… 일단 잔해를 걷어 내 보죠.”
아크가 앞장 서 다가가자 문어들도 뒤따라 잔해를 걷어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안쪽에서 검붉은 창자 같은 것과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주머니 같은 물체가 나타났다.
잔해 속에서 들썩거리던 것은 바로 그것!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주머니 같은 물체 속에 있는 뭔가였다. 아크의 짐작대로라면 아마도 그것은…….
위이이잉!
아크는 망설임 없이 이퀄라이저로 주머니를 그었다.
그러자 검붉은 주머니가 검광의 궤적을 따라 쩍 벌어지더니 수십 마리의 작은 문어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역시 짐작대로였어.’
아크가 작은 문어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뭐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어들은 P-301의 촉수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그들과 함께 있던 문어들도 P-301의 몸 속 어딘가, 다시 말해 잔해 속에 있을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그리고 결과는 역시나!
-너, 너희들!
-어? 누구? 괴물? 괴물이다!
뭐 어린 문어들은 몬스터(?)로 변한 부룸을 보고 기겁했지만 그런 자잘한 문제까지는 아크가 알 바 아니고! 이로서 일단《사라진 자렌족》 퀘스트는 완료!
기대하던 전리품 수거 작업도 착수할 수 있게 되었다.
‘어라? 저건?’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어린 문어들이 들어 있던 거대한 주머니, 그 위에 마치 구멍이 숭숭 뚫린 계란 같은 물체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옅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도무지 아이템 같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몬스터의 사체에서 이런 빛을 발하는 물체는 십중팔구 획득 가능한 아이템이다.
역시나, 아크가 손을 가져가자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체불명의 물체(???)
아이템 타입 : ???
P-301의 몸속에서 찾은 기이한 형상의 물체입니다.
P-301은 죽었지만 이 물체 내부에서는 마치 심장 박동 같은 울림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 울림에서 이 세계와는 뭔가 다른, 미지의 힘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 힘이 당신에게 과연 행운을 가져올지, 불길함을 가져올지는 현재로서 알 방법이 없습니다. 이 물체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연구가 필요합니다.》
‘어째 살짝 찜찜하지만…….’
깊게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뭐가 됐든 전리품은 전리품, 그리고 지금 아크는 ‘고작’ 아이템 하나 들고 이런저런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저게 모두!’
P-301의 잔해 곳곳에서 반짝이는 빛!
말했듯이 그건 모두 획득 가능한 아이템이라는 표시였다.
그게 수십 개!
P-301은 신이라고 떠들어 대던 몬스터답게 몸 바쳐 아크에게 아이템의 축복을 내려 준 것이다. 물론 그게 모두 레어 템은 아니겠지만 2~3개만 건져도 대박!
“모두 저 좀 도와주십시오.”
-물론이지! 맡겨 주게!
어린 문어들과 무사히 재회까지 마친 부룸이 문어 다리를 걷어붙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느긋하게 노동의 대가가 120% 보장된 전리품 수거 작업에 돌입했을 때였다.
-형님, 이것 좀 보십시오!
몇 몇 문어들과 반대쪽에서 작업을 진행하던 바사크가 소리쳤다. 아크가 고개를 돌리자 바사크는 잔해에 반쯤 묻혀 있는 시커먼 구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뭔가가 깜빡거리는데요.
“응? 깜빡?”
아크가 뭔가 하고 구체를 바라보자 표면에 떠오른 문자가 깜빡일 때마다 다른 문자로 바뀌고 있었다.
-¤∈◇…… ¤∈∋…… ¤∈§…….
레버 옆에 적혀 있던 것처럼 알아먹을 수 없는 글자였다. 당연히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뭐지? 이 찜찜한 기분은? 어째 깜빡거리며 바뀌는 모양새가 어디서 많이 보던…….’
그때 불쑥 P-301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네놈도 결코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는 못하리라!
“서, 설마!”
생각났다! 이런 걸 어디서 봤는지!
아크의 짐작이 맞다면 구체 위에서 깜빡거리며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숫자!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찜찜하게 숫자를 떠올리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시한폭탄!
그것도 P-301의 말로 미루어 짐작컨대 이 유적을 통째로 날릴 만한 위력의 폭탄!
망할 P-301은 폭탄을 까 놓고 죽어 버린 것이다.
당연히 마음이 급해졌지만!
‘안 돼! 디스트로이 등급의 보스가 떨군 전리품이다! 숫자만 수십 개! 아무리 급해도 이걸 포기하고 도망갈 수는 없어! 죽어도 못해!’
차라리 보이지 않는다면 모를까, 수십 개의 아이템이 잔해 곳곳에서 반짝이고 있다. 이걸 포기하고 도망치면 유적을 탈출해도 화병에 죽어 버리고 말리라.
그러나 알아보지도 못하는 숫자로 작동하는 시한폭탄을 옆에 두고 아이템이나 줍는 것은 자살행위…… 라고 생각했지만 위기에 순간에 빛을 발하는 아크의 잔머리!
‘지금 구체에 떠올라 있는 문자는 3개. 그게 숫자라면 세 자리 숫자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아직 최소 백 몇 초는 남아 있는 거야. 마침 유적은 다시 수중이 됐으니 문어들을 타고 이동하면 100초 안에 실버스타까지 돌아갈 수 있다!’
“바사크, 너는 이제부터 그 구체 옆에서 대기해라! 그리고 구체에서 비치는 문자가 2개로 줄어들기 시작하면 알려! 여러분, 시간이 없습니다! 서둘러 주십시오!”
-음? 왜 그러나 갑자기?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냥 서둘러요!”
아크는 아예 삽까지 꺼내 들고 P-301의 잔해를 파내며 소리쳤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아크가 갑자기 분주해지자 부룸과 문어들도 덩달아 8개의 다리를 움직이며 잔해를 걷어 내고 눈에 보이는 아이템을 닥치는 대로 주워 담기 시작했다.
파파파파! 파파파파!
-, , <마정>…….
삽이 움직일 때마다 정신없이 쌓이는 P-301의 부속품(?)!
파파파파! 파파파파!
-<포식의 검>, <화려한 어깨 장식>…….
장비품!
이런 건 좀 제대로 살펴보고 싶지만!
그럴 시간 따위는 없다. 아크는 나오는 족족 뭔지도 모르고 그냥 닥치는 대로 백팩에 쑤셔 넣었다. 그렇게 수십 년과 같은 수십 초가 지났을 때였다.
-형님, 문자가 2개로 줄었습니다!
“오케이!”
바사크의 말에 아크가 경쾌한 동작으로 몸을 돌렸다.
그 뒤로 보이는 것은 완전히 파헤쳐진 P-301의 잔해! 역시 뭐든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긴장을 풀 때가 아니다. 아니, 이제부터가 진짜 필사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바사크, 돌아와라! 자, 모두 저를 따르십시오! 이제 최대한 빨리 이 유적을 탈출해야 합니다! 이 유적은 100초 후에 폭발합니다!”
-에? 포, 폭발?
-뭐, 뭐야? 다 끝난 게 아니었어?
“서두르라고요!”
아크가 부룸의 몸에 올라타며 소리쳤다.
그리고 영문도 모르고 비명을 질러 대는 문어들과 함께 수중을 질주!
사실 아크가 아이템에 목을 매기는 하지만 무모한 성격은 아니었다. 말했듯이 아크는 닷새 동안 이 해저 유적에서 살다시피 한 덕분에 어디가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손바닥 보듯이 훤히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바로 머릿속에서 최단 코스를 잡아 돌진! 단숨에 유적을 되돌아 나와 실버스타로 뛰어 들어갔다.
“핫! 혀, 형님, 살아 있었…… 아, 아니,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실은 아까 한 말은 그냥! 네, 그게 다 형님을 걱정해서 한 말이었습니다! 부디 오해 없으시길…….”
실버스타로 뛰어 들어가자 아크가 P-301에게 당하고 있을 때 잽싸게 도망쳐온 토리가 화들짝 놀라며 떠들어 댔다. 그러나 햄스터 따위나 상대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비켜!”
-이런, 너! 아크! 대체 이런 곳에서 며칠이나 처박혀 있는 거냐? 나도 웬만하면 잔소리를 줄일 생각이었지만…… 어라? 저 문어들은 뭐냐? 어디서…….
퍼펑! 퍼펑! 쿠콰콰콰콰!
토리를 걷어차고 함교로 들어오자 토트가 구시렁거릴 때였다. 엄청난 폭음과 함께 해저 유적이 쩍쩍 갈라지며 전자기를 일으키는 붉은 폭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뭐냐 저게? 아크, 저기서 무슨 짓을 하고 온 거냐?
“실버스타 기동! 선회! 발진!”
선장석에 앉은 아크가 계기판을 조작하며 소리쳤다.
그와 함께 기음을 발하며 떠올라 출구 쪽으로 기수를 돌리는 실버스타! 그때 폭음에 놀라 함교로 뛰어 들어온 토리가 밀려오는 붉은 폭광을 목격하고 비명을 질러 대며 조종석으로 뛰어갔다.
“무, 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닥치고 튀어!”
“넵!”
토리가 닥치고 실버스타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아크도 그렇지만, 살고 싶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이 햄스터도 위기의 순간에 제 능력을 200% 발휘하는 타입이었다. 이에 토리는 몇 분 동안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무너지는 해저 동굴을 엄청난 속도로 돌파!
퍼퍼펑-!
수직으로 솟아 수면 밖으로 날아올랐다.
실버스타를 삼킬 기세로 추격하던 불길도 거기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
아래에서 수면을 따라 붉은 폭광이 퍼져 나가며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구멍이 뻥 뚫렸다가 다시 바닷물로 채워진 것은 그 직후였다.
SPACE 3. 젝슨의 어마어마한 보상 (1)
“좋았어!”
아크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P-301이 떨궈 놓은 폭탄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집어삼킬 기세로 실버스타의 꼬리를 따라붙던 붉은 폭광! 아크도 이번만큼은 정말 똥줄이 찌릿찌릿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무사히 탈출했다.
아크도, 자렌족도, 실버스타도, 뿐만 아니라 그 와중에도 전리품까지 모두 챙겼다. 퍼펙트! 위기의 시간이 지나자 짜릿한 성취감에 밀려들었다.
-좋긴 뭐가 좋냐? 이 멍청아!
그때 바로 옆에서 발끈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슨 짓을 한 거냐? 대체 무슨 짓을 하면 멀쩡하던 유적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건데?
모처럼 좋은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토트였다.
“아니, 어울리지도 않게 왜 갑자기 자연보호 주의자 같은…….”
-자연보호는 무슨 얼어 죽을 자연보호야? 누가 유적이 문제래? 까딱하면 나까지 죽을 뻔했잖아! 죽을 뻔했다고! 내가!
“나 참, 혼자만 죽을 뻔했어요? 같이 죽을 뻔했잖아요.”
-바보 자식, 내가 너하고 같냐?
“에?”
-나는 네 스승이다! 그것도 아득한 시간 동안 엘림을 인도해 온 위대한 스승! 엘림 따위, 여의치 않으면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지만 나는 유일무이! 단 하나의 존재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좀 더 소중히 생각하란 말이다! 내 목숨을!
느닷없이 밝히는 토트의 속내!
뭐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지만…….
이게 자칭 스승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쳇, 죽는 게 그렇게 무서우면 그냥 성소에 있었으면 되잖아요. 내가 언제 같이 와 달라고 부탁했어요? 제 발로 따라와서 뭔 불평불만이 그리 많아요?”
-누, 누가 무서워서 그러냐?
토트가 울컥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말했듯이 나는 엘림의 스승! 나는 후계자를 진정한 엘림의 길로 인도하는 사명이 있다. 그런데 죽어 버리기라도 하면 내가 입이 닳도록 떠들어도 딴 데 정신이 팔려 있는 너를 누가 진정한 엘림으로 인도한다는 말이냐? 그래, 그거다! 그래서다! 아직 턱없이 부족한 너를 놔두고 내가 맘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방금 전에는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건전지처럼 취급하더니 이제 아크 때문에 편히 죽지도 못한단다.
-뭣보다, 너는 목숨이 여러 개잖아! 돈만 있으면 몇 번이고 되살아나는 인스턴트 같은 몸이 아니냐? 하지만 난 아니야! 내 목숨은 1회용이라고! 자칫 실버스타가 펑, 하면 나도 펑, 달랑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 날아간다고!
‘어? 그러고 보니…….’
아크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였다.
‘정말 실버스타가 격침당하기라도 하면 토트는 어떻게 되는 거지?’
바로 이 부분이다.
설사 그런 사태가 발생해도 우주선은 보험 처리하면 그만이다. 때는 바야흐로 우주 개척 시대. 은하연방은 유저의 우주 개척을 장려하기 위해 매우 좋은 조건의 보험 상품을 만들어 두었다.
우주선 가격의 80%를 보상해 주는.
이건 현찰로 받을 수도 있지만 나머지 20%의 금액을 지불하면 완전히 똑같은 우주선을 만들어 준다. 그게 설사 현재 은하연방의 기술력으로 만들 수 없는 우주선이라도.
대체 어떻게?
뭐 이런 의문이 들겠지만 게임이니 그냥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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