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1)
아크 더 레전드-61화(61/875)
[61] SPACE 5. 눈을 떠보니!(PART: 2) (1)쾅—!
막 문을 열고 들어서려 할 때였다.
갑자기 감옥 안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헉! 이, 이게 무슨 소리야? 대체…… 어? 에에?]화들짝 놀라 감옥 안을 두리번거리던 라마족 메딕, 릴리프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뿌옇게 먼지가 일고 있는 감옥 구석에 한 사내가 쓰러져 있었다.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자해를 한 모양이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곧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옥에 쓰러져있는 사람은 뜻밖에도…….
[동족이잖아?]라마족이었던 것이다.
감옥에 가둔 연방군이 없어지고 라마족이 쓰러져있다.
혼란스러워진 릴리프는 황급히 동료에게 뛰어가 흔들어대며 물었다.
[어이! 뭐야? 왜 네가 여기 있는 거야? 감옥에 있던 놈은? 그 놈은 어디 있어? 어이!]“으으…… 누구…… 너…… 릴리프? 릴리프냐?”
라마전사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래, 나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다, 당했다.”
[당해? 누구에게? 어떻게?]릴리프의 질문에 라마전사의 눈동자가 반대편 벽으로 향했다.
그 눈길을 쫓아 고개를 돌리던 릴리프가 헛 바람을 들이키며 떠듬거렸다.
[헉! 처, 철창이? 그럼 설마?]“크윽…… 근처를 수색하다가 얼마 전에 생포한 연방 병사와 한패처럼 보이는 놈들의 흔적을 찾았다…… 그리고 추적하려다가 분대장을 만났어…… 놈들을 추적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나더러 일단 돌아가 너와 함께 포로를 감시하라고 해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도중에 대체 어떻게 했는지 철창을 뚫고 탈출하는 놈을 발견했어…… 그래서 전투가 벌어졌는데 당하고 말았다…… 빌어먹을, 놈은 괴상한 기술로 나를 이곳에 밀어 넣고 도망쳤어…….”
[맙소사! 노, 놈이 도망쳤다고?]“그래, 서둘러야해…… 지금이라면 놈도 아직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을 거다.”
[빌어먹을!]릴리프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라마전사가 버럭 소리쳤다.
“멍청아! 나도 당했는데 메딕인 너 혼자 가서 어쩌겠다는 거야?”
[그럼 빨리 따라와! 놈이 멀리 도망가기 전에 따라 잡아야 한다며?]“이것부터 풀어줘야 따라가든 말든 할 거 아냐?”
라마전사가 울컥한 목소리로 소리치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뒤로 돌려진 채 수갑에 채워져 있는 팔이 눈에 들어왔다.
릴리프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수갑을 바라보며 물었다.
[에? 그 수갑을 왜 네가 차고 있는 거야?]“나도 몰라! 놈에게 정신 없이 당하고 있는데 수갑이 채워지더라고.”
[젠장! 그 자식, 대체 어떻게 수갑을 푼 거지?]욕설을 내뱉으며 열쇠를 꺼내들던 릴리프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멍청한 눈으로 라마전사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가만? 너, 분대원이라고? 하지만 너 같은 배틀슈트를 가진 분대원은 못 봤는데?]“……쳇!”
라마전사의 입술이 비틀어졌다.
이어 와락 달려들어 어깨로 릴리프의 가슴을 들이받았다.
텅—!
둔중한 울림과 함께 릴리프는 수 미터나 밀려나 벽에 처박혔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릴리프가 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라마전사의 발이 번뜩이는 속도로 솟아올라 손목을 올려쳤다. 배틀슈트를 입은 라마전사의 발차기! 동시에 손목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들고 있던 열쇠가 튕겨져 올라갔다.
[헉! 여, 열쇠!]릴리프가 당혹성을 터뜨리며 팔을 뻗었다.
그러나 라마전사의 움직임이 몇 배는 더 빨랐다.
빙글 몸이 돌아가는가 싶더니 벼락처럼 뿜어진 뒤차기가 명치에 쑤셔 박혔다.
마치 덤프트럭에 치인 듯한 충격! 릴리프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또 다시 벽에 처박혔다. 그 사이에 라마전사가 곡예를 부리듯 몸을 회전시키며 떨어지는 열쇠를 움켜쥐었다.
[크윽! 무, 무슨…… 네놈…… 대체 네놈은…….]“나?”
흔들리는 시선 속에서 라마전사가 씨익 웃었다.
동시에 철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라마전사의 등뒤로 수갑이 뚝 떨어졌다.
“나는 아크다.”
* * *
‘빌어먹을, 망했다!’
릴리프가 감옥으로 들어오고 있을 때.
죽어라 쇠창살을 긁어대던 아크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미 쇠창살을 2개나 떼어냈다. 들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젠장, 생각이 짧았어.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배틀슈트를 입고 시작하는 건데…….’
아크는 그제야 배틀슈트에 생각이 미쳤다.
설산을 올라갈 때 배틀슈트를 사용했지만 동면 가사상태로 18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배틀슈트는 100%충전상태. 진즉 모든 신체능력을 30%나 올려주는 배틀슈트를 입고 쇠창살을 긁어댔다면 지금쯤 3~4개는 거뜬히 떼어낼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감옥을 빠져나간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다. 연방군 기지는 여전히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고, 근방은 라마족 정찰부대가 돌아다니는 중이다. 때문에 뒷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아크로서는 무턱대고 배틀슈트를 남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감옥을 빠져나가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판단착오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거의 자포자기 상태로 릴리프가 자물쇠를 여는 소리를 듣고 있을 때였다.
‘가만? 그러고 보니…….’
아크의 머릿속에 퍼뜩 뭔가가 떠올랐다.
‘좀 전에 분대장이라는 놈의 말을 생각하면, 놈들은 아직 내가 중앙기지를 습격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없었어. 그리고 내가 라마족의 배틀슈트를 사용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연합군이 라마족 배틀슈트를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
알고 있었다면 먼저 그 부분부터 캐물었을 것이다.
갤럭시안의 전쟁터에서는 NPC도 유저처럼 페어리를 통해 부활할 수 있다. 때문에 아크는 라마족도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크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아직 멈추지 않은 눈 폭풍이다.
‘아직 눈 폭풍이 그치지 않았으니 라마족도 통신이 되지 않는다. 그 이후로 이틀이 더 지났으니 그때 내가 처리한 놈들도 이미 부활했겠지만 정찰부대는 그 전에 기지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많아. 때문에 아직 놈들은 내 정체를 모르는 거야. 중앙기지에서 바이크를 탈취한 게 나 혼자 벌인 일이라는 사실도, 내가 라마족 배틀슈트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그런 상황에서 아크가 라마족 배틀슈트를 입는다면?
당연히 릴리프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거기에 아크는 몇 가지 트릭을 섞어 넣었다.
바로 분대장이 나가기 전에 릴리프와 나누었던 대화!
‘놈들은 통신기를 떼면 내가 라마족의 말을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본의 아니게-여전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크는 외국어(?)에 능통했다.
덕분에 분대장과 릴리프의 대화를 모두 알아들은 아크는 일단 감옥에 들어온 릴리프가 통신기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 훔쳐 들었던 둘의 대화를 응용해 주변을 수색하던 정찰부대니, 분대장의 명령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느니 하는 말을 그럴 듯하게 둘러댈 수 있었다.
거기에 쇠창살이 떨어져나가 있는 창.
물론 냉정하게 생각하면 2개밖에 떼어내지 못해 고작 3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틈으로 사람이 빠져나갈 수 있을 리가 없었지만, 라마족만이 사용할 수 있는 배틀슈트와 정찰부대의 내부사정까지 줄줄 늘어놓자 당황해하던 릴리프는 덜컥 믿어버린 것이다.
뭐 마지막 순간에는 뭔가 이상하다는 점을 눈치챘지만…….
철그럭.
결국 수갑은 풀어졌다.
* * *
“SMT-158이라는 거, 효과가 장난 아니더군.”
아크가 임팩트 블레이드를 꺼내들고 이를 드러냈다.
“그래서 30분 동안 바닥을 굴러다니며 생각했지. 꼭 보답을 해주고 싶다고 말이야.”
[어, 어떻게…… 연합군이…… 우리 라마족의 배틀슈트를…….]릴리프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떠듬거렸다.
그러나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의 바보는 아니었다.
주춤주춤 뒷걸음치던 릴리프가 와락 몸을 돌리며 감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문을 닫고 자물쇠를 채우려는 찰나! 와직, 소리와 함께 문틈으로 시퍼런 칼날이 비집고 나왔다.
그와 함께 들썩이는 문, 마치 야수가 송곳니를 들이밀고 흔들어대는 것 같았다.
“크윽, 안 돼! 어떻게든 막아야해!”
허옇게 질린 릴리프가 온몸으로 철문을 밀어댈 때였다.
“집탄사격!”
철컥! 철컥! 철컥! 퍼퍼퍼펑—!
칼날이 끼어 벌어진 문틈으로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총과 검이 일체화되어 있는 임팩트 블레이드에서 뿜어진 집탄사격!
문틈으로 쏟아져 나온 3발의 탄환이 릴리프의 가슴을 쑤시고 들어갔다. 코앞에서 날아든 3발의 탄환. 릴리프는 산탄총에 맞은 것처럼 가슴 부위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수 미터나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 공포에 질린 눈을 들어올리자 쇳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렸다.
활짝 열린 문으로 아크가 탄연을 피워 올리는 장검을 들고 걸어나왔다.
“자, 이제 어떻게 보답을 해줄까? 응?”
[으악! 으아아아악!]릴리프가 비명을 질러대며 권총을 뽑아들었다.
허접해보이는 권총, 예전 같았으면 그런 권총 따위는 무시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불과 이틀 전에 특수 유탄 프리즌 크리스털을 무시했다가 죽을 위기를 겪은 바 있었다. 덕분에 아크는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특히 상대가 평범한 총기병이 아니라면, 확인되지 않은 탄환은 실드로도 막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때는 24세기. 하물며 외계인이 무슨 무기를 사용할지 알게 뭔가?
역시 경험 만한 학습은 없었다.
펑—! 슈슈슈슈슈!
아크가 몸을 숙이자 탄환이 벽에서 폭발했다.
순간 녹색 기체가 뿜어지더니 철벽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해버리는 게 아닌가?
잘은 모르겠지만 메딕이라 생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탄환을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다. 폭발과 동시에 가스 형태로 분사되니 실드로 막아도 소용없는 탄환 중의 하나이리라.
‘하지만 어떤 탄환이든 맞지 않으면 그만이지.’
몸을 숙인 아크가 단거리 주자처럼 튕기듯 릴리프를 향해 쏘아졌다.
그와 함께 한 줄기 검광이 호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소닉 소드!”
음속을 돌파하며 목덜미에 쑤셔 박히는 검!
“임팩트 샷!”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기도 전에 쏘아져 나오는 탄환!
-헤드샷!
《적의 머리에 타격을 입혀 150%의 추가 데미지가 적용됩니다.》
릴리프의 머리가 시커먼 탄연에 휩싸이며 경쾌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 시점에서 이미 전투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상대는 메딕, 성직자처럼 회복에 특화된 힐러였다. 전사와 1대 1로, 하물며 접근전의 스페셜리스트인 아크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뭐 정체불명의 가스를 뿜어내는 탄환은, 문자 그대로 정체불명이라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런 특수 총기는 기본적으로 단발 형.
한 발을 쏠 때마다 재장전을 해야하는 페널티가 붙어있었다.
접근전 스페셜리스트인 아크가 그런 틈을 줄 리가 없었다. 검과 총, 그리고 발차기로 몰아붙이자 릴리프는 장전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점점 떡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결국 총을 포기하고 주사기-메딕의 접근용 무기인 모양이다-를 꺼내들었지만 그 역시 마찬가지.
-공적치 +80
완전한 떡이 된 릴리프는 결국 공적치로 환산되었다.
일전에 쓰러뜨린 라마전사는 둘이 합쳐 공적치 120. 릴리프는 오히려 그들보다 레벨이 낮았지만 특수직업이라서 그런지 공적치는 오히려 전사보다 많이 주었다.
그러나 기뻐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머지 라마 정찰부대는 인근 지역을 수색하느라 내일이나 되야 합류한다고 했어. 하지만 분대장이라는 놈은 근처만 돌아보고 온다고 했으니 언제 돌아올지 몰라.”
분대장이라는 라마전사는 딱 보기에도 상당한 등급의 아머를 입고 있었다.
결박된 상태라 적외선 스코프로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장비품이나, 직급을 고려하면 릴리프나 얼마 전에 처리한 라마전사보다는 레벨이 높으리라. 그렇다면 최소 50이상!
“붙어보지 않고서는 승패를 장담할 수 없지만…….”
어찌됐든 이곳은 적지.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전투는 피하는 게 현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아무리 위험해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여기는 라마족의 방어기지다. 뭔가 돈 될만한 게 있을지도 몰라.”
아크가 탐욕에 물든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맞은 편 책상 위에 놓여져 있는 모니터였다.
작은 소형 메모리가 꽂혀있는 모니터에는 지도가 떠올라있었다. 그 지도의 중심에는 산이 길게 가로지르고 있었고, 그 주위에 붉은 점과 선이 복잡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 산은…… 내가 동면 가사상태로 전환하고 있던 그 설산이다. 그리고 이 지도가 놈들이 사용하는 거라면…… 이 점과 선은 정찰부대가 수색하는 지역을 표시해놓은 게 분명해!”
정찰부대를 피해 연방군 기지로 돌아가야 하는 아크에게는 금싸라기 같은 정보!
“젠장, OS만 같아도 내 님프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을 텐데…….”
라마족과 연방군의 데이터는 호환되지 않는다.
때문에 아크는 꼼꼼히 지도를 살펴보며 머릿속에 기억해두는 수밖에 없었다.
“혹시 다른 쓸 만한 정보도 있을라나?”
자판을 조작하자 뭔가 정보가 나오기는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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