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13)
아크 더 레전드-613화(613/875)
[613] space 5. 야쉬라의 유산 (2)머리를 긁적이던 아크는 곧 라바란스에서 있었던 일을 장황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물론 그냥 대충 주웠다고 말해도 그만이다. 그러나 아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견갑을 찾아 준 대가를 뜯어내는 것. 그러니 너무 쉽게 얻었다고 말하면 곤란하다.
물론 P-301에 대해서까지 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대한 힘들게. 그러니까 듣기만 해도 ‘아! 이거 엄청난 보상을 해 줘야겠구나!’는 마음이 절로 우러날 정도의 고생 끝에 얻었다고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크는 있는 사실 없는 거짓 다 붙여 가며 한 편의 대하소설을 완성해 나갈 때였다.
후안 백작의 반응이 이상했다.
심각한 분위기로 묵묵히 듣고 있더니 얘기가 끝나자 맥이 탁 풀린 사람처럼 한숨을 불었다. 그리고 힘겨운 표정으로 이마를 짚으며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역시 그랬었군.”
“역시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네가 차고 있는 견갑은 정확히 말하면 내 것이 아니네. 내 아들의 것이었지.”
“아, 아드님이 계셨군요.”
“있었지.”
후안 백작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죽었지. 아마도 자네가 그 견갑을 얻은 유적에서.”
“네…… 네?”
별생각 없이 끄덕이던 아크가 당혹성을 터뜨렸다.
이건 또 무슨 갑툭튀란 말인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아크의 얼굴이 흐려졌다.
어째 얘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것도 하필이면 ‘아들의 죽음’ 같은 무거운 주제라니? 결국 견갑이 아들의 유품이라는 말이 아닌가.
물론 이게 아크의 목적에 지장을 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중요한 물건일수록 찾아 준 사람에게 더 고마워할 테니까. 그러나 이건 뭐랄까…….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네.”
그때 후안 백작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꽤 오래된 얘기니까. 그러니까…… 벌써 15년은 된 일이군. 아들 녀석이 갑자기 집을 뛰쳐나간 것이. 그래, 벌써 그렇게 되었어…….”
그리고 갑자기 설명 모드로 접어들었다.
“나도 참 오랜만에 아들 얘기를 꺼내 보는군. 내 아들은…… 어려서부터 개척자를 동경했지. 그건 아마도 내 취미 때문이었을 거야. 나는 개척자를 동경할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았지만 역사적인 유물에 관심이 많았네. 그래서 개척자와 자주 어울리며 그들이 찾은 유물을 사들이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지. 어려서부터 그런 유물을 보며 자란 아들이 개척자를 동경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몰라. 그래, 항상 입만 열면 자기도 유명한 개척자가 되어 은하계를 누비겠다고 떠들었지. 그때는 그냥 치기 어린 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가출을 해 버렸다.
유명한 개척자가 되겠다는 편지 1장만 남겨 놓고.
당시 후안 백작의 아들은 열두 살, 참으로 겁도 없는 청춘이었다.
당연히 후안 백작은 사람을 동원해 백방으로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엄청난 숫자의 개척자를 고용하고 그 자신 역시 작은 단서 하나를 찾기 위해 은하계 끝까지 날아가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그게 후안 백작이 이런 오두막에 사는 이유였다.
물불 가리지 않고 아들을 찾아다니는 사이에 가산을 몽땅 탕진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10년…… 그때 이미 나는 아들이 살아 있을 거라는 기대를 접었네. 그래도 최소한…… 유품 하나만이라도 찾기를 바라 왔지. 하지만 그조차 허락되지 않았어. 유물을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던 내가, 그 오랜 세월 동안 정작 제 자식의 유품 하나 손에 넣지 못했던 것이네. 후후후, 어떤가? 웃기지 않나?”
웃기지 않다.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노력을 어느 누가 감히 웃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후안 백작 역시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형언하기 힘든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이 역시 당연하다. 아들을 잃은 슬픔. 고작 15년으로 지워질 리가 없었다.
그때 후안 백작이 회한 어린 눈으로 아크를 돌아보았다.
“어느 개척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 사람도 그렇지만 물건에도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고. 그러니 언젠가는 아들의 유품도 돌아올 거라고. 그때는 그냥 나를 위로하느라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인연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모양이군. 모든 것을 포기한 지금, 이런 식으로 아들의 유품이 돌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묵묵히 듣고 있던 아크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리고 견갑을 벗으며 후안 백작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런 소중한 물건인지도 모르고 함부로 사용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네. 말했듯이 내 아들은 개척자를 동경하고 있었네. 그리고 자네는 개척자. 아니, 그냥 개척자가 아니지 않나? 아크 자작.”
“저를 알고 계셨습니까?”
“이런 곳에 처박혀 산다고 귀까지 막힌 것은 아니니까. 우주 마법진 사건을 해결하고 쥬벨의 쿠테타에 맞서 의용군을 지휘한 아크. 이미 그것만으로도 비할 바 없이 훌륭한 개척지지. 그런 자네가 써 줬다면 아마 아들도 기뻐했겠지.”
후안 백작이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설사 그것이 가보라도 개척자가 정당한 방법으로 손에 넣은 것은 개척자의 소유라는 것은 알고 있네. 하지만 그건 내게 아들을 추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유품이네. 이 늙은이를 위해 돌려줄 수는 없겠나?”
“물론입니다.”
아크는 망설임 없이 견갑을 내밀었다.
더 이상 돈을 뜯어내겠다는 생각 따위는 없었다.
요즘 아크는 좀 반성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1쿠퍼를 위해서도 천 리 길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지 그런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다. 이유는 많지만 요약하면 하나, 배때기에 기름이 껴서 그런 것이다.
얼마 전 New 아크로 거듭난 아크는 일단 그런 정신 상태부터 뜯어고치기로 마음먹었다.
배때기에 기름 낀 사람은 아무것도 못한다.
잡템 하나, 포션 하나에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이미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잡템 하나, 포션 하나를 얻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게임을 게임답게 즐기는 방법이다.
그리고 아크는 알고 있었다.
그 즐거움이야말로 유저를 강하게 만드는 양분이라는 것을. 그러나 모든 일에는 예외라는 것이 존재한다.
1쿠퍼를 위해 천 리 길도 마다 않겠다고 다짐한 아크지만! 그런 아크라도! 어찌 아들을 찾겠다고 가산을 탕진하고 홀로 지내는 노인을 상대로 흥정할 수 있겠는가. 그건 이미 보상이 아닌 약탈!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크는 견갑을 넘겨주고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후안 백작에게 쿨 한 뒷모습을 보여 주며 오두막을 떠나려 할 때였다.
뒤에서 너털웃음이 들려왔다.
“허허허허! 뭘 그리 급하게 가는 건가?”
“네? 아니, 하지만…….”
“음, 이거 미안하게 됐군.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자네를 착각하게 만든 모양이야. 마틴 후작의 편지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어서 말이네.”
아크는 후안 백작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편지의 내용을 보는 순간!
-후안 백작님, 마틴입니다.
아무래도 백작님이 찾던 물건을 이 편지를 가져간 녀석이 발견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좀 돈을 밝히는 녀석이라서 말입니다. 혹시라도 대놓고 금품을 요구하거나 하면 제가 보낸 사람이라는 것은 신경 쓰지 말고 엉덩이를 걷어차 주십시오.
‘이런 망할 꼰대가!’
아크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마틴 후작은 편지로 이미 아크가 견갑의 주인을 알고 있다고 꼰지른 것이다.
그런데도 아크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쯤 되면 의도는 뻔한 것. 그런 주제에 같잖게 대범한 척 행동했으니 후안 백작의 눈에 얼마나 가소롭게 보였겠는가?
거기까지 생각하던 아크가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혹시 아드님의 유품이라는 것도…….”
“아니, 그건 사실이네. 하지만 자네가 편지의 내용처럼 돈이라도 뜯어내려는 기미를 보이면 마틴 후작의 충고대로 엉덩이를 걷어차 줄 생각이었지. 그리고 살짝 위험했어.”
“그, 그건…….”
“됐네. 탓하는 것이 아니야. 되레 칭찬하고 있는 거네.”
“놀리는 겁니까?”
아크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후안 백작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개척자의 탐욕은 허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네. 그런 탐욕이야말로 개척자를 개척자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니까.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이지. 탐욕에 눈이 멀어 약자의 사정을 무시하고 제 잇속만 챙긴다면 그 역시 진정한 개척자라고는 할 수 없네. 그런 점에서 자네는 합격이야. 마틴 후작의 말처럼 욕심은 많아 보이지만 도가 지나치지는 않으니까.”
이건 뭐 욕인지 칭찬인지…….
아니, 칭찬이라도 아크 입장에서는 당연히 달가울 리가 없었다.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힘들게 얻은 견갑―비록 방어력 10짜리지만―을 제 발로 찾아와 잃어버린 셈이니까.
뭐 그렇다고 이제 와서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광대 짓을 한 것 같아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기분 나쁜가?”
“좋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사과하지. 하지만 나도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시험해 봐야 할 이유가 있었다네.”
“시험? 무슨 학원이라도 운영하십니까?”
“학원은 아니지만…….”
후안 백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맞은편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박제된 몬스터의 머리를 이리저리 만지자 벽이 진동하며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통나무로 지어진 오두막에 숨겨져 있는 최첨단 장치!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그 내부였다.
아이템! 엄청난 양의 아이템! 그것도 번쩍번쩍 빛나는 레어급의 아이템!
벽면을 따라 검이면 검, 총이면 총, 각종 무기가 종류별로 분류되어 진열되어 있었고, 그 앞의 거치대에는 수십 벌의 중갑과 경갑이 번쩍이는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빛에 홀린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는 아크의 귀에 후안 백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그런 눈빛이야. 그게 개척자의 눈빛이지.”
“이, 이게 다 무슨…….”
“아까 말하지 않았나? 나는 한때 유물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고. 물론 말한 대로 아들을 찾느라 대부분의 가산을 탕진했지만 이 유물들만은 끝까지 처분하지 못했지. 욕심 때문만은 아니야. 이 유물들은 하나하나에 모두 내 아들과의 추억이 깃들어 있네. 그래서 조상 대대로 전해져 오던 저택을 팔고 이 오두막에 사는 한이 있어도 이 유물들만은 팔 수가 없었던 거네. 그리고 내가 죽으면 모두 내 아들 이름으로 박물관에 기증할 생각이었지. 하지만…….”
‘하지만!’
아크의 눈이 번뜩였다.
이미 돌아가는 분위기는 감 잡았다.
그냥 가려는 아크를 일부러 붙잡고 이런 보물 창고를 보여 주고 있다. 그냥 자랑하기 위해서는 아닐 터! 아니, 그냥 자랑만 하면 이번에야말로 참지 않을 생각이다.
아들이고 뭐고 후안 백작과 멱살잡이를 해서라도 뭐든 받아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그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자네를 시험할 필요가 있었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네. 아들의 유품을 찾아 준 개척자. 당연히 보상을 해 줘야겠지. 하지만 이건 내 평생을 바쳐 모은 유물. 그저 그런 뜨내기나, 탐욕만 가득한 개척자라면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넘겨줄 수 없지.”
“그 말은…….”
“자네는 자격을 증명했어. 뭐든 자네가 원하는 것을 하나 가져가도 좋네.”
“하나?”
“하나!”
‘하나라니…….’
아크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아이템을 바라보았다.
아들의 유품이니 시험이니 해도 당연히 저 많은 아이템을 다 줄 리는 없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는 포기하고 있었으니 엄청난 반전이었다.
그러나 아예 처음부터 보지 못했다면 모를까, 저 많은 아이템을 보여 주고 그중 딱 하나만 가져가라니?
이건 아크에게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보상을 포기하고 돌아가던 때보다 지금이 몇 배나 고통스럽게 느껴질 정도! 아니,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어쨌든 이건 상상도 못 했던 기회다! 저 창고에 있는 것은 딱 봐도 모두 레어급 이상! 견갑과 관련된 정보창을 봤을 때 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허접하기 짝이 없는 견갑을 레어 템으로 바꿔 주는 이벤트가 숨겨져 있을 줄은…… 좋아. 설사 며칠이 걸리더라도 모든 아이템의 정보창을 확인해서 가장 좋은 것을…….’
아크가 탐욕의 눈빛을 발하며 손을 내밀다가 움찔하며 멈췄다.
그와 함께 발동되는 아크의 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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