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16)
아크 더 레전드-616화(616/875)
[616] space 6. 그 남자, 나타나다! (3)현우와 아는 사람, 이 안하무인 같은 성격, 그리고 철봉에 맞는 듯한 충격까지. 모든 것이 현우가 말하던 사람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틀림없어! 이 사람은…….’
박경진이 퍼뜩 고개를 들어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박경진의 생각은 거기서 더 이어지지 못했다.
시선을 돌리는 순간 그의 머리를 향해 경쾌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철봉! 아니, 사내의 다리! 그리고…….
‘……헉!’
눈을 떴을 때는 바닥에 대자로 누워 있었다.
뒤이어 머리에서 전해지는, 문자 그대로 뽀개지는 듯한 통증에 박경진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봤던 발 차기에 기절해 버린 것이다.
상황을 이해하자 삼촌의 태도도 납득할 수 있었다.
그의 삼촌 박종훈, 분명 그는 모든 면에서 엄격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딱 하나, 예외가 있었다. 자신이 인정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지간한 것들은 묵인하고 넘어간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이제 사내의 정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에게 의식불명이라는 난생처음 겪어 보는 경험을 선사해 준 사내는 아마도…… 아니, 분명…….
‘저 사람이 현우의 격투기 스승 이명룡……!’
“후후후, 봤냐?”
그때 근처에서 히죽거리며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을 뻗어 버리게 만든 사내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더 이상 울컥하는 기분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물며 벌떡 일어나 다시 붙자는 말 따위,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아직 그가 현우가 말했던 이명룡이라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급이 다르다!
그리고 이런 인간과 얽히면…….
좋은 꼴은 못 본다!
그러니 당연히 사내의 스카우트 제의는 거절!
뭐 이게 스카우트 제의인지도 모르겠고 처음부터 받아들일 생각도 없었지만, 어쨌든 그런 결론에 도달한 박경진이 얼른 사내에게 ‘정중히’ 거절의 뜻의 밝히려 할 때였다.
“딱 세 방이다. 이 몸은 너와 달리 아직 팔팔한 현역이라고.”
“허, 너도 참 얇다. 고작 어린애 하나 때려눕히고 뭘 그리 잘났다는 듯이 실실 웃고 있냐? 그리고 세 방? 나라면 일격이었을 거다.”
“뭐야? 일격?”
“못 믿겠냐? 그럼 저 녀석이 깨어나면 직접 보여 주지.”
“아니, 잠깐! 사실 이제 와 말이지만 좀 전에는 반은 장난이었어. 나도 작정하고 붙으면 저런 녀석은 한 방! 아니, 반방이면 끝낼 수 있다고!”
“반방은 뭐냐? 그건 대체 무슨 기술인데?”
“그런 게 있어! 내가 수년간 피나는 연마 끝에 터득한 필살기 같은 게 있다고! 어? 뭐냐? 그 야리는 눈빛은? 못 믿는 거냐? 못 믿겠다는 거야?”
“너라면 믿겠냐?”
“진짜라니까! 못 믿겠다면 보여 주지! 야, 거기 너! 고작 그거 한 방 맞았다고 언제까지 누워 있을 생각이냐? 얼른 일어나! 이 몸이 필살기를 먹여 주마! 반방에 가는 필살기를!”
“그래, 얼른 일어나라. 나도 구경 좀 해 보게.”
뒤에서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이, 이 인간들, 대체 내 몸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었지만 박경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
깨어나면 맞는다!
이명룡―아마도―이 개발했다는 반방에 가는 필살기를! 뭐 그런 웃기지도 않는 필살기가 진짜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무서웠다.
저 인간이 떠들어 대는 말로 예상하건대 분명 박경진은 그 반방에 간다는 필살기가 성공할 때까지 맞아야 하리라.
이대로 쭉 의식불명인 상태로 있는 것, 이제 살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현우, 이 자식! 죽여 버리겠어!’
박경진의 눈에서 꺼졌던 복수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 * *
그때 현우, 그러니까 아크는…….
“후후후, 대박이다!”
행복한 표정으로 허리에 채워져 있는 두 자루의 광선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는 후안 백작에게 받은 ‘야쉬라의 에너지 블레이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박경진, 발렌시아가 떨어뜨린 ‘야쉬라의 에너지 블레이드’. 이번에 맞춘 세트 아이템이다.
거기에 남은 하나를 찾는 퀘스트까지!
물론 아크는 《사라진 자렌족》을 끝내고도 아직 4개나 되는 퀘스트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퀘스트가 많다고 페널티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물며 대박이 보장된 퀘스트.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날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당장은 무리겠지.’
지금은 더 급한 퀘스트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직업 퀘스트 《위대한 여정》, 다시 말해 신기를 찾는 일이다.
이건 토트가 틈만 나면 난리를 친다는 이유도 있지만, 사실 토트가 아니라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당연하다. 신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레어나 유니크와 맞먹는 성능의 장비품일 뿐만 아니라 오신기를 모두 찾으면 전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찾은 신기는 ‘바이우스 실드’, ‘쿠휀의 보갑’, ‘팬텀 부츠’, 그리고 ‘비스트’까지 총 4개. 이제 오신기 완성까지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연히 아크도 몸이 달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신기를 찾아 나서지 못한 이유는 신기의 위치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가라돈에서 ‘비스트’를 지키고 있던 미레이는…….
-자낙스는 네가 무장보갑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나머지 신기의 위치는 저절로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말밖에 해 주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비스트는 그 이후로 한동안 이전의 배틀슈트, 하이퍼드론을 흡수하느라 기동조차 되지 않았다.
마음은 굴뚝같아도 신기를 찾아 나설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미 한참 전에 해결되었다.
아크가 칼리와 싸우며 비스트를 처음 기동시켰을 때, 미레이의 말처럼 저절로 신기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
바로 ‘엘림의 헬멧’을 통해서.
비스트를 처음으로 장착하자 ‘전장의 기억’이라는 기능이 붙어 있는 ‘엘림의 헬멧’에 자동으로 새로운 데이터가 입력된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신기의 위치에 대한 데이터였다.
그러나 그 직후 쥬벨과 호크가 이스타나에서 쿠테타를 일으키는 바람에 동분서주. 그리고 이번의 《사라진 자렌족》까지, 시급을 다투는 일부터 처리하느라 미뤄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더는 미룰 이유도, 미룰 생각도 없었다.
당연히 다음 목표는 신기!
그러나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실버스타에 타고 있는 100여 마리의 문어들! 그냥 문어도 아니고 하나같이 풍선처럼 빵빵하게 부푼 비만 문어들이다. 이런 문어들을 태우고 신기를 찾으러 갈 수는 없는 일.
아니, 도중에 다른 용무가 생겨 좀 돌아왔지만 애초에 이스타나로 돌아온 이유가 이들 때문이다. 그리하여 아크는 바로 실버스타를 T-20으로 이동!
“T-20에 도착했습니다.”
“좋아, 호수 근처에 착륙시켜라.”
슈슈슈슈! 슈슈슈슈!
-아크 님이다! 아크 님이 돌아왔다!
실버스타가 호수 옆에 착륙하자 문어들이 모여들었다.
-아크 님, 어떻게 됐습니까? 갔던 일은 잘됐습니까? 네? 네?
그리고 아크가 밖으로 나오자 기대 이런 시선을 보내왔다.
문어들이 이런 눈빛을 보내오는 이유는 T-20을 나설 때 슬쩍 부룸 일족에 대한 언질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아크는 밝은 표정으로 문어들의 기대에 보답해 주었다.
“네, 잘됐습니다.”
-그, 그럼?
“이제 식구가 100명 정도 늘어나게 될 겁니다.”
-오오, 100명! 100명이나! 고맙네! 이 보답을 어찌해야 모르겠군.
뭐 이미 어떤 보상을 받게 될지는 알고 있다.
아크가 괜히 바쁜 시간을 쪼개서 문어를 T-20으로 데려온 것이 아니다.
보상은 이미 아크에게 3개나 떼어 주고도 아직 5개나 남아 있는 바쿰의 다리. 그것으로 이제 ‘자렌족의 증표’도 Lv.4로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바쿰도 다짜고짜 다리를 뜯어 주지는 않았다. 모든 거래(?)는 순서가 있는 법.
-아니, 그런 말은 나중에 하세. 그보다 먼저 그들을 보고 싶네. 모성을 잃고 부랑민 신세가 된 그들이 겪은 고초는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네. 크흑! 분명 말로도 다 못 할 고생을 했겠지. 아마 오랫동안 배불리 먹어 보지도 못했을 거야.
그건 아니다.
부룸 일족은 해저 유적에서 몇 달 동안 배 터지게 먹고 뒹굴며 지냈다. 그래서 실버스타가 미어터질 정도로 대가리 빵빵한 비만 문어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부룸 일족을 보지 못한 바쿰은 5개의 다리로 퍼덕대는 생선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뭣보다 먼저 그들에게 밥부터 먹여 주고 싶네.
……물건(?)부터 보자는 말이다.
“네! 토리, 데리고 나와라.”
아크가 빙긋 웃으며 말하자 토리가 100여 마리의 부룸 일족을 데리고 실버스타에서 나왔다. 이에 바쿰과 문어들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그들을 향해 뛰어갔다.
-오오! 동족이여!
그리고 감격의 상봉 장면이 연출되려는 찰나!
-으아아아악!
바쿰과 문어들이 비명을 터뜨리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고 실버스타에서 쏟아져 나오는 부룸 일족을 향해 생선을 던지며 아크에게 뛰어왔다.
-몬스터! 몬스터네! 아크, 몬스터라고!
“아니, 저들은 자렌족입니다.”
-자렌족? 자네, 뭔가 착각하는 것 아닌가? 그냥 머리통 밑에 다리가 8개 달려 있다고 다 자렌족이 아니네. 저건 그냥 몬스터야! 자렌족이 아니라고!
‘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은 아니지만…….’
아크가 펄펄 뛰며 소리치는 바쿰을 바라보며 한숨을 불었다. 그리고 이제 정말 지긋지긋하지만, 다시 해저 유적에서 있었던 일을 바쿰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런 일이 있었던 건가…….
설명을 들은 바쿰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실버스타 앞에 모여 있는 부룸 일족을 바라보았다. 그러기를 잠시, 문득 생각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저들은 이제 어쩔 생각인가?
“어쩌다니요?”
-혹시…… 우리와 같이 지내게 할 생각은…….
“네, 그런 생각으로 데려왔는데요?”
-마, 말도 안 됩니다!
그때 뒤에서 문어들이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소리쳤다.
-저런 것들과 함께 살아야 하다니?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저들은 몬스터! 그리고 사실 아크 님도 저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 않습니까?
-저들은 그냥 저희를 닮은 몬스터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저들이 진짜 자렌족이라고 해도 지금은 몬스터입니다! 저런 몬스터들과 함께 지내면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잘 겁니다! 자는 사이에 잡아먹힐지도 모르니까!
-저희는 싫습니다! 무섭다고요!
부룸 일족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치는 문어들!
-이, 이럴 수가!
덕분에 부룸 일족은 R-14에 이어 또다시 OTL!
몬스터로 변한 외모에 한때는 넘치는 자신감을 주체하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R-14에서 다짜고짜 공격을 받은 것도 모자라 이제 동족에게까지 버림받아야 하는 신세가 돼 버린 것이다.
이에 부룸 일족은 망연자실! 할 말을 잃고 털썩 주저앉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뿐이었다.
‘설마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당혹스럽기는 아크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좀 놀라기는 하겠지만 사정을 설명하면 납득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문어들의 말을 듣고 보니 이해하지 못할 반응은 아니었다.
부룸 일족은 단순히 외형만 변한 것이 아니다.
외형과 함께 붉은색으로 물든 이름. 이전에 자렌족이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100% 몬스터! 그것도 레벨 160~170짜리 몬스터다. 평범한 문어가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떠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저들의 사정은 딱하게 됐지만 다른 자렌족이 하는 말도 일리는 있네. 더구나 지금 우리 일족의 암컷은 얼마 전부터 산란기에 접어들었네. 그리고 산란기에 접어든 암컷은 상당히 예민해지지. 과거 동족이었다고 해도 몬스터를 그런 암컷들 근처에 두는 것은…….
문어들이 좋아하는 물과 생선!
그런 조건을 두루 갖춘 T-20의 윤택한 환경 덕분에 문어들이 새끼를 밴 것이다!
젊은 문어들이 펄펄 뛰며 결사반대를 외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아크 역시 문어들이 이렇게까지 펄펄 뛰면 부룸 일족을 무리해서 T-20에서 키우기가(?) 곤란했다.
이 문어들은 관상용(?)이 아니다.
문어는 노동력. 그런데 언제 잡아먹힐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며 잠도 제대로 못 잔다면 당연히 노동 의욕이 뚝뚝 떨어지리라. 그리고 그건 곧 아크의 수입이 떨어진다는 의미.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군.’
“알겠습니다. 그럼 저들은 당분간 이큘러스에서 생활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사실 이편이 아크에게도 이득이었다.
어차피 지금 어묵 바 생산 공장에 필요한 문어들은 충분하다. 이미 문어가 남아돌아 시험적으로 그다지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농장까지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바쿰 일족은 이제 노동력이라기보다는 병력에 가까운 몸으로 개조되었다. 그러나 T-20은 얼마 전에 400명의 경비대원이 체류하게 되어 병력도 충분했다.
‘하지만 이큘러스는 매장지 확보를 위해 아직 병력이 필요하다. 기왕이면 문어들도 레벨을 올리는 편이 유사시에 더 도움이 될 테니 그편이 나아.’
사실 T-20에 돌아오기 전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큘러스는 문어들이 살기에 척박한 환경. 부룸 일족이 T-20처럼 좋은 환경을 두고 이큘러스로 가려고 할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부룸 일족도 선택의 여지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