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24)
아크 더 레전드-624화(624/875)
[624] space 9. 탄생 (2)“벨테란 공작은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쥬벨과…… 나 역시 청년 시절에는 그에게 정치를 배웠다고 할 수 있지. 그래서 알고 있다. 만약 벨테란 공작이 숨길 생각이었다면 이처럼 너브 지역의 자치권을 가진 컴퍼니로 자신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실수 따위,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그는 숨길 생각이 없는 것이다. 쥬벨의 배후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내가 피곤한 이유지.”
쥬벨이 단순히 해적단이라면 차라리 편하다.
쥬벨은 물론, 해적과 공모한 벨테란 공작에게도 죄를 물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쥬벨은 독립국을 선언했다. 당연히 은하 3국과 평의회가 받아들일 리가 없지만, 너브 지역은 개척지. 그 자체는 은하연방의 법으로 처벌할 수가 없었다.
아니,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벨테란 공작이 자신을 드러나게 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은하연방은 나서지 말라고. 만약 섣불리 나서면…….”
벨테란 공작은 오래전에 정계를 은퇴했지만 아직 내정파 귀족들에게 쥬벨 따위보다 몇 배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아마 벨테란 공작이 움직이면 내정파 귀족들은 쥬벨이 쿠테타를 일으켰을 때보다 더 과격한 움직임을 보이리라.
당연히 그건 이제 막 쿠테타를 저지하고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는 연방군에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아니, 내정파 귀족들이 작정하고 쥬벨을 지지하고 나서면 최악의 경우 은하연방이 둘로 쪼개지는 사태가 벌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벨테란 공작은 자신을 드러냄으로서도 마틴 후작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알겠나? 벨테란 공작은 지금 협, 박, 하, 고, 있, 는, 거, 다.”
“그런…….”
“그런 인물이다, 그는.”
마틴 후작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난감한 것은 은하연방만이 아니겠지.”
다른 문제도 아니고 독립국 선포다. 그것도 은하 3국의 국경이 모여 있는 너브 지역에서.
당장 위프 항로가 차단된 개척자나 상단도 불편하겠지만 라마나 아슐라트, 평의회의 입장은 불편한 정도가 아니리라.
그러나 이들 역시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너브 지역은 개척지.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미묘한 문제가 있어 은하 3국도 직접적인 개입을 꺼리는 장소였다.
해당 지역 혹성의 자치권을 인정해 준 평의회는 물론 은하 3국도 자국의 법으로는 군대를 동원해 너브를 공격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은하연방은 쿠테타의 뒤처리로, 라마는 황위 계승권 전쟁, 아슐라트는 정체불명의 무장 집단에 점령됐던 이젠트 혹성에서 유출된 기밀자료의 회수에 국력을 쏟아붓는 중이다.
“장소도 그렇지만 시기적으로도 너무 공교로워. 마치 모든 것이 이를 위한 것처럼.”
“그럼 혹시 모든 것이 벨테란 공작의…….”
“아니, 벨테란 공작이라도 그 정도의 힘은 없을 거다. 아슐라트도 그렇지만 적대국인 라마에까지 손이 닿아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어. 지금으로서는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기보다는, 그런 상황이니까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겠지.”
물론 그래도 의혹은 남는다.
그런 것치고는 준비가 너무 잘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정보도 없이 추측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곳에 앉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또 다른 배후나 캐고 있을 때도 아니었다.
사태는 심각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뭔가 생각해 두신 바는 있습니까?”
“없다. 하지만 없을 때는 없는 대로 쓸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은하 3국과 평의회가 나서기 힘들다면 이번 일을 맡길 수 있는 것은 ‘그들’밖에 없지.”
“그들이라면…….”
“라마와 아슐라트, 평의회의 대사관에 연락하라. 이 마틴이 의논할 일이 있다고.”
마틴 후작이 지시하고 하루 뒤.
《페미온 성좌 함락 작전!》
얼마 전 은하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쥬벨이라는 사내가 페미온 성좌를 중심으로 30여 혹성이 포함된 너브 지역을 무장 점거하고 독립국을 선포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하루 뒤, 은하 3국과 평의회는 너브 지역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수많은 개척자가 이용하는 항로를 봉쇄한 행동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이들을 불법 무장 단체로 규정지었습니다.
그러나 개척지에 군대를 동원하는 것은 설사 불법 무장 단체를 괴멸시킨다 해도 이후 정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이에 은하 3국과 평의회는 은하계 전역의 개척자들에게 힘을 모아 너브 지역을 탈환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은하 3국과 평의회는 요청을 받아들인 개척자를 적극 지원할 것이며, 뛰어난 공적을 세운 개척자에게는 성과에 상응하는 공훈치를 약속했습니다.
정의를 위해서!
난이도 : ???
은하 3국과 평의회가 관리하는 모든 도시의 유저들에게 이런 퀘스트가 떠올랐다.
이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너브 지역의 소문이 사실이었어?”
“빌어먹을, 그 항로를 사용하지 못하면 개척지로 갈 때마다 7~8시간은 더 걸린다고!”
“내가 있는 곳에서는 너브 지역을 우회하면 12시간도 더 걸려.”
“이따위 짓, 용서할 수 없어!”
이렇게 불편함에 분노하는 유저들도 있었지만.
“공훈 포인트를 얻을 기회다!”
“일전에 에피소드 III가 시작되고 공훈 포인트 상점에 들러 봤는데 장난이 아니었어. 일반 상점에서는 구경도 못 해 본 레어급 장비품이 엄청나게 많더라고. 게다가 기존보다 성능이 2배 이상 좋은 우주선 파츠도 있었어.”
“은하 3국의 공훈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면?”
“대박이지!”
역시 퀘스트의 백미는 보상!
그것도 은하 3국과 평의회의 공훈 포인트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퀘스트다. 이에 은하계 각지에서 유저들이 탐욕에 물든 눈을 빛내며 너브 지역으로 날아가는 가운데.
“이럴 때 대체 아크 녀석은…….”
마틴 후작이 짜증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디서 뭘 하고 자빠져 있기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거냐?”
* * *
그때 아크는…….
“빌어먹을!”
욕을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욕이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하자면, 그건 문제의 균열 때문이 아니다.
처음 균열에 떨어져 죽은 이후 아크는 얼굴이 뭉개질 정도로 벽을 들이받은 덕분에 ‘비스트패스트’의 타이밍을 몸으로 익혀 마침내 균열을 넘을 수 있었다.
물론 그 균열이 끝은 아니었다.
균열을 넘어가자 다시 마움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미 공략법을 마스터한 아크의 상대는 아니었다.
그리하여 거침없이 진격! 진격! 진격! 일단 균열 공략법을 찾은 아크는 무수히 쏟아지는 마움을 해치우며 진격하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불안이 빛이 가득했다.
“아……!”
그리고 불안은 곧 현실이 되었다.
갑자기 몸이 경직되며 눈앞에 전혀 다른 영상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축구공만 한 크기의 붉은 크리스털 덩어리가 주위를 날아다니며 레이저를 뿜어내고, 몇몇 크리스털은 송곳 같은 작은 크리스털로 분해되어 날아오는 영상이었다.
1인칭 시점으로 보이는 ‘그’는 방패처럼 변형된 손으로 레이저를 튕겨 내고 크리스털을 막으며 돌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진할수록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처음에는 전방에서만 날아오던 공격이 앞으로 나가자 좌우, 뒤에서도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점점 막아 내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결국 사방에서 뻗어오는 레이저에 관통 당하는 순간!
-YOU DIE!
유다희 양이 방긋 웃으며 아크를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크흑! 죄송합니다!
금마의 탑 앞에서 바사크가 OTL 자세로 소리쳤다.
이거다. 아크가 균열을 뛰어넘고 무수한 마움을 해치우면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던 이유도! 난데없이 유다희 양의 손을 잡고 다시 금마의 탑 앞으로 날아온 이유도!
-제가! 제가 못나서 형님까지……!
비통한 표정으로 소리치는 바사크 때문이었다.
금마의 탑에서 시험받는 것은 아크만이 아니다. 엘림의 동반자로서 그만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로 바사크까지 덩달아 시험을 받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 둘은 생사를 함께하는, 아니, 생사를 함께해야 한단다, 제라두가.
그러니 아크가 단내를 풍기며 수백 마리의 마움을 해치워도! 얼굴이 뭉개지는 피나는 연습 끝에 균열을 넘어도! 그대로 금마의 탑 종착지에 도착해도! 운명 공동체로 묶여 버린 바사크도 같이 도착하지 않으면 OUT.
아크도 덩달아 DIE가 돼 버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없지는 않았다.
그 방법이 죽기 전에 본 영상이었다.
‘그건 바사크가 죽기 전에 겪은 상황이다. 그런 영상을 굳이 내게 보여 주는 이유는, 내게 그 관문을 돌파할 방법을 찾으라는 말이겠지.’
그래서 아크는 생각했다.
‘바사크는 나와 진행 방법이 다르다.’
당연하다. 아무리 해저 유적에서 빡 세게 키웠다고 해도 바사크의 레벨은 아직 128. 거기에 아크처럼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배틀슈트도 없다. 그런 바사크 앞에 레벨 300+짜리 마움이 나타나면 1마리라도 바로 순살!
치킨 얘기가 아니다.
순살瞬殺! 순식간에 죽는다는 말이다.
아크가 들어간 던전이 공격적인 진행 방식이었다면 바스크는 방어적.
바사크의 던전에서도 마움이 나오기는 했지만 레벨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리고 바사크에게 주어진 과제는 마움을 해치우는 것도 아니었다.
바사크가 상대한 마움은 레벨은 낮아도 꽤 다채로운 공격을 해 왔는데, 바사크는 이를 피하든 막든 일정 시간만 버티면 마움이 사라졌다. 이건 바사크가 기본적으로 방패. 몸빵용 소환수이기 때문이리라. 뭐 어쨌든…….
‘꼭 싸워서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하기에 따라 레벨이 낮은 바사크도 과제를 클리어할 여지는 충분해. 그래, 하기에 따라서. 바사크에게 필요한 것은 힘보다는 전략. 보다 효과적으로 적의 공격을 피하고 막아 내기 위한 전략이다.’
불가능한 과제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죽을 때의 상황만 보고 대응책을 생각해 내는 것도 그렇지만 설사 생각해 낸다 해도 실행하는 것은 바사크. 코치가 ‘100미터를 5초에 뛰어라.’라는 말한다고 선수가 갑자기 치타가 될 리가 없는 것처럼, 적절한 지시가 꼭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이다.
그 증거가 방금 전의 메시지다.
당연히 평소의 아크라면 부활하자마자!
“이 자식아! 그것도 못해? 넌 머리부터 발끝까지 돌이냐? 그냥 돌이야?”
……라며 울분을 토했겠지만!
아크는 훌쩍거리는 바사크를 바라보며 한숨을 불었다. 그리고 실버스타―토트―와 제라두를 째리며 말했다.
“됐다. 그게 어디 네 잘못이냐? 치매인 주제에 되도 않게 끼어들어서 난장을 피운 위대한 엘림의 스승님 덕분이지. 뭐 그런 치매에 걸린 영감탱이의 난장을 넙죽 물고 금마의 탑인지 뭔지로 갈아 치운 줏대 없는 위대한 의지의 돌 님도 문제지만.”
-뭐야? 치매? 난장?
-넙죽 물어? 내가 개냐? 물긴 뭘 물어?
두 영감탱이가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쳤지만 아크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한 번 준 퀘스트를 갈아 치우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건 횡포!
NPC의 월권행위다.
그러나 아크가 이제 살짝 무서워지기까지 하는 유다희 양과 빈번한 만나면서도 이리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유다희 양은 일단 나타나면 금마의 탑에서 얻은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까지 몽땅 챙기고 튀어 버린다.
그러나 여기에는 예외가 있었다.
바로 기갑, 비스트의 스킬 숙련도다.
아크는 바사크가 죽으면 덩달아 죽는다. 그러나 비스트는 죽는 것이 아니다. 기갑무장이 해제될 때처럼 이공간으로 돌아가는 것뿐.
‘그러니 당연히…….’
기갑 스킬 숙련도는 100% 보존되는 것이다.
유저에게 기갑무장은 문자 그대로 비장의 카드. 반면 일단 사용하면 대기 시간이 24시간이나 돼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무턱대고 사용하면 정작 필요할 때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뭐 아끼다 똥 된다는 말도 있지만!
그리고 실제로 아끼다가 써 보지도 못하고 상황이 끝나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지만!
바로 그 부분 때문에 기갑 스킬의 등급을 올리기가 힘들었다. 무턱대고 사용해도 하루에 30여 분. 그나마 아끼다 보면 며칠에 30여 분이다. 뿐만 아니라 기갑 스킬은 그런 배틀슈트의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라 좀처럼 사용하기 힘들다.
그러니 숙련도가 제대로 올라갈 리가 없었다.
그러나 금마의 탑에서는 기갑도! 기갑 스킬도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다. 당연히 숙련도는 미친 듯한 속도로 올라갔다. 그리고 죽어도 이건 100% 보존!
‘여기야말로 기갑 스킬을 위한 장소!’
이런 기회! 둘도 없을 기회! 쉽게 생길 리가 없는 것이다.
그때부터 아크는 마움과 싸울 때 아예 평타는 봉인, 오직 ‘블러디 로어’와 ‘비스트패스트’만 사용했다. 그리하여 이 두 가지 모두 Lv.2로 상승!
그것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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