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28)
아크 더 레전드-628화(628/875)
[628] space 1. 시작되었다! (3)“눈치를 보아하니 짚이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만…… 너도 말해 줄 생각은 없는 거지?”
“죄송해요.”
“됐어. 형님이나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어차피 확인하고 싶은 건 확인했으니 됐어. 덕분에 이제 나도 결정했다.”
“네? 뭘요?”
“넌 택산 지구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게 너에 대한 투자라고 했지? 그럼 나도 투자하지. 아니, 우리도 투자하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에게 투자한다니?”
“잊은 거냐? 택산 지구의 땅을 산 사람은 너만이 아니야. 우리도 가지고 있다고. 맘 같아서는 진즉에 팔아 치우고 싶었지만 너 때문에 나와 다른 녀석들도 속만 태우고 있는 중이었다고. 네가 버티는데 우리만 팔아 치우고 빠지면 너무 치사하잖아.”
유안국이 계속 땅을 처분하라고 말해 온 이유다.
그런데 현우는 되레 땅을 더 매입했다. 이에 갱생단은 난감했지만, 그 이상으로 현우의 행동에 의문을 느꼈다. 현우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런 짓을 할 인간은 아니니까.
“그래서 이유를 듣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됐다고 했잖아. 설명해 주지 않아도. 네가 뭔가 확신을 가지고 그런 거라면 그걸로 됐어. 어차피 지금 팔아 봐야 투자금의 10분의 1도 건지기 힘든 땅. 이미 여기까지 와 버렸으니 죽든 살든 끝까지 같이 가 보자고. 다른 녀석들도 같은 생각일 거야.”
“그건 좀 부담스러운데…….”
“부담을 느껴 주지 않으면 곤란하지. 내 노후가 걸려 있다고.”
유안국의 말에 현우는 잠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나 이제 와서 약한 소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말했듯이 현우는 물러날 생각이 없다. 물러나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고 새삼 겁먹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뭐, 맡겨 주세요.”
“훗, 뉴월드가 생각나는군. 그 시절의 네가 딱 그런 표정이었지.”
유안국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졌군.”
“그러게요. 분명 눈치 없는 아버지는 계속 수다나 떨고 있을 테니 형님이 먼저 가서 끌고 나와 주세요.”
“잉? 그건 무슨 말이냐?”
유안국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현우의 설명을 들은 뒤에야 한숨을 불었다.
“뭐 우리가 뭉쳐 다니면 원래 주위 시선이 좋지 않았지. 이제 그런 시선에는 면역이 돼서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어. 게다가 형님과 네가 분만실에서 그런 소동을 일으킨 직후니…… 우리도 우리지만 형님도 어지간하군. 분위기 파악 못 하는 것도 이 정도면 병이야, 병. 뭐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이거 참, 괜히 어수선하게 몰려와서 형수님만 곤란하게 만든 건 아닌지 모르겠군.”
“그런 말까지 하실 필요는 없고요.”
“알았다. 얼른 가서 눈치 없는 형님을 끌어내자.”
“먼저 가서 문자 주세요. 저는 나중에 시간 봐서 찾아가든지 할게요. 병실에 민선 씨만 남아 있는 것도 신경 쓰이고, 인상이 더 나빠지기 전에 어머니 말대로 병원 사람들에게 음료수라도 사서 돌려야겠어요. 혹시 못 갈지도 모르니 형님들께 잘 얘기해 주시고요.”
“아버지 뒤치다꺼리를 아들이 하는구나.”
“누가 아니래요.”
현우는 그 말을 끝으로 유안국과 헤어졌다.
그리고 그길로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매점에 구입한 빵과 음료수를 뇌물로 바쳤다. 그리고 어머니 병실로 돌아오자 마침 조민선이 나오고 있었다.
“민선 씨, 어머니는?”
“좀 전에 저녁 드시고 지금은 주무세요. 그래서 제 어머니 병동에 다녀오려고요.”
“아…….”
괜히 무안해진 현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어요. 어머니가 입원한 게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일부러 신경 쓰면 내가 더 불편해요.”
그건 현우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역시 불과 몇 년 전까지는 같은 입장이었으니까.
그때는 현우도 동정 어린 시선이나 티 나게 배려해 주는 태도에 더 상처받았다.
“같이 갈까요?”
“데이트 신청은 고맙지만 오늘은 혼자 갔다 올게요.”
“그럼 저녁은?”
“끈질기네요. 할 수 없죠. 갔다 와서 봐요.”
조민선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그러나 몇 걸음 옮기다가 문득 멈춰 서더니 다시 몸을 돌려세웠다.
“저기…… 현우 씨.”
“네? 왜요?”
“아니…… 그게 저…… 그러니까…….”
현우가 고개를 돌리자 조민선이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떠듬거렸다. 그러기를 잠시, 뭔가 결심한 듯 크게 숨을 들이켜더니 살짝 주먹을 말아 쥐며 입을 열었다.
“부탁이 있어요.”
* * *
낮은 기계음이 울리는 넓은 공간.
형형색색의 빛을 뿜어내는 기계 사이로 다양한 종족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제복을 입은 병사들을 이끌고 들어서는 붉은 눈동자의 사내는 펜릴. 그가 주위를 둘러보자 거구의 사내가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대행자님.”
“누말인가?”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는 자는 2미터 크기에 도마뱀 같은 생김새의 드레이크족이었다. 누말이라고 불린 드레이크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애로운 대공의 은혜로 이번에 대행자님의 보좌를 맡게 되었습니다.”
“대공께 들었다. 달갑지는 않았지만.”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그때는 저나 대행자님이나…….”
“그만하지.”
펜릴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항성계 레이더 시스템 작업이 완료됐다고 들었다.”
“네, 방금 전에 점검까지 마쳤습니다.”
펜릴의 제지에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던 도마뱀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페미온 성좌를 중심으로 너브 지역이 30여 혹성을 광분자로 이루어진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한, 단일 개체로는 은하계 최대 규모의 레이더 신의 눈! 아직 운용하는 엔지니어들이 미숙해 완전한 성능을 발휘한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최대 1시간 안에 너브와 인근 지역에서 움직이는 모든 전함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치 자신이 개발한 것처럼 말하는군.”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뭐가 됐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성능이지. 가동하라.”
“……네.”
도마뱀이 샐쭉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그리고 뒤에 모여 있는 연구원들에게 소리치자 공간 중심의 바닥에서 원형의 빛이 뿜어져 올라왔다. 그 위로 무수한 혹성의 영상이 떠오른 것은 그다음이었다.
육각형 모양으로 모여 있는 30여 개의 혹성.
얼마 전 쥬벨이 독립국을 선포한 지역, 일명 너브라고 불리는 성계였다.
그리고 그 너브의 3면을 포위하는 형태로 자리 잡은 3개의 혹성 주위로 무수한 붉은 점들이 모여드는 영상도 비쳤다.
이 혹성들은 바로 은하연방과 라마, 아슐라트가 너브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주둔지로 삼은 거점. 그 주위에 모여 있는 붉은 점은 전함이었다.
“그사이에 숫자가 꽤 불었군.”
“현재까지 신의 눈으로 파악한 적함의 숫자는 3국을 합해 2,500척 규모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하루 단위로 200~300척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증원되는 숫자는 차차 줄어들겠지만 최종적으로 4,000척 내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은하 3국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음에도 저희 예상치를 훨씬 상회하는 숫자입니다.”
“개입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펜릴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 전함의 대부분이 유저라는 것은 분명하겠지.”
“은하 3국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은 저희 계획대로입니다만, 유저가 모이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게다가 몇몇 라인을 통해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세븐 소드라고 불리는 요주의 인물들 중 몇 명도 이미 참전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유저들이 놈들을 중심으로 규합하면 은하 3국의 정규병 못지않은 힘을 발휘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놈들의 변칙성입니다. 유저라는 놈들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구석이 있지 않습니까.”
“유저니까.”
펜릴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갤럭시안에서 유저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NPC이 말하는, 제2 우주 개척 시대를 주도하는 신세대라는 의미.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유저User.
말 그대로 게이머라는 의미다. 누말이 말한 유저가 전자를 가리키는 것이라면 펜릴이 말한 유저는 후자, 게이머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때문에 누말은 펜릴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도 한때는 유저를 종잡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직접 유저가 돼 보니 알겠더군. 놈들은 종잡을 수 없는 존재가 아니야. 어떤 의미로는 NPC보다 더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는 존재지.”
“네? NPC?”
NPC인 누말이 NPC라는 말에 ‘?’를 띄웠다.
그러나 펜릴은 그런 반응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지루한 전쟁이 될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군.”
“자신만만하시군요.”
누말이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대행자님이라면 이미 구상하고 있는 전략이 있으시겠지요?”
“전략이라고?”
이에 펜릴이 누말을 돌아보며 되물었을 때였다.
신의 눈으로 만들어진 너브 지역의 은하 지도. 그 외곽에서 갑자기 무수한 숫자의 파란색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 저 함대는…… 대체 언제…….”
누말이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자 펜릴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SPACE 2. 답은 항상 그곳에 (1)
위잉-!
기음과 함께 캡슐이 열렸다.
“나흘 만인가?”
아크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하루만 있다가 들어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출산 직후 초췌해진 어머니를 보니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뭐 아크가 옆에 있어도 딱히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리나마저 할 일을 미루고 입원 기간 내내 어머니와 함께 있어 주었다. 그런데 정작 아들이라는 놈이 게임이나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하여 나흘.
어머니가 산후조리원으로 옮긴 뒤에야 접속한 것이다.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다.
‘어머니와 그렇게 오래 같이 있어 본 게 얼마 만이더라…….’
그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노느라 바빴고, 어머니가 입원해 있을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지금은 지금대로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어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없었다.
뭐 이제 권화랑이라는 든든한 아버지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아버지라…….”
아크는 지난 사흘, 때때로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 그리고 여자 친구까지. 병실에 모여 있는 장면을 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크가 그토록 치열하게 싸우며 얻고 싶어 했던 것.
아니, 되찾고 싶어 했던 것.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는 여기에 한 쌍이 더 있어야겠지.”
이리나의 부모님이다.
나흘 전 이리나의 부탁이 그것이었다.
-제 아버지를 만나 줬으면 해요.
이건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다.
이리나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어떤지는 알고 있으니까.
부담도 되었다. 이리나의 감정도 그렇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평범한 사람도 아니다.
대기업 총수!
그냥 여자 친구의 아버지로 만나기에는 그 명함이 주는 압박이 장난 아닌 것이다.
-네! 물론이죠!
그러나 아크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잘한 일 같다. 망설임 없이 대답하자 이리나가 살짝 감동하는 분위기였으니까.
그리고 이리나가 무슨 심경의 변화로 아버지와 만나 달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건 부탁이라고 할 수 있는 일조차 아니었다.
어차피 이리나와 계속 사귄다면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일이니까. 아마도 그녀 역시 그런 생각으로 말을 꺼낸 것이리라.
‘그건 이리나도 나와의 관계를 그만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
그렇게 생각하니 의욕이 샘솟았다.
그러나 의욕과 달리 만남은 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나은 것처럼 후딱 해치워 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이리나의 아버지는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다. 거기에 해외 출장 업무까지 겹쳐 만남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였다.
“이런 일은 결심했을 때 해 버리는 편이 좋은데…… 막상 결정을 해 놓고 기다리자니 괜히 더 불안해지잖아. 하지만 뭐!”
아크가 머리를 흔들며 캡슐을 나왔다.
“나도 멍하니 이리나의 아버지만 기다릴 정도로 한가한 사람은 아니니까.”
그리고 선실을 나왔을 때였다.
-너…… 너 이 자식!
기다렸다는 듯이 울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은 대체 뭐 하는 놈이냐? 신기를 찾는 일이 장난이냐? 장난이야? 펜저모니엄까지 와서 신기를 찾다 말고 갑자기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하루라며? 하루만 자리를 비우겠다며? 그런데 이게 며칠째냐? 너 인마! 정말 엘림을 계승할 생각이 있기는 한 거냐?
목에 핏대를 세우며…… 아니, 함 내 스피커가 찢어질 정도로 소리치는 토트였다.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NPC에게 욕이나 먹어야 한다니, 시작부터 살짝 짜증이 솟지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아, 뭐예요? 갑자기? 귀청 떨어지겠네. 그리고 그때는 하루 만에 들어오기는 했잖아요.”
-그리고 바로 나갔지!
그때 아크가 접속한 것은 캐릭터를 선실로 옮겨 놓기 위해서였다. 나갈 때는 시간이 없어 밖에서 접속을 종료했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 선실에서 휴식을 취하면 그 시간만큼 보너스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나 참, 엘림을 계승하면 만사 OK예요? 나도 나대로 할 일이 있다고요.”
-그게 선실에서 퍼 자는 거냐?
뭐 토트의 눈에는 퍼 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사실 유저와 NPC의 이런 말다툼은 그리 드문 것도 아니었다. 유저에게 이 세계는 게임이지만 NPC에게는 현실. 유저가 회사 일로 녹초가 된 몸으로 접속해도 NPC에게는 그저 게으름을 피우다가 들어온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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