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30)
아크 더 레전드-630화(630/875)
[630] space 2. 답은 항상 그곳에 (3)“끝이다. 이제 더는…….”
벽을 더듬던 레피드가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다가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다르다. 앞을 막고 있는 이 벽…… 다른 벽과는 느낌이 달라. 이건 그냥 바위의 느낌이 아니야. 이 감촉은…….”
-꺄악!
레피드가 플래시 스틱을 꺼내 들자 카야가 비명을 터뜨리며 물러났다. 아니, 카야만이 아니었다.
-헉! 이, 이게 뭐야?
파크와 사다인, 쿠라칸, 제피도 당혹성을 터뜨리며 반사적으로 무기를 꺼내 들었다. 빛이 번지자 바로 앞에서 사람 모양의 검은 형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나가 아니었다. 수십 개!
그러나 그 형상은 모두 벽 속에 갇혀 있었다. 아니, 벽이라기보다는…….
-유리? 아니, 크리스털인가?
-안에 들어있는 건 사람인가?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은…….
“우리가 본 환영이다. 이 소혹성에 착륙한 우주선에서 나와 던전으로 들어오던 기갑 전사들의 환영. 아직 뭐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지만 전체적인 형상이 그 환영과 상당히 흡사해.”
-가만, 잠시 생각 좀 해 보자.
레피드의 말에 파크가 미간을 모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 그 환영과 이 속에 있는 형상들이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그때, 그러니까 우리가 환영을 목격했을 때 이미 이 사람들은 이런 상태였다는 말이잖아. 그럼 우리가 본 환영은 뭐지? 이 사람들의 유령? 아니면 기억의 잔상 같은 건가?
“지금은 그것보다 이 유리 같은 물체의 정체가 더 궁금하군.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는 영혼석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물체는 전에 본 영혼석이라는 것과…….”
-맞아요. 영혼석과 분자 배열이 거의 일치해요.
어느새 유리벽에 바짝 붙어 님프를 조작하던 제피가 대답했다.
“거의?”
-네, 방금 전에 영혼석의 분자 배열과 비교해 봤는데 일단 확인된 부분은 100% 일치해요. 그런데 이 벽은 군데군데 분자 배열이 끊어져 있어요. 이상하네요. 분자 배열이 바뀌어 있다면 모를까, 끊어진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물질은 없어요. 애초에 형태를 유지할 수도 없으니까. 보통은 붕괴해야 정상이라고요.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레피드가 ‘악마가 봉인된 마총’을 빼 들었다.
“부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군.”
-엑? 무, 무슨 짓이에요? 이건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요!
“난 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 이제 다른 길을 찾을 시간은 없어! 하물며 이런 거나 연구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이 너머에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부술 수 있는 거라면 부숴 보는 수밖에 없어!”
탕-! 탕-! 탕-!
제피가 펄쩍 뛰며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레피드의 권총이 연속적으로 불을 뿜었다. 그리고 불길을 일으키며 뿜어져 나온 탄환이 유리 벽에 박히는 순간!
쩌쩌쩌쩡! 콰콰콰콰! 콰쾅!
굵은 균열과 함께 굉음을 일으키며 무너져 내렸다.
뭐 새삼 놀랄 이유는 없었다. 그러기를 바라고 탄환을 쑤셔 박은 것이니까.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은 그다음이었다. 무너져 내리는 유리벽 속에서 검은 형상들이 악령 같은 모습으로 변하며 줄기줄기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이건 뭐…….
“엎드려!”
레피드의 고함에 일행이 황급히 바닥에 엎드렸다.
그 위로 스쳐 지나가는 수십 개의 유령 같은 형상들!
그런데 그 형상 중 몇 개가 레피드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다가 우뚝 멈췄다. 이에 레피드는 당황했지만.
‘뭐지? 저건?’
그보다 더 당황한 표정을 짓는 것은 검은 형체였다.
아니, 그저 시커먼 덩어리 같은 형상이라 실제로 그런 표정을 본 것은 아니지만 발버둥 치듯이 허우적거리는 움직임은 분명 당황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돌연 뭔가에 사로잡힌 것처럼 버둥대더니 레피드의 권총으로 흡수되는 것이 아닌가?
‘이, 이게 무슨…….’
-오오오! 이게 얼마 만에 맛보는 영혼이냐!
레피드의 머릿속에 섬뜩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 것은 그때였다. 한동안 들려오지 않던 마총 속의 악마 목소리였다.
그리고…….
-<악마가 봉인된 마총>이 고대 영혼을 흡수했습니다!
-<악마가 봉인된 마총>의 공격력이 5% 상승했습니다!
-<악마가 봉인된 마총>의 특수 옵션(마탄)의 효과가 상승했습니다!
-퀘스트 《총 속에 봉인된 악마》가 등록되었습니다!
-크하하하! 더! 더! 내게 영혼을 바쳐라!
줄지어 떠오르는 정보창과 함께 악마의 웃음소리가 머릿속을 흔들었다.
* * *
스윽.
붉게 달아오른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 눈동자와 마주치자 살기를 뿜어내며 다가오던 몬스터들이 움찔하며 멈춰 섰다. 잔뜩 기가 죽은 듯이 머뭇거리며 어떤 놈은 헐떡거리기까지 했다.
“……이거 좋군.”
눈에 힘을 빡 주고 째리며 히죽거리는 사람은 아크.
크으으으. 크으.
그 눈빛에 주춤거리며 물러나는 몬스터는 마움이었다.
이게 바로 새로운 기갑 스킬 ‘짐승의 시선’의 효과! 단지 노려보는 것만으로 공포를 불러일으켜 적의 전투력을 20%나 감소시키는 스킬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제 마움을 상대하는 데는 이런 스킬까지도 필요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짐승의 시선’을 사용하는 이유는…….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금마의 탑에서 비스트의 마나는 무한대!
이럴 때 기갑 스킬을 펑펑 써 보지 않으면 언제 써 보겠는가? 그건 다른 기갑 스킬도 마찬가지였다.
“어이, 왜 그래? 설마 겁먹은 거냐?”
크으! 크아아아!
아크가 실실 쪼개며 갈구자 마움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래도 딴에는 레벨 300+ 몬스터로서 나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발버둥 같은 것이겠지만.
“그래야지! 블러디 로어!”
곧바로 검은 늑대 형상의 기운에 휩싸여 돌진하는 아크!
콰직! 퍼펑-!
양쪽에서 돌진하는 아크와 마움이 충돌하자 뭔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문자 그대로 산산이 부서져 날아가는 마움을 관통한 아크는 맞은편 벽까지 날아갔다.
그리고 벽과 충돌하기 직전!
“비스트패스트!”
콰쾅-!
발을 디딘 벽이 움푹 파여 들어가며 아크의 몸이 몇 배나 빠른 속도로 튕겨 나왔다. 그리고 채 몸도 돌리지 못한 다른 마움의 등을 향해 날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무수한 잔상을 일으키며 공간을 가르는 두 자루의 광선검!
그때마다 마움의 등이 쩍쩍 갈라졌다.
크악! 크아아아!
순식간에 등이 너덜너덜해진 마움이 몸을 돌리며 팔을 휘둘렀다. 그러나 칼날처럼 솟아 있는 마움의 손톱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이에 마움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러나려는 찰나, 아래에서 푸른 검광이 솟아오르며 턱에 쑤셔 박혔다.
상체를 숙여 마움의 공격을 피하고 품 안으로 파고 들어온 아크의 검이었다.
“끝이다.”
아크가 입 끝이 살짝 치켜져 올라갔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기를 바라지. 갤럭시 소드!”
콰콰콰콰! 퍼펑-!
뒤이어 마움의 머리를 꼬치처럼 꿰어 버린 푸른 검광이 그 상태로 수십 개로 분열되며 퍼져 나갔다.
아크의 말대로 그것으로 끝. 마움은 그대로 머리통이 터져 나가며 크리스털 덩어리로 변해 사라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경쾌한 음향과 함께 떠오르는 메시지.
“시원시원하군. 휴식 보너스도 무시할 수 없겠어.”
한바탕 싸움을 끝낸 아크가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휴식 시간에 따라 일정 시간 동안 스텟과 경험치 획득량을 상승시켜 주는 휴식 보너스! 개인 사정으로 장시간 접속하지 못하는 유저를 위한 제작사의 배려였다.
그러나 아크처럼 게임에 올인 하는 유저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시스템이었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역차별을 받는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시스템 탓에 밤잠까지 설치며 게임에 몰두해도 쉬엄쉬엄 하는 유저들과 레벨 차이가 확 벌어지지 않는 것이다.
뭐 그래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유저가 당연히 더 많은 경험치와 전리품을 얻을 수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평소에는 마음에 들지 않던 시스템도 막상 나흘이나 자리를 비워 혜택을 받는 입장이 되고 보니 불평이 쏙 들어갔다.
“6이라…….”
마움은 원래 경험치 덩어리나 다름없다.
그런데 휴식 보너스 덕분에 경험치 +50%! 덕분에 불과 3시간 만에 레벨이 6이나 올라간 것이다.
그야말로 폭렙!
“뭐 이 경험치가 아직 내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무리의 마움 떼를 해치운 아크의 앞에는 거대한 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이 금마의 탑의 끝!
뭐 이 문을 넘어가 본 적이 없으니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이 문을 넘어가지 못하는 한 6이든 60이든, 제아무리 폭렙에 광렙을 해도 말짱 도루묵.
모처럼 휴식 보너스까지 받아 올린 레벨도 한때의 꿈으로 끝나 버리리라. 그리고 아크는 이미 이곳에서 그런 쓰디쓴 경험을 몇 번이나 맛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다! 나와라, 샤이어!”
아크가 팔을 들어 올리며 소리치자 손에 푸른빛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허공에 새겨지는 룬 문자!
“하자스카!”
작은 빛의 입자로 분해되어 눈으로 스며드는 룬 문자는 ‘하자스카’! 주위의 붉은 크리스털과 대조되는 푸른빛의 눈으로 주위를 훑어보던 아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저기 있군.”
아크의 눈이 향한 곳은 문.
아니, 그 문 위로 떠오른 소용돌이 문양이었다.
이 문양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몇 번이나 봤다. 그리고 이 문양은…….
‘금마의 탑을 공략하기 위한 열쇠!’
이게 아크가 토트와 제라두에게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던 이유였다. 아니, 사실 금마의 탑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게 이런 문양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확신하고 있었다.
‘뭔가 있다!’
……라고.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이건 그냥 무턱대고 공략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야. 아니, 내가 시련을 통과해도 골렘이 실패하면 같이 죽어야 한다니? 이래서야 애초에 내가 어떻게 해 볼 수도 없잖아! 바사크가 죽을 때의 장면을 볼 수 있다지만 거기에 맞춰 훈련시켜도 그 뒤에 뭐가 나올지 내가 무슨 수로 아냐고! 그런데 대체 어쩌라는 거야?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아크는 얼마 전까지 울화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건 말이 안 돼!’
새삼 뭔가 대단한 깨달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게 핵심이었다. 말이 안 된다는 것.
애초에 금마의 탑은 엘림을 자격을 시험하기 위한 곳이다.
물론 덤으로 바사크를 시험하는 관문이 붙어 있지만 주체는 어디까지나 엘림, 다시 말해 아크의 시험이었다.
그런데 정작 아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고 막상 의심하기 시작하니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
‘……자낙스!’
현재 금마의 탑에 1위로 기록되어 있는 선대 엘림.
덕분에 아크는 도전에 실패할 때마다 토트와 제라두에게 번번이 자낙스와 비교질을 당해야 했다. 뭐 아크 입장에서는 꽤 열 받는 일이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것도 이상해.’
아크가 세 번이나 실패한 이유는 바사크 때문이다.
물론 아크가 바사크를 좀 더 강하게 만들어 놨다면 좀 더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토트와 제라두는 자낙스의 골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크가 자낙스보다 못나서 실패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을 뿐이다.
‘돌려 말하면…….’
자낙스가 최고점을 기록한 것은 골렘보다 자낙스 본인의 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의미가 된다. 다시 말해 골렘이 관문을 통과하는 데 자낙스가 개입했을지도 모른다는 뜻!
물론 아크도 개입하고 있기는 하다.
바사크가 죽을 때의 장면을 보고 그에 맞춰 훈련을 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마의 탑에 준비된 관문은 10개.
한 번 실패할 때마다 5점이 차감되니 그런 식으로는 통과해도 잘해야 50점이 한계였다.
그러나 자낙스는 80점!
‘그래, 애초에 그 점수부터가 이상해. 자낙스가 아무리 잘난 놈이라도 그건 자낙스 본인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야. 게다가 골렘용으로 준비된 관문은 단순히 레벨이 높다고 돌파할 수 있는 방식도 아니었어. 나름의 전술이 필요하다. 자낙스가 예지 능력자가 아닌 다음에야 골렘에게 미리 모든 관문을 통과할 방법을 가르쳐 줄 수는 없지. 그렇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어. 금마의 탑에는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야!’
거기까지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답은 항상 문제의 옆에 있다!
아크가 수년간 게임을 하며 배운 것 중 하나가 이것이다.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사실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적어도 게임 속에서 그 답이 숨겨져 있는 곳은 항상 그 주변!
‘다시 말해 금마의 탑 내부다!’
아크가 도달한 결론이 이것이었다.
토트나 제라두에게 말할 때는 아직 짐작에 불과했지만, 금마의 탑에 들어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 짐작은 확신이 되었다.
몰려나오는 마움을 해치우고 지금처럼 ‘하자스카’를 발동시켜 주위를 샅샅이 뒤지자 숨겨져 있던 소용돌이 문양이 나타난 것이다.
웅웅웅웅! 웅웅웅웅!
그리고 아크가 문양에 손을 가져가는 순간!
빛과 함께 눈앞의 풍경이 문양처럼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멀미가 나올 것처럼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더니 갑자기 전혀 다른 풍경으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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