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31)
아크 더 레전드-631화(631/875)
[631] space 2. 답은 항상 그곳에 (4)“이, 이게 뭐지? 여기는 어디야?”
이에 아크는 당황했지만.
-어? 형님? 어디에 계신 겁니까?
시선이 좌우로 움직이며 바사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서 모든 의문이 풀렸다. 왜 바사크의 실패를 아크의 능력 부족이라고 했는지! 왜 바사크의 죽음까지 아크가 책임져야 하는지!
-바이우스 골렘은 엘림과 모든 것을 함께한다.
제라두의 말은 은유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함, 께, 하, 는, 것, 이, 다!’
금마의 탑이 골렘을 훈련시키기 위한 곳이라는 말은, 실패한 뒤에 그에 맞춰 훈련시키라는 말이 아니었다.
직접 보고 훈련시키라는 말이었다.
금마의 탑 안에서! 바사크의 안에서! 실시간으로!
던전의 벽에 숨겨져 있던 소용돌이 문양은 아크를 바사크와 하나로 연결해 주는 효과를 발휘하는 문장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지!’
“바사크, 이제부터 내 지시에 따라 움직여라!”
-네? 네! 알겠습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아크의 말에 바사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끄덕였다.
아크는 자낙스가 얼마나 잘난 놈인지 모른다. 그가 다루던 골렘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말할 자신이 있었다.
아크에 대한 바사크의 충성심!
그것 하나만큼은 결코 자낙스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바사크, 우측으로 이동해라! 레이저 따위, 무시하고 먼저 크리스털 탄환을 발사하는 구체를 발사하는 구체를 파괴한다! 폭쇄!”
-형님의 말씀이라면!
바사크는 아크가 지시하면 수십 발의 레이저가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곳이라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었다.
아크 역시 무턱대고 그런 지시를 내리는 것은 아니었다. 바사크와 같은 시야에서 최선의 루트를 찾아 내리는 지시였다. 그렇게 한 관문을 돌파하자 연결이 끊겼다.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이쯤 되면 금마의 탑을 공략하는 방법은 나와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아마도 먼저 아크가 한 관문을 넘은 뒤에 바사크와 다시 연결해 뒤따라오게 하는 것이리라.
아니나 다를까, 역시 다음 관문을 넘은 뒤에 뒤져 보니 같은 문양이 나왔다. 그렇게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사이에 깨닫는 것이 있었다.
‘여기를 왜 나와 바사크를 위한 수련관이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겠어.’
아크는 일종의 코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코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의 신체 조건과 능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 그래야 선수를 제대로 성장시키고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금마의 탑은 바로 이를 위한 수련관이었다.
바사크에게 지시하는 것은 평소와 다를 바 없지만 지금은 바사크의 눈높이에서 상황을 지켜본다.
이건 옆에서 지켜볼 때와는 전혀 달랐다.
바사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혹은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그 눈높이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덕분에 횟수를 반복할수록 아크의 상황 판단은 더 빨라졌고, 바사크의 움직임 역시 한층 더 거침이 없어졌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관문!
“준비됐지?”
-물론입니다, 형님!
소용돌이 문양에 접촉한 아크가 말하자 아홉 번째 관문을 돌파하고 휴식을 취하던 바사크가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가자, 이제 남은 관문은 하나뿐이다!”
아크의 지시에 바사크가 한 걸음 내딛자 천장에서 붉은 크리스털로 이루어진 구체가 우수수 떨어졌다. 그리고 팽이처럼 회전하며 레이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지잉! 지잉! 지잉! 지잉!
사방에서 뻗어 나오는 붉은 레이저!
‘하지만…….’
“바사크, 전방으로 돌진!”
-넵! 돌진!
아크의 말에 바사크가 망설임 없이 레이저로 뒤덮인 공간으로 뛰어갔다.
크리스털 골렘인 바사크는 기본적으로 광선 계열 무기에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수십 줄기의 레이저가 관통하자 생명력이 쭉쭉 빠져나갔다.
그러나 바사크는 닥돌! 쏟아지는 레이저를 무시하고 10여 미터를 뛰어갔을 때였다.
쿵-! 쿵-!
천장에서 또 다른 크리스털 구체 3개가 떨어졌다.
둥둥 떠다니며 레이저를 뿜어내는 구체보다 수십 배는 커다란 크리스털. 뒤이어 금마의 탑에 봉인된 고대 몬스터의 영체가 스며들어 가더니 마움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아크가 입 끝을 치켜 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렇겠지.”
짐작하고 있었다.
크리스털 구체의 레이저 공격은 이미 지난 관문에서 몇 번이나 경험해 보았다. 심지어 이전 관문에는 거기에 크리스털 파편으로 물리 공격을 하는 구체까지 섞여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관문이 레이저로 공격하는 구체뿐일 리가 없다.
‘당연히 뭔가 더 있겠지. 뭐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좋지만, 예측하지 못했던 적만큼 위험한 것은 없어. 부담은 되겠지만 갑자기 기습처럼 공격을 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처음부터 모든 적을 확인하고 작전을 짜는 편이 나아.’
이게 닥돌의 이유다.
“그렇다고는 해도 레이저 구체와 마움이라…….”
골렘용 던전에서 나오는 마움은 아크가 상대하던 놈들보다는 약했다.
그래도 레벨 200+!
바사크 혼자 감당하기는 버거운 상대였다.
그러나 구체와 마움이 동시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금보다는 구체도, 마움도, 숫자는 적었지만 몇 번이나 같이 등장한 적이 있었다. 바사크가 그런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사크, 넌 혼자가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바사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저는 형님의 골렘! 형님의 검이자 방패입니다!
“좋아. 마지막이다! 화끈하게 가 보자고!”
-우오오오! 돌진!
바사크가 황소처럼 돌진해 형체를 갖춰 가는 마움의 복부를 들이받았다. 그리고 그대로 밀어붙여 반대편에 처박았다.
크아아아!
괴성을 터뜨리며 팔을 휘두르는 마움!
“바사크, 고개를 숙여라! 폭쇄!”
아크의 명령에 고개를 숙여 마움의 손톱을 피한 바사크의 머리가 송곳처럼 변하며 바닥을 찍었다. 그러자 길어지는 머리에 떠밀려 바사크의 몸이 위로 솟아올랐다.
지잉! 지잉! 지잉! 지잉!
그 뒤로 뻗어오는 붉은 레이저!
본래 바사크의 등을 노리고 뿜어진 레이저였지만, 바사크가 장대높이뛰기를 하듯이 폭쇄를 이용해 솟아오르자 수십 줄기의 레이저가 그 앞의 마움을 관통했다.
크악! 크아아악!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 버린 마움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구체와 마움이 같이 등장했을 때의 전술은 기본적으로 이런 것이었다. 레벨 차이가 많이 나는 바사크가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구체의 공격을 마움으로 유도하는 방식!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카악! 카카칵! 크아아아!
괴성을 질러 대며 바사크를 포위하는 마움!
레벨 뒤에 ‘+’가 붙어 있는 엘리트 몬스터답게 마움은 빠르고 영리했다.
그러나 아크는 그런 마움을 수백 마리나 해치우고 마지막 관문에 도달한 유저다. 마움의 공격 패턴은 진즉에 아크의 머릿속에 입력이 완료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엎드리며 미러 엣지!”
아크의 지식은 그대로 바사크의 힘이 되었다.
바사크가 바닥에 엎드리며 방패로 변화된 팔을 들어 올리자 수십 줄기의 레이저가 표면의 굴곡을 따라 반사되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빈틈이 생겼다! 좌측 3시 방향! 그대로 몸을 굴리며 포위를 빠져나간다!”
그리고 대가리에 레이저를 맞고 휘청거리는 마움의 옆으로 몸을 굴리며 포위를 빠져나가는 바사크!
뒤이어 몸을 일으키며 등을 들이받자 얼굴을 부여잡고 괴성을 질러 대던 마움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튕겨 날아갔고, 다른 마움들의 손톱에 찢겨 넝마가 되었다.
‘이런 거였어!’
전투는 레벨이 전부가 아니다.
레벨이 낮아도 싸우는 방식에 따라서는 고레벨의 적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
그것이 가상현실 게임의 묘미!
그리고 그건 유저만이 아니었다. 하기에 따라서는 NPC라도! 신체 조건과 능력을 상황에 맞춰 적절히 활용하면 그와 같은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바로 지금! 바사크처럼!
‘이보다 쉽게 관문을 통과하는 방법도 있지만…….’
바사크의 관문은 대부분 구체와 마움의 공격을 막아 내며 일정 거리를 이동하는 것만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크는 소용돌이 문양으로 바사크와 일체화된 이후 그런 방식으로 관문을 통과한 적이 없었다.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다.
“마지막이다!”
-네! 돌진! 폭쇄!
혼연일체가 된 아크와 바사크!
아크는 이런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었다.
직접 체험하는 경험도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바사크의 몸에 쌓여 가는 경험치 역시!
그리하여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레이저를 유도해 마움을 괴멸시키고 곧바로 타깃을 구체로 전환, 하나하나 격파하고 마지막 남은 구체를 폭쇄로 꿰뚫는 순간!
-<골렘 : 바사크>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경쾌한 음향과 함께 떠오르는 메시지!
레벨 200+의 마움과 크리스털 구체의 경험치, 포기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덕분에 금마의 탑에 준비된 10개 관문을 통과하는 사이에 올린 레벨만 무려 9!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 바사크도!’
관문을 지난 바사크가 거대한 문에 도착했을 때였다.
다시 주위 풍경이 소용돌이치며 아크의 정신이 본래의 몸으로 돌아왔다.
뭐 여기까지는 바사크로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겪던 일이라 새삼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문에 새겨져 있던 소용돌이 문양이 팽이처럼 회전하더니 빛의 입자로 변해 아크에게 흡수되었다.
-새로운 스킬(직업 공통☆☆☆☆☆)을 익혔습니다.
룬 문자 각인술-바이우스(유저, 패시브) : 룬 문자는 고대 무라트가 섬기던 신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단 하나,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룬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이 룬 문자, 바이우스입니다.
오신기의 하나인 바이우스 실드와 같은 이름의 룬 문자 ‘바이우스’는 금마의 탑을 엘림의 수련관으로 만든 5대 엘림 잉그란에 의해 만들어진 룬 문자로, 이를 이용하면 제라두와의 맹약으로 오신기가 된 바이우스 골렘과 시각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시각이 공유된 상태에서 협력 공격을 할 경우, 정밀도에 따라 추가적인 속성과 대미지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단, ‘바이우스’로 시각을 공유하면 골렘이 받은 대미지까지 공유됩니다.
《바이우스 골렘과 시각을 공유할 수 있으며 정확한 타이밍으로 적을 공격하면 협력 공격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단, 시각을 공유하는 동안에는 대미지도 공유합니다.》
※포스 소모 : 300. 추가로 10초에 1의 포스 소모.
“에? 이게 룬 문자였어?”
아크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정보창을 바라보았다.
사실 아크도 이 문양을 찾았을 때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샤이어를 발동시켜 몇 번이나 그려 봤지만 스킬이 생성되지는 않았다.
“금마의 탑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만 얻을 수 있는 룬 문자였던 건가? 좀 의외이기는 하지만 나야 땡큐지.”
대강 상황을 파악한 아크가 히죽 웃었다.
이제 방금 전에 했던 것처럼 언제든지 바사크와 시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금마의 탑에서는 단순히 원격 조종으로 사용했지만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아크가 기대감 어린 눈으로 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기대에 보답하듯이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거대한 문을 뒤덮고 있던 크리스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좌우로 갈라지는 문 너머로 광장이 나타났다.
그 광장 중심에는 제단이 있었는데…….
SPACE 3. 최종 시험 (1)
“……에?”
아크의 눈에 ‘?’가 떠올랐다.
금마의 탑 끝을 막아서고 있던 문이 봉인이 풀렸다.
그 뒤로 펼쳐진 광장!
그리고 맞은편에 떡하니 자리 잡은 제단!
뭐 문 앞에 피니시Finish라고 적혀 있던 것은 아니지만 딱 보기에도 이 광장이 골인 지점. 그리고 제단은 금마의 탑 완주 상품! 그러니까 신기가 놓여 있어야 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없다.
신기는커녕 1쿠퍼짜리 구리동전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달리 찾아볼 만한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광장은 그 넓이가 무안해질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고, 다른 장소로 이어지는 길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뭐지? 아직 뭔가 남아 있는 건가?”
-형님!
그때 뒤에서 바사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크가 들어온 문의 옆, 같은 문양이 새겨진 문이 좌우로 갈라지며 바사크가 뛰어들어 왔다.
아크와 바사크가 들어온 던전은 입구처럼 출구도 붙어 있었던 것이다. 바사크가 얼른 아크의 옆에 붙으며 물었다.
-이제 다 끝난 겁니까?
“네가 보기에도 그렇게 보이냐?”
-네?
“내가 보기에도 그렇게 보이기는 한다만…….”
쿠쿵-!
아크가 텅 빈 제단을 돌아보며 찜찜한 목소리로 대답했을 때였다.
갑자기 굉음이 울리며 광장이 진동했다.
이에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린 아크와 바사크는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에 사이좋게 황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혀, 형님, 저기!
“뭐, 뭐야? 저게 대체 무슨…….”
굉음이 울린 곳은 우측 맞은편의 벽이었다.
그러나 벽 주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뭔가 보이는 것은 붉은 크리스털로 이루어진 벽 내부. 그 속에서 한 쌍의 붉은 눈동자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처음 보는 장면은 아니었다.
아크와 바사크가 지나온 던전의 벽 속에도 온 갓 흉측한 형상들이 뒤엉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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