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33)
아크 더 레전드-633화(633/875)
[633] space 3. 최종 시험 (3)“크윽!”
-혀, 형님!
아크가 휘청거리자 바사크가 황급히 부축했다.
그리고 이루 말할 수 없이 감동한 눈으로 부상을 입은 아크를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저, 저를 지키기 위해 이런 부상까지 감수하시다니! 저를 생각해 주시는 형님의 크나큰 애정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 바사크, 주인을 지키며 죽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여기는 가디언의 후예입니다! 형님의 몸에 새겨지는 상처는 저의 수치! 그러니 이제 제 걱정 따위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아니, 도구로 써 주십시오! 그것이 형님의 승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목숨 따위는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이 녀석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가?
‘좀 아끼라고!’
아크가 울컥한 눈으로 바사크를 돌아봤을 때였다.
‘가만?’
불쑥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골렘은 집요하게 바사크만 공격하고 있다. 때문에 아크는 바사크를 보호하느라 제대로 반격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그 상황을 역으로 이용한다면?’
도구 운운하는 말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지금 골렘의 주요 타깃은 바사크. 그건 확실히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바꿔 말하면 아크는 노마크 상태라는 말도 된다.
만약 바사크가 골렘의 공격을 버틸 수 있다면 이건 둘도 없는 기회! 골렘이 바사크에게 집중하는 사이에 아크는 노마크로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사이에 바사크가 당해 버리면 죽도 밥도 되지 않겠지만! 아크가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답은 언제나 문제 옆에 있다!’
바사크가 혼자 힘으로 돌파할 수 없는 관문을 넘어올 수 있었던 이유! 그건 아크가 거기에서 해답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좋다! 바사크, 반격이다! 놈을 반대쪽으로 유인해라!”
-네? 네! 알겠습니다!
아크의 말에 바사크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뛰어갔다.
바사크가 아크에게서 떨어져 나오자 다시 와인드업을 하던 골렘이 움찔하며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 붉은 눈동자로 바사크를 좇으며 주먹을 내리꽂았다.
그 주먹이 바사크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 직전!
“나와라, 샤이어!”
아크의 손이 푸른빛에 휘감겼다.
뒤이어 허공에 새겨지는 소용돌이 문양!
“룬 문자 각인술! 바이우스!”
순간 소용돌이 문양이 팽이처럼 회전하며 우측 상단에 작은 창이 생성되었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좌우로 흔들리는 화면!
룬 문자 ‘바이우스’로 아크와 시각을 공유하게 된 바사크의 시점이었다. 그런 바사크의 시야에는 아직 골렘의 주먹이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이다! 바사크, 우측으로 굴러라!”
콰콰콰쾅!
바사크가 옆으로 몸을 굴리는 순간, 주먹이 내리꽂히며 광장이 흔들렸다.
‘그래, 이거였어!’
아크가 회전하는 바사크의 ‘시야’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아직은 바사크 혼자 골렘의 공격을 모두 피하기는 무리다. 그래서 바사크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단순히 회피하는 것뿐이라면, 굳이 붙어 있을 이유가 없었다.
룬 문자 ‘바이우스’!
이를 통해 시각을 공유하면 되는 것이다.
아니, ‘바이우스’를 사용하는 편이 더 유리했다. 붉은 골렘의 공격을 바사크의 시점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크, 본인의 시점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나와라, 샤이어! 룬 문자 각인술 쿠엠라돈!”
아크의 손이 다시 허공을 휘젓자 광장 천장에 푸른 눈동자가 떠올랐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시점으로 주위를 살필 수 있게 해 주는 룬 문자 ‘쿠엠라돈’! ‘쿠엠라돈’이 발동하자 좌측 상단에 작은 창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이로서 아크의 눈앞에 떠오른 창은 3개!
아크의 시점! 바사크의 시점!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시점! 세 방향에서 골렘을 모습을 지켜보니 움직임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우측으로 돌아 들어가라! 거기서 정지! 뒤로 물러나라!”
콰쾅! 콰쾅! 콰쾅!
당연히 지시는 보다 신속하고, 정밀해졌다.
그러나 이것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예비 동작만 보고도 공격 궤도와 타격 지점을 파악하는 것! 그런 신속한 판단은 격투기로 다져진 아크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정확한 지시라도 바사크가 언제까지나 피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아크도 언제까지나 지시만 내리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이제 반격할 때다!’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소드!”
아크가 에너지 블레이드를 길게 회전시키며 소리쳤다.
그 궤적을 따라 부챗살처럼 펼쳐지는 수십 개의 검영! 에너지 블레이드가 전방으로 향하자 그 검영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골렘의 등을 향해 뻗어 나갔다.
콰콰콰콰! 콰콰콰콰!
골렘의 등 전체가 시퍼런 스파크에 뒤덮였다.
아크의 방향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천공의 눈과 바사크의 시점으로 골렘의 생명력이 확연하게 줄어드는 장면이 보였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소닉 소드! 소닉 소드!”
아크는 그대로 골렘을 향해 돌진하며 검기를 뿜었다.
‘바이우스’로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지만 역시 바사크 혼자 골렘의 공격을 피하게 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바사크를 반대 방향으로 보낸 이유가 바로 이것!
공격을 위해서였다.
물론 아크가 공격에 전념하면 그만큼 바사크를 살피기 힘들어진다.
아크가 공격을 퍼붓는데도 여전히 바사크를 공격하는 붉은 골렘. 자칫 한순간이라도 놓치면 바사크가 치명타를 입을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치명타라도 이제 바사크가 한 방에 죽을 걱정은 없었다.
‘바이우스로 시각을 공유하면 대미지도 공유한다. 처음 정보창을 봤을 때는 페널티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되레 도움이 된다. 대미지를 공유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대미지를 나눠 갖는다는 뜻! 바사크가 받는 대미지가 50%로 줄어든다는 말이다!’
아크가 공격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가 이것!
이전의 바사크가 골렘의 공격을 두세 방 버티는 것이 한계였다면 ‘바이우스’로 대미지를 공유해 50%로 경감되면 그 2배! 5~6방을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지금 아크는 본인과 바사크, 2개의 캐릭터를 동시에 움직이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게 말처럼 쉬울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골렘은 바사크만 집중 공격하고 있다. 때문에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지금은 그 덕분에 의식을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공격보다는 방어! 무엇보다도 내가 골렘을 쓰러뜨리기까지 바사크를 버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격은 따로 신경 쓸 필요도 없어!’
15미터나 될 정도로 크니까!
“소닉 소드! 소닉 소드! 소닉 소드!”
퍼펑! 퍼펑! 퍼펑!
그냥 대충 방향만 잡고 검기를 뿜어도 백발백중!
‘승기를 잡았다! 이제 바사크가 버텨 주기만 하면 놈을 쓰러뜨리는 것은 시간문제! 멍청한 놈, 등짝이 박살 나는지도 모르고 바사크만 공격하다니…….’
그러나 아크가 잊고 있는 것이 있었다.
확실히 골렘은 대가리까지 돌로 만들어진 몬스터였다.
그러나 생각을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골렘이 바사크만 공격하는 이유는 그편이 상대하기 쉽다고 판단했기 때문!
적어도 그 정도 판단력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크아아아아!
그때 갑자기 골렘이 괴성을 터뜨리며 양손으로 벽을 후려쳤다. 그러자 벽이 움푹 파이며 벽을 등지고 붉은 골렘의 공격을 피하던 바사크의 머리 위로 크리스털 파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바사크! 가능한 벽에 밀착하며 빠져나와라!”
이에 아크가 펄쩍 뛰며 소리쳤지만, 골렘의 목표는 바사크가 아니었다.
아크를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크리스털 덩어리!
붉은 골렘이 무너지는 벽에서 집채만 한 크리스털 덩어리를 뜯어내 던진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쏟아지는 파편을 피하는 바사크의 시야에 집중하느라 미처 붉은 골렘이 크리스털 덩어리를 던지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상황을 파악한 것은 충돌 직전!
“이, 이런! 비스트패스트!”
다급해진 아크가 황급히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순간 섬광처럼 뻗어 나가는 아크! 덕분에 공격 범위를 벗어날 수 있었지만 ‘비스트패스트’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그 엄청난 속도!
물론 아크는 관문의 균열을 넘기 위해 수백 번이나 벽을 들이받으며 ‘비스트패스트’의 속도에 몸을 적응시켰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벽을 밟고 뛰는 타이밍을 익히기 위한 것. 타이밍을 익혔다고 갑자기 신체 능력이 속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화되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비스트패스트’는 뛰는 것이 아니라 비행, 몸을 날리는 스킬.
차라리 균열을 넘을 때처럼 벽을 밟고 반대 방향으로 뛸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던 몸을 다리 힘으로 지탱하기는 무리였다.
지직! 지지지지! 텅-!
바닥에 닿은 발이 그대로 지면을 긁으며 미끄러지다가 튕겨 날아갔다. 그럼에도 뛰어난 운동 신경으로 낙법을 펼치며 곧바로 몸을 일으킬 수 있었지만.
콰쾅-!
착지와 동시에 진동하는 지면!
간신히 몸을 일으킨 아크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아무리 바사크를 타깃으로 삼은 골렘이라도 이런 기회를 그냥 넘길 리가 없었다. 아크가 넘어지자 골렘은 지체 없이 크게 한 걸음 내디디며 반대쪽 다리를 차올렸다.
15미터짜리 골렘의 사커 킥!
‘피, 피할 시간이 없다!’
순간적으로 판단한 아크가 가슴 앞에 쌍검을 ‘X’로 교차시켰다. 그러나 온힘을 다해 차올리는 골렘의 다리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설사 검이 아니라 방패로 막는다 해도 비스트고 뭐고 깡통처럼 찌그러져 날아가리라.
아크는 그런 생각으로 다가올 충격에 대비하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네 상대는 나다! 폭쇄!
그때 맞은편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
동시에 둔중한 타격음이 터지며 사커 킥을 날리던 골렘이 휘청대다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뒤로 보이는 것은 바사크! 아크가 붉은 골렘의 시선을 끄는 사이, 배후로 돌아간 바사크가 폭쇄로 골렘의 체중을 받치고 있던 다리를 공격한 것이다.
‘나이스 어시스트!’
아크가 잽싸게 몸을 일으켰다.
15미터짜리 골렘의 사커 킥에 차일 뻔했다. 실로 아찔한 경험이었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여유 따위는 없었다. 골렘의 성난 눈동자가 다시 바사크를 향해 돌아가는 것이다.
이제 아크가 바사크를 도와줘야 하는 상황!
“블러디 로어!”
관문을 통과하며 무수한 마움을 박살 낸 비스트의 필살기 ‘블러디 로어’!
시커먼 짐승 형상의 기운에 휩싸여 울부짖는 늑대로 변한 아크가 골렘의 등을 향해 폭사되었다. 그리고 송곳니로 변한 두 자루의 블레이드를 골렘의 등에 박아 넣으려는 순간!
‘……뭐, 뭐야?’
아크의 얼굴이 당혹감이 물들었다.
바사크로 향했던 붉은 골렘의 눈동자가 아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골렘이 몸을 돌린 것은 아니었다.
그냥 회전했다. 머리가. 마치 팽이처럼 그 자리에서 180도로 회전한 것이다. 머리만이 아니었다. 팔도 180도로 회전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장면은 그다음이었다.
콰쾅! 촤촤촤촤!
골렘이 아크가 돌진하는 전방으로 주먹을 내리치는 순간, 마치 창처럼 길고 날카로운 크리스털이 솟아 나오는 것이 아닌가?
‘위험하다!’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 붉은 경광등이 번쩍였다.
그러나 몸은 머리만큼 기민하지 않았다. 아니, 위기를 감지하는 것과 동시에 몸도 경직됐지만 이미 발동시킨 ‘블러디 로어’를 멈추기는 무리! 아크는 속으로 비명을 터뜨리면서도 제 발로 10여 개의 창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커헉!”
-대미지 720!
단숨에 15%나 되는 생명력이 쫙 빠져나갔다.
그와 함께 전신에서 전해지는 숨 막히는 통증! 그러나 문제는 대미지나 고통이 아니었다. 비스트의 갑주를 뚫고 박힌 10여 개의 창! 그 자체가 문제였다.
“우, 움직일 수가…….”
말 그대로 꼬치에 꿰인 신세가 되어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 위로 떨어지는 붉은 골렘의 주먹! 온몸에 구멍이 뚫린 것도 모자라 이제 떡이 돼버릴 상황!
‘망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이렇게…….’
-혀, 형님! 이 자식, 돌진!
그때 골렘의 뒤에서 들려오는 바사크의 목소리!
절망적인 표정으로 주먹을 올려다보던 아크가 고개를 돌리자 바사크가 골렘의 가랑이 사이로 돌진해 들어오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충돌!
순간 아크의 몸이 창에서 뽑혀 나왔고, 바사크는 그런 아크를 부둥켜안고 수 미터나 더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콰쾅-!
그 직후에 울리는 굉음!
골렘의 주먹에 찍힌 바닥에 균열이 번져 나가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만약 창에 꿰인 채로 그 주먹에 찍혔다면 쩍쩍 갈라지는 것은 바닥이 아니라 아크였으리라.
상상만으로도 섬뜩해지는 장면이었지만, 아크는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었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바사크…….”
바로 바사크의 변화였다.
새삼스럽지만 바사크는 아크의 소환수다. 그리고 소환수의 주요 역할은 전투 보조. 그러나 지금까지 바사크는 전투를 보조해 준다고 말하기조차 힘들었다.
단순히 레벨이 따라오지 못해서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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